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국회 토론, 입법 반대 우세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일본에서는 1970년 이미 컴플리트 가챠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일었다. 빵에 26종의 스티커를 넣고, 전부 다 모으면 여행을 보내준다는 방법으로 두 번의 확률을 도입했던 것인데, 이것이 디지털 컨텐츠 시대에 재차 문제가 되었다. ABCD 아이템을 모두 모으면 아주 좋은 아이템을 주는 방식이 그것으로, 4개 중 2개까지 확보할 확률은 60%로 상당히 높다. 이 때 좋은 아이템을 하나 받으면 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나머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지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왜곡된 결정을 내리는 식이다.
결국 컴플리트 가챠는 일본에서 퇴출되었지만,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일괄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다 보니 제대로 제재가 되지 않고 있고, 한국 개발자들 역시 확률형 아이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고객에게 즐거움을 전달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서, 법제화 이전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황성기 교수는 입법안이 게임 과소비 억제, 사행성 조장 방지,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을 법적 규제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이는 직업수행(엉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어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높으며, 자유민주사회에서는 소비를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터넷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의 역차별 문제를 꺼내며 실명제 전만 해도 판도라가 동영상 서비스의 1위 업체였으나 실명제 도입 후 유튜브가 1위로 올라섰다며, “법적인 규제보다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자율 규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부분의 토론자가 법제화를 반대하는 모습을 보니 당황스럽다.”고 말을 꺼낸 윤문용 국장은 “현재 국내 1, 2위 게임은 모두 외국 게임이고, 10위 권 내에서 순수 국산 게임은 5개에 불과한데, 모두 2005년 이전에 개발된 게임이다.”라며 “시장은 오히려 더 커졌는데도 게임 회사들이 위기에 빠진 이유는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규제와 달리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이 더 원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최성희 과장은 “대안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규제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기에, 우선 게임 업계 안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적절한 사업 모델인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유병준 교수는 “소비자 불만에 대해 업체들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입수 난이도에 불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유창석 교수는 “이미 확률형 아이템도 져물어 가고, 중국식 BM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데, 너무 곁가지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확률에 대한 업계의 공부가 필요하다.”, 황성기 교수는 “자율 규제의 효과가 낮다고 법적 규제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리고 떨어지는 이용자 만족도는 확률에 대한 것인지, 자율 규제에 대한 것인지 명확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 윤문용 국장은 “이용자들은 자율 규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다. 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행정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성희 과장은 “강제적인 규제로 가는 과정은 정말 신중한 과정을 요구하지만, 실제 이용자들의 요구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도 퇴장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노 의원은 “경제적, 산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특히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작용과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이 법안을 추진했다.”며, “게임 업계에 부정적인 이슈를 던지고자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오늘 나온 의견들을 수렴하여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확률이 공개되면 구매 의사가 어떻게 변화할 것 같나’라는 설문 조사에 ‘영향이 없을 것이다’와 ‘늘어날 것이다’라는 답변을 합쳐서 70%에 조금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 굳이 법을 만들 필요가 있나?
윤문용 : 그래서 우리도 법안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투명성을 높여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서 어떤 민원이 들어오고,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
최성희 : 우리 쪽으로 직접 들어오는 것도 있고, 콘텐츠조정위원회 쪽으로 들어오는 것도 있는데, 확률형 아이템 자체에 대한 민원, (자율 규제 참여 업체의 경우) 명확하지 않은 확률 공개, 그리고 확률 조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확률형 아이템은 온라인보다 모바일 게임에 더 많은데, 법안이 만들어지면 해외 게임에 대해서도 역차별 없이 적용이 가능한가?
윤문용 : 한국에 정식 발매되는 게임은 한국향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국내법을 따라야 한다. 오히려 지금의 자율 규제가 협회 가입자들에게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 녹색소비자연대에서 말하는 신뢰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윤문용 : 이용자에게 고지를 하고 이후 확률을 변경한다면 이를 조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럴 경우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고 본다.
● 자율 규제 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헀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최성희 : 대표적인 게임 커뮤니티나 게임 회사, 언론사 등의 이용자 의견을 듣고 있고, 이를 업계에서 준비 중인 자율 규제 방안에 전달하고 있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