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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S] 로스트 헬든, JRPG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
조회수 3624 | 루리웹 |
입력 2025.09.28 (09: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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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게임쇼 2025(TGS2025)에 참가한 아티잔 스튜디오(Artisan Studios). 마쿠하리 멧세 근교의 뉴 오타니 호텔에서 기자는 아티잔 스튜디오의 마리오 리조(Mario Rizzo) 총괄 프로듀서, 줄리잉 부르주아(Julien Bourgeois) 게임 디렉터를 만나 이들의 신작인 JRPG '로스트 헬든'(Lost Hellden)에 대해 짧은 시간이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마리오(이하 '마') : 아티잔 스튜디오의 공동 창립자이자 총괄 프로듀서이다. UAE 두바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지난 22년간 RPG 게임 디자이너이자 프로듀서로 경력을 쌓아왔다. EA, 소니, 유비소프트 등 AAA 개발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파트너인 줄리앙 부르주아와 함께 아티잔을 설립, 일본에서 개발된 고전 명작에서 영감을 받은 인디 RPG 개발에 집중해 왔다. 현재는 스튜디오의 첫 오리지널 IP인 로스트 헬던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곡가 사키모토 히토시, 아티스트 오가 타케시와 협업하여 제작 중인 JRPG이며, 2026년 전 세계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 유행 중인 장르도 여럿 있는데, '용사 넵튠'에 '아스트리아 어센딩', 그리고 로스트 헬든까지, JRPG만 만들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마 :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가 JRPG를 하면서 자랐고,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그 장르를 실제로 즐기는 사람들로 팀과 문화를 꾸려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장르를 하려면 같은 팀으로는 이어가기 어려워서 사실상 새 팀을 채용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비즈니스 관점에서 특화하기로 했으며, 팀에 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파이널 판타지 같은 걸 해봤다. 이렇게 되면 개발 중에도 배틀 시스템이 뭔지, 무기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늘 걸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로 우리는 일본 게임과 일본에서 개발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서 언젠가 일본에 스튜디오 일부를 두고 일하고 싶다. 그런데 일본의 전통적인 스튜디오는 특정 타입의 게임에 집중하고, 일본 퍼블리셔나 투자자도 다른 타입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타입이 중요하며, 그것이 우리에게는 JRPG이다. 즉, 일본에서 투자받거나 스튜디오를 만들려면 이미 만들어놓은 JRPG 레퍼런스로 평판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처음 '용사 넵튠'을 제안할 때 턴제 RPG 버전과 바닐라웨어 스타일의 액션 버전, 두 가지를 피치했는데, 컴파일하트 사장이 '아니, 너희는 액션을 몰라. 너희는 RPG야.'라고 했다. 스튜디오 첫 작품부터 이미 우리를 하나의 타입으로 본 것이다.
물론 더 근본적인 이유는 어릴 때부터, 아니 지금도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크로노 트리거 같은 게임을 사랑하고 있어서다. 모두가 '일본인도 아닌데, 불가능해.', '요즘 아무더 그런 거 안 만들어.', '비싸고 돈 안 돼.'라고 했으나 그래서 우린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집을 팔고 자금을 마련해 아티잔을 시작했다. 그렇게 9년 만에 우리 자신의 JRPG를 실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 유저분들이 이 게임에 담긴 열정과 애정을 꼭 느끼셨으면 한다.
마 : 사키모토 씨와는 가족끼리도 아주 친한 친구이다. 아내와 아이들도 알고, 프랑스에서도 만난다. 줄리앙이 12년 전 프랑스에서 처음 만났으며,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협업지이고, 가능한 모든 게임을 그분과 작업한다. 물론 바쁜 분이지만,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부탁드린다.
