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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Ones - 75
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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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에서 [초중무사 누스-10]( LV 10 / DEF 1000 )를 특수 소환!"
가온은 카드 한 장을 꺼내들어 그대로 강타했다. 잿빛으로 먼지투성이인 고철로봇 한 대가 그의 앞에 나타나서는 구식연료기관을 돌렸다.
'저녀석의 필드에는 몬스터 두 마리 그리고 세트 카드가 두 장. 패는 없다.'
코트의 두 몬스터, 라이트닝과 문장조. 그중에서 문장조는 수비 표시 그리고 라이트닝은 공격 표시기는 하나, 전투중에 가온이 효과를 발동하는 것을 봉인하니까 모르포를 불러낼 수 없다.
'그럼 나는 이 카드에 운명을 걸어야 해.'
가온은 누스-10의 아랫줄에 카드 한 장을 끼워넣었다.
"[초중무사소울 석궁]을 누스-10에게 장착한다."
누스-10의 손아귀에 보라빛이 도는 석궁 한 대가 쥐어졌다. 그는 녹슨 관절부를 삐걱대며 석궁을 앞으로 들어 조준했다. 그의 눈빛이 향한 곳은 코트의 바로 앞, 그가 설치해놓은 함정 하나였다. 가온은 누스-10가 가리킨 카드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어 외쳤다.
"누스-10를 릴리스하고 효과 발동. 네 세트 카드를 파괴하겠다!"
고철 로봇이 화살을 장전하고 굵은 현을 당겼다. 줄을 퉁기자 뾰족한 화살 한 대가 쏜살같이 날아가, 그가 가리키던 카드의 뒷면을 정확히 관통했다.
코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씨익 웃더니, 그것을 뒤집었다.
"꽝을 골랐군."
"뭣."
"누스-10의 효과에 체인해서 속공 마법 [합승] 발동."
"칫! 프리체인 카드였나!"
"[합승]의 효과는 네가 덱이나 묘지에서 카드를 패에 넣을 때마다 내가 드로하는 것. 석궁의 효과는 서치하는 효과였었지."
가온은 혀를 찼다.
"그렇지만 누스-10의 효과는 카드를 파괴하는 걸로 끝나지 않아. 그걸 내 필드에 세트할 수 있지."
"빼앗아간다한들 이미 효과는 적용되었다."
"상관없어. 카드를 받아가지."
누스-10가 팔을 뒤로 빼자, 코트의 카드에 박힌 화살이 낚시바늘처럼 뒤로 되돌아갔다. 누스-10는 현을 되감아 카드 한 장을 낚아채어 그대로 가온에게 보냈다.
"묘지로 보내진 석궁의 효과 발동. 덱에서 [초중무사소울 츄우사이]를 가져오겠다."
"그렇담 나는 카드를 하나 드로하지."
서로 덱에서 카드를 하나씩 뽑아드는 두 남자. 가온은 덱에서 가져온 카드를 패에 집어넣고, 다른 한 장을 꺼냈다.
"[초중무사소울 빅뱅]( LV 3 / ATK 1000 ) 소환."
카드를 올려놓자 가온의 오른손에 새파란 공 하나가 생겨났다. 공은 내부에 단단한 유리로 구성된 관을 품고있다. 관 내부에서는 뜨겁고 강렬한 노란빛이 반짝거리며, 당장이라도 터질듯이 세찬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초중무사소울 츄우사이]를 빅뱅에게 장착."
가온은 그것을 발치에 내려두고는 또 한 장의 카드를 뽑아 빅뱅 아래에 겹쳤다. 그런 뒤에 두 장의 카드를 바로 묘지에 꽂아넣었다.
새파란 프레임과 단단한 유리관에 갖힌 노란 구체가 점점 더 거대해졌다. 유리가 빠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갈라졌고, 눈부신 빛이 흘러넘쳐 찬란하게 타올랐다.
"츄우사이 효과 발동. 덱에서 [초중무사 빅벤-K]( LV 8 / DEF 3500 )를 특수 소환한다!"
찬란한 빛줄기 속에 창을 쥔 로봇 하나가 나타났다. 로봇이 발을 내밀어 지면을 박차자 땅이 크게 휘청거렸다. 로봇은 주황색이 특징적인 구식 갑옷을 입은 무사의 모습이었으며, 무척이나 투박한 생김새였다.
한 손으로 창을 쥐고 빙그르 돌리더니, 창끝을 지면에 찔러넣었다. 그의 몸 주변에 온갖 형광색이 번뜩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색의 집합, 새파란 불빛과 샛노란 빛이 뒤섞여 플레어를 뿜어내는 태양처럼 광홀한 자태를 뽐냈다.
"흥. 메인 몬스터인가."
코트는 빅벤-K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세트해둔 함정에 손가락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래도 상관없지."
그는 카드를 꺼내 뒤집었다. 분홍빛 카드에서 탁한 보랏빛이 뿜어져나왔다. 코트보다도 먼저, 닥터가 가온과 싸울 때 사용하던 카드였다.
"함정 카드 [엑시즈 유니버스] 발동."
"그 카드는!"
"내 엑시즈 몬스터들을 사용해 나의 링커를 부르겠다."
"!!!"
