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올라라
새빨갛게
……
Selected One - Epilogue 1
숙명의 라이벌
……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복도. 정적의 공간을 지나는 남자의 발소리만이 울려퍼진다. 또각거리는 신발 소리가 어느덧 멈췄다. 남자의 앞에 놓인 것은 커다란 문. 그는 먼지조차 쌓이지않은 문고리를 잡고 문을 크게 열어젖혔다. 문의 크기에서 어느정도 가늠했지만, 내부는 남자가 상상한 것보다도 거대했다. 중앙에 배치된 둥그런 링 몇 개와 관객없는 황량한 객석. 아직 정식으로 완공되지않은 경기장에 남자는 발을 들였다.
"기다리고 있었다."
링 중앙에서 남자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새까만 머리의 소녀. 남자의 키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중학생정도 되는 신장의 소녀였다.
"그래."
갈색 머리 남자도 소녀가 서있는 링 위에 올라섰다. 두 사람의 무게가 분위기를 무겁게 굳혔다.
소녀는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맞은편에 서있는 남자에 비해서는 한없이 가녀린 팔. 힘을 주어도 근육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소녀가 팔을 내밀며 힘을 주어도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 했다. 하지만 그녀의 여린 외관과는 달리 뿜어져나오는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사나운 들짐승처럼, 통제불능의 치와와를 보는듯한 야생의 공포가 솟구쳤다.
"우리들의 듀얼을 시작한다."
소녀의 말과 동시에 왼팔에 장착된 기계가 찰칵거리는 소리를 냈다. 왼팔에 달린 듀얼디스크가 전개되며, 카드를 올려놓을 판자가 만들어졌고, 동시에 수십장으로 구성된 덱이 사각거리며 셔플되었다.
"듀얼!"
남녀의 외침과 동시에 삐릭거리는 소음을 내며 기계에 불빛이 깜빡였다.
"우리도 왔다~!"
"이미 시작했냐?"
적막한 분위기를 깨며 나타난 것은 몇 명인가 되는 학생 무리였다.
"마침 시작한 참이다."
"몬스터가 없는 걸 보니까 딱 좋은 타이밍에 들어왔나보네~."
"그러게~."
선두에 선 것은 불꽃처럼 선명하고 뜨거운 적발의 여인, 라비아. 가온이 마주한 소녀, 그 이름조차도 작디 작은 미니 미니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풍만한 여성이었다. 그녀의 뒤를 이어, 그녀의 동생인 글레이셔가 얼굴을 내보였다. 언니 라비아와는 정반대인 차분한 인상, 하늘색 머리카락이 살랑거렸다.
"나도 왔어 미니."
"잘 왔어~ 에스페! 후후후. 관객들이 하나 둘 들어오는구만!"
"그래봤자. 다섯 정도지만."
"임마. 기껏 보러 왔더니만."
"배은망덕하긴."
미니와 자주 붙어다니는 자그마한 고양이같은 인상의 소녀 에스페. 그리고 가온과 자주 몰려다니는 시온과 클린트도 들어왔다.
넓디 넓은 객석에 들어온 것은 고작해야 다섯 명. 라비아, 글레이셔, 시온, 클린트, 에스페. 그것도 모두 가온과 그리고 미니와 같은 1학년뿐이다.
"진짜로. 대체 얼마나 걸려서 듀얼하는 건지!"
"그렇게 오래 됬나?"
"방학 시작하고서부터 라이벌전을 하자고 했는데 이제서야 시작했잖냐! 벌써 방학은 다 끝났는데!"
"그랬던가……."
"그렇거든! 바보야!"
"바보는 누가 바보라는건지……."
"시끄러! 선공은 이미 결정됬다!"
미니는 가느다란 팔을 쭉 뻗어 가온을 겨냥했다.
"시작하시지!"
"그래. 드로!"
선공을 알리는 불빛이 가온의 듀얼디스크에서 멈췄다. 그것은 곧 가온이 듀얼의 선공권을 얻었다는 것. 가온은 다섯 장의 카드를 뽑았다. 그리고 뒤따라 카드를 뽑아드는 미니.
"간다. [초중무사 지샤-Q]( LV 4 / ATK 900 ) 소환!"
파직거리는 전류가 솟구쳤다. 링 위에 처음으로 나타난 솔리드 비전은 푸른색의 뭉툭한 로봇. 투박하기 그지없는 생김새의 로봇이 각각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새겨진 손바닥을 모아 합장한다.
"지샤-Q의 효과로 패에서 [초중무사 워커-O2]( LV 4 / DEF 2000 )를 특수 소환!"