그 때는 파리에서 일했으며,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 모바일 F2P 게임을 만들던 시절이었는데, JRPG를 만들고 싶었지만 투자자와 타협한 결과 모바일판을 먼저 하기로 하고 콘셉트를 파리에서 준비했다. 마침 그 주에 사키모토 씨가 파리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줄리안이 30초 사인을 받을 수 있는 VIP 티켓으로 가서 30초간 통역에게 '팬입니다. RPG를 만들고 있어요. 스튜디오에 놀러 와주세요.'라고 하며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이틀 뒤 아침 9시에 비서로부터 전화가 와서 '지금 사키모토 씨가 스튜디오로 오십니다. 준비하세요.'라고 해서 부랴부랴 직원들이 집에 가 FF12 패키지, 아트북 등을 들고 왔다. 그렇게 스튜디오에서 만나 프로토타입을 보여드리니 '돕겠다. 함께 하자.'고 말씀해주셨다.
줄 : 오가 씨는 15년 전쯤 PS VITA용 '그래비티 데이즈'을 했는데, 그 아트를 정말 사랑했고, 언젠가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스트 헬든을 시작할 때 스토리와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콘셉트를 보여드렸고, 일부 아트를 맡아주시기로 했다.
● 오가 타케시의 '딥(Deep) 2D' 아트 스타일 덕분에 고전 JRPG의 박스 아트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 않았나. 이 딥 2D란 무엇인가?
마 : 딥 2D는 지난 세 작품 동안 개발해온 내부 기술로 핵심은 순수 2D 일러스트 - 오가 같은 아티스트의 그림을 그대로 게임 안에 넣어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라이팅, 그림자, 날씨 등을 적용하게 하면서. 손그림 2D는 물리가 없어서 반사, 수면, 그림자 구현이 어려운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우리가 1억 달러 예산의 언리얼 엔진 대작과 승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독창성은 어디에서 올까? 아티스트의 선과 터치를 바꾸지 않고 게임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자가 딥 2D의 철학이다.
줄 : 이 배경은 실제 페인팅인데, 이를 게임으로 불러와 붓 터치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8인이라고 하던데, 이들이 다 같이 한 파티로 뭉쳐 다니는 식인지, 아니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사건을 경험하는 식인지 궁금하다.
마 : 기본은 단일 파티로 움직이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동료를 만나 합류하는 식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 같은 방식은 아니다.
● 실시간 액션의 스릴과 턴제 전투의 전술이 결합되어 있다는 페이즈 배틀 시스템은 어떤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나?
줄 :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만 FF7R은 액션 성향이 강해서 우리는 이를 청사진으로 하여 턴제 개념을 더 강하게 녹이고 싶었다.
● 전투를 보니 '진 여신전생'도 떠오르던데?
줄 : 잘 캐치했다. (웃음) 우리의 모든 게임, 용사 넵튠부터 로스트 헬든에 이르기까지 진 여신전생의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걸 캐치하다니, 예리한데...
줄 : 파이널 판타지의 리미트 브레이크 같은 특수 효과, 필살기 느낌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다.
● 날씨가 전투, NPC,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던데,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줄 : 날씨가 바뀌면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달라지며, 보통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온다. 직업 가운데 날씨를 활용하는 능력을 지닌 '메테오 멘서'가 있는데, 날씨에 따라 특정 스킬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 또 날씨를 바꿔 효율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비를 내리게 하면 파티원들의 물 속성 계열이 강해지고, 적의 화염 속성 공격은 약화된다.
● 보드 게임 헥사켄은 어떻게 해서 넣게 되었나? 혹시 스토리 진행에도 연관되는가?
마 : 스토리와 별개로, 작은 이야기처럼 운영된다. JRPG는 가끔 호흡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사이드 퀘스트나 트로피 루트처럼 즐길 수 있게 했고, 월드 몬스터 250종을 카드처럼 수집 혹은 구매하는 요소도 있다. 일종의 포켓몬 카드 같은 느낌이랄까. 스토리 진행이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장치이다. 파이널 판타지 8의 트리플 트라이어드나 위쳐의 궨트에 가까워서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선택적 재미를 준다.
