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ase #2
3
"엄마, 엄마...... 엄마!"
어린 아이가, 땅에 쓰러진 어머니의 몸을 흔들어댄다.
어머니의 숨이 이미 멈추어 있는 것은, 누가보더라도 명백했다.
그러나 어린 아이는 ─ 이미 그 자신도 알고 있었겠지만 ─ 쓸데없는 노력을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다.
"형도 사라져 버렸어! 엄마! 엄마!"
시체로 부터는 아직까지 따뜻한 피가 지면으로 퍼지고 있었다.
어린 아이는 거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눈물과 콧물로 얼굴은 엉망진창이었고, 짧게 잘려있는 아름다운 은발을 휘두루며 외치고 있었다.
"엄마......"
거기서 토니는 겨우 눈을 떴다.
그는 본 적 없는 방, 기억에 없는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입고 있었던 옷은 가지런히 개켜져, 베갯맞에 놓여져 있다.
애용하는 검도, 가까운 곳에 놓여져 있었다.
"......응? 여기는......"
기억이 잘 안났다.
머리속에 대량의 물음표가 생겨나기 시작했을 무렵, 옆에서부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소문은 정말이었다는 거네. 뭔가, 상당히 쇼크."
아직 사정이 잘 이해가 안가는 머리를,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렸다.
기억에 있는 여자가 한명,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멘솔의 강한 담배냄새가, 억지로 토니의 혼란을 진정시켜준다.
"클레이가 말은 해줬지만, 스스로 이렇게 확인할 때까지는 믿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토니가 몇번인가 방문한 적이 있는, 어느 한 술집의 종업원이었다.
얼굴은 기억하고 있지만,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 라기보단, 흥미를 갖은 적이 없었다.
"모처럼 괜찮은 걸 줏었다고 생각했는데. 마마보이라는 증거를 확인하게 됐다니......"
노는데 익숙한, 가벼운 말투.
이목구비가 뚜렸한 얼굴이었지만, 토니에게 있어서는 완전히 수비범위를 벋어나 있었다.
꿈자리가 사나웠던 탓도 있어, 한번에 눈이 떠져간다.
결국 기분까지 시들해 졌지만, 그걸 얼굴에 나타낼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다.
"무슨 말이야? 그리고 여긴 어디야?"
"내 방. 당신도 알고 있잖아, 가게 2층에 있어."
"내가 어떻게 아냐, 그런거. 그게 아니고 말이지......"
토니는 멘솔의 연기를 짜증난다는 듯이 손으로 내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옷은 전부 벗겨져 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의 가슴에는, 악세사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반구형의 아뮬렛이 매달려 있다.
토니는 속옷 한장 걸치지 않은 채로 창가로 걸어가, 더러워진 커텐을 살짝 올렸다.
밖은 아직, 밤의 어둠이 깔려져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진 않았군. 지금 몇시지?"
"마마보이인 주제에 잘난듯이 말하지 말라고! 일부러 줏어왔는데, 고맙다는 말은 해야되는거 아니야?"
"자꾸 마마보이, 마마보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뭐 어때서, 사실이잖아! 이런 멋진 여자가 옆에서 자고 있는데도, '엄마, 엄마"라니, 바보같아!"
"......과, 관계 없잖아, 그딴거"
부끄러운 듯이 말을 얼버무리며, 토니는 여자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에게 흥미를 갖는 여자는, 이 마을에서만도 수도 없이 많고, 그도 별로 여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대로 길게 여자를 사귀지 못하는 것은, 그녀가 말한대로 ─ 가끔씩 꿈에서 나오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에 시달리며 저도몰래 '엄마'라고 잠꼬대를 해버리기 때문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으로 가슴의 아뮬렛을 쥔다.
그것은 죽기 직전의 어머니께 받은,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유품이었다.
"정말, 실망이야. 모처럼 길가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걸 줏어 왔건만, 이러면 즐길수도 없잖아."
"줏어왔다니...... 어이. 무슨 소리야?"
말을 듣고나서 겨우, 토니는 자신의 기억이 상당한 범위에 걸처 끊겨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술집에서 신입에게 술로 승부를 본 후, 변해버린 덴버스가 끌고온 어둠의 군단과 한 판 치룬 것 까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지만, 거기서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은 완전히 사러져 있다.
아마도...... 랄까, 거의 틀림없이, 보비의 특제 워커의 취기가 나중에 와서 돌았던 탓일 것이다.
