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어두컴컴했다가 일순 밝아졌다. 너무나도 밝아서 저려오는 눈동자 사이로 빛이 마음껏 쬐여들어온다. 분명 학교에 도착했을때에는 한밤중이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른 아침이 되어있었다. 학교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간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가 않는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옆구리에 욱신거리는 감각에 약하게 비명을 질렀다.
"일어났네"
비명소리를 듣고 앨리스가 다가왔다. 학교 와이셔츠는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물론 아파오는 옆구리 부분은 깔끔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보나마나 학교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해서 의식을 잃었겠지. 근데 누가? 이렇게 예리한 공격을 할수 있는 요괴나 요정은 거의 없는거로 알고 있다. 탄막에 피탄을 당해도 마치 무언가에 얻어맞은것처럼 멍이들거나 뻥 뚫리기는 하지만(뻥 뚫려버리는건 내가 직접 맞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구조물이 박살나는것을 보았다)
"어떻게 된거야? 난 분명 학교에 가서..."
"학교에 가서 레이무를 공격하려 했지"
"내가?!"
아니. 그럴리가 없다. 어디까지나 설득을 하러 간 것 뿐인데 공격이라니 앨리스가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정확히 말하면 너이긴 한데...'음기'에 씌인 네가 공격한거야"
"음...기?"
앨리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코마치가 만든 결계는 우리가 만드는 결계와 조금 다른 구조였어. 어디까지나 영혼을 모으기 위한 결계지 누군가를 가두거나 보호하기 위한 결계가 아니거든"
인형이 앨리스의 주변으로 날아와 앉기 시작했다. 이윽고 레이무가 나타나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앨리스의 옆에 섰다.
"사신이 만들어낸 결계는 영혼을 끌어모으기 위해 약간의 미끼를 집어넣어. 그런데 레이무가 실수로 그걸 폭주시키면서 미끼가 너무 크게 불어나버린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결계의 중심으로 갈 수록 '생욕'이라는 욕망이 커져. 아무래도 너는 그 '생욕'이라는것에 동화되서 떠나가기 싫어하는 영혼처럼 결계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한거같아"
"네 몸에 아직 영혼이 제대로 정착하지 않아서 그런 이유도 있을수 있고"
레이무가 앨리스의 말에 덧붙여서 말을 이었다. 그러고는 내 머리를 힘껏 내리쳐버렸다. 빠악하고 둔탁한 타격음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를 올려다보니 레이무는 상당히 화가 난 표정이였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야!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죽이려 하질 않나...죽은 놈들이 돌아다니질 않나...!"
"죽은 놈...맞다! 후유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남과 동시에 묵직한 통증이 전신을 강타했다. 눈 앞이 순간적으로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비틀거리며 몸을 기댈것을 찾다가 그만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움직이지마 마리사. 지금 네 배는 요우무의 참격으로 완전히 갈라졌다가 간신히 앨리스가 붙여놓은거니까"
"정말이지...내장도 다 튀어나오고 하마터면 목숨이 위험했어"
요우무가 나를 베었다고? 나는 도대체 정신을 잃은동안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레이무와 요우무를 둘 다 적으로 돌린거지?
"뭐...요우무는 네 공격에 치명상을 입고 반쯤 죽어버렸지만"
앨리스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해버렸다. 나는 시야가 일그러질것같은 고통을 참아가며 앨리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던데다 앨리스가 너무나도 태연하게 요우무의 상황에 대해 말했기 때문에 잠시동안 앨리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뭐라..."
"말했잖아. 네 마탄이 요우무에게 치명상을 입혔어. 뭐 완전히 죽지는 않았지만 꽤나 치명상이였지. 가슴을 관통해버렸으니까"
"안돼...!"
나는 몸을 일으키려다 온 몸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죄책감에 눈물이 핑하고 맴돌았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기 직전에 팔로 비벼 없애버렸다.
"요우무가 응급조치를 잘 해서 다행이야. 덕분에 치명상에서 그냥 상처로 끝나버렸으니까"
"의식을 잃기전에 사용한 기술덕분이지"
앨리스와 레이무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레이무에게 물었다.
"그럼...지금 요우무는 어떻게 됬는데...?"
"요우무는..."
"내가 말할게 레이무"
문 너머에서 나즈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도 힘이 없는 목소리였기에 조금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였다. 하지만 어딘가 낮익은 목소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요우무였다. 요우무는 문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멋쩍은듯 머리를 긁적이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의 요우무와 다를것이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무언가가 이상했다. 피부는 창백하고 두 눈동자에는 아주 미약하게 생기가 남아있었다. 걸어들어오는 모습도 예전과 달리 느릿느릿 방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죽기 바로 직전의 사람을 보는듯한 느낌이였다.
"안녕...마리사"
"어떻게 된거야 요우무...?"
요우무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나를 보고 요우무가 말을 했다.
"그때...네 공격을 받고 죽기 직전 누관검으로 내 영혼이 빠져나가려 할 때. 즉 내가 죽기 직전에 영혼을 반으로 갈라 억지로 몸 안에 쑤셔넣었어. 그때 쓴 기술은 나와 너 그리고 결계까지 한꺼번에 범위 안에 들어가게 했었지. 하여튼 덕분에 죽기전까지 어느정도 시간을 벌 수는 있었어. 그 뒤는...여기 있는 앨리스씨가 상처를 조치해주셨고..."
앨리스가 가볍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요우무가 손짓을 한번 하자 하얀 구름같은게 꾸물거리며 날아들어왔다. 구름이라기 보다는 연막. 어쩌면 하얀 젤 덩어리가 공중을 떠다니는듯한 모습이였다.
"보다싶이...이런 모습이 되어버렸지. 그리고 이쪽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반쪽짜리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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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너무 덥네요...
녹아내릴 지경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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