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ase #2
2
그렇게 시작된 것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이 밥벌레들아! 이 움막은 뭐하는 곳이다?"
"술 마시는 장소다!"
"그렇다면, 여기서 승부를 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
"술이다!"
"술의 종류는 셀 수도 없이 많아. 무슨 술이다?"
"보비의 워커다!!"
우오오오, 하는 대환호.
당황하는 길버는,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아직까지 판단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의 눈 앞에는 테이블이 하나 놓여져 있었고, 그 위에는 아까 그 항아리와 맥주잔 두개가 놓여져 있을 뿐이다.
서로 마주보는 식으로 토니가 서있는 것 만이 방금까지와 똑같은 광경이었지만, 그들을 둘러싼 다른 해결사들의 행동은, 명확하게 이질적인 것이었다.
"자아, 이제부터다. 이녀석들 두명의 쓰레기들 사이에는 지금, 이 보비의 워커가 항아리째 놓여져 있다. 지금부터 해야만 하는 것은, 뭐지?"
"마셔, 마셔버려!"
"전부 마셔라!"
"죽을때까지 마셔!!"
환성은 점점 더 커지고, 길버의 혼란도 그와 비례하여 점점 부푸러오른다.
그러나 그 손은 어느샌가, 비어진 맥주잔이 쥐어져 있었다.
마주보고 있는 토니도 또한 빈 맥주잔을 쥐고 있었다.
"......어이, 신입. 한가지 충고해주지."
불쾌한 표정인 채로, 토니가 작게 중얼거린다.
"죽을 생각으로 마시라고.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죽어버린다."
"............!?"
그 말의 진의를 잴 수 없는 길버의 맥주잔에, 벌컥벌컥하고 항아리의 내용물이 따라진다.
토니의 맥주잔도 마찬가지였다.
"자아, 준비는 끝났다, 녀석들아. 간다!"
"가라~~~~!"
큰 호령과 함께, 몇십발의 총성이 울린다.
그것에 등을 떠밀리는 듯이, 잔뜩 찡그린 얼굴로 토니가 맥주잔을 입으로 옮긴다.
여전히 사정을 이해 못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혼란되어있는 머리로, 길버도 그를 따랐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길버는 전혀 기억하질 못했다.
목구멍을 태우는 워커의 강렬함에 내뱉으려고 하는 것을, 뛰쳐온 일당에게 잡혀, 억지로 삼킨 것 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거대한 깔대기를 입에 물게 해놓고는, 거대한 국자로 워커를 엄청나게 부워대기 시작할 때 쯤, 그의 기억과 의식은 완전히 끊겨버렸다.
보비의 움막 명물, '특제 보비의 워커'의 효과라고 해야 할 것인가.
보통 술 따윈 발끝에도 못따라 올 정도로 강렬한 알콜 도수와, 냄새를 맡는 것 만으로도 취할 만큼 농밀하게 숙성시킨 그 술은, 보비가 말하길,
"코끼리던 고래던 녹아웃 시켜버리지."
라고 할 정도로 강렬한 물건.
이미 정신을 잃었음에도, 길버의 입에는 그 워커가 부워지고 있었다.
삼킬 수 없는 워커가 바닥에 흘러, 움막 안에는 엄청난 냄새가 충만되고 있었다.
술을 마실 수 없는 인간이라면, 이 상태와 냄새만으로도 취할 것이었다.
"어때, 신입. 아직아직 마실 수 있지?"
누군가가 길버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러나, 이미 취해 쓰러져 정신을 잃은 그는, 당연하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대로 내팽겨쳐진 길버는 바닥에 누워, 대자 모양으로 뻗어버렸다.
그 옆에 선 토니는, 아무렇지 않게 이십잔 째의 맥주잔을 비우고 있었다.
마시는 페이스만으로 따지면, 무리하게 마시게 된 길버보다도 압도적으로 빨랐었다.
"욧, 토니. 니가 최고다!"
"진짜 잘 마시는구만."
"실력 좋은 녀석은 마시는 량도 달라!"
자기 멋대로에다 무책임 한 일당들에게 둘러싸이며, 토니는 맥주잔을 놓는다.
"다 귀찮아. 항아리 째 가져와!"
"마셔라! 다 마셔라!!"
일당들의 환성이 더욱 커진다.
이미 반 정도가 비워진 항아리를 양손으로 안더니, 토니는 그 안에 머리를 집어넣을 듯이 마시기 시작한다.
