* 본 소설은 유희왕 DM 106~107화의 전개를 뒤틀어 재창작한 소설입니다.
* 룰은 마스터 룰 개정판을 따릅니다.
* 덱 마스터의 룰은 애니메이션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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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군조── 아니, 오오타 소이치로에 의해 듀얼이 시작됐다.
3:1의 변칙 듀얼.
아무리 초심자가 상대라고 하나, 오오타에게 있어서도 결코 유리한 승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오오타는 변칙 듀얼로 승부를 건 것은 그만큼 자신 있기 때문이었다.
한때 '공장의 귀신 중사'라 불리던 그의 실력은 듀얼에서도 통용됐다.
"변칙 듀얼인 만큼 룰을 정리하고 시작하지. 너희들은 패를 제외한 모든 것을 공유한다. 필드, 묘지, 제외, 그리고 라이프까지. 턴의 순서는... 나와 너희가 번갈아 진행하는 걸로 하지. 이의는 없겠지?"
오오타의 물음에 세 사람── 카와이 시즈카, 혼다 히로토, 오토기 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평한 듯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초심자 삼인방에게 유리한 룰이었다.
턴을 가져가는 횟수는 오오타 쪽이 많아도, 초기에 주어지는 패의 장수는 그들이 더 많았다.
패는 곧 듀얼리스트의 가능성.
다른 부분에 조금 불리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패가 많은 세 사람이 유리한 것은 변함 없었다.
"그럼, 나의 선공이다. 나는 [카드 트루퍼]를 소환. 그리고 마법 카드 [기계 복제술]을 발동! 덱에서 동명 카드 2장을 특수 소환한다."
오오타의 필드에 단번에 3장의 몬스터가 나타난다.
공격력과 수비력은 모두 400.
잔챙이 몬스터라고 부를 법한 수치이지만 소환한 의미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카드 트루퍼] 3장의 효과를 발동. 덱 위에서 카드를 3장까지 묘지로 보내고, 턴 종료시까지 공격력을 500포인트 올린다. 따라서 난 9장의 카드를 묘지로 보내지."
듀얼 디스크의 묘지 존으로 9장의 카드가 빨려 들어간다.
보통의 듀얼리스트라면 그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으나, 초심자 삼인방 중 그것을 깨달은 것은 오토기 뿐이었다.
"하핫, 바보 같기는! 아무리 공격력을 올려도 선공에는 공격할 수 없다고!"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혼다 군! 저건 묘지 자원을 쌓아 두는 거잖아! 죠노우치나 유우기도 자주 하는 플레이라고!"
"그, 그런 거야!?"
오토기의 타박에 혼다가 식은 땀을 삐질 흘렸다.
그 의미는 알 수 없다고 해도, 듀얼에 식견이 있는 오토기가 경고하는 걸 보면 우수한 플레이임은 틀림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오타는 자기들끼리 지껄이는 애송이를 내버려둔 채 플레이를 계속했다.
"이어서 난 지속 마법 [보급 부대]를 발동. 리버스 카드 2장을 세트. 턴 엔드다."
몬스터 셋에 지속 마법 하나, 그리고 리버스 카드가 둘.
기선 제압이라 할 정도는 아니어도 견실한 시작임은 분명했다.
그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시즈카는 손끝을 살짝 떨며 카드를 드로우했다.
듀얼리스트로서, 첫 번째로 맞이하는 턴이었다.
"저, 저의 턴이에요. 드로우! 저는... [자비심 깊은 수도녀]님을 소환합니다!"
그녀의 지시 아래 수도복을 입은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를 지켜보는 혼다나 오토기의 얼굴에 당황함이 어려 있었다.
시즈카가 그 이유를 깨달은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시즈카 쨩!? 어째서 공격 표시로 소환한 거야?"
"에? 그게, 그러니까..."
"아차, 룰을 잘못 알고 있었나? 몬스터를 패에서 수비로 소환할 때에는 세로가 아닌 가로로, 뒷면으로 소환해야 하는 거야!"
혼다의 물음에 이어, 오토기의 설명에 시즈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자비심 깊은 수도녀]는 공격력보다 수비력이 훨씬 더 높은 몬스터.
그 장기를 살리려면 반드시 수비 표시로 소환해야 했다.
시즈카는 잠시 머뭇거리다 간절한 눈으로 오오타를 쳐다보았다.
안타깝게도 공장의 귀신 중사에게는 통하지 않는 공격이었다.
"초심자라고 해도 룰은 룰이다. 설마 봐달라곤 하지 않겠지? 아가씨."
"어이! 이 정도는 다시 해도 괜찮잖아!"
"떼쓰지 마라. 1:3의 변칙 듀얼이다. 내가 봐줄 필요가 어디에 있지?"
시즈카를 변호하려고 해도 오오타의 말이 이치에 맞았다.
혼다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분한 얼굴로 입을 다무는 것뿐이었다.
오오타는 굳은 얼굴의 삼인방을 거듭 몰아붙였다.
"그럼 이 순간, 나는 묘지의 [하이레이트 드로우]의 효과를 발동한다."
"묘지에서 함정이라고!?"
"내 필드의 몬스터── [카드 트루퍼] 한 장을 파괴하고 이 카드를 필드에 세트한다. 그리고 파괴된 [카드 트루퍼]의 효과와 [보급 부대]의 효과를 발동! 덱에서 2장 드로우한다."
