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ase #2
4
추격자가 있는 것을 눈치 챈 것은, 움막을 나선 직후였다.
몸은 잘 숨기고 있지만, 살기까지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싸움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혹은 실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뒷세계에 발을 들인 인간에게 잘 드러나는 특징이다.
(등뒤가 따끔따끔 하네. 이런 녀석들이 잘도 뒷거래를 하고 있군)
뒤를 돌아보며, 달려들어 발로 상대방의 다리를 쳐내고, 숏어퍼컷으로 위장을 쳐올리면, 쉽사리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명백했다.
그러나, 일부로 상대할 것도 없이, 토니는 마냥 걸어간다.
어떻게 움직이면 가장 귀찮은 일 없이 끝날지, 계속 생각하던 그는, 결국 하나의 결론에 다달았다.
머리를 치면, 더이상은 못싸운다.
너무나도 단순한 진리.
추격자를 처리하는 것보다, 지시를 내리고 있는 오즈 클럽을 치는 편이, 훨씬 간단하다.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실행한 적이 없는 그 선택을, 토니는 망설이지 않고 선택한다.
그러나 '클럽'이라고는 하지만, 딱히 간판을 내놓고 어딘가에 있는 건물에 앉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클럽을 운영하는 노인들 외에, 그 전모를 알고 있는 자는 많지는 않을 것이다.
본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윗대가리를 골라, 착실하게 정보를 모을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역시, 가까운 곳부터 알아볼까?"
이런이런, 하고 한숨을 쉰 후의 토니의 행동은, 신속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그 갑작스런 행동은, 확실하게 추격자들의 틈을 찔렀다.
토니와 눈을 맞추고, 얼어붙은 추격자는, 두명.
아직 젊은, 어린애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이봐, 좀 물어볼 것이 있는데?"
오히려 친근감마저 들게 하는 질문을 던진 토니에게, 그들은 소리를 지르며 방아쇠를 당겼다.
맞추질 못한다.
겨우 십미터 정도밖에 안되는 거리임에도, 조준을 할 수가 없다.
경험이 없다는 것이, 그 둘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그악......?"
한명이 기묘한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강렬히 키스한다.
앞니가 튀고, 쇠골이 부러진다.
길버만큼은 아니지만, 눈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스피드로 간격을 좁히며, 위장에 강타를 날린것이다.
토니로서는 상당히 힘을 뺀 일격이었지만, 충분하고도 남을 위력이다.
그 광경을 곁눈으로나마 잡으면서도, 또 한명은 단번에 냉정함을 잃어버렸다.
소년이라고 해도 될 분위기를 풍기는 얼굴에, 공포만이 남겨졌다.
"우와아아악!"
엄청난 기세로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나, 그곳에 토니의 모습은 없었다.
"잘 못들은 거야? 나는 잠깐 물어볼게 있을 뿐이라고."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경악한 그 순간, 그의 총에는 더이상 탄환이 남아있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위장에 강렬한 충격을 느끼고, 소년은 위액을 토해내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런 복부에는 여전히 토니의 오른주먹이 박혀져 있었다.
"나는 이래뵈도 요령이 없어서 말야, 봐준다는 걸 잘 못한다고. 이러고 있긴 해도, 네 등뼈까지 부러뜨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해."
터프한 미소를 띄우며, 토니는 소년을 내려다본다.
만든지 얼마 안된 코트가 바람에 휘둘려, 진홍의 날개와 같이 펄럭이고 있다.
그 모습은 소년에게 있어, 피를 뭍히고 있는 악마의 모습, 그 자체였을 것이다.
"자, 그럼. 한 번 들어볼까. 너한테, 나를 노리도록 명령한 놈은, 지금 어디에 있지?"
토니의 질문에, 소년을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한다.
격이 다르다는 것을, 소년은 죽음에의 공포와 함께 맛본 것이었다.
몇시간이 지난 후, 토니는 번화가의 한 구석에 서있었다.
불쌍한 소년을 시작해서, 그로부터 이십명 가까의 붙잡고는, 상냥하게 ── 그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상냥한 모습으로 질문을 되풀이 해, 겨우 도달한 것이 이 장소였다.
고참 깡패 한명이 뱉어낸, 오즈 클럽 멤버들이 모여있는 장소.
한 낮에는 아마도 평화로울, 뒷세계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인간들로 북적대고 있을 터인 그 장소에는 지금,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시각은 심야, 그가 움막을 나선 후부터 여섯시간 이상이 경과하고 있었다.
