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am3’, 우리 말로 ‘아홉시삼분’이란 독특한 이름을 가진 회사가 최근 문을 열었습니다.
최근 캐주얼 MMORPG ‘젠에픽’의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며 게임 업계에 이름을 알린 이 회사는 ‘사람에게 투자하라’, ‘유쾌한 의사 소통’, ‘변하지 않는 모습’이란 표어를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독특한 사명과 뭔가 심오한 표어. 도대체 이 회사는 어떠한 곳일까요? 루리웹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아홉시삼분’을 찾았습니다.
아홉시삼분 최윤근 CEO(좌)와 성기범 본부장(우)
루리웹: 만나서 반갑습니다. 회사 이름이 매우 독특한데요, 회사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성기범 본부장: ‘아홉시삼분’이란 이름을 로고로 만들면 ‘9am3’이 되는데요, 이는 트위터 등에서 '게임'을 지칭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독특하면서 우리와 같은 게임 회사를 나타내는데 적당하다고 판단하여 ‘9am3’을 회사명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아홉시삼분’은 기존 게임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던 5명이 힘을 합쳐 세운 회사고요, 현재 ‘젠에픽’의 비공개 테스트(CBT)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루리웹: 세 가지 표어가 상당히 인상 깊은데요, 이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윤근 CEO: 게임은 사람이 시작했고 사람이 이끌어 가는 산업입니다. 사실 산업은 구조 자체가 자본 논리에 따라 나아가는 것이 현실인데요, 우리는 좀 다르게 가고 싶었습니다. 온라인 게임 초창기처럼 유저가 게임을 즐기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저 뿐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 관계사에서 종사하는 사람 모두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성기범 본부장: 과거에는 유저와 게임사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회사가 정형화되고 각자 맡은 일만 하다보니 유저와 회사간 커뮤니케이션이 끊긴 것 같아요. 우리는 회사와 유저가 예전처럼 함께 하는 서비스를 하고 싶습니다.
루리웹: 유저와 좋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성기범 본부장: 유저와 회사의 관계가 안좋아지는 것은 같은 말만 반복할 뿐 유저를 이해하려 하지 않아서 입니다. 유저가 원하는 것과 회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 이 두 가지의 접점을 어떻게 잡느냐가 문제인데요, 현재 대부분의 회사는 자신들이 수립한 정책에만 맞춰서 기계적으로 유저를 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은 “야, 거기는 1:1 문의 안하면 의미 없어. 그냥 기존의 답변 복사해서 ‘Ctrl+V’ 할 거야.”라고 말해요. 우린 이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서비스 중인 퍼블리셔를 보면 돈 잘 버는 회사는 있지만 운영 잘한다고 유저들에게 평가 받는 회사는 거의 없어요. 운영을 잘한다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유저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도 있지만 유저와 함께 무언가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 아닐까요? 유저와 정기모임도 많이 갖고 함께 대화도 자주 나누면서 사람 냄새 나는 서비스를 하고 싶어요.
최윤근 CEO: 우리는 ‘돈을 잘 버는 회사’보다는 ‘운영을 잘 하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유저를 돈주머니로 보고 서비스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유저가 ‘이 회사라면 게임 할 맛이 난다’라는 생각을 하는 회사가 되야 합니다. 그것이 유저의 충성도를 높이고 지원군을 얻을 수 있는 길이에요. 솔직히 많은 자금으로 쉽게 서비스 할 거면 유명 포털 사이트에 한 20억 정도 투자해서 광고하고 유저 끌어모으면 되겠죠. 그러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보고 ‘이상주의자’라고 하실 수 있어요.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일이고요. 그러나 이것이 ‘아홉시삼분’이 다른 회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기존 퍼블리셔와 다르게 유저와 함께 호흡하는 회사로 운영할 것입니다. 물론 입소문이 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차곡차곡 진행할 것입니다. 나중에 회사가 엄청나게 커져도 이러한 마음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홉시삼분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표어
루리웹: 상당히 어려운 길로 가시는 것 같네요. 민감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현재 ‘아홉시삼분’이 보유한 자금은 어떤가요?
최윤근 CEO: 자금은 충분합니다. 우리는 서비스를 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개발사보다는 위험이 낮아요. 개발사는 언제 게임이 완성될 것인지 모르고 서비스가 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수익이 날 지 전혀 알 수 없으니까요.