보드 위 W 표시는 약점(Weak) 포인트이고 가운데는 뉴트럴, 접한 면에 따라 오델로처럼 뒤집힌다.
마 : 재미있는 게, 한정판 유통사와 이야기하던 중 한 곳에서 실물 게임 제작을 제안했다. 아직 계약은 안 했지만 포커 칩 크기의 토큰 250개를 콜렉터즈 에디션에 넣자는 제안이었다. 게임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다들 피규어보다 게임을 넣자고 하더라.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 게임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질문인데, 마리오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업무 문화를 모두 경험해보지 않았나.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나?
마 :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업무 문화가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 가보자. 진짜 힘든 문화가 뭔지 보여줄게.'라고 말하곤 한다. (웃음) 일본의 장점이자 단점은 조화와 팀워크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팀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고, 휴가를 가도 팀에 미리 양해를 구하며 선물을 사온다. 그래서 충돌이 적다. 단점은 게임 개발시 가끔 누군가는 '이건 망가졌고, 고쳐야 한다.'고 직설해야 할 때가 있는데 너무 예의가 바르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더 직접적이다. 잘못하면 회의 석상에서도 '그건 틀렸다.'고 말한다. 대신 한국은 위계가 강하다. CEO가 회의실에 있으면 그 자리에서 '사장님이 틀렸어요.'라고 말하긴 어렵다. 대신 퇴근 후 술자리나 PC방에서 '오늘 그건 고쳐야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웃음) 어쨌든 한국은 열심히 일하며, 직설적인데, 이에 반해 일본은 간접적이고, 조화를 흐리면 일을 잘 해도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내가 미국인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은 미국 회사 느낌이 났다. 물론 긴 근무 시간 등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에선 상사와 논쟁이 가능한 데 비해 일본에선 쉽지 않다.
내 경우 의견을 바로 말하는 성향이라 한국이 편했다. 일본에선 회의 시 조용히, 조화를 해치지 않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런데 내가 25살에 한국에 갔을 때는 더 직설적이었는데, 40대가 되니 또 달라지더라. (웃음)
● 끝으로 루리웹 이용자와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마 : 11월 지스타에 가서 미디어와 더 많이 미팅하고,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한국 유저 분들이 도전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액션-리액션과 상성/약점이 공존하는 전투 시스템이 여러분께 새로운 도전이 되기를 바란다.
마리오(이하 '마') : 아티잔 스튜디오의 공동 창립자이자 총괄 프로듀서이다. UAE 두바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지난 22년간 RPG 게임 디자이너이자 프로듀서로 경력을 쌓아왔다. EA, 소니, 유비소프트 등 AAA 개발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파트너인 줄리앙 부르주아와 함께 아티잔을 설립, 일본에서 개발된 고전 명작에서 영감을 받은 인디 RPG 개발에 집중해 왔다. 현재는 스튜디오의 첫 오리지널 IP인 로스트 헬던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곡가 사키모토 히토시, 아티스트 오가 타케시와 협업하여 제작 중인 JRPG이며, 2026년 전 세계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 유행 중인 장르도 여럿 있는데, '용사 넵튠'에 '아스트리아 어센딩', 그리고 로스트 헬든까지, JRPG만 만들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마 :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가 JRPG를 하면서 자랐고,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그 장르를 실제로 즐기는 사람들로 팀과 문화를 꾸려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장르를 하려면 같은 팀으로는 이어가기 어려워서 사실상 새 팀을 채용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비즈니스 관점에서 특화하기로 했으며, 팀에 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파이널 판타지 같은 걸 해봤다. 이렇게 되면 개발 중에도 배틀 시스템이 뭔지, 무기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늘 걸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로 우리는 일본 게임과 일본에서 개발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서 언젠가 일본에 스튜디오 일부를 두고 일하고 싶다. 그런데 일본의 전통적인 스튜디오는 특정 타입의 게임에 집중하고, 일본 퍼블리셔나 투자자도 다른 타입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타입이 중요하며, 그것이 우리에게는 JRPG이다. 즉, 일본에서 투자받거나 스튜디오를 만들려면 이미 만들어놓은 JRPG 레퍼런스로 평판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처음 '용사 넵튠'을 제안할 때 턴제 RPG 버전과 바닐라웨어 스타일의 액션 버전, 두 가지를 피치했는데, 컴파일하트 사장이 '아니, 너희는 액션을 몰라. 너희는 RPG야.'라고 했다. 스튜디오 첫 작품부터 이미 우리를 하나의 타입으로 본 것이다.