바닥에서 새까만 물결이 찰랑거렸다. 스사노-O에게 베여서 사라진 다크매터의 육체, 괴물의 파편들이 제각각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그 꿈틀거림은 파도와같이 높이 밀려들었고, 두 몬스터를 집어삼켰다. 번개처럼 뜨겁고 강렬한 유토피아 더 라이트닝, 얼음처럼 차갑고 성처럼 웅대한 플레인 코트. 무어라 할 것 업이 어둠의 장막에 갖혔으며, 커다란 암막이 그들의 모습을 가린 것 같았다.
"다크매터가 링커가 아니였나!"
"그녀석이 내 링커라고 생각했나?"
두 몬스터를 삼킨 어둠은 수많은 눈을 깜빡거렸다. 수를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흰자와 검은자가 데굴데굴 구르며 사방을 살펴보았다. 그것들은 쩌적거리는 소리를 내고 붉은 점성의 액체를 주욱 늘어트리며 층을 형성했다. 층층이 쌓인 검은 얼굴들이 삐걱대며 퍼즐을 맞춰갔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코트는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가 웃음기를 띠자 새까만 생명의 군집체도 즐거운 듯 웃는 소리를 냈다. 입도 없는 괴물이 끽끽거리며 동물처럼 웃으며 흔들거렸다. 그들의 몸은 층층이 나뉘다 못 해 구름이 되었다. 넓게 펼쳐진 어둠 속에서, 가장 심층부에 명확하고 뚜렷한 신체를 가진 것이 나타났다.
"이리오도록. (#)[코트 오브 메달리아]( Rank 8 / ATK 4000 )"
새까만 번개가 그를 향해 떨어졌다. 흙과 얼음덩어리가 충격때문에 부숴져 흩어지고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어둠의 중심부에 선 존재가 끌끌거리며 먼지를 털어냈다. 그는 전신이 짙은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남성이었다. 사람을 본따 모양을 만들었지만 어딘가 어색한 구석이 보였다. 그에게는 눈이 있지만, 색이 보라색으로 꽉 차서 눈동자가 따로 없었다. 그는 눈을 깜빡였으나, 그 무엇하나 눈에 비치지가 않았다.
눈이 없는 그를 대신해, 그의 주변에 눈동자를 가진 어둠이 넓게 깔려 그를 감쌌다. 눈동자에 비치는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신경을 따라 그의 정신에 이어졌다. 외부에서 보내지는 정보를 받아들이며, 그는 근육을 움직이고 손에 힘을 줘 주먹을 쥐었다.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자기 신체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들어 가온을 노려보았다.
"저게 네놈의 링커……."
그의 윤곽은 코트와 무척 닮았다. 다만, 머리 위에 다섯 개의 눈동자가 없었으며 양쪽 귀와 오른손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행복했던 그 시절의 그의 모습처럼.
"묘지로 간 몬스터들의 효과를 발동하지."
코트는 담담하게 말했다. 두 장의 카드가 반짝이며 체인링크를 형성했다.
"문장조의 효과로 덱에서 [문장수 아바콘웨이]와 [문장수 유니콘]을 묘지로 보내고, 레오의 효과로 덱에서 [문장수 암피스바에나]를 가져온다."
코트는 순식간에 덱에서 카드 3장을 뽑았다.둘은 묘지로, 남은 하나는 패에. 이것으로 코트의 행동은 끝. 턴을 이끌어갈 권리는 가온에게 다시금 돌아갔다. 하지만 가온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이제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누스-10의 효과를 사용했으니 "초중무사" 몬스터만 소환할 수 있고, 빅벤-K의 수비력은 코트의 링커 공격력보다 낮다.
'원래라면 라이트닝을 공격하고, 함정을 사용한다면 빅뱅을 쓸 생각이었건만.'
가온은 아랫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턴 엔드."
결국 가온은 아무것도 하지 못 한 채로 턴을 끝내고 말았다.
"그래. 그래야겠지. 더이상 손을 쓸 수 없으니까."
코트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가온을 보았다.
--- 가온 ( LP : 1600 ) ---
몬스터 : □[초중무사 빅벤-K]
마법 / 함정 : ■[합승]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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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 메달리아 ( LP : 900 ) ---
몬스터 : □(#)[코트 오브 메달리아]
마법 / 함정 :
패 □[문장수 암피스바에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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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 라이너를 뒤로 하고 얼마나 달렸을까, 그들의 앞에 눈알만 달린 검은 괴물이 겹겹이 꿈틀댔다. 괴물은 짙은 안개처럼 넓고 흐리게 깔려있다. 하얀머리 남자는 그것을 옆으로 밀쳐내며 달려갔고, 두 여성이 그 뒤를 따랐다.
하얀 머리 남자는 괴물을 찢어가르며 달려가는 것을 멈췄다.
"으악. 갑자기 멈추지마!"
초록 머리 여성은 앞으로 쏠려가는 관성을 주체하지 못 하고 튕겨나가듯이 앞으로 쏟아졌다. 공처럼 굴러가는 곰같이 미련한 그녀를 보며 하얀 머리 남성은 쯧 하고 혀를 차고서는 손을 들어 무엇인가를 가리켰다.
"저기에 뭐가 있는데?"
세라 밀리언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멀리 내다보자, 어둠속에 두 남자가 대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앗!"