[카드 트루퍼]는 자신이 필드에서 파괴되어 묘지로 보내졌을 경우에, [보급 부대]는 자신 필드의 몬스터가 파괴되었을 경우에 드로우하는 카드였다.
드로우하는 카드는 각각 1장이었으나, 이런 식으로 활용하면 단번에 패를 불리는 것도 가능했다.
묘지의 카드를 활용해 어드밴티지 손해 없이 패를 늘렸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우수한 플레이.
시즈카는 그런 오오타를 바라보며 몸을 움츠렸다.
첫 번째 턴부터 플레잉 미스를 저지른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버린 상태였다.
"저, 저는 이걸로 턴 엔드에요."
"시즈카 쨩!?"
"오토기!"
시즈카를 질책하려는 오토기를 혼다가 다급히 막아섰다.
듀얼의 초심자인 그도 시즈카가 어떤 미스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었다.
공격력이 낮은 수도녀를 공격 표시로 냈다면, 적어도 상대 몬스터의 수를 줄여야 했다.
[자비심 깊은 수도녀]의 공격력은 850포인트.
[카드 트루퍼]의 공격력은 그보다 더 낮은 400포인트.
즉 [자비심 깊은 수도녀]로 [카드 트루퍼]를 공격했다면 충분히 파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혼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시즈카를 지키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다.
오토기는 혼다의 시선에 한숨으로 질책을 대신했다.
그 한숨에는 시즈카에 대한 것과 함께 혼다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럼 나의 턴이다. 드로우."
오오타는 점점 분열해가는 삼인방을 비웃으며 두 번째 턴을 시작했다.
"나는 두 장의 [카드 트루퍼]의 효과를 발동! 6장의 카드를 묘지로 보낸다. 그리고 [빅토리 바이퍼 XX03]을 소환!"
[카드 트루퍼]의 공격력이 다시 1900까지 올라가고,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났다.
하급 몬스터 하나뿐인 삼인방에게는 점점 좋지 않은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오오타는 쐐기를 박는 것처럼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걸로 끝을 내주마. 나는 지속 마법 [기계장치의 밤-클락 워크 나이트-]를 발동! 이 카드의 효과로 필드의 모든 몬스터는 기계족이 된다!"
지속 마법에서 빛이 퍼져나와 필드의 몬스터를 뒤덮었다.
그 강렬한 빛에 [자비심 깊은 수도녀]의 모습이 단숨에 변화했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 아닌, 기계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클락 워크 나이트의 무서운 점은 단순히 종족이나 모습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클락 워크 나이트의 ②의 효과. 내 기계족의 공격력/수비력을 500포인트 올리고, 상대 기계족의 공격력/수비력을 500포인트 내리지."
"뭐라고!?"
"배틀이다! 나는 [빅토리 바이퍼 XX03]으로 [자비심 깊은 수도녀]를 공격! 이 순간, 묘지의 [빅 바이퍼 T301]의 효과 발동! 묘지의 이 카드를 특수 소환한다!"
묘지 자원을 충실히 쌓던 오오타의 플레이가 다시 한 번 진가를 드러냈다.
[카드 트루퍼]와 [빅토리 바이퍼 XX03]만으로는 이번 턴에 듀얼을 끝낼 수 없었으나, [빅 바이퍼 T301]이 필드에 있다면 달랐다.
빅 바이퍼의 효과는 자신 필드의 기계족/빛 속성 몬스터의 공격력을 1200포인트 올리는 효과.
그 영향을 받은 빅토리 바이퍼의 공격력은 어느새 2900까지 상승해 있었다.
만약 [크리보] 같은 카드로 시즈카가 갖고 있다고 해도, 빅토리 바이퍼는 전투로 상대 몬스터를 파괴하면 자신과 공격력인 같은 옵션 토큰을 소환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원턴킬(One-Turn-Kill)이 성립한 상황인 것이다.
공격 대상이 된 수도녀의, 그 뒤에 서 있던 시즈카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시즈카 쨩!"
"시즈카 쨩!"
혼다와 오토기의 외침에 시즈카는 자신의 패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첫 번째 드로우로 패에 들어왔던 어떤 카드가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시즈카는 머뭇거리다 그 카드를 힘차게 뽑아들었다.
"저, 저는 [어니스트]님의 효과를 발동하겠어요! 이 카드를 묘지로 버리고, 턴 종료시까지 수도녀님의 공격력을 상대 몬스터의 공격력만큼 올립니다!"
"뭐라고!?"
"부탁해요! 수도녀님!"
[자비심 깊은 수도녀]의 등에 찬란한 날개가 솟구친다.
그것은 깊은 신앙심을 지닌 이에게 축복을 내리는 천사의 것이었다.
육신이 기계로 변화했다 한들 그 축복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수도녀는 그 축복을 기도로 바꾸어 덤벼드는 적을 향해 쏟아냈다.
"큭!"
빅토리 바이퍼가 파괴되며 오오타의 라이프가 줄어 들었다.
8000에서 7650으로.
생채기라고 할 정도의 수준이었으나, 계속해서 위기에 몰렸던 삼인방에게는 의미 있는 공훈이었다.
