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가끔씩 천둥번개가 쳤다. 하늘에 구름이 두껍게 끼여 날이 빨리 어두워지고 있었다. 김성종은 야영을 위해 산중턱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김성종 선배님, 여기 계셨군요."
"아니 백휴! 자네가 어떻게…?"
"산 밑에 야유회를 왔다가 선배님이 등산을 왔다는 얘기를 듣고 올라왔습니다. 천둥번개가 치는 것을 보니 비가 올 것 같은데요."
"자네, 산에 오르는 것을 매우 싫어했잖아?"
"그랬죠. 등산은 대학교 졸업여행 때 한라산을 올라갔던 것이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이 산에서 야영을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 말이죠."
"다시 내려갈 거라면 시간이 없군. 그래도 밥은 먹고 가야지?"
"식사준비는 제가 하죠. 마침 산을 올라오는데 능이버섯이 있기에 좀 따왔습니다. 능이버섯이 맞는지 한번 봐주십시오."
백휴는 들고 있던 버섯을 김성종에게 내보였다.
"오오, 좋은 능이를 따왔군. 그래, 자네가 밥 좀 해주게. 그 사이 나는 텐트를 치겠네."
김성종이 텐트를 치는 사이 백휴는 밥을 하고 국을 끓였다. 국은 물론 버섯국이었다. 하지만 재료는 능이버섯뿐만이 아니었다. 따로 준비해온 울긋불긋한 독버섯도 함께 넣었다. 백휴는 독버섯으로 국물을 우려내고 나서 독버섯만을 건져내 감췄다.
"자, 밥 먹읍시다."
"음, 맛있군!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어!"
김성종은 버섯국을 맛있게 먹었지만 백휴는 먹는 척만 했다.
"저번에는 참 미안했네. 사람들 앞에서 자네 추리소설을 쓰레기라고 했던 것 말야. 많이 창피했지?"
"다 술이 과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도 있긴 하지만, 이번 작품은 수준이 좀 떨어졌던 게 사실이야. 앞으로는 신경 좀 더 쓰게. 자네는 한국추리문단의 2인자가 아닌가. 자네를 아끼기에 하는 충고야. 한국 추리문학의 자존심을 지켜주게."
말을 하던 김성종이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이 왜 이리 메스껍지?"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수풀을 향해 걸어가던 김성종이 갑자기 오바이트를 했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 그대로 푹 쓰러졌다.
"이제부터 한국 추리문학계의 1인자는 이 백휴다!"
이제 백휴는 증거를 없애야 했다. 사건현장에 많은 증거들이 남아있었다.
"그래, 저 위쪽의 공터가 좋겠군! 저기 커다란 나무 밑에 텐트를 치면 비를 피할 수 있을 테니 안성맞춤이야…"
백휴는 넓은 공터의 커다란 참나무 밑으로 김성종이 쳐놓았던 텐트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텐트 옆에 김성종의 시체를 엎어놓았다. 백휴는 건져냈던 독버섯을 다시 냄비에 넣어 김성종이 먹다만 밥그릇, 수저 등과 함께 옮겨다 놓았다.
천등번개에 이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백휴는 현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나서 급히 산을 내려갔다. 발자국 같은 남은 증거들은 비가 처리해 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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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20년 동안 매주 틈만 나면 등산을 해온 김성종씨가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구분하지 못하고 국을 끓여먹는 실수를 했을까?"
"글을 많이 쓰다 보니 시력이 나빠진 모양이지."
현장을 조사하던 경찰들이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그때 조은비 요원이 앞으로 나섰다.
"이건 타살입니다."
"예? 왜죠?"
"추리소설가 김성종씨의 텐트는 어제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기 직전 이곳에 쳐졌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것이 있지 않습니까?"
"아, 등산전문가 답지 않게 텐트 주변에 배수로를 안 팠군요."
"그것보다 더 치명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물론 이 실수는 김성종씨가 아니라 살인범인 한 것이죠. 등산경험이 많은 김성종씨가 직접 텐트를 쳤다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범인이 다른 곳에서 김성종씨를 죽인 뒤 이곳으로 텐트와 시체를 옮겨온 것이죠. 원래 텐트를 쳤던 곳을 찾아낼 수 있다면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곧 경찰이 총동원되어 산을 조사했고 김성종이 처음에 텐트를 쳤던 곳을 찾아냈다. 범인이 사용했던 국그릇과 밥그릇, 수저 등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비가 많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숟가락에 범인의 침이 묻어 있었다. 과학수사연구소에서 타액을 분석해 빼도 박도 못할 증거인 범인의 혈액형과 유전자를 검출해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거지?"
백휴는 검거된 뒤에도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해서 조은비 요원에게 타살사건이라는 의심을 받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문제] 과연 백휴는 무슨 실수를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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