초록머리 여성이 팔을 길게 뻗으며 말했다.
"그렇담 반대쪽에 있는 녀석이 놈들의 보스인가."
가온의 반대편에 서있는 코트 메달리아를 보며 양이 창을 쥐었다.
"그런데 이 괴물들은 뭐지?"
"많이 깔려있어서 그렇지 이놈들 개개는 그렇게 강하지 않다. 슥 베기만 해도 잘려나간다."
"하긴 방금전에 네가 막 자르고 지나왔지."
세라와 양 사이에 소피아가 다가왔다.
"약하다고는 해도, 이 괴물들을 다 물리고서 듀얼의 중심지로 달려가긴 까다롭다."
"칫."
양은 짙게 깔린 어둠을 확인하고서 혀를 찼다. 코트가 시야에 들어왔음에도 그를 당장 찌를 수단이 없다.
"보아하니, 저 중심에 녀석의 링커가 있는 것 같다."
구름처럼 퍼져있는 새까만 괴물. 듀얼이 벌어지고 있는 중심에 코트 옆으로 누군가가 서있었다. 양은 그것을 코트의 링커라 짐작했다.
"저녀석이 당장 저 링커를 잘라버렸음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 같다."
턴은 가온에게서 코트에게로 넘어갔다. 그리고 필드에 나와있는 두 몬스터, 빅벤-K와 코트의 링커 중에 공격력으로 우위에 서는 것은 코트의 링커. 판은 가온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강행돌파한다."
"뭐?"
양이 그 말을 하더니 창을 들고 뛰쳐나갔다. 눈알들이 움찔거리며 그를 쏘아보았으나, 그는 거침없이 그것들을 잘라냈다.
아무런 대책없이 그저 베이기만 하던 괴물들이 기다란 팔을 뻗어 양의 어깨를 찔렀다. 새빨간 피가 솟구치는 걸 억누르며, 양은 세차게 팔을 내질렀다.
괴물들이 흥분했다. 그것들은 모두 양을 향해 꿈틀대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저녀석 또 갑자기 뛰쳐나갔어."
"따라간다."
"으으. 귀찮게시리!"
새빨간 머플러를 두른 소피아가 무기를 꺼내들며 나지막히 말했다. 세라는 질색하는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며 소리쳤다.
괴물들은 양 뿐만이 아니라 그 두명 또한 시야에 들였다. 둘은 무작정 달려나간 양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괴물들의 눈동자에서 붉은 색으로 빛이 쏘아져 내려졌다. 셋은 그것을 이리저리 피하며 정확히 눈동자를 가격한다. 풍선 터지는 소리처럼 경쾌한 소리가 퍼지며, 그것을 신호로 주변에 비치된 다른 괴물들도 그들을 주시한다.
- 끄윽. 까악!
그중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괴물들의 안개가 짙어지며, 커다란 그늘이 펼쳐졌다. 단순히 그 괴물들에 의한 것이 아님을 세 사람은 깨달았다.
드높은 마천루와 세련된 생김새의 빌딩. 하지만 그 모습이 이상하다. 높은 빌딩 내부에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으며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건물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방치된 듯 노후화되어 무너지고 쓰러졌으며, 유리창이란 창은 모두 깨져버렸다. 폭탄을 맞고, 격전이 벌어진 뒤의 참상. 전쟁이 일어난 폐허의 모습이었다.
"이건 또 무슨……."
"이상한 건물들이 또 불쑥 튀어나오고 있다. 스쿨에서 보였던 이상증세의 연속이겠지."
양은 특이한 건물들이 나오는 것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세라 밀리언스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
"드로."
코트가 카드를 뽑았다.
"묘지에서 아바콘웨이를 제외하고 효과 발동."
묘지에는 [문장수 아바콘웨이]가 2장. 코트는 그중에서 하나를 꺼내 제외시키며 효과를 발동했다. 아바콘웨이의 효과는 묘지에서 "문장수" 한 장을 패로 가져오는 것. 가온은 곧바로 카드 한 장을 뒤집었다.
"체인이다. 속공 마법 [합승] 발동!"
그것은 코트에게서 빼앗은 카드. 서치와 샐비지에 대응해 드로 권리를 주는 카드였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코트는 주황색 카드 한 장을 들이밀었다. 가온에게도 이미 익숙한 카드였다.
"[하루 우라라]를 버리고 효과 발동. [합승]은 무효화다."
"윽!"
앞머리를 묶어올린 한 소녀가 혀를 내밀고 가온을 놀리더니, 가온의 손아귀에서 코트의 카드를 가지고 달아났다. 갑작스럽게 튜너를 꺼내든 코트를 보며, 가온은 자기도 모르게 분한 표정을 지었다.
"초아와 똑같은 표정을 짓기는."
코트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자, 그의 링커가 따라 움직였다. 어두운 안개 속에서 뿌옇게 흐린 것이 나타났다. 유리가 다 깨지고 다 갈려나간 벽면이 특징적인 건물이었다.
"뭐냐 저건."
"아주 오래 전, 내가 빼앗은 세상의 일부."
"뭐라고?"
"초아의 고향. 싱크로 차원이다."
엑시즈 차원과 이 세상이 합쳐지던 것처럼, 코트는 제 삼의 차원을 가온의 앞에 내비쳤다.