"......하아. 잘도 무사히 살아남았구만."
"다른 사람 일 처럼 말하지 말라고. 강가에 있는 쓰레기장부터, 이 방까지 데리고 온거라고. 정말로 고생했다니까."
"미안, 미안. 감사하고 있다고."
가능한 한 여자를 화나게 하지 않으려, 토니는 농담섞인 말투지만, 일단 감사를 표했다.
상대가 인간이었으면, 설령 정신이 없어도 질 일은 없지만, 요즘 연속으로 조우한 그 들 ─ 어둠에서 만들어지는 듯이 나타나는, 이 세계의 생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녀석들이 상대였다면, 어쩌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딴 졸따구에게, 질 수는 없으니까 말야)
방금 전 꿈에서 본, 어머니의 죽음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순 없지만, 그 날의 복수를 위해서, 그는 지금까지 해결사라는 위험한 일을 통해, 자신을 단련해 왔던 것이다.
"야, 잠깐! 사람 말 정도는, 잘 들으라고!"
생각을 멈춘 것은, 여자의 목소리때문이었다.
그닥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은 얼굴이었다.
이대로 '실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라는 사실을 이 여자가 알게 된다면, 대체 어떻게 될 것인지.
"아, 미안미안, 정말로 고마워. 덕분에 감기에 안걸릴 수 있었네."
서둘러 기분을 풀게 하려고 시도는 했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원래부터 그는, 교섭이라던가, 속마음을 읽는 등의 '잔꾀'를 잘 부리질 못한다.
무언가 화제를 바꿀 수 있을 만한 것이 없나, 하고 방을 둘러보던 토니는, 가지런하게 개켜져있는 그의 옷을 발견했다.
"오, 옷도 세탁해 준건가. 미안하네."
노려보는 그녀의 시선을 아플정도로 느끼면서도, 억지로 무시하며 옷을 집어든다.
피의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싸운 직후의 상태보다는 훨씬 나았다.
"정말 고마워. 알몸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까 말야."
재빨리 옷을 입기 시작하는 토니의 몸에, 여자는 등 뒤에서부터 안겨온다.
양손에 들어가있는 힘은, 의외로 셌다.
"어이어이, 뭐야. 옷을 입을 수가 없잖아."
"......엄청 고생했다고. 이 대로, 아무런 인사도 없이 돌아가려는 거야?"
"아니, 고맙단 말은 아까 했잖아?"
"날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고!"
한숨이 나오려 하는 것을, 겨우 참는다.
(또냐, 어이. 나한테도 고를 권리는 있다고)
아까도 말한 듯이, 여자는 싫어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부지런히 찾아가 좋아한다는 말을 속사귀는 것도, 일단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취향도 아닌 상대에게 성욕이 돋을 정도로, 굶주리진 않았다.
덛붙혀 말하자면, 이런 생색내는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 중 하나인 것이다.
"미안하지만 말야, 오늘의 나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 허리가 풀릴 정도로 마셔댔으니까 말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녀의 팔을 풀어내고, 옷을 마저 입는다.
쟈켓은 이미, 입을 생각이 없었다. 그대로 말아서 장검과 함께 손에 들었다.
그대로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서려는 토니의 등에, 여자의 욕설이 들려온다.
"뭐, 뭐야, 은혜도 모르는 놈!! 알았어, 그런 식으로 한다면, 이제 어떻게 되도 난 몰라!"
언제나 같은 대사다.
다음에 이어지는 협박도 간단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미 상관 없었다.
"네가 '엄마'라고 잠꼬대한다고, 마을 전체에 퍼트릴 테니까! 부끄러워서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을 정도로, 퍼트리고 다닐꺼야!!"
예상과 전혀 다르지 않는 내용이었다.
(나 참. 좀 더 다른 말은 못하는 건가)
자연스레 어깨를 들썩거리고 만다.
그대로, 토니는 아무말 없이 방을 나섰다.
무엇보다, 이 이상 관계를 갖는 것이 짜증났다.
등뒤로 들려오는 욕설은 어느샌가 울음소리로 바뀌어, 동이 트기 직전의 지저분한 거리에 울려퍼진다.
그 목소리에 수면을 방해받은 근처의 주민들이, 짜증난다는 듯이 창문을 열어, 무슨 일인지 살피기 시작한다.
설령 여자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일은 마을의 소문이 될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미 토니의 흥미는 다른 곳으로 돌려졌다.