물론 더 근본적인 이유는 어릴 때부터, 아니 지금도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크로노 트리거 같은 게임을 사랑하고 있어서다. 모두가 '일본인도 아닌데, 불가능해.', '요즘 아무더 그런 거 안 만들어.', '비싸고 돈 안 돼.'라고 했으나 그래서 우린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집을 팔고 자금을 마련해 아티잔을 시작했다. 그렇게 9년 만에 우리 자신의 JRPG를 실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 유저분들이 이 게임에 담긴 열정과 애정을 꼭 느끼셨으면 한다.
마 : 사키모토 씨와는 가족끼리도 아주 친한 친구이다. 아내와 아이들도 알고, 프랑스에서도 만난다. 줄리앙이 12년 전 프랑스에서 처음 만났으며,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협업지이고, 가능한 모든 게임을 그분과 작업한다. 물론 바쁜 분이지만,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부탁드린다.
그 때는 파리에서 일했으며,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 모바일 F2P 게임을 만들던 시절이었는데, JRPG를 만들고 싶었지만 투자자와 타협한 결과 모바일판을 먼저 하기로 하고 콘셉트를 파리에서 준비했다. 마침 그 주에 사키모토 씨가 파리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줄리안이 30초 사인을 받을 수 있는 VIP 티켓으로 가서 30초간 통역에게 '팬입니다. RPG를 만들고 있어요. 스튜디오에 놀러 와주세요.'라고 하며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이틀 뒤 아침 9시에 비서로부터 전화가 와서 '지금 사키모토 씨가 스튜디오로 오십니다. 준비하세요.'라고 해서 부랴부랴 직원들이 집에 가 FF12 패키지, 아트북 등을 들고 왔다. 그렇게 스튜디오에서 만나 프로토타입을 보여드리니 '돕겠다. 함께 하자.'고 말씀해주셨다.
줄 : 오가 씨는 15년 전쯤 PS VITA용 '그래비티 데이즈'을 했는데, 그 아트를 정말 사랑했고, 언젠가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스트 헬든을 시작할 때 스토리와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콘셉트를 보여드렸고, 일부 아트를 맡아주시기로 했다.
● 오가 타케시의 '딥(Deep) 2D' 아트 스타일 덕분에 고전 JRPG의 박스 아트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 않았나. 이 딥 2D란 무엇인가?
마 : 딥 2D는 지난 세 작품 동안 개발해온 내부 기술로 핵심은 순수 2D 일러스트 - 오가 같은 아티스트의 그림을 그대로 게임 안에 넣어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라이팅, 그림자, 날씨 등을 적용하게 하면서. 손그림 2D는 물리가 없어서 반사, 수면, 그림자 구현이 어려운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우리가 1억 달러 예산의 언리얼 엔진 대작과 승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독창성은 어디에서 올까? 아티스트의 선과 터치를 바꾸지 않고 게임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자가 딥 2D의 철학이다.
줄 : 이 배경은 실제 페인팅인데, 이를 게임으로 불러와 붓 터치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8인이라고 하던데, 이들이 다 같이 한 파티로 뭉쳐 다니는 식인지, 아니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사건을 경험하는 식인지 궁금하다.
마 : 기본은 단일 파티로 움직이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동료를 만나 합류하는 식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 같은 방식은 아니다.
● 실시간 액션의 스릴과 턴제 전투의 전술이 결합되어 있다는 페이즈 배틀 시스템은 어떤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나?
