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호를 제외하면, 서브 시나리오는 모든 일에 흑백을 가리려고 했던 이데아가 흑백으로 단순하게 나눌 수 없는 많은 일을 체험하면서 국가의 수장으로서 독자적인 관점을 갖추게 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전작에서 흑백논리를 극복했었는데 새삼스레 또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이거라도 없었으면 BS의 이데아는 그냥 전투+개드립 셔틀일 뿐이니 비중 조절 문제 때문에 이런 식으로 처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는 서브 시나리오들의 퀄리티가 정말 저질이라는 겁니다. 메인 시나리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눈감아 주더라도 말이죠. 서브 시나리오들의 기승전결 모두 엉망이지만 특히 기 부분이 심각한데, 아니에스가 납치당하고 서둘러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주인공 파티가 개입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게임이니까' 하고 스스로를 설득해야 납득할 수 있는데, 문제는 BS 메인 시나리오 최종 전투의 이벤트는 플레이어가 BS의 세계에 충분히 몰입하지 않으면 전혀 임팩트를 가질 수 없다는 거죠. 개드립으로 점철된 저질 서브 시나리오로, 그나마 괜찮은 몇 안 되는 부분조차 망쳐버린 겁니다.
전작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망치는 것도 꽤 심각한데, 사실 이건 동인 작품에서 흔히 보이는 경향입니다. 짧은 내용으로 승부하려다 보니 캐릭터의 한 단면만 극단적으로 돌출시키게 되고,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망가지는 거죠. 문제는 BS는 동인 작품이 아니라 정식 후속작이라는 거고, 캐릭터의 한 단면을 강조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다른 놈을 갖다놓고 껍데기만 씌워놓은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 시나리오 라이터가 BD를 직접 해보지는 않고, 설정 자료만 받아다가 작중에 나오지 않은 뒷설정을 써먹은게 아닐까요? 아니면 그냥 얼간이일 수도 있겠지요.
서브 시나리오가 정말정말 저질이라서 상대적으로 낫긴 한데, 메인 시나리오 쪽도 그다지 양호하진 않습니다.
BS의 메인 시나리오는 전반적으로 BD를 뒤집은 형태입니다. 요정의 말에 따라 무녀와 함께 크리스탈을 찾아다니는 쪽이 적이고, 에타르니아 공국에서 여정이 시작되어 칼디스라 왕국에서 끝나죠. 이런 구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정식 후속작에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확장팩에 어울리는 형태가 아닐까요?
확장팩 후속작 운운하는 건 그냥 제 취향 문제일 수도 있으니 이만 넘어갑시다. BS의 메인 시나리오에는 매우 큰 문제가 있는데, 1~5장과 종장의 연결 고리가 매우 헐겁다는 겁니다. 1~5장은 '제국이 요정에게 속아서 뻘짓했다'로 요약할 수 있고, 종장은 그 뒷수습입니다. 이런 구도 자체는 BD도 동일하지만, 일단 BS는 개연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안네는 달을 제거하기 위해서 음모를 꾸몄다는데, 매그놀리아는 디아만테 때문에 달이 망했다고 합니다. 안네가 노르엔데 폐허를 통해 마왕을 출현시킨 걸 보면 여력이 없어서 못 보낸 게 아니라 달이 문제가 되어서 안 보냈다는 건데, 그냥 마왕을 한둘 더 보내서 망해가는 달을 완전히 밟아버리는 게 훨씬 간단했을 겁니다.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교훈을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요?
개연성 외에도 정말로 1~5장과 6장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1~5장은 유우의 이야기이고, 이 이야기는 뜬금없이 요호 서브 시나리오에서 마무리됩니다. 게다가 그 마무리 방식이 참...... 데니 관짝에 못질하고 싶었나 봅니다. 6장은 알타일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체 시나리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던 BD에 비해 영 부자연스럽더군요.
BD, FtS를 재미있게 했고 BS도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지만, BT가 나온다면 신중하게 평가를 살펴본 후 구입 여부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BS 엔딩 보니 왠지 소드랑 서드 가지고 말장난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냥 기분으로 끝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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