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 엔터테인먼트(이하 하이원)를 아시나요? 하이원은 공기업 강원랜드(태백시에서 카지노 등의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의 자회사로 지난 2009년 설립된 게임 기업입니다. 게임 개발과 게임 퍼블리싱을 모두 하고 있고, 현재 서비스하는 게임으로는 온라인게임 슈퍼다다다와 웹게임 삼국지존이 있습니다.
하이원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공기업의 자회사라는 회사 구조입니다. 공기업과 사기업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고, 기업이 돌아가는 내부적인 시스템도 많이 다르죠. 따라서 업계에서는 공기업 자회사가 신속하고 때로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게임산업을 잘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2009년 설립되자마자 대표이사가 교체되면서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구요.
게임 산업의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하이원은 게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노 철 게임사업본부장(이하 본부장)을 영입하면서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노 철 본부장은 KRG 소프트, 구름인터렉티브,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를 지나 지난 2010년 초 하이원에 입사했고, 입사 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슈퍼다다다와 삼국지존의 OBT까지 이끌어냅니다.
직원이 몇 명 없는 상태였지만, 팀워크가 잘 맞았고, 직원들의 열정이 높아서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2개 MMORPG(디녹스,세븐코어)의 1차 CBT를 진행하면서 온라인게임 사업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갖춰나가고 있는 하이원이지만, 내부적으로 어려움도 많습니다.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윗 선과 모회사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이원 직원들이 CBT가 왜 필요한지, 온라인게임 사업에서 매출은 언제 발생하는지 등의 기본적인 부분들부터 하나하나 설명했다는 후문입니다. 또한 공기업의 자회사라는 점 때문에 계약 하나를 추진하더라도 제약이 많고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위해 새로운 계약 표준을 만들어야 했을 정도였죠.
그렇다면 노 철 본부장은 하이원에 입사하고 약 1년 반동안 하이원의 게임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왔고, 각종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왔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하이원의 게임 산업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일까요? 또한, 최근 종료된 2개 게임의 1차 CBT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는 어땠을까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하이원 서울 사무소로 찾아가 노 철 본부장을 만나봤습니다. (하이원 태백 사무소에는 개발 스튜디오가 있고, 서울 사무소에는 사업부, 운영팀 등이 있습니다.)
이곳이 하이원서울 사무소 정문
루리웹과 인터뷰를 진행한 하이원 노 철 본부장
루리웹: 하이원에 온지 1년 반 정도 되셨습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하신 업무를 요약한다면?
노 철 본부장: 하이원이 설립된 것이 2009년이었습니다. 설립되고 약 1년간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 자리는 공석이었죠. 제가 온 것은 약 1년 반 정도 됐구요. 제가 들어왔을 당시에는 당장 특정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는 아니었고, 게임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고, 게임 산업에서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지를 고민하고 있었던 단계였습니다. 직원 수도 매우 적었습니다.
그러다가 게임 퍼블리싱과 게임 개발이라는 기본 토대를 갖추면 기회는 얼마든지 온다는 판단으로 일단 온라인게임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에 걸쳐서 지금 근무하고 있는 인원들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2010년 5월에 서울 사무소를 세팅한 후 7월에 슈퍼다다다 공식 홈페이지 작업, 8월에 슈퍼다다다 CBT 실시, 12월에 슈퍼다다다와 웹게임 삼국지존 OBT 실시 라는 숨막히는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특히, 12월에는 2주일에 걸쳐서 2개 게임을순차적으로 공개한 것인데, 그런 일정을 성공적으로 해내서 뿌듯했습니다.
동시에 자체 개발팀도 만들어나갔습니다. 캐주얼 게임 스튜디오, MMORPG 개발 스튜디오, 모바일게임 개발 스튜디오 이렇게 3개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저희가 개발하는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싶다고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게임의 경우에는 저희가 퍼플리셔이지만 모바일게임 업계에서는 저희가 개발사 입장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을 위해 다양한 게임 개발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하이원 본사는 태백에 있는 관계로, 서울에 있는 하이원 사무소와 태백 사무소를 오가고 있는데요, 서울에 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회의나 개발사 미팅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루리웹: 모바일 게임 사업은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요?
노 철 본부장: 현재 2가지 게임을 개발 중이고, 빠르면 8월 말 혹은 9월 초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한국의 경우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는 관계로, 다른 국가의 앱스토어에 먼저 올라가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iOS 기반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 중이고, 안드로이드 버전은 시장 반응을 보고 출시하게 될 것입니다.
