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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은 시선이 느껴진다. 이걸 눈치 챈 렌코는 나를 도와줄려는 것인지, 기다리기 지친 것인지 카운터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어머 죄송해요.」
주인은 웃으면서 앤틱을 뛰어넘은 화석과도 같은 현금 계산기에 금액을 치기 시작했다. 내가 상상하는 것도 뭣하지만 아마 렌코의 머릿속에선 후자의 선택지 였었겠지? 렌코 이 녀석. 그런데 또 그녀는 나를 슬쩍 보고 있다. 너무 알기 쉽게 나를 바라보고 있기에 그녀를 본 사람 전부가 알고 있을 것이다.
「저기…… 뭔가요? 아, 얼굴에 뭐가 붙어있나요?」
나는 손으로 적당히 얼굴을 닦았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아니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한 양, 당신 저주 받고 있어요. 아마.」
「그래요? 나 저주 받고 있구…… 예?」
「저주 받고 있어. 그래 확실히. 희미하지만 보이고 있는걸. 한 양, 부적인지 뭔지 목걸이 같은 것을 지니고 있죠?」
설마 설마한 급전개다. 다른 것도 있을 건데 하필이면 저주라니! 역시 마법점이라고 어느 의미로 감탄이 나왔다.
「아, 분명 가지고는 있는데…….」
나는 가슴에서 비……비……뭐였지……?
「비휴.」
아 그래. 비휴의 목걸이를 꺼냈다. 주인은 그걸 파고들듯이 바라봤다. 지금이라도 당장 구멍이 뚫려버릴 것 같은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가 비휴였으면 부끄러워서 얼굴이 새빨개졌겠지.
「앗! 역시 역시 저주 받았어! 이거 중고지!? 중고겠지!? 중고인게 틀림없어! 그야 주인 외에 다른 사람이 만지면 저주를 거는 마법이 걸려있는걸! 당신 전에 다른 주인이 있었다는게 틀림 없어!」
「예? 예? 옛?」
「지금 당장 저주를 풀어줄게. 응 꼭 그래야 돼! 쇠뿔은 단김에 빼라야! 잠깐 기다려. 지금 도구 좀 가져올테니까!」
주인은 카운터 안 쪽의 문으로 들어가버렸다. 한 번에 몰려오는 그녀의 위세에 압도 되어 우리들은 한동안 멍해졌었다.
「……………….」
「……………….」
「………………뭐!? 뭐야 뭐야 뭔데!? 대체 무슨 일이야!? 저주!? 저주를 푼다고!? 뭐!?」
「잠깐 잠깐 잠깐. 렌코, 참아. 진정해. 두 유 언더스탠드?」
「예, 예스…….」
「좋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이 목걸이에 저주가 걸려있어서 내가 그 피해자가 되버린……것 같아. 지금은 그 저주의 영향은 표면상으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애초에 진짜인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이건 일단 주인 분에게 맡기자.」
이럴 때, 비봉구락부에 소속 된 것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의 비상식적인 일은 어느정도 익숙해졌으니까.
얼마 후, 문 안 쪽에서 주인이 뭔가가 들어간 병하고 반원 모양인 금속인지 뭔지 잘 모르겠는 수수께끼의 물체가 봉 끝자락에 달려있는 이상한 형태를 한 지팡이를 들고 왔다. 허겁지겁 서두르는 모습이 방금 전까지의 인상하고는 너무 다르다.
「저기 그건……?」
「병 속에 담겨있는 마법이랑 반달의 심볼 스틱이야.」
역시 의미를 모르겠다. 뭐야. 병속에 담겨있는 마법이란게. 그런 조미료 느낌으로 괜찮은 건가?
「최근엔 캔에 담겨있는게 메인이니까, 병에 담겨있는 건 본 적 없는 사람이 제법 많네.」
그런 음료수 느낌으로 괜찮은 건가?
「그럼 당장 저주를 풀자.」
주인은 문의 간판을 뒤집고 내게 의자에 앉으라고 말했다. 주인이 꺼내온 가게 정중앙에 놓여진 의자에 앉았다.
「아, 우사미 양은 이 쪽으로.」
렌코를 뒤에 오도록 부르고 주인은 반달의 심볼 스틱인지 뭔지를 잡아서 병의 마개를 열었다. 가루가 여기저기 날린다.