푸른 로봇이 손바닥을 떼자 어마어마한 전광이 번뜩였다. 무심코 눈을 감게될 정도의 광량이 필드에 퍼지고, 지샤-Q와 비슷한 푸른 색의 육중한 로봇이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 다음 [초중무사 지샤-Q]( LV 4 / ATK 900 → DEF 1900 )는 방어 태세를 취한다!"
"첫 턴부터 벽몬스터 둘이라. 오늘은 운이 좀 좋았나봐?"
"운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후공을 잡았을테지만."
"선공을 잡아놓고도 불만이야?"
"애초에 나는 후발주자니까."
"피이. 변명하기는."
"난 이걸로 끝. 턴 엔드다!"
몬스터를 둘 소환해놓고 턴을 마치는 가온. 덱의 특성상 함정 카드를 세트해놓을 수 없는 것이 가온이다. 수비력은 탄탄하다고는 하나 상대의 행동에 카운터를 치기위한 견제 카드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물론. 꼭 그렇지도 않아.'
지샤-Q는 자신 이외의 "초중무사"를 공격하지 못 하게 하는 몬스터. 우선 첫 공격은 워커-O2 대신에 지샤-Q가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워커-O2.'
설령 지샤-Q가 파괴된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워커-O2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워커-O2는 전투로는 파괴되지 않지.'
전투로 파괴되지 않는다.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효과다. 특히나 워커-O2처럼 수비력이 2000씩이나 된다면, 전투로 파괴하는 것을 포기하고 관통 데미지를 준다는 선택지를 함부로 고르지도 못 한다.
'어디 한 번 덤벼봐라!'
가온은 눈을 부릅뜨고 자기가 자칭하기를 가온의 숙명의 라이벌이라 하는 미니를 쳐다보았다.
--- 가온 ---
몬스터 : □[초중무사 지샤-Q] + [초중무사 워커-O2]
마법 / 함정 :
패 ■■■
--- --- ---
"푸우. 시작부터 뭘 하나 했더지만. 김빠지게 하네."
"음?"
"그정도 벽 몬스터! 모두 불태워줄거야!"
"뭣."
"드로!"
자신만만하게 격파 예고를 하고 카드를 잡아당기는 미니. 그녀의 손에 붉은 화염이 그려진 카드가 올라왔다.
"튜너 몬스터 [레드 레조네이터]( LV 2 ) 소환! 효과를 발동해 패에서 [풍래왕 와일드 와인드]( LV 4 )를 소환한다!"
미니의 앞에 새빨간 불꽃이 몰아쳤다. 바스락거리며 날리는 불씨. 화염 그 자체를 옷으로 삼은 새까만 악마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조율기를 잡아 땅땅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머리가 표범이고 몸이 근육질인 남자가 나타났다.
[레드 레조네이터]의 효과는 일반 소환에 성공했을 때 패에서 레벨4 이하의 몬스터 하나를 특수 소환하는 것. 튜너를 소환하고 동시에 싱크로 소재를 불러냈다.
"레벨4 와일드 와인드에 레벨2 레조네이터를 튜닝!"
새빨간 화염의 망토를 두르는 표범머리 사내. 그의 몸이 밝은빛을 내며 붉게 타오른다. 화염이 돌풍을 만들어냈고, 바람 속에서 타오르는 표범이 우렁차게 포효한다.
"싱크로 소환! [레드 라이징 드래곤]( LV 6 / ATK 2100 )!"
반짝이는 4개의 별. 화염의 장막을 가르고, 붉은 날개를 가진 용이 나타났다. 용의 전신은 새빨갛게 타오르는 화염.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치켜 뜬다.
"시작부터 그녀석인가!"
"효과는 잘 알고있겠지? 묘지에서 [레드 레조네이터]( LV 2 )를 특수 소환!"
소용돌이치는 화염 아래에서 악마가 탄생했다. 킬킬거리는 어린 악마의 웃음 소리가 귀를 찌른다.
"레조네이터의 효과로 나는 레드 라이징의 공격력만큼 라이프를 회복! ( LP : 4000 → 6100 ) "
"칫. 치사하게 라이프를 불리긴."
"억울하면 너도 불려보던지~! 나는 레벨6 레드 라이징에게 레벨2 레조네이터를 튜닝한다!"
화염구덩이에서 빠져나온 악마가 낄낄거리며 손에 쥔 소리굽쇠를 땅땅거리며 두들긴다. 불꽃이 흩어지며 퍼득이는 소리에 묻히는 자그마한 소리였다. 화염을 날개삼아 펄럭이는 용의 몸에서 별빛이 반짝였다. 바깥으로 방출한 화염을 모조리 빨아들여 일점에 집중한다. 화염이 흐드러지며 내부의 검은색을 드러낸다. 새까만 피빛의 용이 화염을 벗어던지고 울부짖었다.