"이런 장소에 말이지......"
토니가 올려다보고 있는 빌딩은, 아무런 특징도 없는, 어느 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평벙함 인간이라면, 그곳에 뒷세계의 인간이 둥지를 틀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토니는 눈치채고 있었다.
밤바람에 실려 온, 피와 화약과 금속이 섞인, 독특한 냄새.
제 아무리 고상하게 꾸며놓아도 결코 숨길 수가 없는, 죽음의 향기.
그리고 또 하나, 그 외에는 알아챌 수 없는, 검은 기백.
신경 한가닥 한가닥, 질퍽하게 휘감겨오는, 부패한 어둠의 공기.
"............"
토니는 아무말 없이 등뒤에 장검을 뽑아들었다.
되도록이면 총 쪽이, 이런 건물 안에서는 쓰기 쉽다.
그러나 운 없게도, 그의 홀스터는 비어있었다.
추격자를 잡아 족치는 도중에, 닐의 가게에도 들렸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기회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수상한 공기, 라는 느낌이군.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발견해 낼 줄이야."
비아냥 거리듯이 그렇게 말하곤, 눈을 감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 표정에서 가벼움이 사라진 그 순간이었다.
다아아안테에에에.
그 목소리었다.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인간 아닌 자들의 검은 목소리.
그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자 마자, 토니는 팟하고 눈을 뜨곤, 무서운 기세로 지면을 차며 뛰어올랐다.
굳건히 닫혀있는 정면현관의 대문을, 문답무용의 검으로 쳐부순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빌딩 안에 뛰쳐들어간 후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들려온다.
바깥보다 훨씬 짙은 어둠의 공기가, 무인의 빌딩에 충만해져 있었다.
토니는 멈추지 않았다.
검을 한손에 쥐고, 망설임 없이 뛰어간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그런 그의 등을 목소리만이 쫓아온다.
멈춰져있는 에스컬레이터를 단번에 뛰어올라가, 마치 무엇인가에 끌려가듯이 똑바로, 그는 최상층의 한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동시에 그를 둘러싼 주의의 어둠은 한 층 더 깊어진다.
자세히 보니, 아무것도 없을 터인 어둠의 허공에,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무엇'인가의 얼굴이 떠오르고는 다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한발자국씩 앞으로 갈 수록, 공기는 질퍽한 점막질로 된 다른 존재로 변화하여, 양발을 감싸쥐듯이 둘러쌓았다.
마치 깊은 진흙 위를 걷는 듯했다.
이미 토니가 있는 장소는, 사람의 존재가 허용되는 세계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곳은 이미 '마계'라는 존재에, 한없이 가까운 장소로 변질되어있었다.
"하앗, 하앗!"
호흡이 거칠다.
무한의 체력을 자랑하는 토니도,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 상당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는 한없이 길게 뻗어있고, 쳇바퀴에 갇힌 다람쥐와 같이, 그 끝없는 길을 영원히 달려나가야만 하는 저주라도 걸린 듯한 ── 그런 불길한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기 시작한 그때였다.
불연듯이, 토니의 눈 앞에는 거대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문이 출현해있었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단순하고 장식되어져 있지 않은 방화문.
그 저편에, 그가 찾고 있던 오즈 클럽의 간부들이 있을터였다.
그러나 그 저편에서 풍겨져 오는 것은, 아직 온기를 잃지 않은 피의 냄새.
그리고, 더욱 농밀한, 검은 기백.
"────!"
험한 표정을 지으며, 토니는 문을 걷어 찼다.
동시에, 오른손에 쥐고 있던 장검을 거침없이 휘두른다.
으으으, 라는 소리가 그 대답이었다.
그의 칼날이, 확실하게 '무언가'를 베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건물의 반이 마계로 변한 이 장소에 걸맞는, 기분나쁜 목소리를 울려대고 있던 존재.
"이곳을 본거지로 쓸 생각인거냐...... 악마새♡들!!"
토니는, 조용한, 그러나 한없이 강렬한 감정을 죽이고 있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그를 향해 덤벼드는, 검은 그림자 ── 그것은 칠흑의 망토를 몸에 두르고, 사신의 대낫을 쥐고있는,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에서나 등장할 법한 악마의 모습이었다.
캬아아아, 라는, 사람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목소리.
악마는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로 공중을 돌며, 토니에게 달려든다.