"이사장이 살던 세상이라니."
"그녀석의 세상은 내 손에 의해 멸망했지. 그녀석은 한 팔을 잘린채 목숨만 부지해서 겨우 이 땅으로 도망쳐 온거야."
코트가 설명을 시작했다.
"녀석의 가족도 친구도 고향도. 모두 나와 하나가 되었지."
"쓰레기 녀석."
자신의 과거를 자랑스레 말하는 코트에게 가온은 경멸조로 대답했다.
"닥터가 한 말을 잊은건가? 내 왕관이 시사하는 바를."
코트의 머리 위에서 다섯 눈동자가 눈꺼풀을 깜빡였다.
"인간의 미래는 모두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 모든 인간의 생애는 나에게 종속된 거나 마찬가지. 세상은 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명에게 종속되는 것일 뿐, 그러니까 내가 그 세상을 가지는 것이 합당한 이치라는 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지 마라."
"말도 안 된다 생각하는 건 너에게 미래를 볼 능력이 없기 때문이지. 똑같이 왕관을 가졌음에도 너는 너무나 처량해."
코트가 자기 가슴을 활짝 펼쳤다.
"왕관을 가졌다는 건 그런거다. 인간도 초월체도 그 무엇도 따라올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나라면 나에게는 왕관을 가진 자로서의 이치가 있는 법이지."
"……."
"오직 나에게만 부여되는 힘과 함께 오직 나에게만 무엇인가가 허용되었다."
"그게 그 개소리란거냐."
코트는 씨익 웃으며 가온에게 따듯한 눈빛을 보냈다.
"어쩌면 나와 같은 힘이 없는 너에게도 본능적으로 같은 것을 느꼈을지도 모르지. 싱크로 차원의 마지막 생존자는 나와 너의 손으로 모두 죽였어."
"그게 무슨……."
"내 아이 이자벨. 초아와 함께 마지막 남은 싱크로 차원의 생존자였지."
이자벨의 이름이 나오자 가온의 손이 움찔거렸다.
"내가 코트를 죽이고, 네가 이자벨을 죽인 덕에 완전히 일을 끝마칠 수 있었지."
그가 싱크로 차원의 일부라고 칭한 건물이 하나 둘 늘어났다. 이 세상의 지상 건물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특징적인 건물들이, 눈으로 된 사막 위에 세워졌다.
"너는 나에게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동시에 본능적으로 나와 같은 일을 해주었어."
"닥쳐라."
"싱크로 차원은 나의 것. 내가 튜너 몬스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상할 일이 있겠나?"
"코트!"
"듀얼을 계속하지."
가온이 코트의 이름을 크게 외치자, 그는 싱긋 웃으며 말을 끊었다.
"아바콘웨이의 효과 처리. 묘지에서 [문장수 레오]를 가져오겠어."
묘지에서 레오를 가져오더니 그것을 바로 묘지로 보내버린다.
"그 다음, 패에 가져온 레오를 묘지로 보내고 [문장수 암피스바에나]( LV 4 / ATK 1700 )를 특수 소환한다."
코트의 앞에 에메랄드빛 문장이 새겨지더니 상반되는 색의 불꽃이 화륵 타올랐다. 불꽃을 저미며, 문장위로 용의 비늘이 쌓인다. 비늘들이 단단히 매이자, 몸을 공유하는 두 개의 용머리가 만들어졌다. 두 개의 머리는 으르렁거리며 거친 콧김을 내뿜었다.
"레오의 효과. 덱에서 [문장수 두 머리의 이글]( LV 4 / DEF 1200 )을 가져와 소환한다."
땅바닥에서 사자의 앞발이 튀어나왔다. 굵은 근육질의 손아귀에 맹금류의 두개골 형상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해골 무늬가 주황색으로 딱딱하게 굳자, 그것을 중심으로 한 마리 새의 살과 깃털이 돋아났다. 예리한 눈빛으로 가온을 쏘아보는 이 맹금류는 암피스바에나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둘이나 달려있다.
순식간에 나타난 두 마리 몬스터. 그들의 레벨은 똑같이 4, 가온이 침을 삼키는 소리를 냈다.
"암피스바에나와 이글로 오버레이."
코트가 손가락을 튕기자 두 개의 문양이 창백하게 빛났다. 뜨겁게 타오르는 화염이 그들의 몸을 삼키고 별빛처럼 은은한 색이 되었다. 코트는 두 개의 문양을 손에 쥐고서는 하나로 뭉쳤다. 색이 다른 두 문양은 코트의 손 안에서 또다른 문양으로 바뀌었다.
"엑시즈 소환. [No.8 문장왕 게놈 헤리터]( Rank 4 / ATK 2400 )"
코트는 문장을 손 밖으로 내보냈다. 새롭게 만들어진 문장을 중심으로 새하얀 탈을 쓴 동물 한 마리가 나타났다. 경극에 쓰는 것처럼 창백하고 섬뜩한 탈을 쓴 목이 긴 동물 한 마리가 네 발로 땅을 짚으며 발굽으로 땅 짛는 소리를 냈다.
이미 가온이 본 적 있는 몬스터. 모르포의 이름과 효과를 빼앗았던 바로 그 몬스터다. 가온의 필드에는 빅벤-K 밖에 없으니, 그가 게놈 헤리터를 불러낼 이유는 없다.