"......덴버스와 함께 두동강이를 내버렸으니까 말야. 역시 새로운 코트를 만들 수 밖에 없나?"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그는 자신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죽은 어머니의 얼굴 ─ 그리고 덴버스의 시체와 함께 나타난, 어둠의 주민들 뿐이었다.
"들었어, 토니. 케리를 울렸다면서?"
갑자기, 그리고 어떤 의미로, 예상한 대로의 인사.
그 날 저녁, 드물게도 빠른 시간부터 보비의 움막에 얼굴을 내민 토니를 마중한 것이, 그 말이었다.
먼저온 손님이 몇명, 그리고 점주의 보비가, 놀리는 듯한 시선으로 토니를 본다.
빨리도 ─ 랄까, 당연하달까 ─ 오늘 아침의 사건은, 널리 퍼져 있는 듯하다.
히죽대는 칠칠맞은 웃는 얼굴로 어깨를 두드린 것은, 보비의 움막에 모여드는 해결사 중 한명, 에콜이었다.
단정치 못한 생김새에, 연역의 해결사치고는 약간 나이를 많이 먹고 있었지만, 법률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어디서나 중요시되는 남자이다.
하지만, 누구도 좋아서 그와 한팀을 짜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간단 ─ 그는 아무튼 다른 사람의 소문을 좋아하는 것 때문이다.
"꽤 하는 구만, 정말! 나도 젊었을 적은 이래뵈도 꽤 인기가 좋았지만, 케리같은 좋은 여자를, 아까워하지도 않고 냉대하는 짓은 못했는데 말야."
그가 경원시 되는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어쨋건,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가 너무 큰 것이었다.
토니를 야유하는 그 목소리는, 넓지도 않은 움막에 울려퍼지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컷다.
"......별로 상관없잖아, 그딴 이야기."
"상관없진 않지, 토니! 좋아, 오늘밤은 일 얘기 빼고, 너의 여자에 대한 생각을 빠짐없이 들어보자고!!"
머리를 감싸쥐는 토니의 옆 자리에, 에콜이 털썩 앉는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그가 좋아하는, 도수 높은 럼주의 술통이었다.
"이 정도 있으면, 해가 뜰때까지 이야기 해도 남을거야. 자자, 토니."
"그만 두라고! 나는 정말로 일을 찾으로 온거야. 돈도 새로 빌렸고, 너하고 얘기하고 있을 시간은 없어!"
가게 안이 웃음소리에 둘러쌓이는 중, 토니는 귀찮은 듯이 에콜의 손을 치웠다.
시간이 남아돌 때라면 상대를 해줄 수도 있지만, 오늘은 정말로, 다급해진 이유가 있다.
"보라고, 이 청구서 다발을! 닐 할멈에게 부탁한 총의 개조비에, 새로 만든 코트의 대금, 그리고 이 전에 망가뜨려버린 부츠의 독촉까지 왔다고. 정말로 벌지 않으면, 오늘밤 밥갑까지 위험할지도 몰라."
"호오, 그 코트, 새로 만든건가. 역시."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토니는 살았다는 얼굴로 돌아보았다.
굴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어딘가 굳어있었고, 어두웠다.
"뭐야, 굴. 당신까지 무거운 얼굴을 하고."
에콜의 질문 공세로부터 이야기를 돌리기 위해, 토니는 밝은 목소리로 굴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예상과는 달리, 그다지 환영할 만한 대답은 아니었다.
"덴버스의 시체가 발견되서 말이야, 녀석과 사이가 좋았던 폭력배들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어."
"......그, 그래. 그거 정말......"
토니는 대답을 잘 할 수 없었다.
무리도 아니다.
완전히 변해버렸다고는 하지만, 덴버스를 죽인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이다.
그리고, 덴버스가 입고 있던 코트는......
"녀석은 말야, 네가 항상 입고 있던, 그 악세사리 투성의 새빨간 코트를 입은 채로, 두동강이가 나있다고 하더군."
일어선 채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가볍게 들이마시며 그렇게 말한다.
굴의 말투는 조용하고, 평온했었다.
그러나 그만큼, 그의 말의 내용은 더욱 선명하게, 용서없이 주위로 퍼져나간다.
(죽여버린건가?)
(그 광견녀석을?)
(어이어이, 진짜냐. 그런 배후가 붙어있는데......)
움막 안은 갑자기,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 졌다.
"라는건, 역시 오드(odds) 클럽 녀석들이?"
