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찜
잘하는 데가 있다며 붕어찜집으로 데려갔다
비려요 이런 것은
비립니다 말을 못하고
뼈째 붕어 먹는다 말을 못하고
붕어 먹는다 그때부터 뻐끔뻐끔 입술 오므리며
살기 위하여 붕어 먹는다 살이 좋다며
무엇이 비리냐고 물으며 그는 젊을 적 이야기며
낚시터에서 이야기며 탕비실 이야기며
했던 이야기며 안 했던 이야기며
붉어진 입술로 한다 붕어가 괜히
붕어가 아니지
붕어찜집에서 비린 것을 입에 욱여넣고
민물고기가 싫다 나는
민물고기가 싫고 네가 싫고
붕어 같은 것은 먹기 싫고
가시 바르는 것도 싫고 가시를 먹기는 더
싫다는 말을 못한다 붕어가 괜히
붕어가 아닌 것이다
목에 가시가 끼인 것 같은데
그런 것은 흰 쌀밥을 그득 삼키면
같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하는 붕어가 있고
아니 붕어가 말을 하다니
이것은 비립니다
이것을 먹으라 강요하지 마세요
이것을 먹지 못하는 네가 문제라 하지 마세요
좀 하지 마 이 새끼야,
아니 민물고기가 말을
하다니
붕어가 괜히 붕어가
아니지
가시가 단단하고 껍질은 비려서
없지 한국인의 밥심을 다 동원해
씩씩하게 우물거리고 있었다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서효인, 문학동네시인선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