"나이스! 시즈카 쨩!"
"설마 공격 표시로 냈던 것도 이걸 위해서였어?"
"아뇨. 그게 어쩌다 보니... 헤헷!"
삼인방의 얼굴에 미소가 맺히자, 반대로 오오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계 군조의 모습을 하고 있어 얼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마음은 그랬다.
[보급 부대]의 효과로 카드를 1장 드로우하며 오오타가 말했다.
"아가씨가 귀여운 짓을 해줬군. 그렇다면 그 답례를 해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리버스 카드 오픈! [보충 요원]! 묘지의 일반 몬스터 3장을 패에 넣는다!"
그의 패로 되돌아오는 것은 [기가테크 울프], [메카 팔콘], 그리고 [도깨비 탱크 T-34]였다.
셋 모두 능력치도 별 볼 일 없고, 효과도 없는 일반 몬스터.
하지만 기계 군조인 그에게 기계족 몬스터가 패에 쥐어지는 것은,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었다.
"나는 나의 덱 마스터 능력-지원 포격을 발동! 패의 기계족 몬스터를 임의의 수만큼 버리고 한 장당 500포인트의 데미지를 준다!"
"그런?!"
"내가 버리는 것은 [보충 요원]으로 패에 넣었던 이 세 장이다! 받아라!"
오오타의 등 뒤에서 쏘아진 빛 덩어리에 시즈카, 혼다, 오토기 세 사람이 얻어 맞는다.
위력 자체는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막았다고 생각한 공격을 다시 맞은 셈이니 정신적으로 얼얼했다.
세 사람은 동시에 듀얼 디스크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라이프는 8000에서 6500으로 줄어 있었다.
"나는 이걸로 턴 엔드다."
"좋았어! 나의 턴이다! 드로우!"
오오타의 턴을 넘겨 받아 혼다가 힘차게 드로우했다.
현재 오오타의 필드에서 파악되지 않은 것은 첫 턴에 세트한 리버스 카드 하나 뿐이었다.
그렇다면 공격할 기회는 지금이었다.
마침 그의 패에는 공격할 준비가 갖추어져 있었다.
"나는 [바바리안 0호]를 소환! 그 효과를 발동! 덱에서 [야만족의 광연 LV5]를 패에 넣는다! 이어서 패에 넣은 [야만족의 광연 LV5] 발동! 패에서 [바바리안 1호]와 [바바리안 2호]를 특수 소환하겠어!"
필드에 바바리안 몬스터 세 장이 단숨에 소환된다.
야만족의 광연 LV5를 소환된 몬스터는 공격도, 효과도 발휘할 수 없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혼다는 패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에이스 몬스터를 뽑아 들었다.
"[바바리안 0호]의 효과! 이 녀석을 릴리스해 패의 [바바리안 킹]을 소환한다! 와라! [바바리안 킹]!"
거대한 곤봉을 짊어진 위대한 야만 용사의 왕이 필드에 나타난다.
헐벗은 다른 바바리안과는 다르게 하프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했고, 근육과 체격 또한 훨씬 컸다.
가히 '킹(King)'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한 모습이었다.
공격력은 무려 3000.
금방 클락 워크 나이트에 의해 2500으로 내려갔지만 전설의 레어 카드인 [푸른 눈의 백룡]과 동등한 수치였다.
"굉장해요! 혼다 씨!"
"나이스야! 혼다 군!"
"헤헷! 그럼 간다! [바바리안 킹]의 효과 발동! 내 필드의 전사족 몬스터를 임의의 수만큼 릴리스하고 그 수만큼 추가 공격 능력을 얻는다! 나는 바바리안 1호와 2호를 릴리스!"
하지만 혼다의 힘찬 외침과 달리 바바리안들은 필드에 남은 채였다.
얼레, 하고 혼다가 얼빠진 소리를 내자, 오토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바보야! 클락 워크 나이트의 효과를 잊었어? 필드의 몬스터는 전부 기계족이라고!"
"뭐라고옷!?"
종족 메타 카드가 강한 이유 중 하나였다.
같은 종족의 카드로만 덱을 만들면 쉽게 강해질 수 있으나, 이런 식으로 어깃장을 놓으면 쉽게 무너졌다.
혼다는 괜히 오오타를 째려보며 코 밑을 닦았다.
간만에 시즈카 앞에서 폼을 잡았는데, 망신 당한 것이 이유였다.
이유의 합리성은 어찌됐든 지금은 조금 전의 실수를 만회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배틀이다! 나는 [바바리안 킹]으로 [빅 바이퍼 T301]을 공격! 바바리안 크래시!"
바바리안의 왕이 힘차게 달려다가 초시공 전투기를 향해 곤봉을 휘두른다.
그 무지막지한 무기는 최첨단 전투기라도 해도 단번에 부술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 공격은 빅 바이퍼에게 닿지 못했다.
오오타의 함정이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함정 발동! [펄스 폭탄]! 이 턴, 상대 공격 표시 몬스터는 전부 수비 표시가 되고, 추가로 소환하는 몬스터도 턴 종료시까지 수비 표시가 된다!"
"큭! 젠장!"
강력한 전류가 솟구치며 [바바리안 킹]과 [바바리안 1호], [바바리안 2호], [자비심 깊은 수도녀]가 수비 표시로 돌아간다.