지켜보는 이들의 갈채 속에서, 그 대로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마셔대는 토니.
그는 결국, 얼굴 색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셔버렸다.
탕, 하고 항아리가 바닥에 구른다.
"좋아, 완전히 다 마셨다!"
우오오오, 하고 외치는 함성.
커다란 박수에 둘러쌓이며, 토니는 오른손을 높게 들어올린다.
"어이, 보비. 내가 이긴거지?"
"물론이지. 네가 마시는거, 오랫만에 잘 봤어. 그건 그렇고......"
보비의 시선이, 바닥에 뻗어있는 길버에서 향한다.
코를 크게 골아대며 마치 시체와 같이 깊히 잠들어 있었다.
그가 눈을 뜨는건, 대체 언제가 되서일지.
"돈은 언제나 그랬듯이, 져버린 이 신입한테 받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보비는 쓰러진 길버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크게 코를 골아대는 길버의 주머니에서 굴러나온 것은, 두꺼운 지갑과, 비싸보이는 보석이 박혀있는 회중시계.
"오옷! 이 신입, 꽤 가지고 있는걸!! 이건 워커값이랑 부숴진 가게 수리비를 빼도, 꽤 남을 것 같군."
보비가 놀라는 소리를 듣고, 움막의 일당들이 갑자기 모여들었다.
중개인 중 한명이 재빨리 회중시계를 집어들고 전당포 쪽으로 뛰어간다.
매번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 곳의 일당들은 하이에나 보다 질이 나쁘다.
"좋~아! 오늘밤은 운이 좋아. 보비, 있는 술 몽땅 가져와줘!!"
"돈이 부족하면 옷도 뺏어버려!"
"그 검도 꽤 비쌀 것 같은데!"
마치 산적의 연회 같은 광경이었다.
타인의 돈으로 마실 수 있다면, 그들은 어디까지나 뻔뻔해지는 것이다.
"......역시 이렇게 되는군. 뭐,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이런, 하고 토니는 어깨를 들썩인다.
이것이 이 움막의, 신입 환영회인 것이다.
토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 이 곳에 들어왔을 때, 같은 방법으로 세례를 받았던 것이다.
그의 경우에는 접전 끝에 패배하여, 그로부터 1개월 가깝게, 완전히 무일푼의 생활을 보내왔었다.
"그럼, 난 이걸로 돌아가지. 뒤는 멋대로 하라고."
무책임한 환성을 뒤로하며, 토니는 움막을 빠져나왔다.
그 발걸음이 어딘가 휘청이기 시작하는 걸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밤 바람이 기분좋았다.
움막을 나와, 사람 없는 뒷골목을 걸어가면서, 토니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았다.
술에 취한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다.
오늘과 같이 마셔대는 날은 예외지만, 그래도 취해 쓰러지기까진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 밤의 술은 ─ 항아리째 마시는 지나친 행동을 한 탓도 있겠지만 ─ 상당히, 발걸음을 휘청하게 했다.
"좀...... 무리를 해버렸나."
등 뒤의 장검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걸로 언제나 입는 코트를 입고 있었다면, 실수로 자기 옷 깃을 밟아버렸을 지도 모른다.
이런 성격은 아니지만, 취기에 맡겨 콧노래라도 한 번 불러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마시기 시작할때까지의 얹짢았던 기분따윈, 이미 머리속에서 사라져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길버와 승부했던 일도 완전히 잊고 있다.
꽤나 나쁘지 않은, 평온한 밤.
그러나 불연듯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그런 그의 취기를 한순간에 깨뜨렸다.
"───!!"
몸이 멋대로 반응하여, 허리를 약간 숙여 대비한다.
물론, 눈에 보이는 범위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사람은 커녕, 먹거리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개의 모습도, 지붕 위에서 울어대는 고양이의 모습조차 없다.
한 밤중이라고는 해도, 너무나도 부자연스런 정숙이 깔려있는 것에, 토니의 신경은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어디냐? 어디에서 오는 거야?"
하지만 무언가가 오는건지 어떨지 조차 모르고 있다.
하지만 설령 모르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만은 이해하고 있다.
검이 아닌, 허리에 차고 있던 두정의 권총을 빼어 들었다.
이전의 일에서 줏은, 레베카M52F와 콜드=가버멘트.
어디까지 그를 배신하지 않고 작동해 줄지는 미지수이지만, 이 부자연스러운 정숙에 숨어 접근하는 상대에게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검보다도 이 쪽이 유리한 것만은 확실했다.