「으흠, 음…… 좋아. 그럼……!」
「……………….」
「……………….」
그 이후 주인은 잘 모르겠는 주문을 외치기 시작했다. 포뇨모뇨라느니 비비라느니 ED라느니 프늄킨이라느니 미즈시마 이론이라느니 헤게로무챠무챠라느니 그런 걸 외치는게 3분 정도 지나니
「윽.」
지금 보니 창문 건너편에서 조금이지만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라도 된 기분이다. 나는 구경거리가 아니라고 쫓아내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저주를 푸는 걸 받고 있었다. 조용히 생각 않기로 했다. ……………….
「풉.」
웃었겠다! 렌코가 비웃었어! 이게 뭐야! 주인 뒤에서 렌코가 입을 손으로 막으면서 몸을 떨고 있어! 분명히 눈은 날 향하고 있고! 왜 나만 저주를 받은 거야! 렌코도 똑 같은 비휴의 목걸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렌코 이 녀석!
「아, 다 됐어!」
주인이 기쁜듯이 말했다. 동시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병에서 포포포포포포포포포…… 별 같은 것들이 흘러 넘치기 시작해 내 몸을 덮기 시작했다.
「앗, 꺄앗, 뭐 뭐야!?」
내 눈 앞에서 무수한 별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예쁘지만 주관적으로 보면 보고 있자니 매우 기분 나쁘다. 우글우글. 별 모양인 것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저주 해제의 마법은 무사히 성공했어. 나머지는 저주가 얌전히 사라지는 걸 기다리면 돼.」
「뭐, 뭐야 이게!」
불과 1분도 안 지나서 별들은 사라지고 가게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이런…… 뭔가 터무니 없는 장면을 목격 한 것 같은 기분이야…….」
「터무니 없는 걸 체험 해버린 것 같은 기분이야…….」
나와 렌코는 서로 얼굴을 맞댔다. 주인 한 사람만이 일을 끝냈다는 느낌으로 깊게 숨을 내쉬었다. 창 밖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그런 광경이 눈 앞에서 펼쳐졌는데도 벌써 질려버린건가?
「굉장해…… 굉장해! 마법! 진짜 마법이야! 봐봐봐, 봤어!?」
이 쪽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데…….
「창 밖의 사람들이 이상하다 생각했지?」
주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 창문에는 특수한 마법이 걸려있어서 그래. 만일에 이런게 보이는 체질인 사람이 있어도 저 유리 너머서는 보이지 않게 되버려.」
뭔가 끼버보이는 주인. 하지만 그 표정은 금방 놀라는 얼굴로 변했다.
「응? 그럼 두 사람은 혹시 그런게 보이는 체질이야?」
「아, 네. 그런게 보이는 체질인 사람이에요.」
「마찬가지로.」
둘 다 손을 올리니 주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뭘까. 아까까지는 『미모의 미망인』이었던 인상이 한 번에 『덜렁이는 여자애』로 바뀌어버렸다. 요염한 미인이라는 느낌보다 귀여운 쪽이 더 풍겨온다……. 혹시 이것도 마법?
「그럼그럼 보인다는 건 두 사람 다 이런 거에 익숙해져 있는 거겠네? 이번이 특히 특수한 게 아닌 거지?」
「아 그러니까…… 특수하다면 특수한데…….」
「특수하지 않다면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고…….」
「히잉!」
한동안 허둥지둥 거리다가 진정 된 주인은 우리들에게 다시 자리에 앉으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카운터에 들어간 그녀는 커피 컵을 3개 올린 접시를 가져와 우리들의 자리까지 왔다. 나와 렌코가 같이 앉았고 주인이 반대편에 앉았다.
「자 그러면…….」
주인은 자신의 커피에 각설탕을 3개, 우유를 2잔 넣어 숟가락으로 젓기 시작했다. 커피는 각설탕 3개와 우유 2잔이 들어가 표면장력만을 의지하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일단은 자기소개부터 할게. 내 이름은 키이치고 치마리. 마법이 비일반적인 이 세계에서 몰래 마법점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보잘 것 없는 마법사야. 그래도 제법 수행을 했으니까 어느정도의 수준은 지니고 있지만.」
「몰래라니 저런 간판을 내걸고요……?」
『키이치고 마법점. 점, 각종 마법약, 운세 컨트롤, 그 외』
「아아 저 간판 말이지? 저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키이치고 카페』로 보여. 그리고 만일 보인다더라도 마법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마법점이고. 모르는 사람에겐 그저 수상한 골동품 가게로밖에 안 보이니까 그런 사람은 또 가게에 안 들어오지. 너희들이 처음이야. 마법점의 손님으로써 온게 아닌 카페의 손님으로써 온 그런게 보이는 체질의 사람이.」
「아뇨~ 아하하하하……그런 이상한 건 잘 몰라서…….」
「그렇군…… 키이치고 마법점 이라는 이름의 수상한 앤틱 카페에 자기가 좋아서 들어오는 사람은 생각 못했어…….」
그런 걸 본인이 말해도 괜찮나.