"싱크로 소환! [레드 데몬즈 드래곤]( LV 8 / ATK 3000 )!"
새까만 악마가 날개를 저었다. 뜨거운 화염이 물결친다.
"드디어 나오셨나."
"각오하라고. 제법 아플테니까!"
사나운 악마를 불러낸 미니가 왼손을 펴 가온을 가리켰다.
"배틀! 가라 레몬!"
"공격 대상은 지샤-Q로 한정된다."
"상관없어. 불살라버려!"
새까만 악마가 주먹을 붉게태웠다. 용의 숯덩이같은 주먹위로 새빨간 빛이 춤을 춘다.
- 가르르르르!
숨을 고르고서 불꽃이 타오르는 주먹을 내질렀다. 자석모양 머리가 달린 로봇이 팔을 내밀어 방어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악마의 뜨거운 화염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다.
"패에서 [초중무사 오타스-K]를 버리고 효과 발동! 가세해라 워커-O2!"
- 구오옷!
그렇기에 가온은 하나 더, 지샤-Q와 마찬가지로 푸른 로봇에게 출격 명령을 내렸다. 두 로봇이 세운 두터운 방벽이 화염을 꺾어버렸다.
"이게 무슨!"
"오타스-K의 효과다. [초중무사 워커-O2]( LV 4 / DEF 2000 )의 수비력만큼 [초중무사 지샤-Q]( LV 4 / DEF 1900 → 3900 )의 수비력을 올리지!"
"으윽!? ( LP : 6100 → 5200 ) "
푸른 방벽에 틀어막힌 화염은 역풍을 타고 가녀린 소녀를 덮쳤다. 미니는 열상을 입고 뒤로 튕겨나갔다.
"당하기만 할 수는 없지. 레몬 효과 발동!"
"이 타이밍에 효과를 쓴다고?"
"그래! 상대 수비 몬스터를 모조리 파괴!"
"!!!"
악마가 날개를 펼치고 비상한다. 높게 날아든 악마는 수직 아래를 향하여 불길을 내뿜었다. 쇄도하는 화염에 불타는 두 대의 로봇. 푸른색이 새까맣게 불타 사라진다.
"메인2! 카드를 둘 세트하고 턴 엔드!"
--- 가온 ---
몬스터 :
마법 / 함정 :
패 ■■
--- --- ---
--- 미니 미니 ( LP : 5200 ) ---
몬스터 : □[레드 데몬즈 드래곤]
마법 / 함정 : ■■
패 ■■
--- --- ---
"내 턴이다. 드로!"
"하하! 와 보시지!"
에이스 몬스터를 불러내고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미니. 가온은 지금 뽑은 카드를 슬쩍 쳐다보았다.
"확실히 네 몬스터. 정면돌파하기는 까다로워."
"당연하지. 내 에이스니까!"
"그러니까 살짝 돌아가야겠다."
"뭐?"
"패에서 [초중무사 빅와라-G]( LV 5 / ATK 800 )를 특수 소환!"
커다란 짚신 한 짝이 링 위로 퉁 떨어졌다. 새하얀 연기를 푸시시 뿜어내며 전개되는 짚신. 그것은 신발이 아닌 기계, 로봇이었다.
"레벨5……."
"튜너 몬스터 [초중무사 코부-C]( LV 2 / ATK 900 ) 소환!"
가온이 카드 한 장을 패에서 뽑아 듀얼디스크에 강타했다. 그러자, 황토색 프레임의 꼬마 로봇이 튀어나왔다. 자그마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주먹이 돋보인다.
"앗. 이 조합은!"
"눈치챘군. 레벨5 빅와라-G에게 레벨2 코부-C를 튜닝한다!"
짚신 로봇이 몸을 X자로 전개하고 머리를 들어올렷다. 커다란 주먹을 가진 꼬마 로봇이 탁 튀어올라, 그 위에 탑승한다.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빅와라-G. 그의 몸에서 새하얀 스팀이 뿜어져나왔고, 미니는 물론이고 객석에 앉아있던 학생들마저 콜록거리며 이 무슨 낭패냐고 외쳤다.
"켈록."
"콜록. 얌마 너!"
"이걸 계산 못 했네. 네들 희생은 값을 치룰거야."
"그게 뭔 뚱딴지같은…… 콜록!"
객석에서 쏟아지는 야유. 하지만 가온은 신경을 끄고 계속하기로 한다.
"싱크로 소환! [초중첩자 시노비-A·C]( LV 7 / DEF 2800 )!"