"그런거지. 토니의 목에 상금을 걸고, 대대적으로 시작해버렸어. 금방 여기로도 달려올걸 ─ 보기 힘든 고액의 현상금에 눈이 먼 녀석들이 말야."
오드 클럽이란 건, 현역에서 물러난 뒷세계의 인간들이 운영하는, 맨 헌팅(Man Hunting)을 실행하기 위한 모임이다.
말하자면, 효율적으로 복수를 하기 위한 일종의 "축제"를 실행하는 단체라는 것이다.
멤버 중 누군가가 살해당한 경우, 남은 멤버들은, 고액의 참가료를 내고, 그들만의 방식의 애도식에 참가한다. 그리고 그 복수 대상의 목을 자른 자가, 내어진 참가료를 전액, 혼자서 다 가질 수 있다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것저것 상관없이 물어뜯고 다녀, '광견'이라고 불리우며 미움받고 있는 덴버스가, 어째서 그 누구한테도 목숨을 노려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인가 ─ 그 이유는, 그 또한 오드 클럽에 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가 지금까지 덴버스와 그렇게 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그의 목숨까지는 뺏지 않았던 것은, 일부로 죽일 가치도 없는 상대였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덴버스가 죽고, 시체는 토니의 코트를 입고 있다.
그리고 오드 클럽은 희희낙낙하며 참가자를 모아, '토니 사냥'의 축제를 시작했다.
변명이 통할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토니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은, 덴버스 외에도 수 없이 많은 것이다.
쉴 틈을 주지 않고, 토니에 대해 집요한 추적을 해 올 것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귀찮아 죽것네. 완전히 녀석의 배후에 대한걸 잊고 있었어)
자신의 멍청함을 저주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이미 늦었다.
죽이지는 않았다, 시체가 되어 덤벼와서 어쩔 수 없이 베어버렸다 ─ 라고 말해봤자, 아무도 믿어주진 않을 것이다.
"나쁜 말은 안할게. 기억이 있건 없건, 당분간은 숨어지내."
굴이 가볍게 어깨를 두드린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토니를 위해서, 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런 상황의 인간과 함께 있으면, 말려들거라는 것은 뻔히 보였다.
그런 사태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당연한 처치였다.
"알았어. 소동이 잠잠해 질 때까지, 어딘가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을게."
"그렇게 하는 게 좋을거야. 빌린 돈에 대한 건 안됐지만."
굴 이외의 누구도,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누구나가 ─ 굴 자신도 열외 없이 ─ 같은 상황이 빠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내일은 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동정하기보다 먼저 겁을 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것 참. 완전히 실수해 버렸구만, 나도."
어깨를 들썩으며, 토니는 출구로 발을 돌렸다.
그런 그에게, 굴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갈 곳이 없으면 우리 집으로 와. 너 한명 쯤이라면, 지하에 있는 저장고에 숨겨줄 수 있어."
"미안하지만, 그건 패스하도록 하지. 슬그머니 도망쳐 숨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서 말야."
제안을 거절하고는, 토니는 가게를 나서려 문을 열려고 한다.
그것과 같은 타이밍에 들어온것은, 다름아닌 길버였다.
전 날 밤, 술독에 빠졌던 그 얼굴은, 붕대로 가리고 있었음에도, 마치 생기를 잃어버린 듯이 보였다.
스쳐지나갈 때, 토니는 그런 길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여어, 신입. 내가 할 터였던 일, 너에게 넘겨주지."
"───?"
"뭐, 신경쓰지 마. 어제일은 좀 미안하다고 생각해서 말야, 보답같은 거라고 생각해."
물론, 보답같은게 아니다.
토니가 택하는 일은 언제나, 가장 위험하고 힘든 대신에 보수도 좋다는, 극단적으로 하이리스크 및 하이리턴같은 것 뿐이다.
어떻게 일을 하는 지도 잘 모르는 길버에게는, 민폐 외에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럼, 모두들. 잘 도망쳤으면, 나중에 술이나 한 잔 쏘라고?"
마치 근처 화장실이라도 가는 듯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토니는 움막을 뒤로했다.
그의 등을 지켜보는 길버의 눈에 떠오른 것은, 아무런 판단도 하기 힘든, 복잡한 기분인 듯이 보였다.
=====================================================================================
오랫만의 업데이트...
이번편은 그닥 재미도 없도, 번역도 매끄럽지 않고...
게다가 학교가 시작해 버려서, 번역 속도는 더더욱 느려질 것 같네요.