「음…… 사이펀이 매니아를 끌어들이는 걸려나…….」
「아 그런 건 아니에요. 안심해주세요.」
다시 나와 렌코도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눈을 설명하니 치마리 씨는 큰 반응은 안 보이지만 우리들의 눈을 테이블 너머로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렇구나 달과 별을 보는 것만으로 장소와 시간을 알 수 있는 렌코와 결계의 틈새랬나? 즉 끊겨진 세계로의 출입구가 보이는 메리. 과연 확실히 마법같네…… 나도 다른 세계에서 왔어. 『환상향』이라는 곳에서. 거기서 엘렌 스승님의 제자를…… 응? 왜 그래?」
치마리 씨가 눈을 끔뻑거렸다. 무슨 인과지. 환상향이라는 말을 들은게 오늘로 벌써 2번째다.
「치마리 씨는 환상향 출신인가요?」
「아니. 다른 곳이야. 원래 내가 있던 곳은 마법이 일반적으로 보급 되어있던 세계에 있었어. 캔에 담겨있는 마법이 자동 판매기에서 팔리고 있는 세계.」
치마리 씨는 어딘가에서 꺼내온 캔에 담겨있는 마법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메뉴에 표기 적혀있는 것과 비슷한 잘 모르겠는 글자가 팝한 글씨체로 라벨에 적혀있다.
「근데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이상한 세계로 날아가버렸는데 거기서 엘렌 스승님을 만난 거야. 아 엘렌 스승님은 굉장한 마법사고 환상향에서 처음으로 만난 마법사야.」
치마리 씨가 벽에 걸려있는 액자를 가리켰다. 거기엔 지금의 모습과 달라진게 없는 치마리 씨와 작은 여자 아이가 서있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잉크로 인쇄된 사진인데 색이 많이 엷어졌다. ……그렇다는 건 옛날에 찍은 사진이라는건가?
「제법 옛날 사진이네요…… 그런데 치마리 씨는 지금이랑 달라진게 없어……?」
「그야 불로불사나 마찬가지인걸. 정확히는 엄청 심각한 일이 일어나는게 아닌 이상 죽지 않는다……일려나? 덕분에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피부가 매끈매끈해~」
기쁜듯이 말하는 치마리 씨. 그런 그녀의 손을 갑자기 양손으로 붙잡은 건 다름아닌 렌코였다. 렌코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훌륭하게도 낚이는구만.
「어, 어떻게 불로불사가 된 건가요!? 부디 알려주세요. 치마리 스승님!!」
「스, 스승? 에, 에헤헤~ 아니 그런게 아니라 정말! 그래도 불로불사가 되는 방법 말이지……. 음 그건 역시 마법을 배워서 연습하고 습득하고 마법사가 되는게 최저 조건이네. 다음은 마법사로써의 랭크를 올리면 올릴수록 불로불사의 몸은 얻기 쉬워져. 몸에 쌓인 방대한 마력이 세포의 노화를 막아주는 거야.」
「그래서 치마리 씨는 그렇게 됐다고…….」
「엘렌 스승님에게 단련 받았으니까~」
팔을 들어올리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치마리 씨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알통 같은 건 있지도 않다. 호리호리한 팔이다.
그 이후로 렌코는 뭔가 치마리 씨에게 이것저것 질문 공세를 펼칠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슬슬 막아야 할 것 같아서 옆에서 렌코의 입을 억지로 막았다. 꾸물꾸물 거려서 손이 간지럽다.
「아 치마리 씨 죄송해요. 렌코를 이 이상 놔두면 안 멈출 것 같으니까 좀…….」
「어라? 그래? 우후후, 그럼…… 자 이거 받아가.」
치마리 씨가 뭔가 명함 같은 작은 양피지를 건냈다. 하지만 앞이든 뒤든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뭐야 이건.