모바일게임 산업에 대해 전망해보자면 - 스마트폰 게임 산업은 오픈마켓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지만 그만큼 기회를 잡는 것이 힘듭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사업을 시도해서 좋은 기회를 찾은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앞으로는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금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보이고 있는 반응은, 예전에 PC가 처음 나왔을 때의 반응과 비슷합니다. 아직 기능을 100% 활용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막 보이기 시작하고,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 한 무언가랄까요.
루리웹: 하이원이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노 철 본부장: 여러 가지 요소를 전체적으로 봅니다만, 그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꼽자면 - 일단 기본기에 충실한지를 봅니다. 그래픽이 얼마나 화려한지를 중요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물론 예쁘면 좋긴 합니다만.(웃음)
그리고 온라인게임은 완성된 게임이 아니고, 게이머-개발사-퍼블리셔가 함께 완성시켜 나가는 게임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해당 개발사가 다른 주체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자사의 게임으르 발전시킬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봅니다. 또한, 이 게임이 사업적으로 가능성이 존재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인지를 평가합니다.
루리웹: 이미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디녹스와 세븐코어는 어떻게 계약이 체결된 것인가요?
노 철 본부장: 일단 퍼블리싱 장르를 MMORPG 쪽으로 결정했고, 그 중 하나를 한국형 MMORPG로 생각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모든 MMORPG들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와 같은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자들도 WOW를 많이 참고하기 시작했구요.
하지만 예전에 한국 게이머들이 재미있게 즐겼던 공성전 등의 요소들도 아직 시장에서 통하거든요. 그래서 리니지나 로한 같이 공성전-PK 등 예전에 한국 MMORPG들이 강조했던 요소들을 현대 시대에 맞게 구현한 게임을 찾았죠.그런 와중에 디녹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참고로, 디녹스의 경우에는 네오위즈게임즈가 한국을 제외한 국가의 판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이원은 국내 판권만 가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디녹스를 개발한 엔제이인터렉티브도 국내 판권을 두고 많은 업체와 검토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게임을 테스트한 후 가장 정성들여서 피드백을 주었다고 나중에 말하더라구요. 저희가 의견을 보낼 때 게임을 이렇게 변경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까지 상세하게 적어서 보냈거든요. 그런 모습이 좋게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개발사 측도 저희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대부분 동의했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임해주고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종료된 1차 CBT 결과를 보니, 저희의 생각이 잘 먹힌 것 같습니다. 더 노력하면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세븐코어는 게이머의 성장 동선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 굉장히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앞으로 저희와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도 많은 것 같구요. 개발진분들도 경력이 오래된 분들이라서 믿음직했습니다.
루리웹: 하이원이 퍼블리싱 계약을 추진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노 철 본부장: 투자에 가까운 퍼블리싱, 즉 기획만 되어있고 아직 게임은 만들어지지 않은 단계에 있는 업체와는 계약하기 힘듭니다. 저희가 계약을 성사시키려면 내부 관계자 분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게임 기획서만 보여드리면 이게 어떤 게임인지 파악하시기 힘들어하시거든요.
따라서 게임이 어느정도 만들어졌는지,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온 게임들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단계까지 올라와있는 게임들이 시장에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있다고 해도, 이런 게임들은 기존의 대형 퍼블리셔들과 경쟁을 붙어야 합니다. 게임 산업을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하려면 기획 단계에 있는 게임도 가져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힘든 상태입니다.
루리웹: 1차 CBT를 실시한 2개 게임의 장르가 MMORPG로 동일합니다. 의도한 것인가요?
노 철 본부장: MMORPG는 세상을 반영한 게임이기도 하고, 인간의 다양한 욕구가 반영되는 게임입니다. 다른 장르, 특히 캐주얼 게임 쪽은 게임 한 두 개가 히트를 치면 다른 게임들은 진입하기가 매우 힘들어지는 시장입니다. 반면, MMORPG는 큰 게임과 작은 게임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게임 장르에서 이것이 가능한 것은 MMORPG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하이원은 초기에는 MMORPG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나중에 게임이 잘 되서 하이원이 운영하는 게임 포털의 덩치가 커지면 다양한 장르를 수용할 것입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찾는 게임 포털이라면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맞거든요.
