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키가 큰 녀석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한쪽 팔을 훤히 드러낸 옷을 입고 있는 이 백랑 텐구는 앞으로 나의 사범이 될 자이다. 나와 같은 직책인 텐구 수장의 경호를 맡고 있는 텐구 이기도 하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 여기서 흔히 보이는 사나운 얼굴의 텐구들과는 조금 다르게 (그나마) 곱상하게 생긴 외모이다. 등까지 길게 뻗은 머리카락을 가지런하게 묶고 한쪽 허리에 검을 메고 있었다. 검은 다른 백랑 텐구들의 검과는 달리 얇고 양쪽에 날이 있었다. 묵직한 태도나 전에 내가 늑대를 잡을때 사용했던 일본도와는 다른 형태였다. 어느쪽이냐고 따져본다면...그래 서양검이 어울릴법하다.
"이누바시리님께서 네 검을 다시 제련 해주셨다"
사범이 나에게 칼을 던졌다. 칼은 요란한 쇳소리를 내며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늑대를 때려잡기까지는 몰랐는데 이 검. 검집까지 있을줄은 몰랐다. 검집은 하얀 가죽으로 예쁘게 세공되어있었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검과 달리 하나의 예장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였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검은 내가 맨 처음 잡았을때와 달리 깔끔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게다가 완전히 검을 녹여서 새롭게 만들기라도 한듯 검의 시작 부분에는 랑(狼)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예쁜데?"
"마음에 들법도 하지. 우리 마을의 실력 좋은 대장장이를 직접 이누바시리님이 선별하여 만든 검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마음에 드나?"
"마음에 드는게 당연하지. 이쯤되면 거의 예술품에 가까운데?"
내가 해맑게 말했다. 검이라면 예전에 학생일적 검도부에 들어서 이런 저런 대련을 펼칠때 썼던 죽도나 가끔 마을 축제나 학교 축제때 보여주기용으로 짚단을 벨때나 쓰였던 낡은 진검외에는 없었다. 학생때의 추억에 젖어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사범이 허리춤에 채워져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내 이름은 천랑(泉狼). 이누바시리님의 경호를 맡고 있는 백랑 텐구지"
"그래서 뭐. 잘 부탁한다거나 그런 말을 하려고 하는건 아닐테고"
"네가 대랑을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마을 전체에도 소문이 나있겠지. 어떤 외부인이 마을의 능력있는 무사들도 죽이지 못하고 간신히 가둬놓은 대랑을 단 2합만에 베어 죽였다고 말이야."
천랑이 말했다.
"그런 네 실력을 보고 이누바시리님이 너를 경호역에 넣은듯하군. 나에게 이누바시리님이 네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한번 봐달라는 명이 있었다."
"그 녀석이 그랬다고?"
"그 녀석이라고 하지 마라. 이누바시리'님'이라는 존칭을 꼭 붙여 쓰도록"
천랑이 발끈했다. 생각보다 그런쪽에 예민한 녀석이였다. 꽉 막힌 녀석같으니...
천랑은 허리춤에 묶여 있던 보따리를 풀었다. 보따리에는 붉은색의 견갑이 들어있었다. 어깨에 끼워넣는 견갑에는 험악한 오니(鬼)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천랑은 견갑을 훤히 드러났던 오른 팔에 채우고 자신의 검을 바로 쥐었다.
"자 어디 실력이나 볼까?"
천랑이 기세 좋게 달려들며 말했다. 찰나의 순간 녀석의 검에 비친 오니 모양의 음각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예전에 올렸는데 묻혀버려서...
다시 연재하기 위해서는 지난화의 이야기가 필요할거같다고 생각했습니다.
(IP보기클릭)1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