「우후후후, 그런게 보이는 체질의 사람에게만 보이는 명함이야. 실수로 떨어뜨려서 누가 주워도 안심 안전!」
「아무것도 안 보여요, 스승님!」
「그냥 아무 무늬 없는 양피지로밖에 안 보이는데요…….」
「응? 그럴리 없어…… 제대로 마법을 걸어놨는걸……?」
나와 렌코가 치마리 씨에게 양피지를 넘기니 치마리 씨는 그걸 뒤집어보고 빛에 비춰보며 으음…… 소리를 냈다. 그리고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내리쳤다. 호기심 해결사같다.
「마법을 거는 걸 깜빡했어! 분명! 아, 아하하하하…… 잠깐 기다려봐! 지금 당장 걸테니까!」
치마리 씨는 일어서서 2 장의 양피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반달 심볼 스틱을 집고 또 뭔가 외치면서 몸짓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마법을 쓰는데 포즈 잡는게 필요한건가?」
「저 지팡이도 그 때문에 있는 거 아냐?」
다시 포포포포포포포포포…… 스틱에서 넘치기 시작한 별들은 테이블 위의 양피지를 감싸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2번이나 보니 이제 놀라지 않는다. 익숙해졌다는 것이 무섭다.
「어라?」
테이블 위에 양파지 2장은 아까까지는 없었던 전화번호와 메일 주소가 표기 되어있었다.
「메일도 쓰시나 보네요.」
「그야 문명의 기계한텐 덕 좀 봐야지. 편리하면 편리할수록 이득이잖아? 그리고 과학은 결국 마법인 거니까. 아, 이건 엘렌 스승님의 말이야.」
치마리 씨는 부끄러운듯이 말했다. 과학은 마법. 그런 말을 유메미에게 해준다면 양손 들며 기뻐할 것같다. 아니면 역으로 분하다고 생각할려나? 3초 정도 고민한 뒤 유메미에겐 말하지 않기로했다.
「자 다시 받아가. 마법으로 쓴 글씨니까 떨어뜨려도 다른 사람에겐 그냥 백지인 양피지로 보일거야.」
「……지금 그냥 알려주셨으면 휴대폰에 등록 했을텐데요.」
렌코가 나직이 말을 하니.
「………………. 아.」
아뿔싸라는 느낌으로 치마리 씨는 얼굴이 쌔빨개지며 마루에 쓰러져버렸다. 팔꿈치로 렌코를 살짝 치니 렌코는 조금 미안하다는듯 양피지를 집었다.
「그래도 마법으로 적은 메모는 정말 희귀한거니까 좋은 도쿄 특산품이 됐네요.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래? 그럴려나? 에헤헤헤……. 언제라도 연락해줘! 대부분 한가하니까.」
부끄러운듯 웃으면서 말하는 치마리 씨. 작게 숨을 쉬는 렌코를 보니 웃음이 조금 새어나왔다.
가게를 나오니 치마리 씨는 계속 문에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와 렌코가 뒤를 돌아봐주니 치마리 씨는 표정이 갑자기 확 밝아지면서 더 크게 양손을 흔들었다.
「뭔가 정말 영문을 모르겠는 사람이었네…….」
「정말! 설마 진짜 마법사를 만날줄이야 꿈만 같아! 메일 주소도 받았고. 아아! 도쿄는 어쩜 이리 멋진 장소일까!」
뭔가 렌코에게서 조금 데자뷰가 느껴졌다. 유메미화 되고 있어?
「그럼, 모처럼이니 적당히 둘러볼까? 이것저것 많아 여기.」
「그야 진실의 입이나 마법점이 있는 정도니까. 뭐든지 있잖아. 이제 뭐가 있어도 안 놀랄 자신이 생겼어.」
「그렇네…… 정말 역시 도쿄라 해야하나…… 뭐라해야하나…….」
비너스 포트에는 마법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술집이나 옷집이나 맛있을 것 같은 치즈 케이크 전문점이나 커피 가게나 중화요리점이나 바이킹, 결국에는 결혼식장까지도 있었다.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러니 결혼식장에 가자!」
「뭐가 『그러니』야. 근데 결혼식장에 가서 뭘…….」
2층과 3층이 뚫려있었던 분수 광장보다도 넓은 교회 광장. 돌로 지어진 뭔지 잘 모르곘는 거대한 로마풍의 건축물에 둘러 쌓여있는 제법 현장감이 괜찮은 광장이다. 하늘이 좋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 결혼식장은 여기에 있었다.