수비 표시 몬스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공격할 수 없었고, 혼다의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아요! 혼다 씨! 멋졌어요!"
"으, 으응! 그럼 나는... 카드 두 장을 덮어두고 턴 엔드다."
좋아하는 시즈카의 위로를 받았음에도 혼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리버스 카드를 2장이나 깔았지만 전부 블러프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세트한 카드는 [바바리안 레이지]와 [바바리안 하울링].
모두 전사족 서포트 카드였기에 클락 워크 나이트가 있는 한, 무의미한 카드들이었다.
"잠깐 기다려라. 네 메인 페이즈가 종료하기 전, [하이레이트 드로우]를 재차 발동한다. 내 필드의 [카드 트루퍼] 2장을 파괴하고 1장 드로우! 그리고 [카드 트루퍼]와 [보급 부대]의 효과 발동! 추가로 3장을 드로우!"
2장이었던 오오타의 패가 6장으로 늘어났다.
이래서야 변칙 듀얼로 얻은 패의 이점도 절반 이상 상실한 거나 다름 없었다.
그나마 위안을 찾자면 [하이레이트 드로우]가 제외되어 더는 재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일까.
"그리고 나의 턴이다. 드로우."
카드를 드로우하며 오오타는 패를 살폈다.
이번 드로우로 그의 패는 무려 7장.
반격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수였다.
"나는 마법 카드 [침묵의 죽은자]를 발동. 묘지의 [기가테크 울프]를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한다."
오오타의 필드에 두 체의 하급 몬스터가 모였다.
그렇다면 다음에 해야 할 것은 정해진 일이나 다름 없었다.
"나는 빅 바이퍼와 울프를 릴리스. [퍼펙트 기계왕]을 어드밴스 소환한다!"
우주에서나 날뛸 법한 슈퍼 로봇── [퍼펙트 기계왕]이 필드에 강림한다.
특수 합금으로 이루어진 그 신체는 [바바리안 킹]보다 더 컸고, 낼 수 있는 출력 또한 마찬가지였다.
[퍼펙트 기계왕]이 눈을 빛내며 파워를 끌어 올린다.
"[퍼펙트 기계왕]의 효과! 이 카드 이외의 필드의 다른 기계족 몬스터의 수 하나당 공격력을 500포인트 올린다. 따라서 퍼펙트 기계왕의 공격력은──."
퍼펙트 기계왕의 공격력이 솔리드 비전에 의해 나타난다.
초기 2700에서 클락 워크 나이트의 효과로 3200으로.
그리고 자신의 효과로 5200으로.
듀얼 몬스터즈에서 가장 공격력이 높다고 알려진 [F·G·D]보다도 높은, 터무니 없는 공격력이었다.
그 수치를 확인한 시즈카, 혼다, 오토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어서 장착 마법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발동. [퍼펙트 기계왕]에게 장착해 관통 효과를 부여한다!"
"공격력 5200에 관통 효과라고!?"
"사기 카드도 작작 쓰라고!!"
오오타는 혼다와 오토기의 항의를 한 귀로 흘리며 [퍼펙트 기계왕]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애송이들의 반발을 무시하는 것은 그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퍼펙트 기계왕]으로 [바바리안 킹]을 공격! 뉴 클리어 미사일!"
퍼픽트 기계왕 어깨에 달린 해치가 열리며, 엄청난 수의 미사일이 쏘아져 나간다.
아무리 야만 용사의 왕이라고 해도 그만한 공격을 받아내면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하물며 공격 표시도 아닌 수비 표시의 상태.
[바바리안 킹]은 채 수초도 견디지 못하고 단숨에 파괴되고 말았다.
"꺄아아악!"
"우와아악!"
"크아아억!"
그 가공할 위력에 시즈카, 혼다, 오토기가 뒤로 날아가 쓰러졌다.
신체에 전해진 데미지도 강렬했지만 그들의 라이프에 전해진 데미지도 만만치 않았다.
6500포인트였던 그들의 라이프는 단숨에 줄어 1900이 되어 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선 세 사람의 눈에 절망이 어리기 시작했다.
"흥. 포기하면 좋을 것을. 나는 리버스 카드 두 장을 덮어두고 턴 엔드다."
"내 턴이다. 드로우!"
겨우겨우 턴을 맞이한 오토기는 숨을 고르고 드로우한 카드를 바라보았다.
절망이 어렸던 그의 눈동자에 자그만 희망이 생겨났다.
"좋았어! 나는 필드 마법 [다이스 던전]을 발동! 이 카드의 발동시의 처리로 덱에서 [디멘션 다이스]를 패에 넣는다!"
"필드 마법이라고!?"
"이어서 마법 카드 [디멘션 다이스]를 발동! 내 필드의 몬스터를 릴리스해 덱에서 [스나이프 스토커]를 특수 소환한다! 시즈카 쨩!"
오토기의 눈빛을 본 시즈카는 그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비심 깊은 수도녀]가 빛이 되어 사라지고 커다란 주사위가 나타나 굴러졌다.
이내 주사위가 갈라지자, 장난끼 많은 악마가 나타났다.
화려하게 등장한 악마는 룰렛이 달린 광선총을 적에게 겨누며 낄낄거렸다.