다시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흘러간다.
달은 검은 구름에 숨어, 불빛따윈 거의 없는 이 뒷골목을, 더 깊은 어둠이 둘러쌓다.
(왼쪽과 오른쪽앞, 두마리...... 아니, 네마리. 더 있는 건가?)
권총의 안전장치를 푼다.
어쩌면, 총알이 통할 상대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공포도 조바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언느샌가 취기까지 잊혀지고, 두정의 총을 눈 앞에 교차시키는 포즈를 잡은채, 토니는 조용히 자신의 기척을 죽이고 '그 때'를 기다린다.
다아아안테에에에.
잘못 들은건가, 라고 토니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만이 아니다.
옷이 스치는 소리같은, 조용한 소리와 함께 분명이 전해지는 차가운 낌새.
(온다......!)
갑자기 주위의 어둠이 움직이며, 흐릿하게 사람과 같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착각이 아니다.
그리고 토니도 놀라지 않는다.
"기다렸다고, 너희들을!"
보통 사람은 흉내낼 수도 없는 스피드로 두정의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댄다.
으갸아아악.
그 비명은,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무수한 총탄에 뚫려, 응고되어있던 어둠은 산산히 흩어진다.
그러나, 토니의 주위에 나타난 어둠의 응고물은,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나 있었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뭉쳐져 있는 어둠의 손에 쥐어있는 것은, 날카로운 날을 가진 사신의 낫.
해골을 닮은 얼굴을 가진 그 어둠들은, 조용히 외치면서 토니에게 덤벼든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시끄러워, 이놈들아. 졸개들은 졸개답게 뻗어있으라고!"
두정의 권총이, 다시 불을 뿜는다.
가지고 있던 탄창은 깜짝할 사이에 떨어져 가지만, 낫을 휘두르며 덤벼드는 해골의 어둠들의 숫자도 또한, 확실하게 줄어갔다.
어둠에서 태어난 괴물들에게 총알이 통하는 것인가......라고하는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토니는 방아쇠를 당겨댄다.
아무렇게나, 단지 난폭하게 난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연속사격에 견디지 못해 튀어오르려고 하는 총신을 힘으로 제어하면서, 표적을 정확히 맞출 수 있도록, 조금씩 총구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자신의 힘을 잘 이해하고 있기때문에 할 수 있는 상당히 숙련된 전투방식이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숙련 됬다고는 해도, 쏘고있는 것은 줏은 밀조총이다.
찰칵, 하는 금속음과 함께, 한쪽의 총이 침묵한다.
"칫, 잼에 걸려버렸나."
왼손에 쥐고있던 가버멘트가 동작불량을 일으켜, 완전히 총을 쏠 수 없는 상태에 빠져버렸다.
오른손의 레베카도, 동작불량은 없었지만, 싼 재료로 복제한 총신이 이미 열로 둔해져 있었다.
"어쩔 수 없군. 그럼 좀 더, 아픈 녀석으로 상대해주지."
미련없이 총을 버린 토니는, 양손으로 검을 잡는다.
간격이 좁아지는 만큼 전투방식의 폭도 좁아지지만, 맞았을 때의 데미지는 총보다 이쪽이 훨씬 높았다.
"자, 두쪼가리가 되고 싶은 녀석부터 덤비라고!"
왜인지, 평소보다 검이 무겁게 느껴진다.
(너무 마셨나? 아니, 그런 것치고는, 묘한 느낌이야)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룬다.
어둠들이 휘두르는 낫과 토니의 검이 격렬한 불꽃을 튀기지만, 이 세상 것이 아닌 낫으로는, 정면에서 오는 토니의 검에 견딜 만한 힘은 없다.
"뭐하러 나온 건지는 상상이 가지만 말야, 용건이 있으면 너희같은 졸개가 아니라, 좀 더 높은 녀석들을 내놓으라고!"
한마라, 또 한마리 어둠을 잘라버릴 때마다, 토니의 머리속에는 완전히 별개의 광경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여성과, 그녀에게 울며 매달리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
이미 숨이 멎은 여성의 양손을 잡고, 소년은 외치고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
"......니, 어머니, 어머니!"
어느샌가 토니도 그렇게 외치며 검을 휘두루고 있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싸울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흘릴 눈물을 잊어버렸다는 것.