「위풍당당하네.」
「모조품으로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도 굉장하네. 역시 쓸데없는 것에 쓸데없이 공들이는 도쿄야.」
「상관 없잖아. 분위기를 만드는 건 중요하니까. 거기다 결국은 전부 모조품이기도 하고.」
결혼식장은 의외로 아담하다. 과연 여기서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근처에 바이킹이 있으면 저기서 피로연도 할 수 있겠지. 편리하다면 편리한가.
「좋네. 웨딩드레스. 한 번쯤은 입어보고 싶은 건 여자로썬 당연한거지.」
「나는 『너는 안 어울리잖아』라고 초등학생 때부터 남자애한테 들어가지고 웨딩드레스는 별로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 그 녀석 일일히 쓸데없는 참견이나 하고…….」
투덜거리는 렌코. 분명 그 애는 렌코를 좋아했던 거……겠지. 불쌍하게도.
「그래도 분명 어울릴 거야. 어쨌건 보이지 않는 귀여움을 숨기고 있는 처녀인걸.」
「시, 시끄러! 끈질기잖아 메리! 그런 끈질긴 애는 여자들한테 인기 없을 거라고?」
……나 여자인데. 라고 말하고 싶지만 렌코 상대로는 아무 의미없이 끝나겠지. 할 의미가 없는 행위는 하지 않는 주의이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저거 봐 메리! 귀여운 옷이야!」
「그렇네. 기발한 디자인이 그야말로 도쿄네.」
「저거 봐 메리! 저 케이크 맛있어보여!」
「그렇네. 이 이상 뭔갈 더 먹으면 살 엄청 찔거야.」
「저거 봐 메리! 멋진 목걸이야!」
「그렇네. 이제 저주 받는 건 사양이야.」
「저거 봐 메리! 관람차야!」
「그렇네. 관람차네……어라?」
정신 차려보니 나와 렌코는 이미 관람차에 타고 있었다. 아까까진 밝았던 오후의 하늘은 갑자기 해가 저물어 어두운 하늘로 변해있었다. 그런가 밖은 이미 그런 시간이었나. 손목 시계를 보니 벌써 7시에 가까워졌다.
「꺄앗!? 뭐뭣 뭐야 이거 뭐야? 뭐야 이거 뭐냐고!?」
잘 보니까 발밑이 투명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360도 어딜 봐도 투명하다. 이거야말로 진짜 파노라마 뷰다.
「아 이거 말이지. 이건 시 스루 곤돌라야. 이 대관람차의 46개나 있는 곤돌라 중 불과 4개밖에 없는 곤돌라야. 전면 투명이라 제법 볼만하지?」
렌코는 기쁜듯이 말했다. 지금은 렌코에 맞춰서 나도 기뻐해줘야 하나…… 그래도 역시 납득이 안 가기 때문에 조금 반론해보기로 했다.
「근데 이렇게 아두운 곳에서 거기다 시골인데 관람차에 탄다고 즐거울려나. 새까만 곳을 의미도 없이 시간 들여 타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아?」
후후후…… 뭔가 있어보이는 듯한 태도로 웃는 렌코. 왠지 기분 나쁘다.
「메리 기억나? 다이바 쇼홍콩을 나와서 내가 테라스에서 했던 말.」
「아니. 전혀 기억 안 나는데.」
그렇게 대답하니 렌코는 쓸데없이 크게 한숨을 쉬며 목을 양 옆으로 흔들었다.
「조금은 고민하는 척이라도 좀 해보라고. 정말 재미없네.」
렌코의 의미를 모르겠는 행위에 어울리기가 싫은 것이다. 그보다도 뭐가 말하고 싶은건지 빨리 말하라고 했더니 렌코는 또 작게 한숨을 쉬고 있다. 정말 신경을 잘도 긁어댄다.
「잘 들어. 나는 『시간이 조금 남았네』라고 말했어. 언제까지의 시간이냐면 오후 7시까지의 시간이었던 거고.」
렌코는 밖을 봤다. 아마 관람차의 3분의 2 정도의 높이가 되는 것 같은데 톡톡 튀는 불 정도밖에 안 보이고 아직 새까맣다. 그 때문인가 하늘의 별은 예쁘게 잘 보인다.