"[스나이프 스토커]의 효과 발동! 패 1장을 버리고 필드 위의 카드 1장을 주사위 결과에 따라 파괴한다! 내가 파괴할 건 클락 워크 나이트다!"
"좋았어! 가라! 오토기!"
"힘내세요! 오토기 씨!"
[퍼펙트 기계왕]이 아니라 클락 워크 나이트를 먼저 노린 것은 혼다가 덮어둔 세트 카드를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세트 카드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으나, 혼다의 분위기와 이전 턴의 플레이로 전사족 서포트 카드인 것을 짐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오타는 그의 반격에 순순히 당해주지 않았다.
"카운터 함정 발동! [신의 통고]! 라이프 1500포인트를 지불하고 [스나이프 스토커]의 효과를 무효! 파괴한다!"
"큭! [스나이프 스토커]!"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며 장난끼 많은 악마가 파괴된다.
그럼에도 오토기는 투지를 잃지 않은 채 다음 플레이를 준비했다.
"혼다 군! 네 힘을 빌릴게!"
"그래! 얼마든지 해버려!"
"나는 [바바리안 1호]와 [바바리안 2호]를 릴리스! [갓오우거스]를 어드밴스 소환한다!"
친구의 몬스터를 희생해 오토기의 에이스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우거라는 이름이 붙은 그 몬스터는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오토기 최강의 전사였다.
오토기는 곧바로 그 이름을 외쳐 잠재력을 발휘시켰다.
그의 손에 나타난 세 개의 주사위가 필드를 향해 뻗어나갔다.
"[갓오우거스]의 효과 발동! 주사위 세 개를 굴려 그 눈의 합계만큼 공격력을 올리고, 같은 수의 주사위가 있으면 또 다른 효과를 얻는다! 다이스 롤!"
나타난 주사위의 결과는 2, 2, 6.
최고라곤 할 수 없어도 이 상황을 타개할 정도는 됐다.
"주사위의 합계는 10! 따라서 [갓오우거스]의 공격력은 1000포인트 올라간다! 그리고 [갓오우거스]는 다음 상대 턴 종료시까지 파괴되지 않아!"
[갓오우거스]의 공격력이 자신의 효과와 클락 워크 나이트의 효과를 받아 3000으로 상승한다.
반면, [퍼펙트 기계왕]의 공격력은 필드의 몬스터가 줄었다고 하나 3700.
나름 공격력을 올렸다곤 해도 아직 [퍼펙트 기계왕]이 우위였다.
그 사실을 확인하며 오토기는 최후의 도박을 시도했다.
"배틀 페이즈! [다이스 던전]의 효과를 발동! 서로의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굴려 결과에 따른 효과를 자신 몬스터에게 적용한다! 다이스 롤!"
"흥! 운을 시험해보자는 건가? 다이스 롤!"
6과 3.
오토기에게는 최고의, 오오타에게는 최악의 결과였다.
"좋았어! 크리티컬이다! [갓오우거스]의 공격력은 3000의 두 배! 6000으로 파워 업! 그리고 [퍼펙트 기계왕]은 3200으로 다운!"
"그런, 바보 같은?!"
"해치워버려! [갓오우거스]! 다이아몬드 블레이드!"
[갓오우거스]가 힘껏 치켜든 검이 [퍼펙트 기계왕]을 향해 내리쳐진다.
완벽하다고 알려진 슈퍼 로봇도 크리티컬을 터뜨린 오우거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막대한 데미지가 오오타를 덮친다.
"[퍼펙트 기계왕] 격파!"
"잘 했어! 오토기!"
"대단해요! 오토기 씨!... 어라?"
이변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시즈카였다.
연기가 걷히며 드러난 오오타의 필드에는, [갓오우거스]에게 패배했던 [퍼펙트 기계왕]이 그대로 남아 있던 것이다.
"어, 어떻게...!?"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 나는 [겟 라이드!]를 발동해뒀지. 이 카드의 효과로 묘지의 [강화지원메카-헤비 웨폰]을 장착했다."
[강화지원메카-헤비 웨폰]은 크게 두 가지 능력을 지닌 유니온 몬스터였다.
하나는 장착한 기계족 몬스터의 공격력을 500 올리는 효과였고, 다른 하나는 장착 몬스터가 파괴될 시 자신을 희생해 파괴를 막는 효과였다.
요컨데 헤비 웨폰의 능력으로 [퍼펙트 기계왕]의 파괴를 막고 데미지도 줄였다는 것이었다.
오토기를 입술을 깨물며 오오타의 라이프를 바라보았다.
그의 라이프는 3850으로, 아직 여유로운 상태였다.
"제길! 나는 카드 한 장을 덮어두고 턴 엔드다!"
[다이스 던전]의 효과가 종료되며 몬스터들의 공격력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것은 [퍼펙트 기계왕]과 [갓오우거스]의 우열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기도 했다.
"나의 턴이다. 드로우!"
오오타는 힘껏 드로우하며 패에 있는 기계족 몬스터를 확인했다.
기계족 몬스터가 충분하다면 그의 덱 마스터── 기계 군조의 효과로 끝장낼 수 있다.
덱 마스터 능력은 카드 효과가 아니므로 체인도 할 수 없기에, 더욱 안정적인 수단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패에 있는 기계족 몬스터는 한 장뿐이었다.