1차 CBT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비슷한 시기에 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하이원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게임을 한 개만 테스트하고 빠지는 것보다는 2주에 걸쳐 2개를 테스트 하는 것이 하이원의 브랜드를 알리고 다수의 게이머들을 확보하는 데는 좋거든요. 물론 2주 동안 고생한 운영진 등 다른 직원들에게는 미안합니다만...
루리웹: 디녹스의 경우에는 해외에서 서비스되는 버전과 제목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노 철 본부장: 제목만 변경된 것이 아니라, 그래픽도 전체적으로 화사하게 변경됐고 캐릭터 외형도 한국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게 고쳐졌습니다. 시스템도 수정된 것이 많아서 전체적으로 보면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참고로 디녹스라는 제목은 낮과 밤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를 합친 후 그것을 짧게 줄인 것입니다. 디녹스의 특징 중 하나가 낮과 밤에 따라 PK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이거든요. (낮에는 다른 진영간의 PK만 가능, 밤에는 같은 진영끼리도 PK 가능)
한 때 디녹스 플래쉬광고에 나왔던 친구를 죽였다라는 문구는, 낮에 같이 파티 플레이를 즐겼던 게이머를 밤에 PK로 죽였다라는 뜻을 함축한 것입니다. 참고로 그 광고 문구는 정부 측의 지적을 받아서 수정됐습니다.
루리웹: 디녹스 CBT 첫날에 서버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노 철 본부장: 저희가 해외 버전에는 없는 ‘양탄자’(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일종의 탈 것)를 도입했고, 여러 가지 시스템들을 수정했습니다. PK 시스템을 추가한 것도 있고, 몬스터 배치라든지 전체적으로 게임이 해외 버전과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로 인해 시스템에 부하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많아지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데 저희는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했거든요.
1차 CBT 첫 날 상황을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 #8211; 일정 수의 게이머들이 들어간 후에는, 다른 게이머들이 밖에서 진입을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서버를 내려서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는데, 바로 파악이 되질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차라리 솔직히 인정하고 첫 날 테스트를 이대로 끝내는 것이 게이머분들을 위한 조치라고 생각해서 첫 날 테스트를 예정보다 일찍 종료했습니다. 그 상태로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게이머분들을 오히려 더 피곤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운영팀이 밤새 작업을 한 결과 다음날 오전에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그래서 CBT 2일차 부터는 큰 문제없이 테스트가 진행됐습니다. 서버가 다운되면 게이머분들에게 보상 아이템을 드리는 이벤트도 마련했구요. 뒤돌아보면 많이 아쉽습니다. 첫 날에 그 문제만 없었다면 더 좋은 성과를 거뒀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임해주신 게이머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루리웹: 해외 디녹스에서는 왜 ‘양탄자’가 도입되지 않았나요? 이동을 빠르게 하면 편할텐데…
노 철 본부장: 이동을 빨리 하는 도구는 굳이 필요 없다는 반응입니다. 서양 게이머들은 ‘이동도 모험의 한 과정이다’ 라고 인식하거든요. 반면, 한국 게이머들은 이동이든 레벨업이든 ‘빨리빨리’를 원하죠. 특정 장소에 가야하는데 중간에 큰 산을 돌아가라고 하면 게임을 접기도 하는 것이 한국 게이머들입니다. (웃음)
비슷한 예로 던전에 있는 ‘계단’도 있습니다. 보스를 만나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던전이 있는데, 여기서 점프를 잘못하면 그냥 죽습니다. 다시 가려면 1시간 가량을 다시 걸어가야 합니다. 서양 게이머들은 점프를 잘 해서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모험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죽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한국 게이머들은 점프를 잘못해서 죽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다음 테스트 때 수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루리웹: 2개 게임의 1차 CBT 결과는 어떤가요? 수치가 어느 정도 정리됐나요?
노 철 본부장: 구체적인 수치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 정한 목표수치는 넘겼습니다. 이 게임들을 즐기기 위해 하이원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2주일 동안 게임 2개를 서비스하면서 화제도 됐구요. 디녹스는 1차 CBT에서 서버를 2개 운영했을 정도입니다.
루리웹: 지금까지 하이원이 서비스한 게임들 중 가장 성과가 좋은 게임은 무엇인가요? 또한 앞으로 서비스할 게임들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노 철 본부장: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웹게임 삼국지존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웹게임 시장이 크지 않아서 회사를 이끌어갈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직원들이 성과를 공유할 만한 정도도 안되구요. 앞으로 서비스될 2가지 MMORPG 디녹스와 세븐코어가 잘 되야 후속 퍼블리싱 계약 등의 각종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 같습니다.
