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뒤 남해바다를 떠돌던 시체 한구가 발견되었다. 시체는 오른쪽 새끼발가락 하나가 부러져 있었고 등에 잭나이프가 꽂혀 있었는데 죽은 지 5일쯤 지나 있었다. 신원을 조사해보니 이미 실종실고가 된 김성종이었다.
김성종은 일주일 전 추리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 장소는 남해안에 있는 작은 섬으로 ‘인디언섬’이라는 별명을 가진 무인도였다. 여행에 참가한 추리동호회 회원들은 모두 5명으로 인근에 있는 섬에서 낚싯배를 타고 무인도에 도착했다. 배는 3일 뒤 돌아와 섬에 고립된 사람들을 싣고 가기로 되어 있었다.
인디언섬에는 등대 하나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작은 건물이 한 채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건물에 등대지기와 가족들이 살았었는데 등대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무인등대로 바뀌며 등대지기 가족들이 섬을 떠나 무인도가 되었다.
무인도에 간 5명은 등대지기 가족들이 거처로 쓰던 2층집을 숙소로 사용했다.
무인도인 인디언섬은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며 지루한 공간으로 변해갔다. 게다가 일정에 없던 폭풍우까지 몰아쳐 5명이 좁은 집안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은 심심해서 미칠 지경이 되었다. 일정을 취소하고 그만 돌아가고 싶어도 태풍에 갇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태풍이 몰아치고 있는 인디언섬에서 추리동호회 회원들은 아가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에 대해 이야기하며 완전범죄가 가능 하냐 가능하지 않으냐를 놓고 편을 갈라 말싸움을 했다. 김성종이 완전범죄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폈고 나머지 사람들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머릿수에서 밀린 김성종이 세 사람을 향해 범죄도 한번 안 저질러본 것들이 추리소설 몇 권 읽고 잘난 체 한다고 비난했다. 그 뒤 한 시간쯤 지나서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조은비 요원이 조사를 해보니 무인도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김성종을 죽일만한 살인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겉으로만 친해보였을 뿐 여자문제로 다투고 있거나 이권문제, 금전문제, 원한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반면, 4명의 용의자는 모두 나름대로의 알리바이가 있었다.
용의자 4명의 증언은 다음과 같았다.
황세연: 김성종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구경하겠다며 2층으로 올라간 직후 저는 1층 화장실로 들어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도와 바람소리 사이로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어요. 옷도 걸치지 않은 채 급히 밖으로 나가니 다른 사람들이 2층으로 뛰어올라가더군요. 그래서 저도 재빨리 2층으로 뛰어올라갔는데 2층 창가에 김성종이 서 있었어요. 김성종은 안으로 뛰어 들어온 우리를 쳐다보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습니다. 다리를 절고 있어서 보니 발가락에서 피가 나고 있었고 옆에 쇠로된 쥐덫 하나가 떨어져 있었어요. 그는 곧바로 창틀에 엉덩이가 걸리며 뒤로 넘어져 창밖으로 떨어졌어요. 창 밑은 절벽이고 절벽 밑은 바다죠. 그때 저는 김성종의 등에 칼이 꽂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저는 쥐를 잡기 위해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쥐덫 때문에 김성종이 실수로 바다에 떨어진 줄 알았죠. 당시 저는 화장실에 있었고 화장실 앞의 거실에 사람들이 앉아있었기 때문에 저는 결코 김성종을 죽일 수 없었습니다. 화장실은 출입문을 제외하면 절벽인 바다 쪽으로 나있는 작은 통풍구 하나가 전부거든요.
정석화: 황세연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저는 그때 거실에서 백휴와 장기를 두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던 시간 저는 오줌이 마려워 5분정도 밖에 나갔다 왔습니다. 화장실을 황세연이 사용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죠. 그런데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2층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거실에 혼자 앉아 있던 백휴가 비명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급히 뛰어올라가는 것을 보고 곧바로 2층으로 따라 올라갔죠. 그 뒤의 이야기는 황세연이 한 것과 같습니다. 집 밖에서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2층 방은 창도 밑이 바다인 절벽 쪽으로 난 것 밖에 없고요. 만약 밖에서 2층으로 가려면 계단도 없는 옥상으로 올라간 뒤 줄을 타고 2층 창문으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어떤 경우에도 5분 만에 사람을 죽이고 돌아오는 건 불가능합니다. 또 그렇게 하려면 옷이 모두 젖었을 텐데 저는 처마 밑에서 오줌을 눴기 때문에 옷도 젖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백휴: 정석화가 말한 그 대로입니다. 저는 그때 거실에 앉아 장기의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었죠. 김성종이 칼에 찔려 비명을 지르는 순간 1층 거실에 앉아 있다 급히 2층으로 뛰어올라갔죠. 2층으로 뛰어올라가니 창가에 서있던 김성종이 저를 향해 손을 들어 뭐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어요. 상황 파악도 하기 전에 1,2초 사이를 두고 다른 사람들이 줄줄이 뛰어올라왔고 김성종이 누군가를 보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다 곧바로 창밖으로 떨어졌죠.
최혁곤: 저는 그때 1층의 부엌에서 칼을 들고 요리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1층 부엌은 창문이 있어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긴 하지만 밖에 나갔다 왔다면 당연히 옷이 젖었을 텐데 저는 옷도 젖지 않았고 부르고 있던 노래를 잠시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 노랫소리를 들었을 테니, 알라바이를 입증해 줄 겁니다. 비명소리가 들렸을 때 저는 영문도 모르고 부엌칼을 든 채 부엌에서 뛰어나와 정석화와 백휴를 따라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조은비가 네 사람을 상대로 서로의 알리바이를 확인해 보니 모두 틀림없다고 대답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기로 서로 입을 맞춘 것도 아닌 걸로 판단되었다.
“태풍이 몰아치고 있는 인디언섬에는 5명밖에 없었는데 그중 한 명이 살해되었다. 모두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그럴듯한 알리바이를 내세워 주장하고 있지만 자살이 아니니…?”
조은비가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알았다!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문제] 과연 누가 범인이며 어떻게 된 사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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