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크림
담배를 한 대 빨고, 연기하듯 길게 후 내뿜는다
탁, 침을 뱉고
닭대가리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길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고
어깨를 위아래로 흔들고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홍대 지하철역 1번 출구 스타벅스 앞에
잘 어울리는 짝패가 서 있다
기타 케이스를 매고 우두커니 선 기타리스트는 왠지 깐
깐한 저승사자 같고
전자 오르간 케이스를 땅바닥에 내려놓은 키보디스트는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담배를 한 대 빨고, 연기하듯 길게 후 내뿜는다
탁, 침을 뱉고
닭대가리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길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고
어깨를 위아래로 흔들고
틱 장애가 아니다
나, 유명하게 될 사람이라는 듯이
지금 많이 봐 놓으라는 듯이
너무 표시가 나서 안쓰럽다
젊은 시인 아니,
세상의 모든 시인 같다
시인은 자신을 몰라줄까 봐서 평생 불안에 떨다가
죽을 때, 똥덩어리를 싸 놓지
유고 시집을 남기지
내가 만난 100명의 시인들 중에
100명은 총으로 쏘아 버리고 싶은 놈들이었어
잠시 후, 키보디스트는 자신의 오르간 케이스를 들었다
마중 나온 안내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저 오르간 케이스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신선한 슈크림이 한가득이면
애인의 항문에 평생 동안 바를 수 있겠지
시 낭독회가 열리는 서점에는 백치들이 가득하다
전자 오르간에서 금빛 곡조가 넘실거리며 흘러나오기
전에
먼저 여기 모인 시인들부터 한 방씩 안기자
기타 케이스를 열고 K1을 꺼낸다
아, 당신, 처음 보았을 때부터 왠지…… 그런데
누구시죠?
총에 맞은 시인들은 ‘엄마!’라고 울부짖는다
이 바보들,
‘예술!’ 해야지
진짜 실망이야
돈 많은 어머니가 천재를 보호하지
(넌 아무것도 하지 마)
표절 문제에 휩싸였을 때
시인들끼리 삼각관계로 얽혔을 때
심지어 마감을 놓쳤을 때
어머니가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하지
(누구누구는 엄마가 시를 대신 써 준대요)
총에 맞은 시인의 배에서 더 이상 달착지근할 수 없는
시큼한 슈크림이 꿀럭꿀럭 뭉개져 나온다
그것은 피도 아니고 똥덩어리조차 아니다
눈 속의 구조대
장정일, 민음의 시 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