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천 명에 달하는 무장의 끝없는 드라마, 삼국지 8 리메이크
누가 최초로 꺼냈는지 모르겠으나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자와 교우하지 말고,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자와 언쟁하지 말라’는 경구가 있다. 저 이야기가 유행처럼 돌던 시절에는 어린이 신문서 요코야마 미츠테루作 ‘전략 삼국지’ 60권을 광고할 정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삼국지를 읽었다. 아니, 읽었다는 표현보다 봤거나 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리라. 예나 지금이나 나관중, 모종강이 쓴 원서보다 관련 만화 혹은 게임으로 ‘삼국지’를 접하는 이가 더 많을 테니 말이다.
필자 역시도 책 같은 게 아니라 1996년 국내 발매된 ‘삼국지 Ⅴ’로 본격적인 삼덕후의 길에 접어들었다. 지금이야 인기가 한풀 꺾었으나 당시만해도 ‘삼국지’ 시리즈는 시뮬레이션 장르의 팬이라면 필히 구매하는 작품으로 통했다. 코에이 프라이스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부담스러운 가격대였지만 한 번 붙잡으면 수십 시간 이상 빠져들 만큼 중독적인 재미를 자랑했다. 그렇게 40년 가까이 사랑받으며 어느덧 14편에 이른 ‘삼국지’가 시리즈 최초로 본격 리메이크를 선보인다.
거의 40년에 달하는 역사를 자랑하는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그 오랜 역사상 최초로 본격적인 리메이크 '삼국지 8 리메이크'
TGS 2023을 앞두고 닌텐도 다이렉트서 깜짝 공개된 ‘삼국지 8 리메이크’는 제목 그대로 2001년 출시된 ‘삼국지 8’을 현세대기에 걸맞은 사양으로 부활시킨 작품이다. 앞서 ‘삼국지 7’이 최초로 장수제(일본도 비슷하게 武将プレイ, 무장 플레이라 칭한다)를 도입하여 시리즈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면 ‘삼국지 8’은 그 발전형이라 평가 받는다. 전란으로 얼룩진 삼국시대를 살아가는 인물 그 자체가 되어 군주 혹은 신하, 그것도 아니면 방랑군으로 자유로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삼국지 8’은 시리즈 최대 규모인 50여개의 풍성한 시나리오를 자랑한다. 삼국시대가 대략 60년간이니 거의 모든 시기를 조명하는 셈. 여기에 새로이 추가된 이벤트과 1,000명까지 늘어난 장수들이 더해져 그야말로 끝없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원작서 호평 받은 아름다운 풍광도 2D와 3D의 혼합으로 일신하고 단점으로 꼽히던 전투는 완전 개편. 여러모로 신작과 다름없이 공들인 ‘삼국지 8 리메이크’에 대하여 코에이 이치카와 히사츠구 프로듀서와 이야기 나눴다.
'삼국지 8'하면 역시 방대한 시나리오와 자유로운 무장 플레이
따라서 금번 리메이크의 모토는 '천의 무장의 끝없는 드라마'
● ‘삼국지 14’로부터 3년이 흘렀는데, 신작이 아닌 리메이크를 공개했다
: 당초 ‘삼국지’ 신작을 만들고자 꽤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다. 어떤 기획은 올렸다 기각 당하기도 했고. 그러다 사내에서 ‘대항해시대’가 리메이크되어 성과를 거두는 걸 보고 ‘삼국지’도 한 번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 이제껏 많은 작품이 나왔고 평가도 각기 다르다. 어째서 ‘삼국지 8’을 골랐는지
: 직전 작품인 ‘삼국지 14’가 군주제였으니 리메이크는 장수제가 좋겠더라. 그러면 7, 8, 10, 13편 중 하나인데 13편은 나온 지 얼마 안 됐고 7편은 그 발전형인 8편이 존재하니까 그걸로 했다.
● ‘삼국지 8’이면 대략 22년 전 작품이다. 혹시 당시 개발자가 리메이크에도 참여하나
: 나 자신이 ‘삼국지 8’ 개발에 참여했다. 이것저것 많이 관여했는데 주된 역할은 시나리오 데이터 담당이었다. 이번 리메이크에서도 시나리오 데이터는 또 내가 만드는 중이다. 그리고 당시 없었던 신입 개발자도 모두들 이 리메이크를 위해 ‘삼국지 8’을 플레이했다.
● ‘삼국지 10’은 어떤가. 혹시 친구와 함께 즐기기 어렵기 때문에 탈락했는지
: 딱히 그런 건 아니다. ‘삼국지 8’의 장점이라면 역시 50개가 넘는 방대한 시나리오고, 그에 반해 전투가 별로라는 단점도 명확하기에 리메이크했을 때 효과가 클 거라 봤다. 그리고 요즘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비교하여 전체적인 구성이 심플한 편이라 가볍게 즐기기 좋다는 점도 고려했다.
● 본편과 PK로 거의 모든 시대를 다뤘는데, 새롭게 추가할 만한 시나리오가 있나
: 금번 리메이크에는 ‘삼국지 8’ 본편과 PK 콘텐츠는 물론 추가 시나리오까지 들어간다. 그 내용은 가상 시나리오인 영웅집결의 확장판 같은 느낌이다.