성기범 본부장: 현재 테스트를 준비 중인 ‘젠에픽’은 곧바로 서비스를 할 수 있을 정도라 신작보다는 리스크가 덜해요. 자금 부분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루리웹: 답변 감사합니다. ‘아홉시삼분’은 서비스를 담당하는 회사인데요, 한국 외에 해외 서비스도 생각하고 계신가요?
최윤근 CEO: 이제 회사 운영을 시작한 단계라서요, 현재는 한국 서비스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먼저 성공해야죠.
루리웹: 그렇다면 현재 한국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최윤근 CEO: 한 마디로 하면 ‘재미있는’ 시장이에요. 불과 3, 4년 전만 해도 많은 수의 소규모 온라인 게임 개발사가 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게임이 등장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이 대부분의 중간 회사를 합병한 상태죠. 게임 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들도 중간급이 많이 사라졌고, 개발사의 경우 소규모 업체는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어떤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중소규모 온라인 게임 시장은 끝났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중간급 업체가 비었기 때문에 치고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에요. 한국 게임 시장에서 각 업체의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나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회사를 차릴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기범 본부장: 퍼블리셔, 개발사 모두 M&A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큰 곳은 살아남지만 작은 곳은 더 어려워졌죠. 이렇게 되면 게임 산업의 밑바탕 자체가 엄청나게 부실해 집니다. 예를 들어 붕어빵을 파는 소규모 영세 상인을 전부 막아버리면 국민 모두가 붕어빵을 못먹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아홉시삼분 같은 중소규모 회사가 많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M&A 보다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지원을 하는 등 다른 형태로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게임 시장은 하나고 함께 가야 발전할 수 있잖아요. 물론 쉽진 않겠지만 말이죠.
루리웹: 서비스 전에 여러 개발사와 만나신 것 같은데요. 소규모 개발사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최윤근 CEO: 아직 많은 개발사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우선 우리의 내공이 쌓일 때까지는 천천히 진행할 것입니다. 개발사와 함께 나아가는 것이 아홉시삼분의 서비스 목표에요. 개발사는 현실적으로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지금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개발사도 사업이나 마케팅을 해본 사람이 필요해요. 순수하게 개발만 해보신 분들은 전혀 모르죠. 그러다보니 개발 기간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개발사의 리스크는 갈수록 쌓여만 가요. 이런 것을 우리가 대신해 주고 싶습니다.
성기범 본부장: 사업적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여러 소규모 개발사 사람들과 만나봤습니다. 요즘은요 우선 하나의 게임을 내놓고 서비스에 돌입하여 수익 모델이 나오지 않으면 다른 게임을 개발할 엄두를 못내요. 수익에 대한 분배나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등을 퍼블리셔에게 강하게 주장하기도 어려워요. 그리고 퍼블리셔가 무엇을 요구하면 그것을 대부분 따라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나오는 게임은 그래픽의 질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요.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개발사가 힘든 부분을 감싸고 개발사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소규모 개발사가 잘 되야 국내 게임 시장이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루리웹: 앞으로 포털 사이트를 직접 만드실 계획이신가요?
최윤근 CEO: 결과적으로는 포털 사이트를 운영할 생각입니다. 우선 ‘젠에픽’ 서비스 이후 라인업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뒤에 결정할 예정입니다.
루리웹: 중소 퍼블리셔로서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으신가요?
성기범 본부장: ‘셧다운제’를 대비하여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개개인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정부가 강제로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대기업들이 나서서 이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결론적으로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 기업이니까요. 민간 자율에 맡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홉시삼분이 서비스하는 '젠에픽'. 유저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 회사 목표다
루리웹: 이번엔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이번에 서비스를 준비하시는 게임이 ‘젠에픽’인데요, ‘젠에픽’은 어떤 게임인가요?
