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수사관 유류품 확보를 위해 검찰이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검·경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4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일 오후 3시20분쯤부터 5시쯤까지 약 1시간40분 동안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를 통해 A씨의 휴대전화와 자필 메모 등 유류품을 압수했다.
앞서 경찰은 A씨 변사 사건과 관련, 사망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수사 지휘가 아닌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 행보에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또 이 같은 행태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 총경급 경찰 관계자는 “변사 사건(수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너무 이례적인 압수수색으로 보인다”며 “경찰이 (변사사건 수사를 위해) 유품을 살펴보고 있는 상황인데 그걸 압수한거 아니냐”고 말했다.
경감급 경찰 관계자도 “돌아가신 분의 휴대전화 등을 이렇게 바로 압수수색 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며 “사인을 밝히는 중인데 갑자기 들이닥쳐서 가져가야 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검찰은 A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경찰을 참관시키겠다고 했으나, 경찰은 해당 증거물에 대해 다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하는 것을 포함해 관련 내용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2일부터 A씨 휴대전화 분석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함께 참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휴대전화의 잠금상태가 풀리지 않아 포렌식 작업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변사 사건에 대한 사망 동기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참관 요청을 한 것이다. (포렌식 결과 등) 내용을 받아볼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대법원 예규에 보면 '참여'라고 규정이 돼 있다. 우리는 당연히 참여권에 (포렌식) 분류하는 작업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검찰 측의 경찰 포렌식 작업 참관 수준 주장은) 검찰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참관은 말 그대로 옆에서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라며 “이는 포렌식 분석 내용을 볼 수 있는 ‘입회’와 용어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숨진채 발견된 ‘백원우 특감반’ 출신 검찰 수사관의 휴대전화 등을 이례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해당 변사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 김종철 서장과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과거 근무 인연 때문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지난 3일 나왔다.
김 서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서장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제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 근무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정기획상황실 치안팀은 세간에서 제기하는 의혹과는 전혀 무관한 부서”라고 항변했다.
그는 “청와대 근무한 사실만으로 한 사람의 공직자를 이렇게 매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25년 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봉직한 공직자의 명예를 한 순간에 짓밟는 있을 수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언론사에서 관련 기사를 정정보도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모든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전날 서초경찰서가 A씨 사망 현장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와 자필 메모 등 유류품을 압수수색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보니 검경간 힘겨루기를 떠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실명이 거론된 자필 메모 내용 보도로 기싸움을 하던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심화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은 이날 김종철 서초서장이 현재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근무한 전력 때문에 검찰이 서둘렀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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