"......늦어."
모욕적인 감상과 함께 내지른 토니의 대답은, 검으로의 참격이 아니었다.
베어들어오는 악마의 안면에, 충분한 회전과 체중을 실은, 망설임 없는 왼쪽 훅을 내지른다.
그리고는 왼쪽 무릎, 그리고 오른쪽 손톱의 연속공격이 악마를 덮친다.
물리적인 의미로써의 육체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악마였지만, 그 가면과 같은 얼굴에는 분명한 고통의 표정이 떠올라, 결국 소리없이 사라져갔다.
그 일순간에 벌어진 일에, 방에 출연해있던 악마들이 한순간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인간따위가, 자신의 육체 하나로 악마를 소멸시켰다는, 믿지 못하는 현실에.
씨익하고 차가운 웃음과 함께, 도발하는 듯이 손을 까딱거린다.
형태는 분명이 인간이지만, 어떻게 보든, 토니 쪽이 악마와 같은 냉정함과 강함을 갖추고 있었다.
"왜그래, 쫄은거냐? 그렇다면 이쪽에서 간다."
선언과 함께, 방에 휘몰아치는 것은 한줄기의 돌풍.
더이상 풋워크라고는 부를 수 없는 스피드로 움직이며, 실수없는 치명상을 입히고 있는 토니와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존재는, 이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어쩔 도리없이 맞아가며, 갈기갈기 어둠으로 산화되기만 하는 악마들에게는, 반격은 켜녕 도망의 여유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그의 주먹, 혹은 발차기가 뚫고간 그 순간, 악마들은 소리없는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밉다, 밉다......)
(우리들 어둠의 헌신이, 이리도 쉽게)
(살려줘...... 제발, 살려줘)
이구동성으로 외쳐대는 그들의 비명은, 방안을 휘감는다.
"좋아, 질러대라고! 더 울부 짖으라고!!"
이미 쓰러져갈 뿐인 목각인형으로 변한 악마들을 처치해 나가며, 토니는 외쳤다.
폭풍우와도 같이 미쳐날뛰는 그의 발밑에는, 인간의 시체들이 굴러다녔다.
그가 좀 더 냉정했다면, 그것들 전부가, 그가 쳐리하려 쫓아다니던 오즈 클럽의 중역들이라는 것을 알아챘을지도 몰랐다.
그걸 알아챘다면, 누가 그들을 살해했는가, 라는 당연한 의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뇌에서는 이미, 오즈 클럽에 대한 것은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그 눈에 비추는 것은, 단지 울부짖는 악마들의 모습뿐이다.
언젠가, 굴과 함께 조우한, 살아있는 시체.
원래 덴버스였던 살아있는 시체와 함께 출현한, 반만 실체화된 검은 그림자.
그리고, 마계와 같이 어둠에 둘러쌓인 건물과, 거의 완전한 실체화를 이룬 그림자들.
점전, 그러나 확실히, 그들은 인간 세계를 침식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을 것이다.
그러나 토니는, 공포를 느끼기는 커녕, 고양되는 무엇인가에 떠밀려, 환희에 떨고 있는 듯했다.
"으랴!"
강렬한 오른 하이킥을 정면에서 맞고는, 몇마리의 악마들이 한꺼번에 소멸한다.
"아직 안끝났어!"
왼쪽 돌려차기에서 공중 이단 차기, 그리고 내려차기로 이어지는 발놀림만의 연속공격에, 열마리에 가까운 악마들이 말려들어, 검은 재로 변했다.
"하아앗!"
질풍노도와 같은 좌우 스트레이트 난타가, 그나마 방에 남겨져있던 전의상실 상태의 악마들을 관통하여, 분쇠한다.
──방에 들어오고 나서 경과한 시간은 겨우 일분정도였다.
그러나 이미, 그 곳에는 단지,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토니의 모습밖에 없었다.
그렇게도, 방 안을 채울 것만 같을 정도로 있었던 악마들의 모습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그 후,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굉장하군......"
조용한, 한숨과 같은 목소리.
거친 숨이 아직 남아있는 채로, 거의 무방비 상태였던 토니는, 그 목소리에 겨우 자신을 되찾았다.
"누구냐!?"
완전히 타이밍을 놓친 것을 통감하면서, 목소리가 들린 방향로 뒤돌아 본다.
그곳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그림자가 하나, 조용히 서있었다.