눈물을 흘리는 대신에, 그는 그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을 맞아, 과감하게 싸우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
마지막 한마리가 사라졌는데도, 토니는 검을 집어넣으려 하지 않았다.
몸 속 깊은 곳에,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대는 듯한 감각.
그리고 또한, 주위의 어둠은 무겁게 가라앉은 채로, 평소의 밤의 공기로 돌아와 있지 않았다.
"나오라고, 아직 있잖아?"
흡사 그 일대 전부가, 인간세상의 법칙을 잊고, 어둠의 헌신에게 빼앗긴 듯한, 삭막한 광경.
그리고─.
토오니이이이.
방금까지와는 다른 이름.
그것을 들은 토니의 표정에, 겁없는 웃음이 떠오른다.
"이걸로 백회째, 라는 건가. 꽤나 남자답게 변했잖아, 어이."
그 눈 앞에 서있는 것은, 한명의 남자.
몸 이곳저곳이 베어지고, 피투성이로, 반은 찟어진 목을 피부만으로 겨우 달고 있는, 기묘한 그림자.
그것이 입고 있는 것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구멍투성이 빨간 코트.
토니는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열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할 '그'의 입이 열리고, 사람의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목소리로 외친다.
토오니이이이.
"뭐야, 지옥에 있는 마왕한테도 미움받아서 다시 돌아온거야, 덴버스?"
어딘가 불쌍하다는 듯한 눈으로, 토니는 변해버린 덴버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태양빛이 비추는 장소에 나갈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사이다.
어느샌가 목숨을 잃었다고 해도, 그다지 특별한 감상은 없다.
그러나, 죽었으면서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에 관해서는, 달랐다.
"전보다는 상당히 봐줄만한 얼굴이 되긴 했어도, 그래도 여전이 볼꼴 사납군. 재빨리 처리해 줄테니까, 덤벼 오라고."
자세를 낫게 떨어뜨리고, 검을 잡는다.
덴버스의 ─ 아니, 덴버스였던 것의 양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길게 뻗어, 토니에게 휘둘러 내려쳐진다.
코트에 무수하게 달려있는 은제 악세사리가 흔들리며, 차락, 하는 소리를 낸다.
"마음에 들어하는 코트를 멋대로 입고 있지 말라고. 너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피하려고도 하지 않고, 토니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두번, 검을 휘두른다.
공중에서 잘려진 덴버스의 팔은 땅에 딸어지고, 뱀과 같이 꿈틀대고 있다.
토오니이이이!!
이번엔 이빨을 드러낸 덴버스가 덤벼든다.
코트를 휘날리고, 악세사리를 차락차락하고 울리며, 넘어질 듯한 발걸음으로.
그러나, 이빨을 드러낸 그 머리는, 이미 뜯겨지려고 하고 있다.
본인은 필사적이겠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허튼 짓이었고, 비참했고, 게다가 너무나도 꼴사나운 반격이었다.
"......백번째도 내 승리, 군. 잘 가라......"
내려쳐진 칼날에, 자비따윈 조금도 없었다.
두동강이로 잘려진 덴버스의 몸뚱아리는, 그대로 기세를 죽이지 못한 채 계속 달려, 결국 힘이 다한 듯이 지면으로 내뒹굴었다.
그 순간, 주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언제나의 밤 공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대기는 가벼움을 되찾고, 달은 검은 구름을 내쫓고, 무겁던 어둠은 어딘가 사라져 버렸다.
남은 건은 단지, 이질의 모습으로 지면에 넘어진, 완전히 변질되어버린 덴버스의 시체뿐이었다.
"작별 선물이다. 그 코트는 너한테 주지, 덴버스."
검에 들러붙어있던 피를 휘둘러 떼어내고, 돌아보는 일 없이 토니는 걸어나간다.
어느샌가, 잊고 있었던 취기가 다시, 그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토니는 휘청이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였다.
=====================================================================================
이번 번역은 빨랐네요. 한번 오랫만에 달려봤습니다.
그나저나 길버 후보 No.2였던 녀석이 죽어버렸군요... 이제 남은건 후보 No.1뿐...
뭐..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뻔한 전개가.....
솔직히 의표를 찔러 덴버스가 길버였다! 라는 걸 바랬는데 말이죠.
그래도 뭐.. 1편을 바탕으로 만든 소설이고.. 또 그 사람이 안나와도 그건 나름대로 섭섭했을 듯...