오오타는 아쉬움을 삼키며 뒤로하고 플레이를 진행했다.
패에 몬스터가 부족하다면 더 뽑으면 됐다.
"마법 카드 [탐욕의 항아리]를 발동! 묘지의 몬스터 5장을 덱으로 되돌리고 2장 드로우한다!"
[카드 트루퍼]의 효과와 지금까지의 플레이로 그의 묘지에는 몬스터가 풍족했다.
당연히 [탐욕의 항아리]의 코스트로 쓸 몬스터 수도 걱정할 필요 없었다.
새로이 카드 두 장을 뽑아든 오오타는 혀를 찼다.
이번에도 기계족 몬스터는 아니었다.
"나는 [강화지원메카-헤비 아머]를 소환. 그 효과로 묘지의 [강화지원메카-헤비 웨폰]을 특수 소환한다! 필드에 기계족 몬스터가 늘어났으니 [퍼펙트 기계왕] 역시 파워 업!"
[퍼펙트 기계왕]의 공격력이 3700에서 4700으로 상승한다.
[갓오우거스]를 넘어 적의 숨통을 끊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위협적인 수치였다.
오오타는 잠시 [퍼펙트 기계왕]을 바라보다 시선을 오토기에게 돌렸다.
오토기의 두 눈에 담긴 투지는 아직 꺾이지 않은 상태였다.
아마도 [다이스 던전]의 효과를 믿고 있는 것일 테지.
오오타는 그 희망을 짓밟기 위해 다시 한 번 묘지를 들추었다.
"묘지의 [갤럭시 싸이크론]의 효과 발동! 이 카드를 게임에서 제외하고 [다이스 던전]을 파괴한다!"
"큭...!"
"다시 주사위 장난질에 놀아날 순 없지. 그럼 배틀이다! [퍼펙트 기계왕]으로 [갓오우거스]를 공격! 뉴 클리어 미사일!"
다시 한 번 [퍼펙트 기계왕]의 해치가 열리며 미사일이 퍼부어진다.
[갓오우거스]는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검과 갑옷으로 그 공격에 버텨 냈으나, 플레이어에게 쏟아진 여파마저는 막지 못했다.
그 충격에 저항하며 오토기는 리버스 카드를 발동시켰다.
"함정 발동! [공격 무적화]! 이 배틀 페이즈 중, 우리가 받는 전투 데미지는 0이 된다!"
몬스터의 파괴도 불가능. 전투 데미지를 주는 것도 불가능.
실로 의미 없는 전투였고, 귀신 중사에게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였다.
"그렇다면 메인 페이즈 2로 이행. 나는 묘지의 [셔플 리본]의 효과를 발동! 이 카드를 게임에서 제외하고 필드의 [보급 부대]를 덱으로 되돌린다. 그리고 1장 더 드로우!"
강화지원메카가 2장이나 있는 이상, [보급 부대]는 의미 없이 자리만 차지 하는 카드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드로우 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나았다.
드로우한 카드를 확인한 오오타는 입술을 비틀었다.
바라던 기계족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나은 카드였다.
"마법 카드 [어둠의 양산 공장]을 발동!"
"그 카드는!?"
"묘지의 일반 몬스터 2장을 패에 넣는다. 나는 [기가테크 울프]와 [메카 팔콘]을 패로! 그리고 덱 마스터 능력 발동! 지원 포격!"
"우와아아아아악!!"
다시 한 번 포격이 쏟아지며 시즈카, 혼다, 오토기의 라이프가 줄어든다.
이제 남은 라이프는 900.
[퍼펙트 기계왕]의 공격이든, 덱 마스터 능력이든 어느 쪽이라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수치였다.
"그리고 [강화지원메카-헤비 아머]를 [퍼펙트 기계왕]에게 장비! 카드 두 장을 덮어두고 턴을 종료한다."
오오타가 헤비 웨폰이 아닌 헤비 아머를 장착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클락 워크 나이트와 [퍼펙트 기계왕]의 효과가 계속되는 한 공격력으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그 첫 번째.
그리고 그의 마법/함정 존이 가득 차버린 것이 두 번째였다.
만약 마법/함정 존이 6칸이었다면 헤비 웨폰마저 장착했으리라.
"[셔플 리본]의 디메리트로 남은 패 한 장을 제외하지."
오오타의 선언에 시즈카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다시 한 번 맞이한 그녀의 차례.
남은 힘을 쥐어짜 힘껏 드로우한다.
"제 턴... 드로우!"
시즈카는 패를 확인하고 분위기를 살폈다.
만약 그들에게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번 턴이 마지막 기회인 것은 명확했다.
'공장의 귀신 중사' 오오타 소이치로는 더 이상 애송이들의 장난을 받아줄 남자가 아니었으니까.
분명 다음 턴으로 넘어간다면 즉시 그들의 숨통을 끊을 게 뻔했다.
"시즈카 쨩! 내 [갓오우거스]의 힘을 써줘!"
"네! 저는 [갓오우거스]의 효과를 발동합니다. 다이스 롤!"
시즈카의 손에서 뻗어나간 주사위가 필드에서 멈춰선다.
3, 4, 3.