3
"엄마, 엄마...... 엄마!"
어린 아이가, 땅에 쓰러진 어머니의 몸을 흔들어댄다.
어머니의 숨이 이미 멈추어 있는 것은, 누가보더라도 명백했다.
그러나 어린 아이는 ─ 이미 그 자신도 알고 있었겠지만 ─ 쓸데없는 노력을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다.
"형도 사라져 버렸어! 엄마! 엄마!"
시체로 부터는 아직까지 따뜻한 피가 지면으로 퍼지고 있었다.
어린 아이는 거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눈물과 콧물로 얼굴은 엉망진창이었고, 짧게 잘려있는 아름다운 은발을 휘두루며 외치고 있었다.
"엄마......"
거기서 토니는 겨우 눈을 떴다.
그는 본 적 없는 방, 기억에 없는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입고 있었던 옷은 가지런히 개켜져, 베갯맞에 놓여져 있다.
애용하는 검도, 가까운 곳에 놓여져 있었다.
"......응? 여기는......"
기억이 잘 안났다.
머리속에 대량의 물음표가 생겨나기 시작했을 무렵, 옆에서부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소문은 정말이었다는 거네. 뭔가, 상당히 쇼크."
아직 사정이 잘 이해가 안가는 머리를,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렸다.
기억에 있는 여자가 한명,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멘솔의 강한 담배냄새가, 억지로 토니의 혼란을 진정시켜준다.
"클레이가 말은 해줬지만, 스스로 이렇게 확인할 때까지는 믿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토니가 몇번인가 방문한 적이 있는, 어느 한 술집의 종업원이었다.
얼굴은 기억하고 있지만,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 라기보단, 흥미를 갖은 적이 없었다.
"모처럼 괜찮은 걸 줏었다고 생각했는데. 마마보이라는 증거를 확인하게 됐다니......"
노는데 익숙한, 가벼운 말투.
이목구비가 뚜렸한 얼굴이었지만, 토니에게 있어서는 완전히 수비범위를 벋어나 있었다.
꿈자리가 사나웠던 탓도 있어, 한번에 눈이 떠져간다.
결국 기분까지 시들해 졌지만, 그걸 얼굴에 나타낼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다.
"무슨 말이야? 그리고 여긴 어디야?"
"내 방. 당신도 알고 있잖아, 가게 2층에 있어."
"내가 어떻게 아냐, 그런거. 그게 아니고 말이지......"
토니는 멘솔의 연기를 짜증난다는 듯이 손으로 내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옷은 전부 벗겨져 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의 가슴에는, 악세사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반구형의 아뮬렛이 매달려 있다.
토니는 속옷 한장 걸치지 않은 채로 창가로 걸어가, 더러워진 커텐을 살짝 올렸다.
밖은 아직, 밤의 어둠이 깔려져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진 않았군. 지금 몇시지?"
"마마보이인 주제에 잘난듯이 말하지 말라고! 일부러 줏어왔는데, 고맙다는 말은 해야되는거 아니야?"
"자꾸 마마보이, 마마보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뭐 어때서, 사실이잖아! 이런 멋진 여자가 옆에서 자고 있는데도, '엄마, 엄마"라니, 바보같아!"
"......과, 관계 없잖아, 그딴거"
부끄러운 듯이 말을 얼버무리며, 토니는 여자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에게 흥미를 갖는 여자는, 이 마을에서만도 수도 없이 많고, 그도 별로 여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대로 길게 여자를 사귀지 못하는 것은, 그녀가 말한대로 ─ 가끔씩 꿈에서 나오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에 시달리며 저도몰래 '엄마'라고 잠꼬대를 해버리기 때문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으로 가슴의 아뮬렛을 쥔다.
그것은 죽기 직전의 어머니께 받은,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유품이었다.
"정말, 실망이야. 모처럼 길가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걸 줏어 왔건만, 이러면 즐길수도 없잖아."
"줏어왔다니...... 어이. 무슨 소리야?"
말을 듣고나서 겨우, 토니는 자신의 기억이 상당한 범위에 걸처 끊겨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술집에서 신입에게 술로 승부를 본 후, 변해버린 덴버스가 끌고온 어둠의 군단과 한 판 치룬 것 까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지만, 거기서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은 완전히 사러져 있다.
아마도...... 랄까, 거의 틀림없이, 보비의 특제 워커의 취기가 나중에 와서 돌았던 탓일 것이다.
