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장
오노에 세리카
어디선가 들려오던 제야의 종의 울림이 끝나고, 새해도 밝은 지 1시간 정도. 메이지 신궁은 참배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줄이라고 하기보다 파도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집단이, 나아가고 있는지 물러나고 있는지 모를 정도의 속도로 꿈틀대고 있었다. 매년, 일본에서 가장 첫 참배로 방문하는 참배객이 많은 곳이, 이 메이지 신궁이었다. 그 숫자는 정초 3일 간 이라는 말에 걸맞게 300만 명을 넘어섰다.
"우~...... 기분 나빠."
그 파도에 삼켜져, 이미 걷고 있는 건지 멋대로 밀려가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발밑이 울렁거리게 돼 버린 오노에 세리카가 신음을 내자, 사이에 끼듯이 진을 치고 있던 친구 두 명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자, 잠깐 세리카 괜찮아?"
"저번처럼 토하지는 말아줘~...... 랄까 빡세 이거!"
아오이와 아야카 두 사람이었다. 둘 다, 세리카가 다니는 요코하마의 고등학교 동급생이다.
애시당초 실패였던 것은, "초하루나 둘째 날에 가는 것보다, 섣달 그믐에서 초하루에 걸친 카운트다운 참배를 가는 편이 의외로 널널한 모양이다"라고,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를 정보를 믿은 것이다. 실제로, 초하루나 둘째 날에 비하면 널널한 걸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비교 대상이 잘못된 것이다.
인파에 익숙하지 않은 세리카가 발을 들여도 좋은 시간과 장소가 아니란 것은 명백했다.
"핫도그 먹고 나서 돌아갔어야 했어......"
원망스러운 듯이 말하며 세리카는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던 광장 쪽에 시선을 던졌지만, 딱히 키가 큰 것도 아니었다. 금새 아무래도 취해 있는 듯한 덩치 큰 남자들에 시야가 가로막혔다. 풍겨 오는 술 냄새에 또 한 번 세리카는 "우~......"하고 신음했다.
"말해두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참배라고 말한 건 아야카 였으니까."
세리카의 의견에 찬성하는 모양인 아오이가, 옆을 노려보며 말했다.
"겨, 결국 너네도 찬성했잖아! 남친 생기고 싶지 않아?"
북적거림에 지지 않겠다는 듯 아야카가 소리치자, 아오이도 소리를 지르며 맞받아쳤다.
"그건 니 소원이잖아! 아니, 그것도 빌긴 할 거지만!"
"우~......"
요컨데 메이지 신궁에 참배를 오게 된 건 아야카의 그것이 원인이었다. 최근 들어 주위의 친구들이, 경쟁하듯이 남친을 만드는 걸 보며 초조해진 모양이었다.
세리카로 말하자면 여전히 그런 들뜬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고, 남친 운운 하는 것도 별로 아무래도 좋았지만, 첫 참배라는 행사에는 조금 흥미가 있었다. 일 년의 시작에 소원을 빈다.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메이지 신궁이라는 장소에는 다소 난색을 표했다. 소문으로 들은 인파도 물론이지만, 여기는 가장 가까운 역이 시부야인 건 아니지만, 주소적으로는 시부야 구에 속한다. 가벼운 기분으로 와도 되는 장소가 아니었다. 가능하면 다른 신사로, 라고 세리카가 호소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야카에게 각하당했다.
"뭐, 1년에 한 번 뿐이라는 건 알겠지만......"
세리카는 투덜대며 힘껏 등줄기를 펴며 앞을 보았다. 이미 줄을 선 지 두 시간 정도가 된다. 착실히 본전에 가까워지고 있어, 이제 슬슬 이라는 곳까지 와 있지만, 몇 분 전과 비교하면 나아간건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구토감이 심해졌다. 자기만 포기하고 먼저 돌아갈까, 라고 세리카가 생각한 때였다.
앞서 참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참배객 중 한 집단이 근처를 지나쳐갔다. 인파에 휩쓸리면서,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때 세리카는 눈치챘다.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세리카?"
아오이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세리카는 서 있던 줄에서 뛰쳐나갔다. 구르듯이 지면에 날아들었다.
"......윽!"
손을 밟혀, 격통이 달렸다. 세리카는 이를 꽉 깨물며 참았다. 얼굴을 들자, 누가 밟았는지도 모를 정도의 인파가 보였다.
손등과 손가락이 심하게 쓸려서 껍질이 벗겨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세리카는 주운 물건을 허둥지둥 확인했다.
휴대폰이었다. 괜찮아 보였다. 케이스에 상처는 났지만, 액정은 깨지지 않았다.
"세리카, 왜 그래? 괜찮아? 토할 거 같아?"
근처까지 온 아오이가 말을 걸어왔다. 쭈그려앉아 있는 걸 보고 그렇게 신경을 써 준 모양이다. 세리카는 괜찮아, 라며 일어섰다.
그러자 아오이가 눈을 크게 떴다.
"잠깐, 피 나잖아!"
"에, 아아, 응. 아프지만, 괜찮아. 그것보다 아오이, 이거."
세리카는 주운 휴대폰을 내밀었다.
"......스마트폰?"이라고, 아오이.
