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를 만든 네 가지의 기준들
이렇게 뛰어난 완성도와 원작에 대한 존중을 보여줘 글로벌 단위에서 호평을 받았던 데드 스페이스의 리메이크. 그 개발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이번 지스타 2023의 부대 행사, ‘G-CON’을 통해 마련됐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에릭 바티자 디렉터 자신의 대표작을 언급했다. 당초 유비소프트에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제작하여, ‘어쌔신 크리드4 블랙 플래그’ /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를 만들었던 강연자는 어크 발할라의 출시 이후 몬트리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당시 몬트리올에서 강연자는 비어있는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며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게임들을 플레이했다. 해당 장르의 타이틀이 가지고 있는 긴장감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연스럽게도 강연자는 EA 스튜디오의 입사 제의를 받게 된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를 위한 포섭이었으며, 본인이 좋아했던 장르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렇다면 EA는 왜 데드 스페이스를 리메이크하고자 했을까. 개발사인 모티브 스튜디오는 ‘스타워즈 스쿼드론'의 출시 이후 다음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구성원의 공감을 통해 데드 스페이스를 리메이크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부정적인 반응이 있기도 했지만, 긍정적인 시선과 열정을 보여주는 구성원들이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팀이 꾸려지게 됐다.
팀이 구성된 뒤, 영상을 통해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를 공개하고 나서는, 팀원들의 결정이 맞다는 증명이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최초의 트레일러를 보고 열광했으며,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타이틀로 자리를 잡았다.
‘오리지널리티의 유지 / ‘호러'라는 요소 /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경험 / 플레이어의 창발적 게임 플레이’
이렇게 구성된 네 개의 원칙은 개발팀에 있어서 하나의 지침이 됐고 이에 따라서 게임의 중요한 콘텐츠와 뼈대가 설정되기 시작했다. 강연은 바로 이 네 개의 원칙을 중심으로 어떤 논의가 진행됐고 개발팀이 추구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따라서 개발팀은 1편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것은 1편의 플레이를 직접 해보고 분석하는 과정이었다. 당시의 플레이 경험을 팀원 모두가 그대로 기억하는 것은 아니기에, 1편을 다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어떤 것이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한편, 원작에서 유지해야 하는 가치를 다시금 정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는 팀원 모두가 원작을 이해해야만 원작이 가지는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고, 개개인이 원작이 왜 좋은 게임인지에 대해서 동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진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요소를 도입하고자 했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적용된 것은 커뮤니티의 개념을 생각한 것이다. 원작에 애정을 보여주는 팬들을 모아서 소규모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이 사람들을 통해 개발 초기부터 꾸준한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다. 팬의 입장에서 던지는 직접적인 목소리는 개발자들이 의견을 경청하며 지적된 사항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기조인 ‘호러'를 중요시 한다는 점은 원작에서 보여줬던 네크로모프 해체에서 출발한다. 적의 약점을 공격해서 총기를 발사하면, 누적 피해에 따라서 팔이나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바로 그 요소를 살리고자 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개발진은 이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일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게임 내에 추가된 것인 박리(PEELING)라 명명된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적의 신체를 제대로 절단하기 위해서 적용된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은 네크로모프의 피부와 근육 그리고 뼈대를 별개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어떤 식으로 타격을 할 것인지. 어떤 공격을 시도할 것인지를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둔다.