"그녀석은 내 엑시즈 몬스터를 카피하는 몬스터. 실수한거다!"
"내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불러낸 것 같았나?"
"윽."
"오버레이 유닛을 제거하고 코트 오브 메달리아의 효과 발동."
코트가 손을 뻗자, 새까만 안개 속에 깔린 눈동자들이 일제히 가온을 노려보았다. 그의 링커는 눈동자의 끝을 조절하듯 왼손을 움직였다.
눈동자들이 가온을 쳐다보며 새까만 빛을 내뿜었다. 어둠의 궤적은 새하얀 눈을 검은색으로 이글거리게 하며 타들어갔고, 빠르게 가온 곁으로 달려갔다.
"자신 이외의 필드의 모든 몬스터를 파괴하고 공격력 합계만큼 데미지를 준다."
"칫. 게놈 헤리터를 소환한 건 그것 때문이었나."
빅벤-K와 게놈 헤리터의 공격력 합계는 3400. 가온의 라이프를 월등히 뛰어넘는다. 가온은 마지막 남은 패 한 장을 뒤집어 코트에게 보였다.
"나는 그 효과에 체인해서 [클리어크리보] 효과를 발동하겠어."
가온의 앞에 보라색으로 인형 눈알이 달린 동그란 공 하나가 나타났다.
"효과 데미지를 주는 효과 발동을 무효로 한다!"
눈동자가 쏘아낸 어두운 빛이 한 점에 집중되었다. 가온을 불태우려던 어둠은 동그란 공에게 쬐였고, 크리보는 마트료시카처럼 껍질을 몇 차례 벗어내며 고열로부터 자기 몸을 지켜냈다.
어둠이 뜨겁게 긁고 지나간 자리는 아직까지도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며 신음 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불타 사라질 위기를 지난 가온은 짙은 숨을 뱉어냈다.
"효과 불발인가. 하지만 이정도는 예상했지."
링커의 효과가 막히자, 코트는 다음 수로 넘어갔다.
"묘지에서 [문장수 유니콘]을 제외하고 효과 발동."
저번 턴, 아바콘웨이와 함께 묘지로 보내졌던 [문장수 유니콘]을 빼어드는 코트. 그는 그것을 없애버리고, 다른 카드로 바꾸었다.
"되살아나라 [No.18 문장조 플레인 코트]( Rank 4 / ATK 2200 )"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어둠이 질척하게 엉기며 거대한 군체를 이루고, 성체처럼 견고하고 높게 되었다. 이중 나선으로 된 계단을 둔 거대한 얼음 성이 빚어졌다.
"배틀이야."
보랏빛 링커의 눈에 생기가 맺혔다. 다크매터 드래곤의 유해, 수많은 괴물들이 그에게로 와 갑옷으로 변한다. 코트와 비슷한 모습이었던 링커는 점점 지상에서부터 멀어지더니, 다크매터 드래곤과 비슷한 용의 형상으로, 그는 마침내 눈이 수백 개 달린 새까만 검은빛의 괴물이 되었다.
"빅벤-K를 공격."
용은 검은 날개를 휘저으며 가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괴물의 입천장이 드러나자, 주황빛 무사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거대한 창살이 그의 턱을 쑤시려고 하자, 괴물은 불을 뿜었다. 뜨거운 열풍이 몰아치고, 수많은 눈동자가 새까만 빛을 쏘아댔다. 빅벤-K의 반신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괴물은 그의 머리를 가볍게 뽑아버렸다.
거대한 무사의 몸이 머리를 잃고 축 늘어지자 용은 그제야 만족한 듯 끼익 거리는 소리를 냈다. 금속이 녹아내리는 그 특유의 퀴퀴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게놈 헤리터로 직접 공격."
"묘지에서 [클리어크리보]를 제외하고 효과 발동!"
네 발 달린 새하얀 짐승 게놈 헤리터가 대지를 박치고 달린다. 새하얗게 기이한 동물이 다가오자 가온이 카드를 뽑았다.
"카드를 한 장 드로해서 그걸 소환해 공격 대상을 옮긴다."
가온이 뽑아든 것은 물론 주황색 카드였다.
"[초중무사 글로-V]( LV 3 / DEF 1000 )를 특수 소환!"
카드를 강하게 내리치자 양손에 커다란 글러브를 낀 로봇 한 대가 나타났다. 게놈 헤리터는 커다란 뿔이 달린 머리를 미친 소처럼 그에게 들이밀었다. 포수처럼 생긴 로봇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게놈 헤리터를 양손으로 막아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짓뭉개버려."
게놈 헤리터가 찢어지는 듯한 울음 소리를 내더니 앞발을 들어올렸다. 약 3미터 정도 되보이는 길이로 몸을 치켜든 게놈 헤리터가 온몸의 무게를 실어서 글로-V의 어깨를 내리친다. 우득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어깨가 으스러지더니, 몸 전체가 곧 무너져내렸다.
"글로-V가 묘지로 보내졌으니 효과를 발동한다!"
"호오."
"덱에서 카드 다섯 장을 뽑아서 순서를 바꾼 뒤 다시 돌려놓는다."
"플레인 코트. 직접 공격."
