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사랑
얼굴 없는 여자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얼굴 없는 여자들이 내
다리 사이를 지나갔다
뒷통수만 잠깐 보여 준 여자들
아직 내가 남자가 되지 못했던 소년원 시절
나의 뒷통수를 두 손으로 지긋이 내리누르는
웃음 띤 남자들이 있었다 나는
다리 사이의 천사였다
대장들의 성기에서는 권력의 냄새가 났다
나는 끌리듯이 그 힘을 탐닉했다
얼굴 없는 여자들이 그랬듯이
대장들의 정액을 위장 깊숙이 삼켰다
발가벗긴 삼각형은 밤마다
대장이 던져 준 크림빵 봉지를 뜯었다
희고 고소한 크림을 찍어 항문에 발랐다
그들은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장은 권력을 행사했고
소년은 그와 하나가 되고 싶었다
힘을 나눠 갖고 싶었다
소년의 마음을 알아차린 대장은
오른손에 감아쥔 전선줄로 소년의 엉덩이를 때렸다
아파요!
더 때려요!
사랑합니다!
얼굴 없는 대장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얼굴 없는 대장들이 나에게
복종과 폭력을 가르쳤다
아직 우리가 남자가 아니었을 때
눈 속의 구조대
장정일, 민음의 시 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