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의 날이 검의 도신을 파고 든다. ㄱ자로 꺾여있는 물건이라 그런지 다른 무기보다 막는것이 훨씬 힘들었다. 손잡이 부분을 가드하면 날이 눈 앞까지 다가오고 그렇다고 날 부분을 막자니 얇은 일본도의 도신으로는 상당히 정확한 움직임을 필요로 했다.
만약 꾸준한 연습과 실전이 아니였다면 일찌감찌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하나만 물어보자"
츠바사는 가쁜 숨을 내쉬며 텐마에게 물었다.
텐마는 여유롭게 사슬낫을 돌리며 츠바사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전쟁을 일으킨거지?"
"전쟁?"
텐마가 큭큭 웃으며 말했다. 사슬낫을 크게 한바퀴 돌려 공중에 띄우고는 사슬이 아닌 낫 손잡이 부분을 잡았다. 사슬은 쩔거렁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흥. 그뿐이지"
"유흥? 고작 그런 이유를 위해서?"
"유흥이 잘못된게 아니야! 누군가는 재미를 위해 개구리를 돌로 쳐서 죽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단순한 흥미를 위해 활을 들고 사냥을 하지 않나? 나도 같은 이유다. 단지 사냥감이 노루나 멧돼지가 아닌 백랑 텐구들이라는거지"
텐마는 별것 아니라는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멧돼지나 노루들은 활을 겨누기만 해도 도망가잖아? 하지만 텐구들은 그러지 않아! 활을 겨누면 검을 뽑아드는 녀석이라고. 진정한 사냥이라는게 그런거지. 안그런가? 사냥감과 사냥꾼 모두가 목숨을 걸고 살아야하는 진정한 사냥!"
텐마는 광신도들의 교주처럼 두 팔을 하늘 높이 뻗친채로 소리높혔다. 마치 그 모습이 환희에 젖은듯하여 츠바사는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듯 소름이 끼치는것이 느껴졌다.
"그런 사냥을 끝내버리겠다니. 안돼지 안돼...아직 내 재미는 끝나지 않았단 말이다"
텐마는 환희를 이기지 못하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한참을 자기 자신을 끌어안아 부들거림을 진정시킨 후에야 후련하다는듯 한숨을 내쉬고, 다시 낫을 겨누었다.
"그런 의미에서 너는 정말로 재미있는 사냥감이다. 그렇게까지 상처입고도 끝까지 사냥꾼에게 저항하지 않는가?"
"추잡한 잡소리 지껄일꺼면 닥치고 덤비기나 해"
츠바사는 검을 겨누었다. 하지만 검 끝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계속된 전투로 누적된 상처에 피로감이 곂쳐져 눈 앞이 아른거리고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조금씩 상처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야지. 어디 재미있게 놀아보자구"
테마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슬낫을 츠바사에게 집어던졌다. 사슬낫은 쏜살같이 날아가 츠바사의 어깨를 관통했다.
"크윽!"
눈 앞이 아찔해지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깨를 파고든 낫이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츠바사를 텐마가 있는 곳으로 끌어당겼다. 텐마가 사슬을 잡아 당긴 탓이였다. 츠바사는 어깨에 박힌 낫을 뽑아내려고 했지만 마치 물결마냥 구불구불한 낫의 끝이 살을 파고 들어 뽑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츠바사는 텐마의 앞까지 질질 끌려가게 되었다.
"이런게 재미있다는거다. 한방에 쓰러지지 않고, 상대에 대한 살의를 가지고 끝까지 저항하는것. 정말로 마음에 들어"
츠바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낫을 뽑으려 했지만 너무나도 힘겨워보였다. 텐마는 그런 츠바사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거 참 힘들어보이는군.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텐마는 낫의 손잡이를 잡고 힘껏 힘을 주어 낫을 더욱 깊숙히 꽃아넣었다. 구불구불한 날 부분이 살과 뼈를 꿰뚫고 어깨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끄아아아악!!"
눈 앞이 번쩍거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너무나도 날카로운 통증에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을것만 같았다. 통증이 심해 몸도 제대로 가눌수 없었다. 텐마는 그런 츠바사를 바라보며 히죽 웃고는 어깨를 꿰뚫은 낫을 힘껏 잡아당겼다.
살이 뜯겨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낫이 뽑혔다. 츠바사는 어깨를 부여쥐고 무릎을 꿇었다. 텐마의 낫의 구불구불한 낫은 뽑혀나가면서 어깨 안쪽의 근육과 혈관을 갈기갈기 찢어발겨놓았다. 피가 마치 둑이 터진것처럼 콸콸 쏟아져 나왔다.
"재미있게 즐겼다."
텐마는 츠바사의 머리를 쥐어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이제 그만 죽도록 해라"
그리고는 츠바사의 가슴팍에 사슬낫을 찔러넣었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멎었다. 세상이 갑자기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츠바사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낫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츠바사는 낫이 뽑히지 않게 하기 위해 왼손으로 낫을 붙잡았다.
"아직도 저항하는거냐. 하지만 이제 나는 너와 놀아줄 생각이 없거든"
텐마가 힘껏 낫을 뽑았다. 솟구치는 피와 함께 츠바사의 왼 손가락들이 잘려나갔다.
마치 시간이 억겁과도 같이 흐르는것같았다. 바닥으로 닿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츠바사는 고개를 돌려 이누바시리를 바라보았다. 이누바시리는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 츠바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행복도 느껴지지 않았다. 망연한 표정으로 츠바사가 쓰러지는 순간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츠바사는 땅에 닿기 직전 간신히 입을 열었다.
"...키요..."
몸이 땅에 털썩 닿았다. 닿았다기보다는 떨어졌다고 하는것이 맞을것이다. 츠바사의 몸이 땅에 닿으며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모든 세상의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회색이 되어버린 세계는 천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미안해..."
츠바사는 두 눈을 감았다.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려 어둠속으로 흘러내려가는듯한 기분이였다. 저항해야했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츠바사는 그 모든 느낌을 그대로 맡겼다.
어디선가 울리는 외침...웃음소리...흐느낌...계속하여 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내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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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아마 마지막화가 되겠네요.
45화안에 끝나게 될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번에도 용두사미로 끝나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까봐 걱정이 되긴 하는데 이번엔 그럴 일이 없어요!
진짜로요!
완벽하진 않아도 예전에 쓴 소설들보다는 괜찮은 엔딩을 구상하고 있다고요!
무려 해피엔딩이예요 해피엔딩!
아 주인공 죽은 시점에서 이건 변명 이하가 되버리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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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힣힣히 저를 뭘로 보시고! | 17.09.02 19: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