그 효과로 [갓오우거스]의 공격력이 재차 1000포인트 올라가고, 시즈카는 2장 드로우했다.
'하지만 [갓오우거스]의 공격력으로는 [퍼펙트 기계왕]을 이길 수 없어.'
[갓오우거스]의 공격력은 3000이었으나, [퍼펙트 기계왕]의 공격력은 4200이었다.
필드에 있는 헤비 웨폰을 치운다면 조금 낮아지겠지만 그걸로는 의미 없었다.
오오타의 에이스 몬스터 [퍼펙트 기계왕]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다른 몬스터가 필요했다.
그걸 위해서, 시즈카는 자신의 묘지를 잠시 살폈다.
그녀의 묘지에 승리를 향한 열쇠가 숨겨져 있었다.
"갑니다! 저는, 마법 카드 [죽은 자의 환생]을 발동! 패 한 장을 버리고 묘지의 [어니스트]님을 패로 되돌립니다!"
"하지만 [갓오우거스]는 어둠 속성. [어니스트]의 효과를 받지 않아."
"그러니까 이 카드에요! 마법 카드 [융합 징병]! 엑스트라 덱의 [성녀 잔느]님를 공개하고 그 소재 몬스터를 덱/묘지에서 패에 넣습니다. 저는 묘지의 [자비심 깊은 수도녀]님을 패로!"
[융합 징병]을 발동한 것으로, 그곳에 있던 모든 듀얼리스트가 그녀의 계획을 눈치챘다.
둘 이상의 몬스터를 하나로 뭉쳐 더 강력한 몬스터를 소환하는 융합 소환.
그녀가 노리는 것은 그것이 분명했다.
시즈카는 패로 돌아온 [자비심 깊은 수도녀]와 [타락천사 마리]를 보고 잠시 숨을 골랐다.
그녀의 패에는 융합 소환에 반드시 필요한 [융합]이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그녀는 그 문제를 타파할 열쇠를 갖고 있었다.
"저는 덱 마스터── [심안의 여신]님의 효과를 발동하겠어요! 패를 한 장 버리고, 융합 없이 융합 소환을 실행합니다! 퓨저닉 아이!"
"융합 없이 융합 소환이라고?!"
"굉장해! 시즈카 쨩!"
융합의 소재가 될 두 몬스터가 필드에 나타난다.
깊은 신앙심을 갖춘 수도녀.
신앙을 잃고 타락한 천사.
두 몬스터가 시공간과 함께 일그러지며 하나가 된다.
"융합 소환! 와주세요! [성녀 잔느]님!"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금색 단발 머리의 여기사가 필드에 나타난다.
그 이름은 잔느.
여인의 몸으로, 위기에 처한 조국을 지켜낸 영웅의 이름을 지닌 몬스터였다.
그녀의 속성은 당연하게도 빛 속성.
[어니스트]의 축복을 받아, [퍼펙트 기계왕]을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속성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혼다와 오토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제 남은 것은 [퍼펙트 기계왕]에 장착된 헤비 아머를 미리 파괴하는 것뿐.
그리고 시즈카는 [마법 제거]라는, 그 수단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함정 발동. [격류장]! 필드의 모든 몬스터를 파괴한다!"
"에...?"
오오타는 그것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해일에 모든 가능성이, 희망이 사라져 간다.
[갓오우거스]도, [성녀 잔느]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견디지 못했다.
그 압도적인 물의 폭력을 견딜 수 있던 것은 미리 방패를 들고 있었던 [퍼펙트 기계왕]뿐.
"[퍼펙트 기계왕]은 장착된 헤비 아머를 묘지로 보내고 파괴를 면한다. 자, 이제 끝인가? 아가씨."
오오타의 말에, 시즈카는 흔들리는 정신을 붙잡으며 남은 패를 바라보았다.
묘지에서 회수했던 [어니스트].
앞면 표시 마법을 제거할 수 있는 [마법 제거].
마지막 한 장은, 지금 당장은 소환할 수 없는 몬스터였다.
"그, 그게..."
"포기하지 마! 시즈카 쨩!"
"그래! 혼다 군의 말이 맞아! 다른 빛 속성 몬스터는 없는 거야? 굳이 [성녀 잔느]가 아니라도 [어니스트]의 서포트를 받을 수만 있다면!"
"이, 있어요! 하지만... 레벨 8의 몬스터라서."
레벨 8의 몬스터를 일반 소환하기 위해서는 2장의 릴리스가 필요했다.
그러니 아직 일반 소환권이 남아 있다고 해도 레벨 8의 몬스터를 소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오토기는 승부를 포기하지 않은 채 다른 방법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그렇지! [심안의 여신]이야! 그 몬스터도 빛 속성이잖아!"
"유감이지만 그것도 무리다. 덱 마스터는 그 능력을 발휘한 턴에는 소환할 수 없다. 알고 있을 텐데?"
"그런...!"
이제 시즈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니스트]를 수비 표시로 소환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장착한 [퍼펙트 기계왕]이 어니스트의 수비를 넘어 시즈카를 관통할 테니까.
"안되는 건가..! 릴리스할 몬스터가 1장만이라도 남아 있었더라면 어떻게든 됐을 텐데...!"
"...이봐, 오토기. 그게 무슨 소리야?"