개발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신체마다 각각의 파라미터를 설정하고 거리에 따라서 어디를 쏴야 하는지. 어디에 더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넣고자 했다. 전략의 깊이를 주고자 했기 때문에 기획된 시스템이다. 하지만 의도와 별개로 해당 시스템은 실패작이었다. ‘의도는 알겠는데, 원작보다 더 쏴야 죽잖아? 그럴 필요가 있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원작 플레이 기억이 몸에 익은 사람이 있을 것이기에, 결국에 해당 시스템은 폐기되었고 원작과 같은 수준에서 적을 제압할 수 있도록 조정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익숙하게 다가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플레이어가 다음에 무엇이 나올 것인지를 인지하고 대비되는 경험을 만들기도 한다. 모든 방에 있는 적을 죽였을 때, 조심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플레이어가 느끼는 공포감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의 경험은 이를 바탕으로 제어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로 인해서 같은 구역을 방문할 때에도 다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리와 빛은 물론 모든 요소들이 다른 상황을 만들어낸다. 해당 시스템이 가져오는 결과물은 긍정적인 것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밸런스나 긴장감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서 탄약 수 등을 관리해야 하는데, 미리 설계한 것들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따라서 개발 팀은 해당 시스템을 적용하면서도 어떤 것이 좋은 플레이로 이어지는지. 각 기능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전반적인 콘텐츠를 조절하면서도 오리지널의 일면은 유지하는 한편,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것을 자연스레 기대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 결과 중간점을 찾았으며, 기존 시스템과 어울리는 형태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다시금 플레이 해도 달라지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경험을 위해서는 로딩 구간을 다르게 표현하거나. 지역의 이동을 이전과는 같은 형태로 구성해서는 안 됐다. 그렇다고 필드를 전부 연결하자니, 게임의 레이아웃이 바뀌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개발진은 구역마다 나눠져 있는 원작의 구성을 가져오는 한편, 각 구역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도록 몇 가지 요소를 더하고자 했다.
자연스러운 경험을 위해서 또 달리 조정된 것은 ‘무중력 구간'이다. 리메이크에서 달라진 무중력 공간은 원작의 한정적이고 불편하게 느껴졌던 조작을 개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집중했다. 특정 공간에서 이동하고. 공중에 뜬 상태에서 다른 곳을 탐사하는 등의 플레이가 리메이크의 무중력 공간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원작의 조작이나 경험과는 다른 데에서 걱정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새로운 무중력 구간은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안길 수 있는 형태로 마감됐다. 1편과 같은 공간임에도 탐험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원작에서 가보지 못한 곳을 플레이어가 자유로이 이동해 확인하는 등 새로운 플레이 경험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듯 물흐르는 듯한 경험은 몰입감을 깨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을 더하는 데에 가치가 있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의 경우 원작이 보여준 경험과 의도를 유지하면서 플레이어가 호기심을 가지고 다시금 플레이하게 만드는 방향성을 가지고 작업이 이루어졌다.
개발진은 이를 위해서 무기 시스템을 건드린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무기 전반이 원작의 고유한 부분과 맞닿아 있고 팬들이 무기의 소리를 기억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등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부분이기에, 무기의 외형과 발사 등 근본적인 부분을 바꾸는 것은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었다. 따라서 개발진은 기본 무기보다는 부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 발상을 더했다.
원작의 무기 형태는 유지하면서 보조 무기 등에 다양한 활용법을 가지는 메커닉을 더한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이러한 메커닉을 조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자 했다. 대표적인 것이 ‘라인건'이다. 리메이크에서 라인건의 2차 발사는 트랩을 설치하는 형태로 바뀌었는데, 이를 플레이어들이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오브젝트도 고민했다. 이 또한 1편의 로직은 유지하는 선에서 상호작용을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파이프 등을 벽에서 잡아 뽑아, 네크로모프에게 던져 벽에 박아버리는 등 다양한 방식의 활용으로 재미를 추구했다. 그러다보니, 각 환경 요소를 재해석해서 이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오브젝트를 이용해 풀어내는 퍼즐의 경우, 의도적으로 애매하게 제시를 하기도 하여 플레이어들이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이는 처음에는 전반적인 양에 집중했다가, 한 번 결정을 내린 뒤에는 집중해서 질 자체를 올리는 것과 같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의 경우 강연자가 지금까지 설명한 다섯 개의 원칙을 통해서 의사 결정을 내렸으며, 이를 통해서 성공적인 리메이크를 달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연자는 이와 함께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어느 게임이나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의견을 조율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좋은 것을 찾아내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수반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강연을 마무리했다.
|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