하얀 증기를 걷어내며, 새빨간 화염이 연쇄적으로 터져나왔다. 폭약이 든 둥그런 지팡이 끝을 조절하며, 날렵한 생김새의 로봇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앗. 역시 그녀석!"
"처음 듀얼할 떄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이녀석한테는 특수한 능력이 있지."
"뭐?"
"효과 발동! [초중첩자 시노비-A·C]( LV 7 / DEF 2800 → 1400 )의 수비력을 절반으로 하고 직접공격을 가한다!"
"뭐어엇!"
"배틀이다. 날려버려!"
시노비-A·C가 지팡이의 끝을 지면에 내리찍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링이 쩌적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갈라졌고, 새빨간 불길이 치솟았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화염을 바라보며 미니는 히죽 웃었다.
"바아보~. 그 카드 효과는 다른 애한테 다 들었다고!"
"뭐?"
"리버스 카드 오픈! [리젝트 리본]!"
화염은 미니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으나, 정작 소녀를 불태우지는 못 했다. 그녀의 앞에서 지면이 둥글게 갈렸고, 그 사이로 또다른 불길이 치솟아 화염이 화염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직접 공격을 선언했을 때, 배틀 페이즈를 종료시키지!"
"직접 공격에 반응하는 카드……. 큭. 이걸 예측하고서."
"그렇지! 하지만 효과는 이걸로 끝이 아냐!"
화염의 파도가 멎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이글거리는 두 개의 화염이 온존했다.
"묘지에서 튜너 몬스터 [레드 레조네이터]( LV 2 )와 싱크로 몬스터 [레드 라이징 드래곤]( LV 6 )을 소생시키지!"
"배틀 종료에 추가해서, 싱크로 소재를 부활시켰다. 무슨 그런 얼척없는 카드가……."
"칫칫치. 그래도 효과가 무효화됬으니, 내가 회복하지 않는단 걸 위안삼으시지."
"그것 참 다행이군. 턴 엔드다."
털털하게 턴을 끝마치는 가온. 턴을 끝낸 가온이 미니에게 질문했다.
"시노비-A·C 효과는 누구한테서 들은거야?"
"라비아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알려주던데!"
"네가 범인이었냐."
"들켰나!"
"에휴."
"효과가 뭔지도 안 밝히고 달려들려고 한 놈이 치사한거지~. 벌 받은거라고 생각해라."
"네이네이. 정말 고마운 조언입니다."
"유얼웰컴."
라비아의 변호를 하는 시온. 능글맞게, 그러면서도 정론으로 핵심을 찌르는 시온의 말에 가온은 대충 말을 흘러넘긴다.
--- 가온 ---
몬스터 : □[초중첩자 시노비-A·C]
마법 / 함정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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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 미니 ( LP : 5200 ) ---
몬스터 : □[레드 데몬즈 드래곤] + □[레드 라이징 드래곤] + □[레드 레조네이터]
마법 / 함정 :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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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 비겁한 녀석은 없애주지!"
"비겁하긴 누가."
"바로 너 말하는거지!"
"아까까지 라이벌이라더니 이제는 또 비겁한 녀석이라고 할 줄이야."
"그건 그거! 이건 이거다! 레벨6 레드 라이징에게 레벨2 레조네이터를 튜닝!"
화염이 소용돌이친다. 익숙한 주황빛 불꽃에 가온이 왼팔을 들어 시야를 가렸다.
뜨거운 열원의 중심부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화살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온몸이 화염으로 이루어져, 이글이글 타오르는 용의 척추를 타고 6개의 별이 반짝였다.
"싱크로 소환! [레드 데몬즈 드래곤 스카라이트]( LV 8 / ATK 3000 )!"
새빨간 화염의 베일이 벗겨질수록, 뜨겁고 어두운 검붉은 비늘이 드러났다. 커다란 상처, 붉은 핏자국이 선명한 용 한 마리가 비상한다.
"스카라이트!"
"효과 발동! 몬스터를 모조리 파괴!"
하늘을 맴도는 폭군이 두터운 주먹으로 지면을 내리쳤다. 지각이 갈라지며, 땅은 피를 토해낸다. 하늘높게 솟구치는 불길속에 지팡이를 든 로봇만이 아니라 그의 형제, 그를 닮은 존재마저 불태웠다.
"1000 포인트 데미지다!"
"크으으윽! ( LP : 4000 → 3000 ) "
"배틀! 원샷원킬! 가라!"
불길이 사그라들고, 링의 상태가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스카라이트는 온몸의 상처에서 붉은 피빛을 번뜩거리며 으르렁거렸다. 직선거리로 가온을 향해 뛰어들어 굵은 발톱으로 그를 찌르려 한다. 이 공격이 통한다면 라이프가 3000인 가온은 그대로 패배. 그는 듀얼디스크의 묘지를 건드려 카드 한 장을 뽑아냈다.
