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니까 야구만화가 생각이 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을 좋아하여 써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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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지나고, 햇빛이 덥다 못해 뜨겁다고 느껴지는 시기이다. 해가 중천일 때 운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딱 그런 날씨에 새파란 하늘 아래에서 하는 운동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은 종목이 있다. 야구가 그렇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진건 비 오듯 땀 흘리며 쨍한 햇볕 아래를, 보기만해도 후덥지근하게 연출해낸 만화 영화때문이 아닌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때문이었다.
'터치','H2', 그리고 '크로스 게임'. 이번에 이야기 해보고 싶은 것은 '크로스 게임'에 대해서이다.
'크로스 게임'을 처음 접한 것은 군대에서였다. 길지 않았던 정박 기간 동안, 부대 내 만화방에서 많지도 적지도 않은 분량의 시리즈를 찾다가 17권을 한 번에 빌려 주말 내내 읽었던 기억이 난다.
'H2'를 알고는 있었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을 접한 것은 '크로스 게임'이 처음이었고, 이후 'H2', '터치'를(발매순으로는 역순이지만) 읽었다.
'크로스 게임'은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이 으레 그렇듯 야구 만화이지만, 청춘 드라마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잔잔하게 고조되고, 조용하게 터지는 매력이 있다. 한 컷, 한 템포 쉬어가는 속도와 대체로 절제된 인물들의 감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외부에서부터 전달되는 박력이나 화려함 없이 안쪽에서부터 퍼지는 감성적인 작품이 되게 한다.
우리는 '슬램덩크'만 읽어서는 농구에 대해 굉장히 깊이 있게 잘 알게되지는 않는다. '테니스의 왕자'에서 펼쳐지는 것은 이미 테니스의 범주를 벗어난 종목이며, <하이큐!>처럼 보는 것만으로 의외로 디테일한 배구 지식을 알 수 있고 인물들이 착실하게 그것을 해 나가는 이야기도 '크로스 게임'을 비롯한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과는 다르다.
어릴 적의 치기 어린 약속과 꿈, 그리고 거짓말. '크로스 게임'은 한 아이가 꾼 꿈에서 시작되어 두 청춘이 먼 길을 돌아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며, 그 속에서 크고 작은 약속들을 지켜내며 거짓말 같은 일들을 실현시키는 야구 드라마이다. 이들의 야구에는 필살기나 특별한 기술은 없다. 꾸준한 노력과 연습은 있지만 대단히 개성적인 기술도 없다. 고등학교 야구를 할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현실보다 조금 특이한 드라마가 있고, 약간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터치'보다 'H2'와 '크로스 게임'을 조금 더 좋아하는데,'H2'의 경우에는 삼각(또는 사각)관계를 바탕으로 한 다른 작품들보다 약간 더 뜨거운 청춘과 여름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고, '크로스 게임'은 '터치'와 비슷하면서도 특이한 그들만의 사연이 가지는 매력 때문이다. 강렬한 1화, 1권, 그것이 '크로스 게임'의 매력이었다.
'크로스 게임'은 만화책으로는 총 17권, 애니메이션으로는 총50화 분량으로, 국내에서는 EBS에서 더빙 방영했었다. TVA치고는 긴 호흡이지만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감동을 잔잔하게 느끼고 싶다면 일단 1화를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비슷한 장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쯤되니 어떤 요소가 필연적으로 떠올라 스포일러가 될 것도 같지만, 한 가지만 힌트를 남긴다면 '여장'은 아니다. :)
"클로버, 콩 과의 다년초. 4개의 잎은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좋아하는 작품이고, 만화책으로도 몇 번 읽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정주행을 하면서 즐거웠던 작품이라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사실 서두에 쓴 여름의 이미지는 'H2'에서 가지고 있던 것이 크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과 야구 만화가 가진 이미지가 코시엔 때문인지 여름색이 강한 것 같네요.
공개되어 있는 영상이 많아 고민을 잠깐 했습니다만,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걸어둡니다. 50화 내내 오프닝은 이 한곡 뿐인데, 그래도 제목만큼이나 굉장히 여름다운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엔딩 곡들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만, 이쪽은 1화를 보고 흥미가 생긴다면 끝까지 시청하면서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