줄 :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만 FF7R은 액션 성향이 강해서 우리는 이를 청사진으로 하여 턴제 개념을 더 강하게 녹이고 싶었다.
● 전투를 보니 '진 여신전생'도 떠오르던데?
줄 : 잘 캐치했다. (웃음) 우리의 모든 게임, 용사 넵튠부터 로스트 헬든에 이르기까지 진 여신전생의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걸 캐치하다니, 예리한데...
줄 : 파이널 판타지의 리미트 브레이크 같은 특수 효과, 필살기 느낌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다.
● 날씨가 전투, NPC,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던데,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줄 : 날씨가 바뀌면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달라지며, 보통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온다. 직업 가운데 날씨를 활용하는 능력을 지닌 '메테오 멘서'가 있는데, 날씨에 따라 특정 스킬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 또 날씨를 바꿔 효율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비를 내리게 하면 파티원들의 물 속성 계열이 강해지고, 적의 화염 속성 공격은 약화된다.
● 보드 게임 헥사켄은 어떻게 해서 넣게 되었나? 혹시 스토리 진행에도 연관되는가?
마 : 스토리와 별개로, 작은 이야기처럼 운영된다. JRPG는 가끔 호흡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사이드 퀘스트나 트로피 루트처럼 즐길 수 있게 했고, 월드 몬스터 250종을 카드처럼 수집 혹은 구매하는 요소도 있다. 일종의 포켓몬 카드 같은 느낌이랄까. 스토리 진행이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장치이다. 파이널 판타지 8의 트리플 트라이어드나 위쳐의 궨트에 가까워서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선택적 재미를 준다.
보드 위 W 표시는 약점(Weak) 포인트이고 가운데는 뉴트럴, 접한 면에 따라 오델로처럼 뒤집힌다.
마 : 재미있는 게, 한정판 유통사와 이야기하던 중 한 곳에서 실물 게임 제작을 제안했다. 아직 계약은 안 했지만 포커 칩 크기의 토큰 250개를 콜렉터즈 에디션에 넣자는 제안이었다. 게임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다들 피규어보다 게임을 넣자고 하더라.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 게임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질문인데, 마리오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업무 문화를 모두 경험해보지 않았나.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나?
마 :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업무 문화가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 가보자. 진짜 힘든 문화가 뭔지 보여줄게.'라고 말하곤 한다. (웃음) 일본의 장점이자 단점은 조화와 팀워크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팀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고, 휴가를 가도 팀에 미리 양해를 구하며 선물을 사온다. 그래서 충돌이 적다. 단점은 게임 개발시 가끔 누군가는 '이건 망가졌고, 고쳐야 한다.'고 직설해야 할 때가 있는데 너무 예의가 바르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더 직접적이다. 잘못하면 회의 석상에서도 '그건 틀렸다.'고 말한다. 대신 한국은 위계가 강하다. CEO가 회의실에 있으면 그 자리에서 '사장님이 틀렸어요.'라고 말하긴 어렵다. 대신 퇴근 후 술자리나 PC방에서 '오늘 그건 고쳐야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웃음) 어쨌든 한국은 열심히 일하며, 직설적인데, 이에 반해 일본은 간접적이고, 조화를 흐리면 일을 잘 해도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내가 미국인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은 미국 회사 느낌이 났다. 물론 긴 근무 시간 등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에선 상사와 논쟁이 가능한 데 비해 일본에선 쉽지 않다.
내 경우 의견을 바로 말하는 성향이라 한국이 편했다. 일본에선 회의 시 조용히, 조화를 해치지 않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런데 내가 25살에 한국에 갔을 때는 더 직설적이었는데, 40대가 되니 또 달라지더라. (웃음)
● 끝으로 루리웹 이용자와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마 : 11월 지스타에 가서 미디어와 더 많이 미팅하고,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한국 유저 분들이 도전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액션-리액션과 상성/약점이 공존하는 전투 시스템이 여러분께 새로운 도전이 되기를 바란다.
|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