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뭇거리며 단상 위로 올라서자 사람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무언가 상품이 된거같이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앨리스의 인도하에 앨리스 옆에 바짝 붙어서 있자니 마음이 편해지는듯한 기분이였다.
"보시다싶이. 호문쿨루스입니다. 인간의 몸보다 강하고, 마력의 수용량도 배로 큽니다."
"대체 무슨 재료를 사용한것입니까? 철이나 플라스틱같은거라면 단순한 로봇이 아닙니까?"
어느 젊은 마법사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앨리스는 마법사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품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
"마리사. 미안. 조금 아플지도 몰라"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목을 살짝 베었다. 따끔한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고 앨리스를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지금 뭐하는거야?"
"미안. 하지만 여기있는 마법사란 족속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들이야. 그런 녀석들과 동화된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아마 금방 쫒겨나겠지"
앨리스의 말에 나는 우리 모두의 손등에 새겨진 파츄리의 마법을 떠올렸다. 나는 어쩔수 없이 군말 없이 앨리스의 말을 따를수밖에 없었다.
앨리스는 피가 흐르는 내 팔을 번쩍 들어보이며 외쳤다.
"자. 보이십니까? 피가 흐릅니다. 가슴 안에는 심장이 뛰고 있고, 폐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겉이나 안이나 인간과 다를바가 없죠. 하지만, 잠재적인 능력은 인간. 그 이상입니다."
마법사들이 놀라운듯 탄성을 내뱉었다. 어느새 손목의 통증은 사라져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매우 얇게 벤 상처인 만큼 회복속도도 대단히 빨랐기 때문이다. 손목의 상처에는 어느샌가 새살이 돋고 피가 멎어있었다.
앨리스는 환호성을 내지르는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꾸벅 숙인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기계 하나를 꺼내어 단상 위에 올려놓았다. 난데없이 나타난 기계에 마법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으나 앨리스가 헛기침을 하자 장내는 다시 조용해졌다.
앨리스가 버튼을 살짝 누르자 푸른 빛이 공중에 나타났다. 마치 홀로그램을 보는듯했다. 공중에 나타난 빛덩이는 잠시 주변을 멤돌더니 작은 글자들로 바뀌어 공중에 둥실 떠다니게 되었다.
"만약, 여기 계신 마법사들이...저처럼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된다면. 아마 마법사들은 훨씬 진보한 기술을 가지게 될것입니다. 저처럼 말이죠"
앨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홀로그램을 향해 손짓을 한번 하자 글자들이 재배열 되어 또 다른 논문이 되었다. 여러 나라의 언어로 적혀있어 각국에서 온 마법사들이 읽기 쉽게 만들어져 있었다. 대충 내용을 보자니 앨리스가 그간 연구한 기록의 일부분들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이 아닌 데이터에...피와 독이 아닌 철과 알루미늄으로...마법사들이 언젠가 제 뜻을 이해해주시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앨리스가 다시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대자 문자들이 무너져내리는 연출과 함께 홀로그램이 꺼져버렸다. 앨리스는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나와 함께 단상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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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발표였어 앨리스"
경연이 끝난 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앨리스에게 파츄리가 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앨리스는 그나마 조금 후련하기라도 했는지, 파츄리를 보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
"뭐...오늘 반응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네"
"그럴수 밖에. 모두가 번번히 실패한 호문쿨루스야. 아까 전에는 인형이라 해놓고선...설마 나를 방심하게 만들기 위한 속임수였던거야?"
파츄리가 서운하다는듯 말했다. 앨리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그렇고 호문쿨루스가 제작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이유중 하나가 동력원이잖아. 어떻게 구한거야? 기계를 사용한건 아니지?"
"헛소리. 저 아이의 몸에는 철 한움큼도 집어넣지 않았어."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브랜디를 한모금 마셨다.
"영혼이야. 인간의 영혼"
"영혼?!"
파츄리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이해할수 없다는듯한 표정이였다.
"길에서 객사한 인간의 영혼을 합의하에 호문쿨루스 안에 집어넣은거야. 원래라면 영혼이나 몸체 둘중 하나는 박살나는것이 정상이지만 공교롭게도 동력원이 되어줄 영혼과 몸제의 공명수가 일치했지"
앨리스가 미소를 띄며 말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돌려받아야 할 몸이야. 저 영혼의 주인에게도 약속했던게 있고"
"원래 몸을 다시 만들어 주기로 했구나?"
"그래. 이제 한...80%정도 완성 됬나? 이제 얼굴 보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
파츄리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예전에는 일곱가지 속성의 마법사였던 파츄리님께서...어째서 흑마법에 심취하게 되신걸까?"
"...이유가 있지...알면 다쳐"
파츄리가 장난스런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때 파츄리의 옆에서 작은 마법진이 하나 만들어지더니 여인 한명이 나타났다. 흰 셔츠 위에 검은 조끼를 입고 붉은 넥타이를 맨 여성은 잠시동안 파츄리를 바라보더니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파츄리님. 곧 시작합니다"
"아아. 때가 된건가? 금방 갈게. 수다만 마치고"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돌아갔다. 잠시동안 앨리스를 바라보던 여인은 싱긋 웃으며 앨리스에게 인사를 하고는 인파 사이로 사라졌다.
"...서큐버스구나?"
"맞아. 소환해서 지금은 도서관의 사서로 써먹고 있어"
"저 웃음은 뭔데. 날 유혹하려는거야?"
"가끔은 나도 유혹하려 들어. 남녀를 가리지 않나봐"
"저 서큐버스에게 따일 누군가가 애처롭게 느껴지는군...그런데 뭐가 시작이라는거야?"
파츄리는 녹즙을 한모금 마시다 놀란 얼굴로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까먹은거야? 하긴...오랫동안 오지도 않았으니 대략적인 순서를 잊었겠구나. 이제 곧 시연회가 있을거야"
"시연회? 아까 그건?"
"발표회지? 일종의..."
앨리스의 표정이 다시 한번 구겨졌다. 앨리스는 한숨을 토하고는 파츄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 이번에 준비해온건 발표거리밖에 없는데...한번만 봐줘!"
파츄리가 앨리스의 부탁에 곤란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파츄리가 무언가가 떠오른듯 손뼉을 치고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호문쿨루스! 마법 쓸수 있잖아?"
"그...그런데...? 아아!"
앨리스 또한 손뼉을 치며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 멀리서 마리사가 앨리스를 바라보고는 손을 흔들고 축제를 구경하고 있는 동안 두 사람은 수상쩍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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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기 많이 힘드네요.
특히 날이 추워지니까 요즘은 안아픈데가 없네요.
근육이 빳빳해져서 너무 아파! 죽을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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