루리웹: 공기업의 자회사가 게임 산업을 하면 발 빠른 대응이 힘들 것 같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실제로 업무를 해보시니 어떠신가요?
노 철 본부장: 일단 공기업과 사기업은 추구하는 바가 다릅니다. 공기업은 세상을 위한 복지를 추구하고, 필요하다면 손해도 감수합니다. 이런 구조에 맞는 틀과 절차가 있습니다. 규정, 절차, 규제 이런 단어들이 중요하죠. 반면, 사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임직원의 수익, 고객만족을 추구합니다.
이런 차이로 인해 공기업에서 게임 산업을 진행하는데 힘든 부분은 분명 존재합니다. 의사결정이 느려진다든지, 의사 결정을 완료한 후에도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실행된다든지…
반면, 장점도 있습니다. 일단 결제를 받고 정해지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추진을 계속 할 수 있습니다. 초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되는 일은 없습니다. 사기업에 비해서는 좀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는 것이죠.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일단 추진되기로 결정된 게임은 어떻게든 테스트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각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영역 범위에서는 각자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그리고 공기업의 자회사다보니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도 장점이죠. (웃음)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제도는 지금 열심히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루리웹: 모기업 관계자분들의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노 철 본부장: 온라인게임 이라는 것은 패키지 게임처럼 완성된 것이 아닌데, 모기업 관계자분들은 저희가 퍼블리싱 계약을 하면, 완성된 게임을 사오는 것으로 인식하십니다. 그래서 퍼블리싱 계약이 체결된 후 다음 달에 바로 매출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십니다. CBT나 FGT등의 중간 단계가 약 1년간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시고, 설명해드려도 그 단계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이해를 잘 못하십니다.
그래서 디녹스와 세븐코어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을 때 “이제 다음달부터 매출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참 난감했죠. 이제부터 1년 간 열심히 만들고 테스트해서 그 다음에 매출이 나오는 것인데…아무래도 강원랜드에서는 기계를 구입하면 바로 다음날부터 바로 수익이 나오는 방식으로 사업이 전개되다 보니, 초기 투자가 필요한 사업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 팀 세팅하고 약 6개월 만에 2개 게임의 OBT를 실시했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것입니다. 다들 경력자들이라 우리가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서로 축하하고 대견하다고 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윗분들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시다보니 별 감흥이 없는 것입니다. 직원 한 명이 7월에 홈페이지 만들고, 8월에 CBT하는 등 6개월 동안 다른 회사들이 1년 이상 할만한 일을 한 건데...
루리웹: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노 철 본부장: 직원들이 경험도 풍부하고 팀워크도 좋습니다. 게임에 대한 열정도 높아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합니다. 보통 공포의 외인부대라고 하면 개개인의 능력은 좋지만 팀워크가 떨어지는데, 저희 직원들은 다양한 업체에서 모인 외인부대인데도 팀워크가 잘 맞습니다.
루리웹: 강원랜드에서 운영하는 카지노와 게임, 술, 담배가 묶여서 ‘중독산업’이라고 비판을 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노 철 본부장: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기 마련이죠.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말이죠. 그런데 원인으로 거론될 만한 산업 중에서 게임 산업을 비판하는 것이 가장 부담이 없는 것입니다. 다른 산업은 대기업이나 정부가 연관된 산업이다보니 비판하기가 부담되는 것이구요.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최근에는 게임 기업들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중장년 층이 게임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도 영향이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영화관에 가는 것은 건전하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세대가 영화를 즐기고 이해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관에 가는 것을 문제삼지 않죠. 하지만 게임은 젊은 사람들만의 문화이고, 중장년 층은 거의 즐기지 않습니다. 이 차이가 큽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발생한 사건들(어머니 살해 사건 및 아이 유기 사건 등)의 심층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정말 게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를 말이죠.
루리웹: 공기업의 자회사이고, 모회사가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셨나요?
노 철 본부장: 일단 퍼블리싱 계약을 하는데 있어서 ‘표준 계약서’라고 할 만한 것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퍼블리싱 계약을 할 때 계약서에 들어갈 내용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의가 길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 졌습니다. 덕분에 앞으로 다른 업체와 퍼블리싱 계약을 할 때는 시간이 좀 덜 걸릴 것입니다.