오탈자, 어색한 부분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솔직히 그런거 체크하려고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읽어볼 엄두는 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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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것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이 밥벌레들아! 이 움막은 뭐하는 곳이다?"
"술 마시는 장소다!"
"그렇다면, 여기서 승부를 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
"술이다!"
"술의 종류는 셀 수도 없이 많아. 무슨 술이다?"
"보비의 워커다!!"
우오오오, 하는 대환호.
당황하는 길버는,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아직까지 판단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의 눈 앞에는 테이블이 하나 놓여져 있었고, 그 위에는 아까 그 항아리와 맥주잔 두개가 놓여져 있을 뿐이다.
서로 마주보는 식으로 토니가 서있는 것 만이 방금까지와 똑같은 광경이었지만, 그들을 둘러싼 다른 해결사들의 행동은, 명확하게 이질적인 것이었다.
"자아, 이제부터다. 이녀석들 두명의 쓰레기들 사이에는 지금, 이 보비의 워커가 항아리째 놓여져 있다. 지금부터 해야만 하는 것은, 뭐지?"
"마셔, 마셔버려!"
"전부 마셔라!"
"죽을때까지 마셔!!"
환성은 점점 더 커지고, 길버의 혼란도 그와 비례하여 점점 부푸러오른다.
그러나 그 손은 어느샌가, 비어진 맥주잔이 쥐어져 있었다.
마주보고 있는 토니도 또한 빈 맥주잔을 쥐고 있었다.
"......어이, 신입. 한가지 충고해주지."
불쾌한 표정인 채로, 토니가 작게 중얼거린다.
"죽을 생각으로 마시라고.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죽어버린다."
"............!?"
그 말의 진의를 잴 수 없는 길버의 맥주잔에, 벌컥벌컥하고 항아리의 내용물이 따라진다.
토니의 맥주잔도 마찬가지였다.
"자아, 준비는 끝났다, 녀석들아. 간다!"
"가라~~~~!"
큰 호령과 함께, 몇십발의 총성이 울린다.
그것에 등을 떠밀리는 듯이, 잔뜩 찡그린 얼굴로 토니가 맥주잔을 입으로 옮긴다.
여전히 사정을 이해 못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혼란되어있는 머리로, 길버도 그를 따랐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길버는 전혀 기억하질 못했다.
목구멍을 태우는 워커의 강렬함에 내뱉으려고 하는 것을, 뛰쳐온 일당에게 잡혀, 억지로 삼킨 것 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거대한 깔대기를 입에 물게 해놓고는, 거대한 국자로 워커를 엄청나게 부워대기 시작할 때 쯤, 그의 기억과 의식은 완전히 끊겨버렸다.
보비의 움막 명물, '특제 보비의 워커'의 효과라고 해야 할 것인가.
보통 술 따윈 발끝에도 못따라 올 정도로 강렬한 알콜 도수와, 냄새를 맡는 것 만으로도 취할 만큼 농밀하게 숙성시킨 그 술은, 보비가 말하길,
"코끼리던 고래던 녹아웃 시켜버리지."
라고 할 정도로 강렬한 물건.
이미 정신을 잃었음에도, 길버의 입에는 그 워커가 부워지고 있었다.
삼킬 수 없는 워커가 바닥에 흘러, 움막 안에는 엄청난 냄새가 충만되고 있었다.
술을 마실 수 없는 인간이라면, 이 상태와 냄새만으로도 취할 것이었다.
"어때, 신입. 아직아직 마실 수 있지?"
누군가가 길버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러나, 이미 취해 쓰러져 정신을 잃은 그는, 당연하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대로 내팽겨쳐진 길버는 바닥에 누워, 대자 모양으로 뻗어버렸다.
그 옆에 선 토니는, 아무렇지 않게 이십잔 째의 맥주잔을 비우고 있었다.
마시는 페이스만으로 따지면, 무리하게 마시게 된 길버보다도 압도적으로 빨랐었다.
"욧, 토니. 니가 최고다!"
"진짜 잘 마시는구만."
"실력 좋은 녀석은 마시는 량도 달라!"
자기 멋대로에다 무책임 한 일당들에게 둘러싸이며, 토니는 맥주잔을 놓는다.
"다 귀찮아. 항아리 째 가져와!"
"마셔라! 다 마셔라!!"
일당들의 환성이 더욱 커진다.
이미 반 정도가 비워진 항아리를 양손으로 안더니, 토니는 그 안에 머리를 집어넣을 듯이 마시기 시작한다.