"응. 이거, 저 사람들이 떨어트린 모양이야. 밟힐 거 같았으니까."
세리카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멀어져서 인파에 삼켜질 듯한 집단을 가리켰다. 돌아가는 참배객은 이제부터 참배하러 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혼잡하지 않다.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에, 어디?"
아오이는 세리카의 손가락을 좇았다.
"저기, 여자 애들끼리 손 잡고 있는 사람들. 같은 나이 즈음의."
"아- 저 남자 애도 데리고 있는?"
그래, 라고 세리카가 끄덕였다.
"에, 잘도 알았네. 이 사람더미 속에서."
"우연히 보고 있었으니까. 저기, 가져다 주지 않을래?"
"에, 내가?"
"부탁해. 나, 기분이 안 좋아서."
평소답지 않게 강하게 말하는 세리카에게 아오이는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세리카가 이상한 건 언제나 그렇다. 좋아, 하고 아오이는 끄덕였다.
"아, 아야카가 줄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다시 들여보내 줄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 봐!"
그렇게 말하며, 아오이는 달려가, 금새 사람 틈에 섞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우~ 아파......! 젠장할."
세리카는 손가락을 핥은 후 손수건을 상처에 대고, 줄로 돌아갔다.
아야카는 집단 끄트머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리카가 앞뒤 사람에게 죄송한 듯이, "저기-......"하고 머리를 숙이자, 2시간 가까이 고락을 함께 한 근처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 준 건지, 쉽사리 끼어들여보내 주었다.
상처를 보고 놀라는 아야카에게 세리카가 사정을 설명하자, "정말 잘 모르겠네, 너란 애는......"하고, 감탄한 듯이 반쯤 질려하고 있었다.
5분 정도 지나자, 앞서 세리카와 마찬가지로 아오이가 돌아왔다.
"건네줬어?"
세리카가 묻자, 아오이는 끄덕였다.
"응, 너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래. 다친 데 조심해달라면서."
"에?"
"아니, 뭔가 네 피가 조금 묻어있었던 모양이라서. 그래서, 사정을 설명하니까, 다친 데 조심해달라고, 의사처럼."
"그래."
"기뻐했어."
"......그래. 다행이다."
그 뒤로 세리카는 손가락의 아픔을 참으며 참배 순서를 기다렸다. 욱씬욱씬 아팠지만, 대신에 구토감은 사라져 있었다.
오전 2시 조금 넘어, 겨우 세리카네의 순번이 왔다. 새전함이 아닌, 커다랗고 하얀 깔개가 본전 앞에 펼쳐져 있어, 거기에 새전을 던져 넣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던진 사람은 그 자리에서 두 번 절하고 두 번 박수 치고 한 번 절을 한 후 떠나갔다.
참배객의 사람 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정서도 뭣도 없구만 하고 세리카가 생각한 순간, 아야카가 말했다.
"정서도 뭣도 없잖아, 이거. 이런 걸로 남친이 생기는겨?"
세리카가 쓴웃음을 지으며, 아오이와 함께 자, 자, 하고 아야카를 위로했다.
쪼들리는 생활이기에, 세리카는 5엔 동전을 꺼냈다.
던져 넣은 후, 작법대로 두 번 깊이 머리를 숙이고. 그리고 박수 두 번.
"우~......음......"
그러고보니 중요한 소원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쩔까 고민하고 있었을 때, 바로 세리카의 눈 앞에 있는, 자신의 피가 묻어 조금 더러워진 손에 의식이 갔다.
"......응, 좋아."
--모두에게, 좋은 1년이 되기를.
가슴 속으로 그렇게 확실히 고하며, 세리카는 한 번 절했다.
"자 그럼- 잽싸게 가자고?"
아오이의 말에 세리카는 끄덕였다. 아야카에게 어떤 구체적인 남친을 빌었냐면서 놀리듯 물어보며, 출구를 향하는 인파 속에 들어갔다.
계단에 닿았을 때, 문득 세리카는 발을 멈췄다.
"......"
그 때의 아무것도 아닌 광경에, 세리카는 확실하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지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 그 곳에 있었다. 그 대부분이 미소 짓고 있었다. 신년을 서로 축하하며 있는 건지, 웃음을 서로에게 보내고 있었다.
"세리카?"
아오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인지 글썽거리는 눈물을 닦으며, 세리카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냐. 가자."
초하루다.
새로운 해와 시간의 시작이다.
세리카는 돌아보지 않고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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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잇장 수준의 짧음을 자랑하는 세리카 편.
이걸로 칠드런 리바이브 번역이 끝났습니다.
고3 때 슈타인즈 게이트 처음 게임으로 클리어하고 시리즈 있다는 말에 바로 카오스 헤드, 수 년이 지난 다음에 잡은 게 카오스 차일드였는데
앞의 두 작품과 결말의 방향성이 너무 달라서 멘탈 박살났었는데 후일담까지 보면서 여운이 꽤 오래갔네요.
다행히 로보틱스 노츠와 슈타인즈게이트0를 플레이 안 했어서 번역하면서 둘 다 클리어했더니 여운이 좀 가셨습니다.
돈은 개박살났지만 ㅡㅡ
이제 또 할 일 없는 잉여가 되겠군요. 못난 번역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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