기백을 완전히 죽이고, 존재마저도 확실하지 않을 정도의 그 상대는, 토니가 알고있는 자였다.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거지, 신입"
"일이야, 신경쓰지 마."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는, 몇겹이나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신입, 길버의 모습이었다.
우아하기까지 한 그의 행동은 여전했지만, 오른손에 쥐어진 검은 질척하게 피에 젖어있었다.
"엔쵸와 연이있는 경찰기관의 거물이, 오즈 클럽의 실태조사를 신청했었어. 엔쵸는 너에게 부탁할 모양이었던 듯하지만"
"그 내가 녀석들의 표적이 되어버렸으니, 대신 일을 받게 된건가?"
"너 자신이 부탁했잖아? 기억하고 있나, 네가 말했던 것을."
길버의 말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기묘한 자신감에 차있었다.
어제밤, 토니와 호각으로 싸운것을 봐도, 그 실력은 확실하게 보증이 서 있었지만, 그것뿐만이 아닌, 더욱 다른 무엇인가에 근거된 자신감 같았다.
"글쎄...... 나는 그다지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그 때가 되서 겨우, 토니에게 방안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바닥에 쓰러져, 혹은 소파에 깊히 파묻힌 채로 죽어있는 노인들의 시체만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시체의 수는, 전부 열세구.
"......악마의 수법, 은 아닌 것 같군.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짓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엽기적인것 같지만."
토니는 가까이에 있던 몇구의 시체를, 손끝으로 가볍게 굴려보았다.
그 전부가, 심장 부분에 검은 구멍이 뚫려, 시커먼 피를 흘리고 있었다.
"분명히. 이것은, 꽤나."
길버는, 그 이상은 말하지 않고, 조용히 방안을 둘러본다.
"취미가 나쁜 살해방법이군. 심장을 빼갔으니 말야 ── 이봐, 이녀석은 설마 네가......"
토니의 시선이, 길버의 검 위에서 멈춘다.
아무리 곱게 봐준다고 해도, 그 검은 사람을 막 베어버린 상태이다.
그러나, 그 시선을 정면에서 받으면서도, 길버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다.
"바라지도 않는, 게다가 부탁받지도 않는 살인을 할 정도로, 피에 굶주리지는 않았어."
"......어떨까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토니는 고개를 휘저어, 다시 길버에게 몸을 돌린다.
살인은 불쾌하지만, 이 노인들이 죽은 걸로, 결과적으로 그는 더이상 쫓기지 않게되었다.
완전히 납득한 건 아니지만, 상황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뭐, 좋아. 그래서, 넌 지금, 여기서 무엇을, 어디까지 봤지?"
한마디 한마디 곱씹는 듯이, 천천히 묻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질문이 더 중요했다.
비현실세계의 괴물 ── 악마와의 사투를 보고서, 길버는 무엇을 생각한 것인가.
그러나, 대답하는 길버의 얼굴에 표정은 없다. 그 목소리도, 태도에도 흔들림이 없다.
"있는 그대로, 전부, 봤다."
"악마 녀석들과 내가, 한판 벌였던 것도?"
"모든것을 ── 물론, 그것을 악마라고 한다면, 말이지."
"쫄지도 않았다는 건가. 굉장한 놈이군."
그대로 토니는 조용히, 그러나 위협하는 듯이 길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주 서있는 길버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조용히 토니를 바라본다.
아무말 없이 부딪힌 시선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서로의 마음 속을 상대방에게 전한다 ── 그러나 그것은 차가운, 아픔마저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눈싸움에 가까웠다.
"......맘에 들었어, 신입. 그 빌어먹을 배짱도 멋지군."
먼저 입을 연것은 토니였다.
그의 입끝이 가볍게 풀어진다.
"굴 녀석 마저도, 쫄아서 움직이지 못했었는데 말야. 그걸 보고도 그렇게 냉정하게 있을 수 있다는 건, 상당한 거물이라고."
"공포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 아니야. 그러나, 필요이상의 공포는 자신을 죽이게 돼. 그렇지 않은가?"
"그래, 맞아. 그말대로야."
어깨의 힘을 빼며, 토니는 길버의 어깨를 가볍게 친다.
지신이 인정한 상대방에게만 보이는, 그 나름대로의 친밀감의 표현이었다.
"어서 오라고, 신입. 뒷풀이로 한잔 하자."