루리웹: 혹시 개발사를 인수하시는 것도 추진하시고 계신가요?
노 철 본부장: 개발사를 인수하는 것도 게임 산업을 운영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 구조에서 개발사를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루리웹: 태백 사무소에서 근무할 개발자를 뽑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태백에서 일할 경우 복지나 인센티브를 자랑하신다면?
노 철 본부장: 일단 태백에서 근무하시면 기숙사가 제공됩니다. 아무래도 문화적인 단절이 문제인데, 인터넷으로 극복 가능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팀워크만 맞으면 굉장히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주변 공기도 좋구요.
성과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 중인데 이것이 작동되면, 노력했던 사람들이 과실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체계가 될 것입니다. 노력한 사람 따로 있고,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는 현상은 없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각종 수당, 인센티브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이원은 서울 사무소와 태백 사무소로 나눠져 있습니다. 태백 사무소에는 3개 개발 스튜디오가 있고, 서울 사무소에는 게임 운영팀, QA 팀, 사업팀, 해외 사업팀 등이 있습니다.
루리웹: 최근 하이원 대표이사가 사임해서 현재 대표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있습니다. 하이원의 게임 산업에 영향을 주지는 않나요?
노 철 본부장: 한 기업의 수장이 없으면, 작은 일을 결정할 때는 괜찮아도 큰 일은 결정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아무도 결정하기 싫어하는 것들을 결정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결정을 내려 줄 사람이 없는 것이죠.
참고로 하이원 대표이사의 업무는 내부 구성원들이 믿을만한 비전을 심어주는 것과 이를 계획/실행할 수 있는 인력을 뽑아주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는 분이 대표이사로 오신다면 지금보다 약간은 활발하게 게임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표이사가 변경된다고 해서 기존 사업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것도 공기업 자회사로써 갖는 장점 중 하나랄까요. 지금도 게임 퍼블리싱 계약은 가능합니다. 퍼블리싱 계약을 위해 필요한 자문위원회 등의 절차는 그대로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이사는 아직 공석입니다만, 좋은 분이 오시겠죠?
루리웹: 전체적인 2011년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추가로 퍼블리싱 계약을 추진하실 것인가요?
노 철 본부장: 원래 계획은 디녹스와 세븐코어의 OBT를 연내에 실시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로써는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는 단계입니다. 내부적인 환경도 그렇지만 하반기에 대작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외부적인 환경도 만만치 않다보니...
그리고 퍼블리싱 계약은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쉽지는 않습니다. 단, 저희가 개발사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 우리와 같이 시작을 하면 한꺼번에 많은 게이머들을 모을 수는 없지만, 오래 남게할 수는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저희와 계약을 하면 저희가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할 것입니다. 다른 업체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면 그 업체의 대표 게임이 되기 힘들지만, 저희와 계약을 체결하면 그 게임은 하이원을 대표하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점 때문에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업체도 있습니다.
루리웹: 지스타 2011에는 출전하시나요? 신작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 철 본부장: 아쉽게도 B2B만 나가게 됐습니다. 나중에 게임 산업이 잘 되면 B2C에도 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리웹: 하이원이 게임 업계에서 추구하는 위치나 담당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노 철 본부장: 기업 규모로 따지면 N사(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NHN 등의 업체를 말함)들과 나란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역할에 대해서는 - 게임 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구조에서, 개발사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고, 저희 스튜디오의 개발자들도 해보고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를 해주고 싶습니다. 실제로 지금 자금이나 기회가 절실한 개발사들이 많습니다. 게임 개발사로서도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청춘을 마쳐서 만든 것든 것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안정된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개발사가 되고싶습니다.
루리웹: 마지막으로 하이원을 지켜보는 게이머들과 관계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노 철 본부장: 하이원은 공기업의 자회사라서 게임 산업을 추진하는데, 시행착오도 있었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설득과 제도 개선을 통해서 저희에게 맞는 부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게임 서비스는 어느 게임업체 못지 않게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변신하고 다짐하는 회사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태백 지역주민분들이 기대와 의지를 버리지 않고 지켜봐주시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 즐거움을 느끼고 대가를 지불할 만한 게임들을 세상에 내보내고 싶습니다.
노 철 본부장이 업무하는 모습
인테리어가 전체적으로 연두색인 것은 하이원 로고가 연두색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이원 로고
하이원이 루리웹 회원들을 위해 보내준 사진과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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