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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미나미사와 센리
전략
몸은 건강한가요?
새해가 밝은 뒤 첫 편지가 되겠네요. 변함없이 지내고 있나요.
답장, 고마워.
들을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어요. 나, 매번 편지에서 너한테 사과하고 있었던가. 메일 같은 거라면, 자기가 쓴 걸 언제든지 다시 읽어볼 수 있겠지만. 몇 장이나 썼으니까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네요. 하지만, 편지를 들고 있는 네가 말하는 거니까 그런가 보네.
말로 잘 할 순 없지만, 그건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확실히 나는 너한테 빚을 진 기분이 있어. 모든 걸 짊어진 너한테, 누나로서, 친구로서, 여자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어. 가장 가까이 있었던 건 나인데.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 멈춰서서는 안된다고, 결단을 통해서 전해 준 건 너야. 지금도 온몸으로 호소하고 있는 게 너야.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는 안되는 거겠지.
생각해보면 네가 떠난 10월부터 지금까지, 겨우 몇 달 지났을 뿐인데, 재활로 병원에 있을 때와 비하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나 뿐 아니라, 아마도 우리들 전원에게.
나와 유우토, 우키는 코모리 씨라는 사람을 집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카즈키는 하츠야마 씨, 니타니 씨와 함께 자신의 연구회를 세웠어. 아리무라는 이시와타 군과의 일을 통해서 뭔가를 떨쳐냈어. 그리고 들었는지 모르지만, 쿠노사토 씨는 한 번 미국에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별 것 아닌 일상의 일부겠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이 아니었어. 네가 쟁취해서, 남겨주고 간 일상은 결코 그런 게 아냐. ......뭐, 쿠노사토 씨는 어떨지 모르지만. 하지만, 그녀도 어디선가 우리와 같은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적을 수 없지만,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일이 있었으니까.
저희들의 일상이 펼쳐지고,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되겠지.
조금 신기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섣달 그믐달부터 정월 초하루에 걸쳐서, 다 같이 메이지 신궁에 첫 참배를 갔습니다. 엄청난 인파라서, 우리들은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잡고 다녔지만, 어느 샌가 내가 휴대폰을 떨어뜨려버린 모양이었어.
가져다 준 건,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첫 참배에 와 있었다는 같은 나이로 보이는 여자아이였습니다. 제가 떨어뜨린 걸 눈치채고, 일부러 인파를 헤치고 가져다 줘서. 다행히 내 핸드폰은 상처가 좀 난 정도로 부서지지는 않았어. 하지만, 조금 피가 묻어 있었던 거야. 그 여자아이가 말하기로는, 같이 와 있던 친구가 휴대폰을 주워줬을 때 다쳐버린 모양이라서. 제대로 그 친구한테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대로 헤어져서......
왜일까나. 그 때 나는, 문득 그 아이를 떠올렸어.
그 아이를.
아무 근거도 없지만, 그 아이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상을 보내고 있어. 그런 식으로, 확실하게 느낀 거야.
우리는 분명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중한 당신 덕분에.
미안하다고는 적지 않겠습니다.
고마워.
또, 편지 하겠습니다.
마지막이 되겠지만, 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총총
미나미사와 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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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6장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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