"그 워커라면 사양하지. 솔직히, 아직까지 두통이 가시질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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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끝
4
추격자가 있는 것을 눈치 챈 것은, 움막을 나선 직후였다.
몸은 잘 숨기고 있지만, 살기까지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싸움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혹은 실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뒷세계에 발을 들인 인간에게 잘 드러나는 특징이다.
(등뒤가 따끔따끔 하네. 이런 녀석들이 잘도 뒷거래를 하고 있군)
뒤를 돌아보며, 달려들어 발로 상대방의 다리를 쳐내고, 숏어퍼컷으로 위장을 쳐올리면, 쉽사리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명백했다.
그러나, 일부로 상대할 것도 없이, 토니는 마냥 걸어간다.
어떻게 움직이면 가장 귀찮은 일 없이 끝날지, 계속 생각하던 그는, 결국 하나의 결론에 다달았다.
머리를 치면, 더이상은 못싸운다.
너무나도 단순한 진리.
추격자를 처리하는 것보다, 지시를 내리고 있는 오즈 클럽을 치는 편이, 훨씬 간단하다.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실행한 적이 없는 그 선택을, 토니는 망설이지 않고 선택한다.
그러나 '클럽'이라고는 하지만, 딱히 간판을 내놓고 어딘가에 있는 건물에 앉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클럽을 운영하는 노인들 외에, 그 전모를 알고 있는 자는 많지는 않을 것이다.
본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윗대가리를 골라, 착실하게 정보를 모을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역시, 가까운 곳부터 알아볼까?"
이런이런, 하고 한숨을 쉰 후의 토니의 행동은, 신속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그 갑작스런 행동은, 확실하게 추격자들의 틈을 찔렀다.
토니와 눈을 맞추고, 얼어붙은 추격자는, 두명.
아직 젊은, 어린애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이봐, 좀 물어볼 것이 있는데?"
오히려 친근감마저 들게 하는 질문을 던진 토니에게, 그들은 소리를 지르며 방아쇠를 당겼다.
맞추질 못한다.
겨우 십미터 정도밖에 안되는 거리임에도, 조준을 할 수가 없다.
경험이 없다는 것이, 그 둘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그악......?"
한명이 기묘한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강렬히 키스한다.
앞니가 튀고, 쇠골이 부러진다.
길버만큼은 아니지만, 눈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스피드로 간격을 좁히며, 위장에 강타를 날린것이다.
토니로서는 상당히 힘을 뺀 일격이었지만, 충분하고도 남을 위력이다.
그 광경을 곁눈으로나마 잡으면서도, 또 한명은 단번에 냉정함을 잃어버렸다.
소년이라고 해도 될 분위기를 풍기는 얼굴에, 공포만이 남겨졌다.
"우와아아악!"
엄청난 기세로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나, 그곳에 토니의 모습은 없었다.
"잘 못들은 거야? 나는 잠깐 물어볼게 있을 뿐이라고."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경악한 그 순간, 그의 총에는 더이상 탄환이 남아있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위장에 강렬한 충격을 느끼고, 소년은 위액을 토해내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런 복부에는 여전히 토니의 오른주먹이 박혀져 있었다.
"나는 이래뵈도 요령이 없어서 말야, 봐준다는 걸 잘 못한다고. 이러고 있긴 해도, 네 등뼈까지 부러뜨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해."
터프한 미소를 띄우며, 토니는 소년을 내려다본다.
만든지 얼마 안된 코트가 바람에 휘둘려, 진홍의 날개와 같이 펄럭이고 있다.
그 모습은 소년에게 있어, 피를 뭍히고 있는 악마의 모습, 그 자체였을 것이다.
"자, 그럼. 한 번 들어볼까. 너한테, 나를 노리도록 명령한 놈은, 지금 어디에 있지?"
토니의 질문에, 소년을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한다.
격이 다르다는 것을, 소년은 죽음에의 공포와 함께 맛본 것이었다.
몇시간이 지난 후, 토니는 번화가의 한 구석에 서있었다.
불쌍한 소년을 시작해서, 그로부터 이십명 가까의 붙잡고는, 상냥하게 ── 그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상냥한 모습으로 질문을 되풀이 해, 겨우 도달한 것이 이 장소였다.
고참 깡패 한명이 뱉어낸, 오즈 클럽 멤버들이 모여있는 장소.
한 낮에는 아마도 평화로울, 뒷세계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인간들로 북적대고 있을 터인 그 장소에는 지금,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시각은 심야, 그가 움막을 나선 후부터 여섯시간 이상이 경과하고 있었다.