「앞으로 3분 21초네.」
나는 손목 시계를 봤다. 오후 6시 56분 30초. 조금 어긋난 것 같은데? 렌코가 말한 시간은 7시 정각. 렌코는 마치 뭔가가 오는 걸 기대하고 있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곤돌라가 흔들리니까 그만뒀으면 좋겠다.
「앞으로 10초.」
시계를 보니 7시까지 19초가 남아있다. 어긋나있다. 나중에 렌코에게 부탁해서 시계의 시간을 맞춰야겠다.
「5, 4, 3, 2, 1……!」
곤돌라의 밖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 뒤를 따라 크게 울리는 소리가 공기를 흔들었다.
「흐흥! 오늘은 뭘 감추랴. 불꽃축제 날이야. 7시 정각부터 1시간 동안.」
「……………….」
말이 안 나왔다. 그저 눈 앞에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불꽃놀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몇 발이나, 몇 발이나 새까만 밤 하늘에 쏘아 올리고 있다…….
「흐읍.」
배에 울린다.
「……가까이서 볼려고 해도 사람이 너무 많아. 이 불꽃축제. 그보다도 이렇게 둘이서만 높은 장소에서 보는게 쾌적하고 뭣보다 예쁘잖아? 그래서 어디서 보는게 적당할까 생각하다 고른 곳이 여기야.」
렌코의 말로는 옛날엔 도쿄에서 수 많은 불꽃축제가 시대의 흐름과 같이 쇠퇴해 동시에 수도 기능 상실로 인해 대부분 사라지기 직전, 동일 동시각에 도쿄의 이곳 저곳에서 한 번에 불꽃축제를 개최해 광범위에 대규모한 불꽃놀이가 이루어졌었다고 한다. 수도 기능 상실로 인해 예전엔 사람이 많아서 불가능했던 회사 거리에서 쏘는 것도 가능해 지금까지 실현하지 못했던 높은 고도에서의 불꽃놀이도 가능해졌다고 하던가.
「이러니 저러니해도 도쿄에도 문화가 있으니까. 이런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장소에도 일단은 말이야.」
「변함없이 터무니 없는 짓을 하는 장소네 도쿄는.」
관람차에서 보이는 풍경은 도쿄 전체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에 칠해지고 있다. 불꽃이 터질때마다 다양한 색이 암흑 속의 우리들을 비춘다.
「예쁘네…….」
「그러게. 제법이야…….」
「근데 어차피 이럴 거였으면 노점에서 야키소바를 사고 먹어가면서 보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아아, 무리 무리. 노점에서 야키소바를 사는 시점에서 먹을 수 있는 장소는 아무데도 없어. 원래는 고층 빌딩의 옥상에서 본다면 더 잘보이겠다만 그런 곳은 사람이 많으니까 말이야. 시골 축제에 잘도 이렇게나 모인다고 생각이 들을 정도로.」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 어딜 둘러봐도 사람의 기색조차 없었던 것 같았는데. 대체 어디서 그렇게나 사람이 쏟아져 나오는 걸까.
「저녁 시간에 맞춰 와도 10분 정도 남으니까 말이야. 히로시게 타면 53분이라고? 거기다 도쿄는 베드 타운이니까. 그 때문에 있는 히로시게잖아? 설명 했었잖아.」
「아아 그러고보니 분명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못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들었었어.」
수용 인원수, 열차 수 전부 국내 최대인 묘유동해도 신칸센 히로시게. 도쿄~쿄토 까지의 거리를 53분에 오고 갈 수 있는 최신식의 신칸센. 지하를 뚫는 터널에 전 차량이 반 파노라마 뷰로 바라볼 수 있으며 터널 내부의 카레이도 스크린에서 비치는 미려한 풍경 영상이 포인트다.
「원래 히로시게는 베드 타운화 한 도쿄에서 쿄토로 가기 위한 동해도 신칸센이 교통 인프라의 한계를 넘어버려서 그 대용으로써 급하게 개발한 최신형 신칸센이니까. 즉 이 시간에는 쿄토의 거북한 사회에서 해방된 샐러리맨들이 히로시게에 타 도쿄로 양손을 들며 돌아오고 있는 시간대야. 그래서 갑자기 사람이 느는거지.」
「그렇구나, 납득했어.」
그리고 우리들은 한동안 말을 주고 받지 않고 도쿄의 밤하늘에 쏘아 올리는 수많은 불꽃을 바라봤다.