성기범 본부장: ‘젠에픽’은 과거 ‘젠 온라인’이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서비스를 진행했던 게임입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제대로 된 콘텐츠를 유저들에게 보여주지도 못한 채 국내에서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현재 ‘젠에픽’은 일본과 대만, 북미, 유럽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은 오랫동안 게임 서비스가 진행되면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진화하게 된다는 것이죠. ‘젠에픽’도 그렇습니다. 해외에서 5, 6년 정도 서비스를 진행하다보니 콘텐츠도 방대해지고 게임 색깔이 기존과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국내 유저에게 보여줘도 문제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국내에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루리웹: 국내 유저의 수준도 높고 수많은 게임이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요, ‘젠에픽’이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최윤근 CEO: 최근에 나온 게임 중에 ‘젠에픽’과 포지셔닝이 겹치는 게임이 없어요. 대부분의 MMORPG는 레벨업하고 장비 맞춘 뒤에 대규모 전투를 즐기는 것 밖에 없습니다. 유저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하죠. 그러나 ‘젠에픽’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기범 본부장: 이미 180레벨까지 마련된 방대한 콘텐츠를 ‘젠에픽’은 갖고 있습니다. 물론 신작이 아니라서 꺼려하는 유저도 있을 거에요. 그러나 유저들이 게임 안에서 할 게 없어서 나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방대한 콘텐츠가 ‘젠에픽’의 가장 큰 무기죠.
또한 기존에 인기가 많았던 캐주얼 게임이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아기자기한 게임을 원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러한 분들에게 맞는 게임이 바로 ‘젠에픽’입니다.
루리웹: 그렇다면 국내에서 ‘젠에픽’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최윤근 CEO: 물론 기대치는 높죠. 그러나 완전한 신작이 아니고 포지셔닝은 겹치지 않지만 좋은 성적을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무래도 CBT가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성적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있습니다.
성기범 본부장: ‘젠에픽’의 서비스는 우리만 독점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CBT 때부터 다른 곳과 함께 채널링 사업을 통해 진행할 것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젠에픽’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진행했어요. 현재 채널링은 세 군데와 계약한 상황입니다. 어딘지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다만 우리와 협업할 수 있는 업체와 손을 잡았다고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루리웹: ‘젠에픽’의 국내 테스트 일정은 언제인가요? 또한 과금제는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성기범 본부장: 일정 상으로는 11월 23일부터 5일 정도 CBT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물론 바뀔 수도 있어요. 다만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서 2주 후에 열리는 ‘지스타 2011’에는 참가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최윤근 CEO: 과금제는 아무래도 회사나 유저나 ‘부분 유료화’가 무난한 것 같아서 ‘부분 유료화’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루리웹: ‘젠에픽’ CBT 이후 계획은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성기범 본부장: 우선 ‘젠에픽’의 상용화 서비스까지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 새로운 타이틀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윤근 CEO: 올해 연말까지는 ‘젠에픽’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물론 우리가 런칭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해서는 계속 찾고 있습니다. 확정되는 대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루리웹: 역시 보안 쪽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아홉시삼분에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최윤근 CEO: 2차 비밀번호나 OTP 등 다른 회사에서 하는 것은 모두 진행합니다.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가능한 많은 부분을 생각하고 있어요. 개발사와도 협력하고 대화하여 함께 보안 문제에 대처할 것입니다.
루리웹: 답변 감사합니다. 어찌 보면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두 분은 어떤 게임을 즐기시나요?
최윤근 CEO: RPG 쪽을 좋아해서요 나오는 게임은 대부분 건드려 봅니다. 최근에 많이 즐긴 게임은 ‘드래곤네스트’에요. FPS는 유저들 실력이 너무 높아서 못하겠더라고요.
성기범 본부장: 저는 ‘프로야구 매니저’, ‘FC 매니저’ 같은 매니지먼트 게임을 즐겨 합니다. 이제 매니지먼트 게임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틈틈히 즐기고 있습니다.
루리웹: 바쁘신데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루리웹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최윤근 CEO: 많은 분들이 아홉시삼분이 서비스하는 게임에 놀러 왔으면 합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는 위치도,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것도 아닙니다. 여러 가지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유저 분들이 많이 와 주셔야 합니다. 와서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성기범 본부장: 과거 PS2 시절부터 루리웹에서 각 기종 유저분들끼리 서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훈훈한 게시판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자주 놀았습니다. 다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루리웹 유저 분들이 콘솔 뿐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도 많이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합니다. 아홉시삼분이 서비스하는 게임에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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