가온은 카드 다섯 장을 덱에서 빼어들고 그 순서를 바꿨다. 가장 위에 올려놓을 카드를 정하고 나머지는 대충 정리한다. 코트는 다시금 공격 선언을 했다. 그의 창백하고 높다란 얼음 성이 가온을 향해 날카로운 얼음 덩어리를 던졌다.
게놈 헤리터가 달려들 때와 마찬가지로 가온은 카드 한 장을 뽑아들며 소리쳤다.
"글로-V를 묘지에서 제외하고 효과를 발동하겠다."
순서를 마음대로 바꿔놓은 덱의 가장 윗장. 가온은 그 카드의 끝을 잡아당겼다.
눈 앞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늘에 세워진 거대한 성이 가온을 향해 쏘아낸 커다란 얼음 덩이가 추락하는 모습이었다. 가온을 향해 날아오던 얼음 덩어리를 누군가가 막아냈다. 게놈 헤리터로부터 가온을 지켜냈던 바로 그 로봇이었다.
"카드를 뽑아 그것이 "초중무사" 몬스터라면 공격하는 몬스터의 공격력을 0으로 한다."
"지금 뽑은 카드는 방금 조작한 카드였지."
'그래. 내가 뽑은 카드는 [초중무사 텐B-N]. 네 몬스터의 공격력은 0이 된다!"
글로-V는 커다란 손으로 플레인 코트의 파편을 부숴트리고 사라졌다.
"텐B-N이라. 그걸로 다시 링커를 불러낼 심산이구나."
코트가 손끝을 움찔거렸다.
"메인 페이즈2. 링커 효과를 쓰겠어."
새까만 용의 형상을 한 괴물이 크게 울부짖었다. 대기가 휘청거리며 진동하고, 거대한 얼음 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괴물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난폭하게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싱크로 차원의 폐건물, 하늘에 맺힌 플레인 코트,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을 자기 위장속으로 억지로 밀어넣는다. 괴물의 폭식은 무척이나 흉측하고 꺼림칙한 모습이었다.
"플레인 코트를 (#)[코트 오브 메달리아]( Rank 8 / ORU : 0 → 1 )의 오버레이 유닛으로 한다."
"오버레이 유닛 충전……?"
"이걸로 다음 턴에 다시금 파괴 효과를 사용할 수 있지."
이번 턴은 [클리어크리보]를 패에 가지고 있던 덕에 막을 수 있었지만, 다시 한 번 효과를 쓴다면 피할 수단이 없다.
'더군다나 내 덱 맨위에 있는 카드는…….'
효과 데미지를 없애거나 효과를 무효화하는 카드가 아니다. 코트에게 다시 턴이 돌아간다면 끝장이다.
"카드를 하나 세트. 턴 엔드."
--- 가온 ( LP : 1600 ) ---
몬스터 :
마법 / 함정 :
패 □[초중무사 텐B-N]
--- --- ---
--- 코트 메달리아 ( LP : 900 ) ---
몬스터 : □(#)[코트 오브 메달리아] + □[No.8 문장왕 게놈 헤리터]
마법 / 함정 : ■
패
--- --- ---
코트가 턴을 끝냈다. 이제 가온의 턴. 가온이 이기든, 코트가 이기든 이번 턴이 마지막. 가온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드로."
가온은 덱의 맨 윗장을 조용히 잡아당겼다. 이미 무엇인지 알고있는 카드였다.
"스텐바이 페이즈."
코트가 씨익 웃었다.
"함정 카드 [마인드 크러시] 발동. 카드의 이름을 선언하고, 그게 네 패에 있다면 너는 그걸 버려야만 한다."
"!!"
"내가 선언할 카드는 당연히 [초중무사 텐B-N]."
가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분한 감정을 겨우 주체하며 패를 공개했다. 저번 턴에 글로-V의 효과로 가져온 텐B-N과 지금 드로한 카드 한 장이었다.
"텐B-N을 버려라."
코트가 지시한대로 가온은 텐B-N을 묘지로 보냈다. 이걸로 모르포를 불러낼 방법이 없어졌다.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승리임에도 가온은 쉽사리 발을 떼지 못 한다.
"크윽."
어꺠가 무거워진다. 다리도 움직이지 않는다. 가온은 앓는듯한 신음을 뱉어내며 분함을 표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그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 뭘 멍하니 있는거냐 멍청이.
"!"
등 뒤에서 모르포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오 타키온에 의해 파괴된 이후로 듣지 못 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분명하다.
- 내가 퇴장당하고서 상황이 변한 게 없는 것 같냐.
"너……."
- 나? 당연히 살아있지. 아직 힘에 부쳐서 실체화를 못 하고 있던 것 뿐이야.
게놈 헤리터에게 파괴당하고 끊어졌던 모르포의 목소리가 가온에게 다시금 들려왔다.
- 지금 뽑은 그 카드. 당장 쓰라고.
가온은 다시금 자신이 뽑은 카드를 바라보았다. 그가 여태 사용했던 카드와는 다른 색의 카드. 마법 카드였다.
- 아직 기회가 남아있잖냐. 안 그래?
"그래. 그렇지."
- 그럼 빨랑 쓰기나 해.
"알았다고."
가온은 듀얼디스크에 초록색 카드를 꽂았다.