「타~마야~」
「어라 메리 잘도 그런 말을 알고 있네.」
「우후후, 카~기야~」
타마야도 카기야도 에도를 대표하는 불꽃놀이 가게의 이름이라고 렌코가 말했다.
「가게의 이름?」
「네가 좋아하는 에치고야도 가게 이름이야. ~~야, 그런 것들이.」
「나카무라야도!?」
「아니…… 그건 좀.」
에도에서 인기를 2등분한 타마야와 카기야. 원래는 카기야의 종업원이었던 세이키치가 카기야에서 독립하고 이치베로 개명해서 가게를 차린 것이 타마야의 시작이라고 한다.
「료고쿠 불꽃축제가 있었어. 에도의 료고쿠바시를 껴서 상류를 타마야, 하류를 카기야가 하기로 나눈 불꽃 축제였는데 『다리 위, 타마야 타마야 소리만 잔뜩 카기야는 들리지 않네 정이 없어』라는 노래가 남아있을 정도야.」
「훌륭한 하극상이네.」
「당시의 우키요에도 타마야의 불꽃만 잔뜩 있었으니 실질적으론 그랬을지도 모르겠네.」
참고로 『정이 없어』는 『열쇠가 없어』라고 한다고도 렌코가 알려줬다. 카기야라서 그런건가?
「그 후, 타마야는 화재를 일으켜버려서 마을의 반을 태워버려가지고 재산 전부를 몰수하고 이치베는 에도에서 추방당해 타마야의 역사는 막을 닫아버렸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어진 이 구호는 틀림없는 에도의 역사야. 굉장하지.」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렌코. 확실히 굉장하긴 하다.
이러저러한 대화를 하고 있던 사이에 관람차가 다 돌아버렸다. 직원인 안드로이드(그리고 그 미소다)가 문을 열어서 관람차에서 내리니 렌코가 예뻤었다고 말을 걸었다. 엇갈리듯 우리들이 탔던 관람차에 타는 커플(인지 아니면 부녀인지 어쨌든 어른스러운 남성과 중학생 같아보이는 여성의 조합)이
「요시다, 요시다. 역시 불꽃이 예쁘게 보인대! 빨리! 빨리!」
「그렇게 서둘러봤자 관람차는 빨리 돌지 않는다구요. 하야사카 선배.」
그 커플이 대화하는 것이 들려왔다. ……응? 작은 쪽이 선배?
「그렇네. 제법 괜찮았어. 렌코치고는 재치있는 이벤트였어.」
「하하하, 글치? 그렇지?」
조금만 칭찬해줘도 바로 우쭐해지는 것이 렌코의 나쁜 버릇이라 생각한다.
「자, 그럼.」
렌코는 뒤에서 손을 잡으며 2초 정도 내 앞에 나와 치마를 펼치면서 한바퀴 돌았다. 조금 쓸쓸해 보이는듯 섭섭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렌코가 말을 하지 않아도 할려는 말을 이해했다.
「돌아깔까. 메리.」
어쩌지…… 나는 조금 대답을 망설였다. 하지만 지금은 깔끔하게 돌아가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어쨌든간에 나는 이 부근의 지리를 자세히 알고 있지 않다. 렌코에게 맡기도록 하자.
「그렇네. 오늘의 메인 요리는 이걸로 끝났으니…… 돌아가자.」
어린애 같이 웃는 렌코. 아아, 어째서 렌코의 동작, 행동 하나하나가 다 매력적인 걸까. 나는 그런 매력적인 렌코의 손을 잡아 걷기 시작했다. 이번엔 내가 리드를 할 차례다.
「아아! 최고였어! 그렇게 화려한 불꽃은 처음 봤어! 정말 도쿄에선 놀라기만 하네.」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뒤돌아보니 렌코는 어안이 벙벙한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나는 렌코의 손을 당기며 조금씩 기울이면서 지탱해주고 있는 렌코의 귀에 살짝 작게 말했다.
「고마워, 렌코.」
「뭐뭣!?」
갑자기 렌코는 나를 내쳤다. 그런가 싶었더니 새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기 시작해서 나는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억지로 끌어당기며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