"이런 장소에 말이지......"
토니가 올려다보고 있는 빌딩은, 아무런 특징도 없는, 어느 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평벙함 인간이라면, 그곳에 뒷세계의 인간이 둥지를 틀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토니는 눈치채고 있었다.
밤바람에 실려 온, 피와 화약과 금속이 섞인, 독특한 냄새.
제 아무리 고상하게 꾸며놓아도 결코 숨길 수가 없는, 죽음의 향기.
그리고 또 하나, 그 외에는 알아챌 수 없는, 검은 기백.
신경 한가닥 한가닥, 질퍽하게 휘감겨오는, 부패한 어둠의 공기.
"............"
토니는 아무말 없이 등뒤에 장검을 뽑아들었다.
되도록이면 총 쪽이, 이런 건물 안에서는 쓰기 쉽다.
그러나 운 없게도, 그의 홀스터는 비어있었다.
추격자를 잡아 족치는 도중에, 닐의 가게에도 들렸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기회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수상한 공기, 라는 느낌이군.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발견해 낼 줄이야."
비아냥 거리듯이 그렇게 말하곤, 눈을 감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 표정에서 가벼움이 사라진 그 순간이었다.
다아아안테에에에.
그 목소리었다.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인간 아닌 자들의 검은 목소리.
그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자 마자, 토니는 팟하고 눈을 뜨곤, 무서운 기세로 지면을 차며 뛰어올랐다.
굳건히 닫혀있는 정면현관의 대문을, 문답무용의 검으로 쳐부순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빌딩 안에 뛰쳐들어간 후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들려온다.
바깥보다 훨씬 짙은 어둠의 공기가, 무인의 빌딩에 충만해져 있었다.
토니는 멈추지 않았다.
검을 한손에 쥐고, 망설임 없이 뛰어간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그런 그의 등을 목소리만이 쫓아온다.
멈춰져있는 에스컬레이터를 단번에 뛰어올라가, 마치 무엇인가에 끌려가듯이 똑바로, 그는 최상층의 한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동시에 그를 둘러싼 주의의 어둠은 한 층 더 깊어진다.
자세히 보니, 아무것도 없을 터인 어둠의 허공에,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무엇'인가의 얼굴이 떠오르고는 다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한발자국씩 앞으로 갈 수록, 공기는 질퍽한 점막질로 된 다른 존재로 변화하여, 양발을 감싸쥐듯이 둘러쌓았다.
마치 깊은 진흙 위를 걷는 듯했다.
이미 토니가 있는 장소는, 사람의 존재가 허용되는 세계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곳은 이미 '마계'라는 존재에, 한없이 가까운 장소로 변질되어있었다.
"하앗, 하앗!"
호흡이 거칠다.
무한의 체력을 자랑하는 토니도,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 상당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는 한없이 길게 뻗어있고, 쳇바퀴에 갇힌 다람쥐와 같이, 그 끝없는 길을 영원히 달려나가야만 하는 저주라도 걸린 듯한 ── 그런 불길한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기 시작한 그때였다.
불연듯이, 토니의 눈 앞에는 거대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문이 출현해있었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단순하고 장식되어져 있지 않은 방화문.
그 저편에, 그가 찾고 있던 오즈 클럽의 간부들이 있을터였다.
그러나 그 저편에서 풍겨져 오는 것은, 아직 온기를 잃지 않은 피의 냄새.
그리고, 더욱 농밀한, 검은 기백.
"────!"
험한 표정을 지으며, 토니는 문을 걷어 찼다.
동시에, 오른손에 쥐고 있던 장검을 거침없이 휘두른다.
으으으, 라는 소리가 그 대답이었다.
그의 칼날이, 확실하게 '무언가'를 베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건물의 반이 마계로 변한 이 장소에 걸맞는, 기분나쁜 목소리를 울려대고 있던 존재.
"이곳을 본거지로 쓸 생각인거냐...... 악마새♡들!!"
토니는, 조용한, 그러나 한없이 강렬한 감정을 죽이고 있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그를 향해 덤벼드는, 검은 그림자 ── 그것은 칠흑의 망토를 몸에 두르고, 사신의 대낫을 쥐고있는,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에서나 등장할 법한 악마의 모습이었다.
캬아아아, 라는, 사람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목소리.
악마는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로 공중을 돌며, 토니에게 달려든다.
