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작가 주영란이 물에 빠져 죽은 곳은 구멍바위 밑의 시냇물이었다. 구멍바위는 높이가 10미터가량 되었고 그 아래쪽은 냇물이 휘돌아 나가는 곳으로 깊이가 2미터가량 되었다.
주영란의 시체는 상당히 무거웠다. 주영란은 티셔츠 위에 호주머니가 많은 낚시용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호주머니마다 작은 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여류작가 일행이 구멍바위가 있는 충남 청양에 온 것은 어제 저녁이었다. 몇 명의 문인들과 함께 별장이 있는 그녀의 고향으로 피서를 왔다. 별장에서 하룻밤을 지낸 그들은 오늘 오전 경치가 좋은 구멍바위로 올라가 옆쪽에 서있는 참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잠이 들거나 이리저리 흩어졌을 때 구멍바위 아래에서 풍덩 소리가 들려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었지만 사람이 물에 빠졌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주영란의 죽음을 놓고 자살이냐, 타살이냐, 사고사냐 논란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주영란이 입고 있던 호주머니속의 돌 때문에, 호주머니에 돌을 채우고 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를 모방한 자살일 거라는 쪽으로 의견을 몰아갔다. 주영란은 평소에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 속에 등장하는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문학을 동경해 왔다고 했다.
자살 쪽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준 것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영화감독인 남편 김성종이 그녀의 방 책상 속에서 유서와 유언을 발견했다며 A4용지 하나와 녹음테이프 하나를 제시했다. 유서는 주영란의 친필이 분명했고 테이프에 녹음된 유언 역시 그녀의 목소리로 유서를 그대로 읽은 것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유서와 유언이 독일어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독일어로 된 유서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며칠 뒤 나는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서있을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동안 나는 남편을 속이고 추리작가 한 명과 정을 통해왔다. 이제 그 사랑마저 시들해진 지금, 삶이 몹시 권태로울 뿐이다. 죽음의 강물에 죄를 씻고 인생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한다.'
유서를 본 조은비 요원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왜 특별한 비밀도 없는 유서를 독일어로 작성한 것일까?
유서가 공개되자 오히려 주영란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고 타살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유서에 나오는 내연의 남자로 의심되는 최혁곤이었다.
"주영란을 죽인 사람은 틀림없이 남편 김성종일 겁니다. 주영란의 주머니에 돌이 가득 들어 있던 것은 자살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구멍바위에 오르기 직전 주영란이 냇가를 돌아다니며 예쁜 돌들만을 주워 호주머니에 넣는 것을 봤습니다. 자살이 목적이라면 왜 예쁜 돌만을 수집했겠습니까?
그리고 남편 김성종은 주영란과 한집에서 방을 따로 쓰는 별거를 하고 있는데 의처증이 있습니다. 저와 주영란은 좀 친할 뿐 아무 관계도 아닌데 우리 관계를 의심하고 있었죠. 유서가 주영란이 직접 쓴 거라면 나와의 관계를 그렇게 황당하게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최근 주영란은 남편에게 이혼을 해달라고 했다는데 그 때문에 남편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 분명합니다.
주영란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상당히 많은데 주영란이 죽으면 그 재산이 모두 남편 것이 되지만 이혼을 하면 그 반대가 되지요. 김성종이 우리 일행을 미행하고 있다 기회가 오자 주영란을 등 뒤에서 냇물로 떠밀어 익사시킨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가짜 유서와 유언을 만들어 자살의 증거로 내민 거겠죠. 유서와 유언을 꼼꼼히 조사해 보면 가짜라는 것이 밝혀질 겁니다."
최혁곤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그날 구멍바위가 있는 동네에서 작가 일행을 미행하고 있는 김성종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김성종이 가져온 유서는 사인이나 누가 언제 작성했다는 언급은 없었지만 분명 주영란의 친필과 주영란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분명 누가 조작한 가짜는 아니었다. 또 녹음되어 있는 주영란의 목소리를 분석해 보니 누군가 협박을 해서 강제로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
"김성종씨, 독일어를 할 줄 압니까?"
"아뇨. 전혀…"
"그런데 어떻게 아내의 책상 속에 있던 글과 테이프가 유서와 유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까?"
"느낌이, 그런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 유서와 테이프를 발견한 것은 이틀 전입니다. 그 유서와 유언이 독일어로 작성된 것은 제가 그것들을 미리 발견해 보고 들어도 무엇인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보는 순간 느낌이 너무 이상해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친구에게 가져가 해석을 시키니 유서더군요. 그래서 줄곧 아내를 미행했던 겁니다. 자살을 시도하면 못하게 말리려고요. 하지만 말릴 틈도 없이 결국…"
"아내가 물에 뛰어드는 것을 봤습니까?"
"예. 멀리서… 하지만 구멍바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10분 이상 걸리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현장을 확인해 보셨을 테니 잘 알겠지만, 구멍바위 위에서 곧바로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 있군요. 구하려 했다면 왜 그때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건…"
조사결과 남편 김성종이 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 주영란을 미행하던 남편 김성종이 아내를 등 뒤에서 떠밀어 익사시킨 것이었다.
[문제] 남편 김성종은 어떻게 아내에게 유서와 유언을 남기게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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