"......하아. 잘도 무사히 살아남았구만."
"다른 사람 일 처럼 말하지 말라고. 강가에 있는 쓰레기장부터, 이 방까지 데리고 온거라고. 정말로 고생했다니까."
"미안, 미안. 감사하고 있다고."
가능한 한 여자를 화나게 하지 않으려, 토니는 농담섞인 말투지만, 일단 감사를 표했다.
상대가 인간이었으면, 설령 정신이 없어도 질 일은 없지만, 요즘 연속으로 조우한 그 들 ─ 어둠에서 만들어지는 듯이 나타나는, 이 세계의 생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녀석들이 상대였다면, 어쩌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딴 졸따구에게, 질 수는 없으니까 말야)
방금 전 꿈에서 본, 어머니의 죽음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순 없지만, 그 날의 복수를 위해서, 그는 지금까지 해결사라는 위험한 일을 통해, 자신을 단련해 왔던 것이다.
"야, 잠깐! 사람 말 정도는, 잘 들으라고!"
생각을 멈춘 것은, 여자의 목소리때문이었다.
그닥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은 얼굴이었다.
이대로 '실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라는 사실을 이 여자가 알게 된다면, 대체 어떻게 될 것인지.
"아, 미안미안, 정말로 고마워. 덕분에 감기에 안걸릴 수 있었네."
서둘러 기분을 풀게 하려고 시도는 했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원래부터 그는, 교섭이라던가, 속마음을 읽는 등의 '잔꾀'를 잘 부리질 못한다.
무언가 화제를 바꿀 수 있을 만한 것이 없나, 하고 방을 둘러보던 토니는, 가지런하게 개켜져있는 그의 옷을 발견했다.
"오, 옷도 세탁해 준건가. 미안하네."
노려보는 그녀의 시선을 아플정도로 느끼면서도, 억지로 무시하며 옷을 집어든다.
피의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싸운 직후의 상태보다는 훨씬 나았다.
"정말 고마워. 알몸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까 말야."
재빨리 옷을 입기 시작하는 토니의 몸에, 여자는 등 뒤에서부터 안겨온다.
양손에 들어가있는 힘은, 의외로 셌다.
"어이어이, 뭐야. 옷을 입을 수가 없잖아."
"......엄청 고생했다고. 이 대로, 아무런 인사도 없이 돌아가려는 거야?"
"아니, 고맙단 말은 아까 했잖아?"
"날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고!"
한숨이 나오려 하는 것을, 겨우 참는다.
(또냐, 어이. 나한테도 고를 권리는 있다고)
아까도 말한 듯이, 여자는 싫어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부지런히 찾아가 좋아한다는 말을 속사귀는 것도, 일단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취향도 아닌 상대에게 성욕이 돋을 정도로, 굶주리진 않았다.
덛붙혀 말하자면, 이런 생색내는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 중 하나인 것이다.
"미안하지만 말야, 오늘의 나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 허리가 풀릴 정도로 마셔댔으니까 말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녀의 팔을 풀어내고, 옷을 마저 입는다.
쟈켓은 이미, 입을 생각이 없었다. 그대로 말아서 장검과 함께 손에 들었다.
그대로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서려는 토니의 등에, 여자의 욕설이 들려온다.
"뭐, 뭐야, 은혜도 모르는 놈!! 알았어, 그런 식으로 한다면, 이제 어떻게 되도 난 몰라!"
언제나 같은 대사다.
다음에 이어지는 협박도 간단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미 상관 없었다.
"네가 '엄마'라고 잠꼬대한다고, 마을 전체에 퍼트릴 테니까! 부끄러워서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을 정도로, 퍼트리고 다닐꺼야!!"
예상과 전혀 다르지 않는 내용이었다.
(나 참. 좀 더 다른 말은 못하는 건가)
자연스레 어깨를 들썩거리고 만다.
그대로, 토니는 아무말 없이 방을 나섰다.
무엇보다, 이 이상 관계를 갖는 것이 짜증났다.
등뒤로 들려오는 욕설은 어느샌가 울음소리로 바뀌어, 동이 트기 직전의 지저분한 거리에 울려퍼진다.
그 목소리에 수면을 방해받은 근처의 주민들이, 짜증난다는 듯이 창문을 열어, 무슨 일인지 살피기 시작한다.
설령 여자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일은 마을의 소문이 될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미 토니의 흥미는 다른 곳으로 돌려졌다.