"......늦어."
모욕적인 감상과 함께 내지른 토니의 대답은, 검으로의 참격이 아니었다.
베어들어오는 악마의 안면에, 충분한 회전과 체중을 실은, 망설임 없는 왼쪽 훅을 내지른다.
그리고는 왼쪽 무릎, 그리고 오른쪽 손톱의 연속공격이 악마를 덮친다.
물리적인 의미로써의 육체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악마였지만, 그 가면과 같은 얼굴에는 분명한 고통의 표정이 떠올라, 결국 소리없이 사라져갔다.
그 일순간에 벌어진 일에, 방에 출연해있던 악마들이 한순간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인간따위가, 자신의 육체 하나로 악마를 소멸시켰다는, 믿지 못하는 현실에.
씨익하고 차가운 웃음과 함께, 도발하는 듯이 손을 까딱거린다.
형태는 분명이 인간이지만, 어떻게 보든, 토니 쪽이 악마와 같은 냉정함과 강함을 갖추고 있었다.
"왜그래, 쫄은거냐? 그렇다면 이쪽에서 간다."
선언과 함께, 방에 휘몰아치는 것은 한줄기의 돌풍.
더이상 풋워크라고는 부를 수 없는 스피드로 움직이며, 실수없는 치명상을 입히고 있는 토니와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존재는, 이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어쩔 도리없이 맞아가며, 갈기갈기 어둠으로 산화되기만 하는 악마들에게는, 반격은 켜녕 도망의 여유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그의 주먹, 혹은 발차기가 뚫고간 그 순간, 악마들은 소리없는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밉다, 밉다......)
(우리들 어둠의 헌신이, 이리도 쉽게)
(살려줘...... 제발, 살려줘)
이구동성으로 외쳐대는 그들의 비명은, 방안을 휘감는다.
"좋아, 질러대라고! 더 울부 짖으라고!!"
이미 쓰러져갈 뿐인 목각인형으로 변한 악마들을 처치해 나가며, 토니는 외쳤다.
폭풍우와도 같이 미쳐날뛰는 그의 발밑에는, 인간의 시체들이 굴러다녔다.
그가 좀 더 냉정했다면, 그것들 전부가, 그가 쳐리하려 쫓아다니던 오즈 클럽의 중역들이라는 것을 알아챘을지도 몰랐다.
그걸 알아챘다면, 누가 그들을 살해했는가, 라는 당연한 의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뇌에서는 이미, 오즈 클럽에 대한 것은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그 눈에 비추는 것은, 단지 울부짖는 악마들의 모습뿐이다.
언젠가, 굴과 함께 조우한, 살아있는 시체.
원래 덴버스였던 살아있는 시체와 함께 출현한, 반만 실체화된 검은 그림자.
그리고, 마계와 같이 어둠에 둘러쌓인 건물과, 거의 완전한 실체화를 이룬 그림자들.
점전, 그러나 확실히, 그들은 인간 세계를 침식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을 것이다.
그러나 토니는, 공포를 느끼기는 커녕, 고양되는 무엇인가에 떠밀려, 환희에 떨고 있는 듯했다.
"으랴!"
강렬한 오른 하이킥을 정면에서 맞고는, 몇마리의 악마들이 한꺼번에 소멸한다.
"아직 안끝났어!"
왼쪽 돌려차기에서 공중 이단 차기, 그리고 내려차기로 이어지는 발놀림만의 연속공격에, 열마리에 가까운 악마들이 말려들어, 검은 재로 변했다.
"하아앗!"
질풍노도와 같은 좌우 스트레이트 난타가, 그나마 방에 남겨져있던 전의상실 상태의 악마들을 관통하여, 분쇠한다.
──방에 들어오고 나서 경과한 시간은 겨우 일분정도였다.
그러나 이미, 그 곳에는 단지,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토니의 모습밖에 없었다.
그렇게도, 방 안을 채울 것만 같을 정도로 있었던 악마들의 모습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그 후,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굉장하군......"
조용한, 한숨과 같은 목소리.
거친 숨이 아직 남아있는 채로, 거의 무방비 상태였던 토니는, 그 목소리에 겨우 자신을 되찾았다.
"누구냐!?"
완전히 타이밍을 놓친 것을 통감하면서, 목소리가 들린 방향로 뒤돌아 본다.
그곳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그림자가 하나, 조용히 서있었다.