"[셔플 리본] 발동. 묘지에서 [초중무사 텐B-N]( LV 4 / DEF 1800 )을 특수 소환한다!"
어깨에 철로 만든 묵직한 천칭을 진 초록빛 로봇이 나타났다. 가온이 그토록 소환하고 싶어하던 몬스터였다. 그러나 가온은 효과를 쓸 수 없었다.
"소생시킨 대신 효과가 무효화된다. 엑시즈로 잇지 못 하겠어."
"그런 건 상관없어."
가온은 듀얼디스크에 찔러넣은 초록색 카드를 빼어들고는 두번째 효과를 외쳤다.
"[셔플 리본]을 제외하고 효과 발동! 텐B-N을 덱으로 되돌린 뒤 카드를 하나 드로한다!"
"호오."
천칭을 든 로봇을 덱으로 되돌렸다. 덱은 자동으로 셔플되며, 글로-V의 효과로 조작해놓은 순서는 무의미해졌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숱한 가능성, 어쩌면 텐B-N을 드로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그렇지 못 할 거란 불안만이 남았다.
코트의 왕관에도 가온의 눈에도 어떤 카드를 뽑을지 맺히지 않는다. 오직 그 끝을 잡은 가온의 손가락만이 답을 알고 있다.
"뽑을 수 있다면 어디 한 번 뽑아봐."
코트는 가볍게 도발했다.
"뽑는다. 반드시."
가온이 카드를 뽑았다.
"코트. 너는 네 눈에 비치는 고통에서 도망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였다고 했었지."
"흐음?"
"나는 그녀석 덕분에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됐다. 고작해야 이제 2년.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나는 죽을만큼 고통스러웠다."
피를 흘리고, 몸을 꿰뚫린 일들이 그의 기억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시금 통증이 되어 그를 덮쳐왔다.
"앞으로도 죽을만큼 고통스러울 수도 있어."
"그렇다면 빨리 마음을 접어라. 네 미래는 보이지 않을지언정 네 과거를 봐줄 수 있을테니까."
가온이 코웃음을 쳤다.
"그 시간은 아프고 고통스러웠어도 나에겐 소중한 삶이다. 죽도록 아프지만 동시에 즐거웠어. 그걸 아프다며 주저앉고, 다른 사람의 삶까지 송두리째 빼앗으려는 놈한테 질수야 없지."
코트가 가온을 노려보았으나, 가온은 그걸 무시하고 드로한 카드를 내리쳤다.
"[초중무사 텐B-N]( LV 4 / ATK 800 ) 소환!"
천칭을 든 로봇이 다시금 나타나자, 코트는 혀를 찼다.
"텐B-N의 효과로 [초중무사 다이-8]( LV 4 / DEF 1800 )을 소생!"
이어서 또 한 대의 로봇이 등장했다. 그가 끄는 짐수레가 덜컹거렸다.
"[초중무사 다이-8]( LV 4 / DEF 1800 → ATK 1200 )의 효과 발동. 덱에서 [초중무사소울 석궁]을 서치하고 장착한다."
짐수레에서 보라색 석궁 하나가 떨어져, 그의 목에 걸렸다. 가온은 그걸 방치한 채 다음 행동을 지시한다.
"텐B-N과 다이-8을 오버레이!"
두 대의 초록빛 로봇의 중심에서 샛노란 별빛이 반짝였다. 그로부터 두 개의 별빛이 타원형으로 회전하며 크기를 불렸고, 빛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까만 어둠이 내리앉았다. 로봇들을 삼킬만큼 별빛의 궤적은 넓어졌고, 광홀한 소용돌이에 두 로봇이 다가갔다. 어둠이 빛을 가두고, 새로운 형상으로 조형했다.
"엑시즈 소환. [No.41 이수마수 바그스카]( Rank 4 / ATK 2100 )"
어둠속에서 나타난 것은 거대한 짐승 한 마리. 술에 취해 몽롱한 표정을 지은 거대한 짐승이 폐건물에 몸을 거치며 딸꾹거렸다.
"묘지로 보내진 석궁의 효과. 덱에서 [초중무사 호라가-E]를 가져온다."
호라가-E를 서치했지만, 이미 엑시즈 소환을 한 뒤. 그는 더이상 튜너로서 가치가 없다.
"오버레이 유닛 두 개를 제거하고, 바그스카로 오버레이!"
대충 몸을 거친 바그스카가 딸꾹대며 일어섰다. 지면을 내리치는 커다란 짐승. 그의 몸이 주황빛으로 반짝이더니, 바닥에 그려진 어두운 별빛의 궤적이 더더욱 팽창한다.
"내 피를 마시고 다시 눈을 떠라!"
밤하늘에 총총히 맺힌 창백한 별들처럼, 어둠속에 푸른 빛이 맺혔다. 이슬처럼 은은한 빛을 내는 푸른 인분을 흩날리며, 작은 소녀가 지상으로 올라왔다.
"나의 화염! (#)[CX 블레이징 모르포]( Rank 5 / ATK 2000 )"
축축히 젖은 날개가 환한 불빛을 낸다. 소녀는 자기가 다시 필드에 돌아왔음을 알고 활기찬 표정을 지었다.