"......덴버스와 함께 두동강이를 내버렸으니까 말야. 역시 새로운 코트를 만들 수 밖에 없나?"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그는 자신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죽은 어머니의 얼굴 ─ 그리고 덴버스의 시체와 함께 나타난, 어둠의 주민들 뿐이었다.
"들었어, 토니. 케리를 울렸다면서?"
갑자기, 그리고 어떤 의미로, 예상한 대로의 인사.
그 날 저녁, 드물게도 빠른 시간부터 보비의 움막에 얼굴을 내민 토니를 마중한 것이, 그 말이었다.
먼저온 손님이 몇명, 그리고 점주의 보비가, 놀리는 듯한 시선으로 토니를 본다.
빨리도 ─ 랄까, 당연하달까 ─ 오늘 아침의 사건은, 널리 퍼져 있는 듯하다.
히죽대는 칠칠맞은 웃는 얼굴로 어깨를 두드린 것은, 보비의 움막에 모여드는 해결사 중 한명, 에콜이었다.
단정치 못한 생김새에, 연역의 해결사치고는 약간 나이를 많이 먹고 있었지만, 법률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어디서나 중요시되는 남자이다.
하지만, 누구도 좋아서 그와 한팀을 짜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간단 ─ 그는 아무튼 다른 사람의 소문을 좋아하는 것 때문이다.
"꽤 하는 구만, 정말! 나도 젊었을 적은 이래뵈도 꽤 인기가 좋았지만, 케리같은 좋은 여자를, 아까워하지도 않고 냉대하는 짓은 못했는데 말야."
그가 경원시 되는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어쨋건,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가 너무 큰 것이었다.
토니를 야유하는 그 목소리는, 넓지도 않은 움막에 울려퍼지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컷다.
"......별로 상관없잖아, 그딴 이야기."
"상관없진 않지, 토니! 좋아, 오늘밤은 일 얘기 빼고, 너의 여자에 대한 생각을 빠짐없이 들어보자고!!"
머리를 감싸쥐는 토니의 옆 자리에, 에콜이 털썩 앉는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그가 좋아하는, 도수 높은 럼주의 술통이었다.
"이 정도 있으면, 해가 뜰때까지 이야기 해도 남을거야. 자자, 토니."
"그만 두라고! 나는 정말로 일을 찾으로 온거야. 돈도 새로 빌렸고, 너하고 얘기하고 있을 시간은 없어!"
가게 안이 웃음소리에 둘러쌓이는 중, 토니는 귀찮은 듯이 에콜의 손을 치웠다.
시간이 남아돌 때라면 상대를 해줄 수도 있지만, 오늘은 정말로, 다급해진 이유가 있다.
"보라고, 이 청구서 다발을! 닐 할멈에게 부탁한 총의 개조비에, 새로 만든 코트의 대금, 그리고 이 전에 망가뜨려버린 부츠의 독촉까지 왔다고. 정말로 벌지 않으면, 오늘밤 밥갑까지 위험할지도 몰라."
"호오, 그 코트, 새로 만든건가. 역시."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토니는 살았다는 얼굴로 돌아보았다.
굴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어딘가 굳어있었고, 어두웠다.
"뭐야, 굴. 당신까지 무거운 얼굴을 하고."
에콜의 질문 공세로부터 이야기를 돌리기 위해, 토니는 밝은 목소리로 굴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예상과는 달리, 그다지 환영할 만한 대답은 아니었다.
"덴버스의 시체가 발견되서 말이야, 녀석과 사이가 좋았던 폭력배들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어."
"......그, 그래. 그거 정말......"
토니는 대답을 잘 할 수 없었다.
무리도 아니다.
완전히 변해버렸다고는 하지만, 덴버스를 죽인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이다.
그리고, 덴버스가 입고 있던 코트는......
"녀석은 말야, 네가 항상 입고 있던, 그 악세사리 투성의 새빨간 코트를 입은 채로, 두동강이가 나있다고 하더군."
일어선 채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가볍게 들이마시며 그렇게 말한다.
굴의 말투는 조용하고, 평온했었다.
그러나 그만큼, 그의 말의 내용은 더욱 선명하게, 용서없이 주위로 퍼져나간다.
(죽여버린건가?)
(그 광견녀석을?)
(어이어이, 진짜냐. 그런 배후가 붙어있는데......)
움막 안은 갑자기,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 졌다.
"라는건, 역시 오드(odds) 클럽 녀석들이?"