"묘지에서 [초중무사 오타스-K]를 제외하고 효과 발동!"
"그 카드는 처음에 패에서 던졌던 카드!"
"직접 공격 선언시에 묘지에서 [초중무사 워커-O2]( LV 4 / DEF 2000 )를 특수 소환한다!"
가온의 눈앞까지 닥쳐든 마룡의 발톱이 멈춰섰다. 스카라이트가 공격을 중지한 것은 아니다. 그저, 그의 주먹 앞에 푸른 로봇이 나타나 자신의 양팔을 방패삼아 그의 발톱을 막아낸 것이었다.
"워커-O2는 전투로 파괴되지 않는다!"
"칫!"
어차피 뚫리지 않을 벽이라는 걸 알고있던 것일까. 스카라이트는 주먹을 뒤로 되감아, 주인이 있는 뒷편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메인2!"
미니는 묘지에서 카드를 한 장 꺼냈다.
"묘지에서 [풍래왕 와일드 와인드]를 제외하고 효과 발동!"
"묘지에서 제외하고 효과라. 단순한 싱크로 소재가 아니었던 건가."
"그래. 이녀석의 효과는 이거! 덱에서 [체인 레조네이터]를 가져온다."
"앗."
가온은 저도 모르게 앗 소리를 냈다. 그녀가 가져온 튜너 한 장이 불러낼 결과가 눈에 선히 보였다.
"후후. 기억났겠지! 나한테는 아직 비장의 에이스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자랑하듯이 떠드는 미니. 가온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래. 모를리가 없지. 그 몬스터를.'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싸웠던 상대가 썼던 몬스터를.
"[체인 레조네이터]( LV 1 ) 소환! 효과로 덱에서 [싱클론 레조네이터]( LV 1 )를 특수 소환한다!"
동시에 튀어나오는 두 마리 꼬마 악마. 키득거리는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레벨8 레몬에게 레벨1 레조네이터 둘을 튜닝!"
두 마리 꼬마 악마가 각각 용의 주먹 가까이로 다가간다. 용의 손아귀에 놓인 악마들. 그들이 연주를 시작한다. 그 소리는 화음을 이루며 흩날리는 불꽃 사이에서 울려퍼진다. 뜨겁게 타오르는 용의 피, 근육. 불이 붙었다. 강한 빛을 뿜어낸다. 8개의 별이 반짝였다.
"싱크로 소환! 작염의 마룡! [레드 데몬즈 드래곤 타이란트]( LV 10 / ATK 3500 )!"
섬뜩한 존재. 가온에게 있어서는 당장이라도 근육을 긴장시키는 강렬한 존재가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떠올랐다. 태양처럼, 그것도 새까만 태양처럼, 지상의 색을 결정하는 마룡. 그의 까만 빛, 동시에 그늘 아래에서 가온은 턱을 올렸다. 지금 미니가 소환한 것은 양의 타이란트와는 명백히 다르다. 하지만 그 비슷한 생김새에서 비롯한 여러가지 감각이 잊지 못 할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
잠시동안 눈을 감았다 뜨는 가온. 미니는 그런 가온의 반응을 보고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갑자기 조용해졌네?"
"그러게."
의아해하는 것은 객석도 마찬가지. 힘이 축 빠진듯한 가온의 모습에 의아해한다.
"반응이 없구만. 그렇다면 싱크로 소재로 쓴 싱클론의 효과 발동! 묘지에서 [체인 레조네이터]를 회수한다!"
"오오. 저걸로 다음 턴에 다시 튜너 두 마리가 튀어나오는 건가."
"레벨12 싱크로란 말이지?"
가온이 반응이 없으니, 객석에 앉아있는 라비아와 시온이 대신 답했다.
"그렇지~. 그리고 타이란트의 효과! 너의 그 파란 로봇을 격파한다!"
뜨겁게 달궈진 하늘. 새까만 불빛을 태우는 마룡이 머리 위로 커다란 불덩이를 그렸다. 그것이 지상으로 추락하자, 어마어마한 열풍이 가온을 덮쳐왔다. 그 강렬한 열풍을 막기위해, 주인을 지키기 위해 푸른 로봇은 사력을 다하여 버텼다. 그러나 쇄도하는 화염에 결국은 무너져내렸다. 그 결과, 뒤에서 가만히 버티고있던 가온조차도 새까맣게 그슬렸다.
뜨거운 입김을 내뱉는 가온. 나지막히 무엇인가를 중얼거린다.
"모자라."
"뭐?"
