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의 차기 집행부가 6년 만에 실리 성향으로 교체되면서 파업 등 투쟁 일변도였던 노조 활동이 변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8대 집행부 결선 투표 개표 결과, 위원장에 실리 성향의 이상수(54·사진) 후보가 당선됐다고 4일 밝혔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5만552명 중 4만3755명이 참여해, 이 후보가 2만1838표(49.91%)를 얻었다. 강성 성향의 문용문 후보는 2만1433표(48.98%)를 얻어 두 후보 간 격차는 405표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는 이 후보 등 4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진행돼 이 후보가 1위, 문 후보가 2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 투표가 진행됐다.
실리 성향 후보가 당선된 것은 2013년 이경훈 노조위원장 이후 처음이다. 2015년과 2017년 모두 강성으로 분류되는 후보가 당선됐다.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2차 투표에서 절반을 넘기지 못한 당선자가 나온 것도 처음이다. 노조 규약상 2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다 득표자를 두고 찬반투표를 진행하게 돼 있었지만 2016년 10월 이 규정을 삭제하면서 이 후보는 별도의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됐다.
이 신임 위원장의 당선으로 노조 활동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이제는 실리다’, ‘투쟁을 넘어 실리’,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조합원 실리 확보’ 등을 선전 구호로 내세웠다. 무분별한 파업보다는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임금 인상과 후생복지 증진 등 조합원 실익을 챙기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대신 단체교섭 노사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교섭 시작 후 2개월 내 타결을 원칙으로 삼았다. 봄에 시작해 추석 전후까지 5∼6개월, 때로는 연말까지 이어지던 지지부진한 교섭에서 벗어나 파업 없는 집중 교섭으로 초여름까지 타결하고, 타결이 안 되면 쟁의권을 발동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노총·금속노조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노조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사·민 공동 신차품질위원회를 만들어서 민간이 생산 품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성희롱·성차별 고발센터를 설치해 여성 조합원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다만 노사 갈등의 우려도 있다. 이 위원장이 내건 조합원 일자리 안정과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30만대 국내 신공장 증설, 해외 공장 물량 국내로 유턴(U-turn), 정년 최장 65세 연장 등의 공약은 회사 측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어서다.
이 위원장은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면서 “당선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이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