기백을 완전히 죽이고, 존재마저도 확실하지 않을 정도의 그 상대는, 토니가 알고있는 자였다.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거지, 신입"
"일이야, 신경쓰지 마."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는, 몇겹이나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신입, 길버의 모습이었다.
우아하기까지 한 그의 행동은 여전했지만, 오른손에 쥐어진 검은 질척하게 피에 젖어있었다.
"엔쵸와 연이있는 경찰기관의 거물이, 오즈 클럽의 실태조사를 신청했었어. 엔쵸는 너에게 부탁할 모양이었던 듯하지만"
"그 내가 녀석들의 표적이 되어버렸으니, 대신 일을 받게 된건가?"
"너 자신이 부탁했잖아? 기억하고 있나, 네가 말했던 것을."
길버의 말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기묘한 자신감에 차있었다.
어제밤, 토니와 호각으로 싸운것을 봐도, 그 실력은 확실하게 보증이 서 있었지만, 그것뿐만이 아닌, 더욱 다른 무엇인가에 근거된 자신감 같았다.
"글쎄...... 나는 그다지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그 때가 되서 겨우, 토니에게 방안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바닥에 쓰러져, 혹은 소파에 깊히 파묻힌 채로 죽어있는 노인들의 시체만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시체의 수는, 전부 열세구.
"......악마의 수법, 은 아닌 것 같군.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짓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엽기적인것 같지만."
토니는 가까이에 있던 몇구의 시체를, 손끝으로 가볍게 굴려보았다.
그 전부가, 심장 부분에 검은 구멍이 뚫려, 시커먼 피를 흘리고 있었다.
"분명히. 이것은, 꽤나."
길버는, 그 이상은 말하지 않고, 조용히 방안을 둘러본다.
"취미가 나쁜 살해방법이군. 심장을 빼갔으니 말야 ── 이봐, 이녀석은 설마 네가......"
토니의 시선이, 길버의 검 위에서 멈춘다.
아무리 곱게 봐준다고 해도, 그 검은 사람을 막 베어버린 상태이다.
그러나, 그 시선을 정면에서 받으면서도, 길버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다.
"바라지도 않는, 게다가 부탁받지도 않는 살인을 할 정도로, 피에 굶주리지는 않았어."
"......어떨까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토니는 고개를 휘저어, 다시 길버에게 몸을 돌린다.
살인은 불쾌하지만, 이 노인들이 죽은 걸로, 결과적으로 그는 더이상 쫓기지 않게되었다.
완전히 납득한 건 아니지만, 상황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뭐, 좋아. 그래서, 넌 지금, 여기서 무엇을, 어디까지 봤지?"
한마디 한마디 곱씹는 듯이, 천천히 묻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질문이 더 중요했다.
비현실세계의 괴물 ── 악마와의 사투를 보고서, 길버는 무엇을 생각한 것인가.
그러나, 대답하는 길버의 얼굴에 표정은 없다. 그 목소리도, 태도에도 흔들림이 없다.
"있는 그대로, 전부, 봤다."
"악마 녀석들과 내가, 한판 벌였던 것도?"
"모든것을 ── 물론, 그것을 악마라고 한다면, 말이지."
"쫄지도 않았다는 건가. 굉장한 놈이군."
그대로 토니는 조용히, 그러나 위협하는 듯이 길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주 서있는 길버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조용히 토니를 바라본다.
아무말 없이 부딪힌 시선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서로의 마음 속을 상대방에게 전한다 ── 그러나 그것은 차가운, 아픔마저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눈싸움에 가까웠다.
"......맘에 들었어, 신입. 그 빌어먹을 배짱도 멋지군."
먼저 입을 연것은 토니였다.
그의 입끝이 가볍게 풀어진다.
"굴 녀석 마저도, 쫄아서 움직이지 못했었는데 말야. 그걸 보고도 그렇게 냉정하게 있을 수 있다는 건, 상당한 거물이라고."
"공포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 아니야. 그러나, 필요이상의 공포는 자신을 죽이게 돼. 그렇지 않은가?"
"그래, 맞아. 그말대로야."
어깨의 힘을 빼며, 토니는 길버의 어깨를 가볍게 친다.
지신이 인정한 상대방에게만 보이는, 그 나름대로의 친밀감의 표현이었다.
"어서 오라고, 신입. 뒷풀이로 한잔 하자."
"그 워커라면 사양하지. 솔직히, 아직까지 두통이 가시질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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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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