"이정도로는…… 아직 모자르지!"
"깜짝이야."
"할 거는 그게 끝이냐?"
"이걸로 끝일 것 같아? 카드를 2장 세트!"
아무것도 남지않은 황량한 필드에 미니는 카드 두 장을 엎어둔다.
"턴 엔드!"
그리고 바톤은 가온에게로 넘어간다.
"그렇다면 내……."
"……라고 할 줄 알았지?"
"뭐?"
"후후후. 묘지에서 함정 발동이다!"
"묘지에서 함정이라고?"
"[스카레드 코쿤]! 묘지에서 [레드 데몬즈 드래곤 스카라이트]( LV 8 / ATK 3000 )를 특수 소환!"
턴이 끝나니만 했더니, 그렇지 않았다. 쩌저적 갈라지는 링. 그 아래로 새까만 악마가 솟구쳐올랐다.
"그 카드가 언제 묘지에…… 설마!"
"눈치채셨군! 타이란트로 쓸어버렸던 내 카드! 바로 그거야!"
"큭. 그래서 일부러 패에 안 잡아두고 미리 세트해뒀던 건가."
"그렇다는 거지~!"
순식간에 두 마리 악룡이 미니를 지키는 검이자 방패가 되었다.
"이 필드는 도저히 뚫지 못 할거야!"
미니는 승리를 자신한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서 그르렁거리며 뜨거운 호흡을 하는 두 용이 그녀의 말에 힘을 실어준다.
--- 가온 ( LP : 3000 ) ---
몬스터 :
마법 / 함정 :
패 ■
--- --- ---
--- 미니 미니 ( LP : 5200 ) ---
몬스터 : □[레드 데몬즈 드래곤 타이란트] + □[레드 데몬즈 드래곤 스카라이트]
마법 / 함정 : ■■
패 □[체인 레조네이터]
--- --- ---
상황은 절망적이다. 가온의 라이프는 3000. 미니의 라이프는 5200.
'이번 턴에 시노비-A·C는 소생한다. 그녀석으로 직접 공격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가 줄 수 있는 데미지는 고작해야 1400.
'초중무사소울이라도 뽑지않는 이상, 얕은 데미지를 주는 게 고작이다.'
미니의 필드에는 두 마리의 악룡이 날개를 퍼득거리며 가온을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발 아래에는 두 장의 세트 카드가 놓여있다.
'두 장 모두, 타이란트의 효과를 쓴 뒤에 꺼낸 카드. 저번 턴에는 세트하지 못 하고 이번 턴이 되서야 세트했던 카드.'
양의 듀얼과 마찬가지다. 상대의 행동을 방해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쓰기에는 부담되는 카드. 만약 쓰지 못 한다면 아깝게 날려버리는 일이 생긴다.
'그 점을 고려했을 때, 내 첫 일격에 [리젝트 리본]을 발동했던 걸 보면 저 세트 카드 사이에는 분명히 공격을 봉쇄하는 카드가 있을거다.'
즉 시노비-A·C로 직접 공격을 노린다고 하더라도 그것마저 무산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뭘까…….'
그렇게 생각하자 문득 어느 소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온과 함께 했던 자그마한, 입과 행동이 거친 소녀. 맹수처럼 사나운 성깔.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새까만 머리의 소녀가.
"풉."
'……. 갑자기 그녀석은 왜 생각나는 건지. 모르겠군.'
가온은 실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타이란트가 서있는 필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무엇을 의지해야 하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처음 떠오른 것이 그 소녀라니.
"나도 참……. 어지간히 약해빠진 녀석이다."
"?"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리겠어."
"아까부터 뭐야?"
"잠깐 딴 생각을 하느라말야. 다시 듀얼에 집중해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간다!"
가온은 손끝에 신경을 집중했다.
"나의 턴. 드로!"
힘차게 잡아당긴 것은 주황색 카드 한 장. 지금 이 순간에 있어서 그에게 무엇보다 필요했던 그 카드다.
'진짜 멍청하단말야 나는. 내 덱에는 이미 해답이 들어있었잖아.'
"스텐바이 페이즈! 효과로 파괴된 [초중첩자 시노비-A·C]( LV 7 / DEF 2800 )가 소생한다!"
가온의 앞에서 연쇄적으로 폭약이 터졌다. 지면을 박차고 새하얀 연기를 일으키며 요란하게 나타난 것은 민첩한 생김새의 로봇. 육중함과는 대비되는 기묘한 속도감이었다.
"그리고!"
가온은 방금 드로한 그 카드를 곧장 듀얼디스크에 강타했다.
"튜너 몬스터 [초중무사 타마-C]( LV 2 / ATK 100 ) 소환!"