"그런거지. 토니의 목에 상금을 걸고, 대대적으로 시작해버렸어. 금방 여기로도 달려올걸 ─ 보기 힘든 고액의 현상금에 눈이 먼 녀석들이 말야."
오드 클럽이란 건, 현역에서 물러난 뒷세계의 인간들이 운영하는, 맨 헌팅(Man Hunting)을 실행하기 위한 모임이다.
말하자면, 효율적으로 복수를 하기 위한 일종의 "축제"를 실행하는 단체라는 것이다.
멤버 중 누군가가 살해당한 경우, 남은 멤버들은, 고액의 참가료를 내고, 그들만의 방식의 애도식에 참가한다. 그리고 그 복수 대상의 목을 자른 자가, 내어진 참가료를 전액, 혼자서 다 가질 수 있다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것저것 상관없이 물어뜯고 다녀, '광견'이라고 불리우며 미움받고 있는 덴버스가, 어째서 그 누구한테도 목숨을 노려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인가 ─ 그 이유는, 그 또한 오드 클럽에 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가 지금까지 덴버스와 그렇게 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그의 목숨까지는 뺏지 않았던 것은, 일부로 죽일 가치도 없는 상대였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덴버스가 죽고, 시체는 토니의 코트를 입고 있다.
그리고 오드 클럽은 희희낙낙하며 참가자를 모아, '토니 사냥'의 축제를 시작했다.
변명이 통할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토니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은, 덴버스 외에도 수 없이 많은 것이다.
쉴 틈을 주지 않고, 토니에 대해 집요한 추적을 해 올 것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귀찮아 죽것네. 완전히 녀석의 배후에 대한걸 잊고 있었어)
자신의 멍청함을 저주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이미 늦었다.
죽이지는 않았다, 시체가 되어 덤벼와서 어쩔 수 없이 베어버렸다 ─ 라고 말해봤자, 아무도 믿어주진 않을 것이다.
"나쁜 말은 안할게. 기억이 있건 없건, 당분간은 숨어지내."
굴이 가볍게 어깨를 두드린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토니를 위해서, 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런 상황의 인간과 함께 있으면, 말려들거라는 것은 뻔히 보였다.
그런 사태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당연한 처치였다.
"알았어. 소동이 잠잠해 질 때까지, 어딘가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을게."
"그렇게 하는 게 좋을거야. 빌린 돈에 대한 건 안됐지만."
굴 이외의 누구도,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누구나가 ─ 굴 자신도 열외 없이 ─ 같은 상황이 빠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내일은 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동정하기보다 먼저 겁을 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것 참. 완전히 실수해 버렸구만, 나도."
어깨를 들썩으며, 토니는 출구로 발을 돌렸다.
그런 그에게, 굴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갈 곳이 없으면 우리 집으로 와. 너 한명 쯤이라면, 지하에 있는 저장고에 숨겨줄 수 있어."
"미안하지만, 그건 패스하도록 하지. 슬그머니 도망쳐 숨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서 말야."
제안을 거절하고는, 토니는 가게를 나서려 문을 열려고 한다.
그것과 같은 타이밍에 들어온것은, 다름아닌 길버였다.
전 날 밤, 술독에 빠졌던 그 얼굴은, 붕대로 가리고 있었음에도, 마치 생기를 잃어버린 듯이 보였다.
스쳐지나갈 때, 토니는 그런 길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여어, 신입. 내가 할 터였던 일, 너에게 넘겨주지."
"───?"
"뭐, 신경쓰지 마. 어제일은 좀 미안하다고 생각해서 말야, 보답같은 거라고 생각해."
물론, 보답같은게 아니다.
토니가 택하는 일은 언제나, 가장 위험하고 힘든 대신에 보수도 좋다는, 극단적으로 하이리스크 및 하이리턴같은 것 뿐이다.
어떻게 일을 하는 지도 잘 모르는 길버에게는, 민폐 외에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럼, 모두들. 잘 도망쳤으면, 나중에 술이나 한 잔 쏘라고?"
마치 근처 화장실이라도 가는 듯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토니는 움막을 뒤로했다.
그의 등을 지켜보는 길버의 눈에 떠오른 것은, 아무런 판단도 하기 힘든, 복잡한 기분인 듯이 보였다.
=====================================================================================
오랫만의 업데이트...
이번편은 그닥 재미도 없도, 번역도 매끄럽지 않고...
게다가 학교가 시작해 버려서, 번역 속도는 더더욱 느려질 것 같네요.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