지켜보는 이들의 갈채 속에서, 그 대로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마셔대는 토니.
그는 결국, 얼굴 색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셔버렸다.
탕, 하고 항아리가 바닥에 구른다.
"좋아, 완전히 다 마셨다!"
우오오오, 하고 외치는 함성.
커다란 박수에 둘러쌓이며, 토니는 오른손을 높게 들어올린다.
"어이, 보비. 내가 이긴거지?"
"물론이지. 네가 마시는거, 오랫만에 잘 봤어. 그건 그렇고......"
보비의 시선이, 바닥에 뻗어있는 길버에서 향한다.
코를 크게 골아대며 마치 시체와 같이 깊히 잠들어 있었다.
그가 눈을 뜨는건, 대체 언제가 되서일지.
"돈은 언제나 그랬듯이, 져버린 이 신입한테 받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보비는 쓰러진 길버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크게 코를 골아대는 길버의 주머니에서 굴러나온 것은, 두꺼운 지갑과, 비싸보이는 보석이 박혀있는 회중시계.
"오옷! 이 신입, 꽤 가지고 있는걸!! 이건 워커값이랑 부숴진 가게 수리비를 빼도, 꽤 남을 것 같군."
보비가 놀라는 소리를 듣고, 움막의 일당들이 갑자기 모여들었다.
중개인 중 한명이 재빨리 회중시계를 집어들고 전당포 쪽으로 뛰어간다.
매번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 곳의 일당들은 하이에나 보다 질이 나쁘다.
"좋~아! 오늘밤은 운이 좋아. 보비, 있는 술 몽땅 가져와줘!!"
"돈이 부족하면 옷도 뺏어버려!"
"그 검도 꽤 비쌀 것 같은데!"
마치 산적의 연회 같은 광경이었다.
타인의 돈으로 마실 수 있다면, 그들은 어디까지나 뻔뻔해지는 것이다.
"......역시 이렇게 되는군. 뭐,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이런, 하고 토니는 어깨를 들썩인다.
이것이 이 움막의, 신입 환영회인 것이다.
토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 이 곳에 들어왔을 때, 같은 방법으로 세례를 받았던 것이다.
그의 경우에는 접전 끝에 패배하여, 그로부터 1개월 가깝게, 완전히 무일푼의 생활을 보내왔었다.
"그럼, 난 이걸로 돌아가지. 뒤는 멋대로 하라고."
무책임한 환성을 뒤로하며, 토니는 움막을 빠져나왔다.
그 발걸음이 어딘가 휘청이기 시작하는 걸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밤 바람이 기분좋았다.
움막을 나와, 사람 없는 뒷골목을 걸어가면서, 토니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았다.
술에 취한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다.
오늘과 같이 마셔대는 날은 예외지만, 그래도 취해 쓰러지기까진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 밤의 술은 ─ 항아리째 마시는 지나친 행동을 한 탓도 있겠지만 ─ 상당히, 발걸음을 휘청하게 했다.
"좀...... 무리를 해버렸나."
등 뒤의 장검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걸로 언제나 입는 코트를 입고 있었다면, 실수로 자기 옷 깃을 밟아버렸을 지도 모른다.
이런 성격은 아니지만, 취기에 맡겨 콧노래라도 한 번 불러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마시기 시작할때까지의 얹짢았던 기분따윈, 이미 머리속에서 사라져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길버와 승부했던 일도 완전히 잊고 있다.
꽤나 나쁘지 않은, 평온한 밤.
그러나 불연듯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그런 그의 취기를 한순간에 깨뜨렸다.
"───!!"
몸이 멋대로 반응하여, 허리를 약간 숙여 대비한다.
물론, 눈에 보이는 범위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사람은 커녕, 먹거리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개의 모습도, 지붕 위에서 울어대는 고양이의 모습조차 없다.
한 밤중이라고는 해도, 너무나도 부자연스런 정숙이 깔려있는 것에, 토니의 신경은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어디냐? 어디에서 오는 거야?"
하지만 무언가가 오는건지 어떨지 조차 모르고 있다.
하지만 설령 모르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만은 이해하고 있다.
검이 아닌, 허리에 차고 있던 두정의 권총을 빼어 들었다.
이전의 일에서 줏은, 레베카M52F와 콜드=가버멘트.
어디까지 그를 배신하지 않고 작동해 줄지는 미지수이지만, 이 부자연스러운 정숙에 숨어 접근하는 상대에게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검보다도 이 쪽이 유리한 것만은 확실했다.