"게엑! 그녀석!"
농구공 사이즈의 꼬마 로봇에 등장에 미니는 경기를 일으켰다. 이미 가온과의 첫 싸움에서 한 번 보았던 그 몬스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첫 듀얼에서는 불발이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맞춘다. 타마-C의 효과 발동!"
"으으읏. 스카라이트를 빼앗기더라도 나에게는 타이란트가!"
"내가 언제 스카라이트를 노린다고 했지?"
"뭣?"
"레벨10 타이란트에게 레벨2 타마-C를 튜닝!"
"!?"
가온이 타마-C의 뒷덜미를 홱 채갔다. 그리고 그를 붕붕 돌리며 투포환을 던지듯 던졌다. 목표물은 하늘의 지배자. 새까맣게 타오르는 태양 그 자체.
- 타마아아아~!
울상을 지으며 날아가는 타마-C가 타이란트의 머리와 정확히 격돌한다. 자기 머리로 곧장 날아든 묵직한 쇳덩이에 머리를 맞고 기절하는 마룡. 두 몬스터가 지상으로 추락한다. 그의 타오르는 날개가 새까만 불꽃을 일으켰다. 한 치 앞도 안 보일정도로 새까맣게 타오르는 화염. 가온은 그 사이로 뛰어들었다.
"무슨!"
그러자 갑자기 새하얀 증기가 뿜어져나왔다. 어마어마한 양의 증기가 뿜어져나오자, 눈이 매워질 정도였다. 눈을 비비며 겨우 앞을 보는 미니. 소녀의 맞은 편에는 새빨갛게 타오르는 도깨비 머리 열차가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싱크로 소환! 불타올라라! [초중증귀 테츠도우-O]( LV 12 / DEF 4800 )!"
머리 위로 달린 샛노란 뿔. 사나운 인상을 가진 붉은 피부의 도깨비. 당장이라도 레일 위를 폭주하며 달릴 것같은 열차였다.
"네가 레벨 12를!? 저런 몬스터는 처음 본다고!"
"당연하지. 이걸 너네들 앞에서 꺼내는 건 처음이니까!"
"으으읏. 히든 카드였단 말인가!"
"그럼 어디 그 힘을 확인해보시지."
가온은 패에 쥐고있던 유일한 카드 한 장을 척 치켜들었다.
"패를 한 장 버리고. 네 세트 카드 하나를 파괴한다!"
가온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미니의 왼편에 놓인 세트 카드. 도깨비가 입을 벌리고 그것을 잡아먹으려 달려가려 한다. 그러자 미니는 오른편의 카드를 뒤집었다.
"으그극. 그러면 리버스 카드 오픈! [데먼즈 체인] 발동!"
그 앞을 가로막는 것은 쇠사슬로 칭칭감긴 감옥벽. 도깨비의 머리가 벽과 충돌한다.
"테츠도우-O의 효과를 무효화! 이걸로 내 세트 카드는 보호……."
"체인이다."
"믓!"
"묘지에서 [초중무사 카게보우-C]를 제외해 [데먼즈 체인]의 발동을 무효로 해 파괴한다."
"그 카드는 이 듀얼에선 아직 안……. 설마 패 코스트가!"
"그래!"
무작정 바퀴를 굴리며 달려가는 도깨비 열차. 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깨부수고 세트된 함정을 짓밟았다.
"으그그. [킹스 싱크로]가!"
"공격을 무효로 하는 카드인가. 잘 찍었군!"
[킹스 싱크로]는 상대 몬스터가 자신의 싱크로 몬스터에게 공격 선언했을 때, 공격을 무효로 하고 그 싱크로 몬스터에게 묘지의 튜너를 튜닝할 수 있는 함정 카드. 미니가 평소에 노래를 부르고 다니던 궁극의 레드 데몬즈를 불러내기 위한 키 카드다.
"그걸 부숴먹다니!"
"그렇지만 아직이다. 나한테는 할 게 남아있어."
"뭐가 또 남아있다고?"
"그래. 지금 상태로는 널 쓰러트리기에 공격력이 부족해. 그러니 효과를 하나 더 발동한다!"
그 순간, 미니의 묘지에서 분홍빛 카드들이 동시에 빠져나왔다.
"묘지의 마법 / 함정을 모조리 제외하고 한 장당 200의 데미지를 너에게 준다!"
"으갸갸갹! ( LP : 5200 → 4400 ) "
제외된 것은 4장의 함정 카드. 800이라는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데미지가 미니를 덮쳤다.
"그렇다면 배틀! 테츠도우-O로 스카라이트를 분쇄한다!"
