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7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섬마을에 근무하게 된 친구의
걱정을
오랜만에 하였다 우리는
7년 가까이 한 친구
걱정을
오랜만에 하면서
공무원 학원이며 학원 교재며 행정학 강사며
엉성한 스터디며 실패한 연애며 아는 대로 주섬주섬
답안지에 썼으며 불합격
통지서라는 것 대신 사표를 넣고
다닐 안주머니가 없는데 답안지를 6년째
밀려 썼다던 녀석의 운이 이제애 트였나
친구는 전라도 먼 섬에 있다고 한다
7년과 잘 어울리는
섬이다 7분만 있어도 돌아버릴 것 같은
섬이다 사방이 트인 바다를
안다 옥수역 환승 통로에 서
있다 7분이 7년 같았고 그새 살이
찌고 모발이 가늘어지고 발뒤꿈치에 각질이 생긴
친구와 악수하며 오랜만에 섬 소식 듣는데
급행열차는 7분 후에 떠나는데 걱정은
7년도 모자라고 섬 걱정은 이제 시작이고
발밑이 단단한지 뛰어본다 환승 통로는 부르르 떤다
전철이 들어오고 나는 이제 뛰어야 할 판인데
섬에서 친구는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오랜만에 돌리는 페달, 나는
저것을 타야 하는데 친구가 자전거
안장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앉아 답안지를
내민다 7년 만에 만난 이 친구의 이름은?
흑산도 홍도 비금도 같은 거 쓰는데 불합겹
통지서를 안주머니에 넣어주며
점점 더 멀어져가네
급행열차 떠나가네
옥수역으로 다가오는 그다음 열차의 내장에서
해안선 복잡한 섬들이 두꺼운 옷을 부딪치며
7년째 오고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서효인, 문학동네시인선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