다시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흘러간다.
달은 검은 구름에 숨어, 불빛따윈 거의 없는 이 뒷골목을, 더 깊은 어둠이 둘러쌓다.
(왼쪽과 오른쪽앞, 두마리...... 아니, 네마리. 더 있는 건가?)
권총의 안전장치를 푼다.
어쩌면, 총알이 통할 상대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공포도 조바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언느샌가 취기까지 잊혀지고, 두정의 총을 눈 앞에 교차시키는 포즈를 잡은채, 토니는 조용히 자신의 기척을 죽이고 '그 때'를 기다린다.
다아아안테에에에.
잘못 들은건가, 라고 토니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만이 아니다.
옷이 스치는 소리같은, 조용한 소리와 함께 분명이 전해지는 차가운 낌새.
(온다......!)
갑자기 주위의 어둠이 움직이며, 흐릿하게 사람과 같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착각이 아니다.
그리고 토니도 놀라지 않는다.
"기다렸다고, 너희들을!"
보통 사람은 흉내낼 수도 없는 스피드로 두정의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댄다.
으갸아아악.
그 비명은,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무수한 총탄에 뚫려, 응고되어있던 어둠은 산산히 흩어진다.
그러나, 토니의 주위에 나타난 어둠의 응고물은,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나 있었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뭉쳐져 있는 어둠의 손에 쥐어있는 것은, 날카로운 날을 가진 사신의 낫.
해골을 닮은 얼굴을 가진 그 어둠들은, 조용히 외치면서 토니에게 덤벼든다.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다아아안테에에에.
"시끄러워, 이놈들아. 졸개들은 졸개답게 뻗어있으라고!"
두정의 권총이, 다시 불을 뿜는다.
가지고 있던 탄창은 깜짝할 사이에 떨어져 가지만, 낫을 휘두르며 덤벼드는 해골의 어둠들의 숫자도 또한, 확실하게 줄어갔다.
어둠에서 태어난 괴물들에게 총알이 통하는 것인가......라고하는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토니는 방아쇠를 당겨댄다.
아무렇게나, 단지 난폭하게 난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연속사격에 견디지 못해 튀어오르려고 하는 총신을 힘으로 제어하면서, 표적을 정확히 맞출 수 있도록, 조금씩 총구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자신의 힘을 잘 이해하고 있기때문에 할 수 있는 상당히 숙련된 전투방식이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숙련 됬다고는 해도, 쏘고있는 것은 줏은 밀조총이다.
찰칵, 하는 금속음과 함께, 한쪽의 총이 침묵한다.
"칫, 잼에 걸려버렸나."
왼손에 쥐고있던 가버멘트가 동작불량을 일으켜, 완전히 총을 쏠 수 없는 상태에 빠져버렸다.
오른손의 레베카도, 동작불량은 없었지만, 싼 재료로 복제한 총신이 이미 열로 둔해져 있었다.
"어쩔 수 없군. 그럼 좀 더, 아픈 녀석으로 상대해주지."
미련없이 총을 버린 토니는, 양손으로 검을 잡는다.
간격이 좁아지는 만큼 전투방식의 폭도 좁아지지만, 맞았을 때의 데미지는 총보다 이쪽이 훨씬 높았다.
"자, 두쪼가리가 되고 싶은 녀석부터 덤비라고!"
왜인지, 평소보다 검이 무겁게 느껴진다.
(너무 마셨나? 아니, 그런 것치고는, 묘한 느낌이야)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룬다.
어둠들이 휘두르는 낫과 토니의 검이 격렬한 불꽃을 튀기지만, 이 세상 것이 아닌 낫으로는, 정면에서 오는 토니의 검에 견딜 만한 힘은 없다.
"뭐하러 나온 건지는 상상이 가지만 말야, 용건이 있으면 너희같은 졸개가 아니라, 좀 더 높은 녀석들을 내놓으라고!"
한마라, 또 한마리 어둠을 잘라버릴 때마다, 토니의 머리속에는 완전히 별개의 광경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여성과, 그녀에게 울며 매달리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
이미 숨이 멎은 여성의 양손을 잡고, 소년은 외치고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
"......니, 어머니, 어머니!"
어느샌가 토니도 그렇게 외치며 검을 휘두루고 있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싸울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흘릴 눈물을 잊어버렸다는 것.