"다시 링커를 불러낼 줄이야. 하지만 그게 끝이다. 너는 결국 내 링커에게 지게 되있어."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지."
가온은 석궁의 효과로 가져온 카드를 모르포의 옆에 강타했다.
"튜너 몬스터 [초중무사 호라가-E]( LV 2 / DEF 600 ) 특수 소환!"
"흠?"
가온은 자그마한 꼬마 무사를 불러냈다. 싱크로 소환을 할 것도, 공격을 할 것도 아닌데도 나타난 이 작디 작은 몬스터를 보고 코트는 의아해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런 상관 없으리라 그것을 넘겨보냈다.
"끝을 낼 때다."
가온이 카드 한 장 들지 않은 주먹을 꽉 쥐었다.
"모르포로 메달리아를 공격!"
- 간다!
모르포가 푸른색으로 예쁜 날개를 펼쳤다. 날개는 불꽃처럼 찬란하게 타오르며, 크기를 부풀렸다. 소녀는 순식간에 도약해 하늘을 날고있는 검은 괴물에게 다가갔다.
공격력은 코트의 링커가 모르포의 2배. 그렇지만 모르포는 상대 몬스터의 공격력을 흡수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발동만 성공한다면 코트의 라이프는 순식간에 0으로 곤두박질친다. 이건 코트 또한 이미 알고있는 사실. 두 사람은 데미지 스탭이 되도록 누구 하나 먼저 손을 쓰지 않았다. 마침내 데미지 스탭. 가온이 먼저 소리쳤다.
"오버레이 유닛을 제거하고 효과 발동! 네 링커의 공격력을 흡수하겠다!"
- 트라이! 봄…….
어둠을 흡수하기 위해 모르포가 주먹을 내질렀다. 그에 반발하듯 코트의 링커가 기괴한 울음 소리를 냈다. 귀를 울리는 소음과 동시에, 모르포의 전신이 저릿한 감각과 동시에 마비되었다.
- 으윽! 뭐야!
모르포는 괴물의 반격에 당황하며 두 팔을 교차시켰다. 거기에 더해, 날개를 안쪽으로 접어 상체를 보호했다. 괴물은 모르포가 굳은 틈을 타서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녀를 가격해 저 멀리 밀쳐냈다.
이어서 코트가 대답한다.
"체인2. 오버레이 유닛을 사용해서 링커 효과 발동."
"!! 또다른 효과!"
가온의 수작 같은 것은 모두 다 꿰뚫어 보았다는 듯 코트는 천천히 말을 했다.
"엑시즈 몬스터의 효과 발동을 무효로 하고 파괴한다."
모르포의 등 뒤에서 나온 날개가 빛을 잃어갔다. 서서히 검은색에 잠식되어 사라진다. 모두 코트의 링커에게로, 세상이 위축되어갔다.
"이걸로 모두 끝. 더이상 너에게 방어할 카드는 없겠지."
코트는 승리를 확신했다. 하늘이 점점 더 어둠으로 물들어가며, 그의 링커는 몸집을 부풀렸다. 그리고 마침내, 어둠은 가온의 몸에도 들러붙어 그를 조금씩 좀먹어갔다. 가온은 좌절한 듯 팔을 늘어트렸다. 무기력한 가온을 보며, 자신의 턴에 그를 끝낼 필요도 없음을 코트는 느꼈다.
"턴을 더 이을 필요도 없겠군."
"네 말대로다."
가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가온은 자신의 필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듀얼디스크를. 무의식적으로 소환한, 가로로 놔둔 그 몬스터를.
"체인3. 묘지에서 [초중무사소울 빅뱅]을 제외하고 효과를 발동한다."
검은 빛에 잠긴 세상에 푸른 불씨가 피어올랐다. 모르포의 날개가 푸른 인광으로 반짝거렸다. 소녀는 생기를 되찾더니, 지금까지보다 훨씬 강한 불빛을 내며 날개를 불태웠다.
"이게 무슨……."
"내 필드에 수비 표시인 "초중무사"가 존재하고, 네가 배틀 페이즈에 몬스터 효과를 발동했을 때."
가온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효과 발동을 무효로 하고 파괴한다. 그러고 난 다음, 몬스터를 모두 파괴한 뒤 서로에게 1000 데미지를 준다!"
"!!!"
"네 말대로 이걸로 끝이다. 코트!"
"네녀석……."
푸른색을 되찾은 모르포가 다시 한 번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세상 만물을 모두 흡수할 듯한 괴물은 용의 모습에서 벗어나 훨씬 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자신에게 날아드는 모르포를 본 괴물은 수많은 검은 발을 내밀어 그녀를 찌르려 했다. 하지만 소녀는 날개를 흔들어 유유히 비행해 그것을 피하거나 태워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괴물의 중추로 보이는 머리에 도달했다.
- 트라이!
괴물과 소녀가 동시에 서로를 공격했다.
- 빅뱅!
새파란 불빛이 어둠과 격돌한다. 아득한 섬광이 뿜어져 나와 두 사람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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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혼자 출석 못 한 코트오브암즈 | 18.01.05 15: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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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끝이 보이네요 랭크4에서 소재 2개 제거하고 겹쳐 소환하거나 레벨5 2장 입미다 | 18.01.05 21: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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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 18.01.05 21:5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