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
이런저런 고기를 뭉친 고기
먹는다 광활한 대지에 선을
긋고 차를 세웠다
고기를 뭉친 고기야
고기라 할 수도 없을 것이고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이들이
여기저기 뭉쳐 운다
짜고 맵고 퍽퍽한 것들이 뭉쳐서
아이의 광활한 속에 넣어지지 않고
함박 운다
후추처럼 소금처럼 마늘처럼
운다 함박
울지 말렴 소리 지르지 말렴 식기를 던지지 말렴
아이의 입은 더 크게 벌어지고 선이 지워지고
뭉친 울음소리들이 벽을 타고 올라 천장이 새까매
짜디짠 소스가 되어 뚝뚝 떨어지네
바닥에 떨어지네
허리를 숙여 닦네
계산을 하며 우네
주차된 차를 찾을 수 없고
영수증은 물에 젖었고
고기에서 번지는 아기 냄새
뭉쳐진 사람들이
마트의 코너와 코너 사이에 함박눈처럼
쌓여 구르네
미리 당겨온 다음 생애의 내 살점을 뜯어먹으며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서효인, 문학동네시인선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