눈물을 흘리는 대신에, 그는 그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을 맞아, 과감하게 싸우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
마지막 한마리가 사라졌는데도, 토니는 검을 집어넣으려 하지 않았다.
몸 속 깊은 곳에,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대는 듯한 감각.
그리고 또한, 주위의 어둠은 무겁게 가라앉은 채로, 평소의 밤의 공기로 돌아와 있지 않았다.
"나오라고, 아직 있잖아?"
흡사 그 일대 전부가, 인간세상의 법칙을 잊고, 어둠의 헌신에게 빼앗긴 듯한, 삭막한 광경.
그리고─.
토오니이이이.
방금까지와는 다른 이름.
그것을 들은 토니의 표정에, 겁없는 웃음이 떠오른다.
"이걸로 백회째, 라는 건가. 꽤나 남자답게 변했잖아, 어이."
그 눈 앞에 서있는 것은, 한명의 남자.
몸 이곳저곳이 베어지고, 피투성이로, 반은 찟어진 목을 피부만으로 겨우 달고 있는, 기묘한 그림자.
그것이 입고 있는 것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구멍투성이 빨간 코트.
토니는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열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할 '그'의 입이 열리고, 사람의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목소리로 외친다.
토오니이이이.
"뭐야, 지옥에 있는 마왕한테도 미움받아서 다시 돌아온거야, 덴버스?"
어딘가 불쌍하다는 듯한 눈으로, 토니는 변해버린 덴버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태양빛이 비추는 장소에 나갈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사이다.
어느샌가 목숨을 잃었다고 해도, 그다지 특별한 감상은 없다.
그러나, 죽었으면서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에 관해서는, 달랐다.
"전보다는 상당히 봐줄만한 얼굴이 되긴 했어도, 그래도 여전이 볼꼴 사납군. 재빨리 처리해 줄테니까, 덤벼 오라고."
자세를 낫게 떨어뜨리고, 검을 잡는다.
덴버스의 ─ 아니, 덴버스였던 것의 양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길게 뻗어, 토니에게 휘둘러 내려쳐진다.
코트에 무수하게 달려있는 은제 악세사리가 흔들리며, 차락, 하는 소리를 낸다.
"마음에 들어하는 코트를 멋대로 입고 있지 말라고. 너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피하려고도 하지 않고, 토니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두번, 검을 휘두른다.
공중에서 잘려진 덴버스의 팔은 땅에 딸어지고, 뱀과 같이 꿈틀대고 있다.
토오니이이이!!
이번엔 이빨을 드러낸 덴버스가 덤벼든다.
코트를 휘날리고, 악세사리를 차락차락하고 울리며, 넘어질 듯한 발걸음으로.
그러나, 이빨을 드러낸 그 머리는, 이미 뜯겨지려고 하고 있다.
본인은 필사적이겠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허튼 짓이었고, 비참했고, 게다가 너무나도 꼴사나운 반격이었다.
"......백번째도 내 승리, 군. 잘 가라......"
내려쳐진 칼날에, 자비따윈 조금도 없었다.
두동강이로 잘려진 덴버스의 몸뚱아리는, 그대로 기세를 죽이지 못한 채 계속 달려, 결국 힘이 다한 듯이 지면으로 내뒹굴었다.
그 순간, 주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언제나의 밤 공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대기는 가벼움을 되찾고, 달은 검은 구름을 내쫓고, 무겁던 어둠은 어딘가 사라져 버렸다.
남은 건은 단지, 이질의 모습으로 지면에 넘어진, 완전히 변질되어버린 덴버스의 시체뿐이었다.
"작별 선물이다. 그 코트는 너한테 주지, 덴버스."
검에 들러붙어있던 피를 휘둘러 떼어내고, 돌아보는 일 없이 토니는 걸어나간다.
어느샌가, 잊고 있었던 취기가 다시, 그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토니는 휘청이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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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번역은 빨랐네요. 한번 오랫만에 달려봤습니다.
그나저나 길버 후보 No.2였던 녀석이 죽어버렸군요... 이제 남은건 후보 No.1뿐...
뭐..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뻔한 전개가.....
솔직히 의표를 찔러 덴버스가 길버였다! 라는 걸 바랬는데 말이죠.
그래도 뭐.. 1편을 바탕으로 만든 소설이고.. 또 그 사람이 안나와도 그건 나름대로 섭섭했을 듯...
오탈자, 어색한 부분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솔직히 그런거 체크하려고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읽어볼 엄두는 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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