혼다의 물음에 오토기는 힘 없이 듀얼 디스크의 묘지 존을 가리켰다.
"내가 [스나이프 스토커]의 코스트로 버린 건 [아마릴리스]야. 몬스터를 어드밴스 소환할 때, 릴리스에 필요한 수를 하나 줄여줄 수 있다고. 하지만 레벨 8이라면..."
"... 하나면 되는 거야?"
"뭐? 그렇긴 한데, 뭘 어떻게 하려고?"
혼다는 오토기의 물음에 씩- 미소로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오토기는 재수 없긴 해도 능력 있는 남자였다.
그저 막무가내에 힘 쓰기 전문인 그에 비하면, 폼은 폼대로 잡고 아무 것도 못한 그에 비하면 훨씬 나은 남자였다.
그러니까, 혼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오직 혼다 히로토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임무를.
"오토기. 시즈카 쨩을 부탁해."
"뭐? 잠깐! 너, 설마...!"
"나는 나의 덱 마스터── [레어메탈 나이트]를 필드에 소환한다!"
혼다의 명령을 들으며 [레어메탈 나이트]가 세 사람의 필드에 올라선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혼다 씨!"
"미안해. 시즈카 쨩. 이런 것밖에 하지 못하는 남자라서."
"그런...!"
"약속했지? 반드시 죠노우치에게 데려다 주겠다고. 그러니까... 이제 저 늙다리 아저씨를 날려버리라고!"
혼다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오토기를 바라보았다.
그의 강한 의지가 담긴 눈빛에 오토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나는, 묘지의 [아마릴리스]의 효과를 발동! 이 카드를 게임에서 제외하고, 이번 턴! 어드밴스 소환에 필요한 릴리스 수를 하나 줄인다! 시즈카 쨩!"
이걸로 조건은 모두 갖추어 졌다.
남은 것은 무거운 결단을 내리는 것뿐.
혼다는 망설이는 시즈카에게 엄지를 치켜 보이며 미소 지었다.
그것이 남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여자는, 그런 남자의 마지막 바램에 응해야 했다.
"저는, 저는 혼다 씨의 [레어메탈 나이트]를 릴리스합니다! 그리고 [가디언 엔젤 잔느]를 어드밴스 소환!"
레어메탈로 전신을 감싼 기사가 빛이 되어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시즈카의 기사였던 혼다의 몸도 사라져 갔다.
혼다는 빛과 함께 사라져가며 오토기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부탁해, 라고.
오토기는 그 부탁에, 힘찬 목소리로 답했다.
"아아! 맡겨둬! 반드시 시즈카 쨩을 지켜내겠어! 이 순간, 나의 덱 마스터── [속공의 검은 첩자]의 능력을 발동한다! 패 두 장을 버리고, 상대 필드에 세트된 카드를 내 카드로 사용해!"
"뭐라고?! 그렇다면 체인을...! 앗!"
덱 마스터의 능력은 카드의 효과가 아니기에 체인해서 발동할 수 없다.
강력한 효과임에도 오토기가 지금껏 검은 첩자의 능력을 발휘하지 않은 이유는, 그 사실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였나! 나는 속공 마법 [리미터 해제]를 발동! 기계족 몬스터의 공격력을 두 배로 한다!"
"하지만 [가디언 엔젤 잔느]는 천사족이다! 그 효과는 불발이야!"
"잊은 거냐? 클락 워크 나이트의 효과로 잔느도 기계족이 되었다고!"
천사의 날개와 링을 달고 나타난 잔느가 모든 힘을 끌어 모은다.
그 공격력은 클락 워크 나이트의 마수에도 불구하고 5100.
퍼펙트 기계왕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막강한 수치였다.
"시즈카 쨩!"
"네! [가디언 엔젤 잔느]로 [퍼펙트 기계왕]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이 순간, 다시 한 번 [어니스트]의 효과를 발동! 잔느의 공격력에, 상대 몬스터의 공격력을 가산합니다!"
잔느가 거대한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 오른다.
기계가 되었어도, 육신을 잃어도 그녀의 영혼은 여전히 빛에 있었다.
그녀의 손에 빛으로 이루어진 검이 쥐어진다.
그리고 그 검은, 힘차게 적을 베어낸다.
"홀리 소드!"
8800까지 치솟은 공격력 앞에 [퍼펙트 기계왕]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미처 막아내지 못한 남은 데미지는 오오타를 향해, 아니── 기계 군조를 향해 쏟아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윽고 충격의 후폭풍이 사라지며 텅 빈 필드가 드러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필드에 군림하며 엄청난 존재감을 보였던 [퍼펙트 기계왕]도,
[퍼펙트 기계왕]의 주인이자, 공장의 귀신 중사라 불렸던 오오타 소지로도 그곳에 없었다.
그곳에 남은 사람은 오직 둘 뿐이었다.
시즈카와 오토기.
세 사람이 아닌, 두 사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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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삘이 와서 쓱싹.
후반으로 갈 수록 조금 날림인 느낌이긴 하네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본문
[팬픽] 유희왕 DM 106화, 리콘트랙트 유니버스: 기계 군조의 습격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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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와라는 다른 클리어 시리즈부터 OCG화되어야... | 23.11.28 23: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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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 | 23.11.29 19:3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