● 다 합치면 굉장한 분량이 될 듯하다. 전부 섭렵하려면 얼마나 플레이해야 할까
: 보통 시나리오 하나에 30시간 정도니까 그걸 50회 이상 반복하면 대략 1,500시간이 넘는다. 어디까지나 평균이므로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즐기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 황건동란부터 추풍오장원까지 ‘삼국지 연의’ 내용대로 진행하긴 거의 불가능할 텐데
: 엄청나게 세세한 부분까지 시나리오가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흐름에서는 ‘삼국지 연의’를 따라갈 수 있으리라 본다.
● 앞서 ‘삼국지 8’의 단점이 전투라고 언급했다. 이 부분은 어떻게 개선했는지
: 아무래도 ‘삼국지 8’은 전투가 너무 늘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템포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원작의 경우 전장이 매우 넓은데다 양측 모두 끝자락서 출발하느라 실제 맞붙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리메이크에선 그보다 더 일찍 교전이 벌어진다. 부대 애니메이션 역시 때리고 죽고, 때리고 죽고 하던 긴 동작을 적절히 축소하여 빠른 진행이 가능해졌다.
● 장수들 능력치는 원작과 동일한가. 아니면 최신작에 맞춰 조정을 거쳤나
: 원작에는 없던 통솔 수치가 들어갔기 때문에 전혀 다르다. 기본적으로 ‘삼국지 14’ 기반이지만 모든 무장에 대해 재검토를 거쳤다. 참고로 ‘삼국지 14’ 기반인 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고 가장 최근 자료이기 때문이다.
● 장수가 600여명에서 1,000까지 늘어났는데, 여성 무장도 많이 등장하는지
: 마찬가지로 ‘삼국지 14’서 장수가 1,000명이었기에 그만큼 등장하게 됐다. 원작과 달리 여러 여성 무장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으니 기대해달라.
● 장수 일러스트에 라이브 2D가 적용된 듯하다. 모두에게 그러한 효과를 넣었나
: 주유 같이 유명한 장수에게는 개성을 나타낼 만한 행동을 별도로 넣었지만 그 외 대부분은 숨쉬는 움직임 정도만 구현되어 있다.
● 문관들의 일기토라 할 수 있는 설전이 ‘삼국지 8’에는 없었는데, 어떠한 사양인가
: ‘삼국지 8 리메이크’의 일기토와 설전은 모두 오리지널 사양이다. 앞서 말했듯 템포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한지라 일기토와 설전도 빠르게 진행되는 식이다.
● 혹시 속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무장 발탁 시스템을 가져올 계획은 없는지
: 아쉽지만 무장 발탁 시스템은 채택하고 있지 않다.
● ‘삼국지 10’의 경우, 한국에서 성웅이라 불리는 이순신이 스페셜 장수로 나왔었다
: DLC에 대해선 아직 협의 중인 단계라, 그러한 장수가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PC뿐 아니라 PS4, 5와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된다. 컨트롤러 플레이가 매끄러운지
: 요즘은 PC 게임조차 컨트롤러를 연결해서 즐기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PS와 닌텐도 스위치로 ‘삼국지 8 리메이크’를 플레이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조작감에 신경을 썼다.
● ‘삼국지 8 리메이크’가 성공한다면 다른 작품도 계속해서 리메이크되지 싶은데
: 당장은 백지 상태지만, 앞으로 ‘삼국지 8 리메이크’가 얼마나 인기있는지 보고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현재로선 결정된 바 없다.
● 이 시점에서 ‘삼국지 8 리메이크’가 나왔다는 건 ‘삼국지 15’는 아직 멀었다는 걸까
: 앞서 말했듯 ‘삼국지 15’를 구상하던 와중에 ‘삼국지 8’ 리메이크가 결정된 바라 따로 신작을 개발 중이거나 하진 않다.
● 2024년 초 발매 예정이다. 개발 진척은 몇 % 정도이며 체험판 배포 계획은 없는지
: 개발은 완성까지 80~90% 정도 다다른 상태다. 체험판 배포 계획은 없는데, 기본적으로는 원작 ‘삼국지 8’과 같으므로 그쪽을 즐기며 기다려주기 바란다.
● 끝으로 ‘삼국지 8 리메이크’를 기대하는 한국의 뭇 게이머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삼국지 8 리메이크’는 제목에서 보듯 리메이크지만 신작에 버금가는 노력과 공수를 들였습니다. 특히 ‘삼국지 8’은 시나리오도 이벤트도 시리즈 최대 분량이라 평범한 리메이크와는 다릅니다. 소싯적 원작을 즐겼던 분들도, 13이나 14편으로 입문한 분들도, 이 작품을 계기로 완전히 새롭게 ‘삼국지’를 접하는 분들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신경 썼으니 모쪼록 많이 플레이해주시길”
백우선 모양 기념품을 든 코에이 이치카와 히사츠쿠 프로듀서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