하늘을 노려보는 도깨비. 그가 커다란 입으로 세찬 불길을 내뿜었다. 화염은 스카라이트의 특기. 마룡은 자신에게 닥쳐드는 화염을 피하지 않고, 도리어 받아 쳐내려고 한다.
- 바아아아아!
뜨거운 숨결이 창살처럼 날카롭게 닥쳐온다.
- 그루으으으으으으!
버팅기는 도깨비 열차. 뜨겁게 타오르는 전장 속에서 가온이 소리쳤다.
"불태워라!"
그러자, 전황이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링이 빠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와해되었고, 그 아래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거대한 검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찔러올린 것처럼, 화염이 날의 형태를 취해 솟구쳤다. 마룡의 두터운 비늘을 정확히 반쪽으로 내버리고, 화염의 호우가 지상에 내리게 했다.
"으와아아앗. 레모오오온! ( LP : 4400 → 2600 ) "
자신의 에이스 몬스터가 화염을 흩뿌리며 사라지자 울상이 되는 미니. 그런 그녀의 앞에 화염을 찢어가르고서, 둔중한 로봇 한 대가 나타났다.
- 도-모. 미니=상. 시노비-A·C데스.
"엑?"
- 킬링 유!
"우와아아앗!? ( LP : 2600 → 0 ) "
시노비-A·C가 내지른 지팡이에 뒤통수를 퍽 맞고 고꾸라지는 미니. 소녀가 손가락을 비틀대며 "네노오옴. 용서하지 않겠……다." 라는 미약한 소리만을 남긴 채 쓰러졌다.
"내 승리다."
자기 자신도 스카라이트의 화염에 그을려, 꼴이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서 가온은 상쾌하게 승리선언을 했다. 그리고 가온도 곧이어 그 자리에서 툭 쓰러졌다.
……
"으아아악. 분해!"
새까만 머리의 소녀가 깨어나자마자 바닥을 쾅쾅 두들기며 절규한다.
"거기서 반대쪽. [데먼즈 체인]을 파괴한다고 찍었으면 [킹스 싱크로]를 발동하는건데!"
"듀얼은 원래 운싸움. 그걸 잘 찍는 것도 능력이다."
"우아아아!"
"컥!"
불난 집에 부채질이라도 하듯 미니의 화를 돋구는 가온. 억울한 소녀의 펀치가 가온의 복부를 강타한다.
"계속 당하고만 있을거라 생각했냐……!"
"뭣?"
정확히는 복부가 아니었다. 미리 왼손을 배 아래로 내려놓아 언제든지 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소녀의 주먹이 꽂힌 것은 가온의 손바닥 안이었다.
"이정도는 이미 다 예상했다!"
"으갸아!"
"핫!"
주먹이 막히자, 바로 다리를 움직이는 미니. 그녀의 왼다리가 가온의 오른쪽 다리를 차서 균형을 무너트렸다.
"이얍!"
"큭. 뭘 자꾸 차고있어!"
"그냥 맞아!"
서로 일사분란하게 팔을 움직이며 티격대격하는 가온과 미니. 둘을 지켜보던 이들 중 한 명이 말려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가만 냅둬. 재밌어 보이는데."
"잘 싸우네."
"에효. 남정네들은 이래서……."
개중에서 햄스터처럼 햄버거를 먹어치우던 에스페가 일어섰다. 가온과 미니에게 살며시 다가간다.
"둘 다."
"윽?"
"억."
"스탑."
두 사람의 뒤통수를 잡아 헤딩시킨다. 바위와 바위가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쩌엉 울렸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이마를 제각기 감싸쥐고서 다시 링 위를 구르기 시작했다. 에스페는 다시 뒤로 고꾸라져 데굴데굴 구르는 남녀를 한심하게 내려보며 손을 탁탁 털었다.
"저 바보들. 드디어 끝났구만."
"시시한 싸움이었어."
"너네 말이 바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보건실로 데려가야 하나?"
"괜찮겠지. 저녀석 머리는 돌이니까."
"그런가."
"너네 진짜 태평하다."
"항상 있는 일이니까."
서로 딱 수준이 비슷한 녀석들이 라이벌이 됬다며 시온과 클린트는 덧붙였다.
……
오랜만입니다.
백만년만인가요.
에필로그 1화 완성입니닷. 에필로그 첫 화를 장식한 것은 자칭 숙명의 라이벌 미니 미니였습니다.
본편에서는 20화 전후로만 가능했던 애들끼리 듀얼이 이제야 다시 가능해졌네요.
이런식으로 에필로그를 몇 화 쓴 다음에, Selected Ones 연재가 시작됩니다.
그러면 다음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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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 하지메마시테---- | 17.05.25 20:4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