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모탈 셸 | 출시일 | 2020년 8월 18일 |
개발사 | 콜드 시메트리 | 장르 | 액션 RPG |
기종 | PS4 / Xbox One / PC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Sawual |
새벽, 처음 만난 메인 보스인 첫번째 순교자를 처치하기 위해 거듭된 시도를 하던 중이었다. 미처 준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길을 잘못 들어, 이 보스를 죽이지 않으면 이 필드에서 나갈 수 없는 상황. 까짓거 잡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시도하기를 두시간. 준비한 회복 물품은 다 떨어졌고 소모 아이템도 바닥났다. 이제 정말 남은건 피지컬과 오기 뿐.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하는 허탈함과 꼭 잡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함께 떠오른다.
마지막 시도라 생각하고 부활 지점 근처를 돌아다니며 회복 아이템과 결의를 모아 만반의 준비를 마쳐 다시 보스전에 입장했다. 갑자기 어림도 없던 체력 교환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모든 공격을 튕겨내고 침착하게 한 대 씩만 때리기를 반복해 딱 한 번의 공격만 맞고 1페이즈를 끝냈다. 느낌이 온다. 이번엔 깬다. 2페이즈에선 더욱 침착하게, 모든 소모성 아이템과 결의 기술을 사용하면서 차근차근 보스의 체력을 깎아냈다. 단 한 대를 남겨두고 체력을 마저 보충한 뒤 침착하게 반격으로 마지막 한방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보스는 쓰러졌다. 언제 어려웠냐는 것처럼 너무나 손쉽게도.
게임이 주는 쾌락, 그 오묘한 다양성
게임의 근본적인 목적은 누가 보아도 명확하다. 바로 플레이어에게 쾌락을 선사하는 것이다. ‘재미’ 가 아닌 ‘쾌락’ 인 이유는, 단순히 웃음이나 단발적인 재미로 표현하기엔 게임이 주는 만족감의 범주가 매우 넓기 때문이다.
이렇듯 쾌락은 다양한 범주를 가지고 있고, 저마다 서로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감정의 층위는 여러 겹이고 생각보다 복잡해서 어떤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잠깐의 유머는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스트레스의 해결과 성취감을 주지는 못한다. 그처럼 우리는 저마다 다른 게임을 통해서 매번 다른 종류의 쾌감을 얻고, 어떤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고통스러운 경험에 중독되어가는 사람의 이야기, '허트 로커'
우리는 종종 스스로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을까, 혹은 내가 이런걸 왜 좋아할까 싶은 일들을 즐기곤 한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영화 ‘허트 로커’ 에서 죽음의 길에서 겨우 벗어난 폭발물 처리전문가 제임스 중사는 결국 다시 전장으로 돌아간다. 제임스 중사는 자신이 항상 죽음의 위험에 노출되어 그를 극복하는 과정에 중독되어 있으며, 그것만이 자신을 살아있게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카타르시스(Catharsis)는 본래 정화, 배설을 뜻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대의 그리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콘텐츠였던 비극을 봄으로서 느끼는 정신적 만족감을 이 카타르시스로 칭했다. 이는 관객이 비극을 볾으로서 느끼는 등장인물에 대한 다양한 이입된 감정(연민, 불안, 분노 등)이 연극이라는 형태로 표출됨으로서 관객은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에게서 추방하고, 영혼이 정화된다는 의미다.
과거의 통론을 그대로 가져오기는 무리가 있지만,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한 개인이 주어진 고통을 극복함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이런 카타르시스의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따진다면 이 ‘소울 시리즈’ 혹은 메트로바니아 같은 극한의 도전을 이어가는 게임들은 이런 과거 그리스 비극의 현대적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극적인 시련이 주어지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이제는 연기자라는 대리인이 아니라 게임 속에서 내가 조종하는 분신이라는, 나 자신과 내가 아닌 것의 경계가 불분명한 대상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즉, 단순한 시련의 대리체험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직접 겪는 시련을 극복함으로서, 우리는 더 직접적이고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정신적 승화 과정은 모든 게임의 근간이다. 비록 그 비극적 색채나 어려움, 또는 여러 복합적인 표현에 있어서 차이는 있지만 게임은 기본적으로 과제와 규칙이 주어지고 그 규칙 안에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대전제이며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생각할 때, 모든 게임은 그렇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 ‘소울 시리즈’ 는 그 정신적 승화 과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묘사한 게임이며, ‘모탈 셸’ 은 그 정체성을 아주 훌륭하게 인용했다.
장르에 가장 잘 맞는 독창성을 찾아낸 뛰어난 안목
속칭 ‘다크 판타지’ 는 이전부터 있어왔던 테마이지만, 이를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린 대표격인 ‘소울 시리즈’ 와 ‘다키스트 던전’ 이후 다크 판타지를 다루는 비중은 상당히 늘어났다. 어쩌면 이는 21세기를 휘어잡고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테마와 일맥상통한다. 어딘가 음모론적이거나 영적이고 종교적인 비밀스러움을 담고 있으며, 음침하고 축축하며 절망적이다. 이런 비밀스럽고 절망적인 몽환스러움은 이 테마들의 주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모탈 셸의 시각적 만족감은 그 어떤 게임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모탈 셸’ 역시 음침한 다크 판타지다. 그러나 이렇게 한차례 인기를 끈 테마를 자기들의 방식으로 재창조할 때에는 수많은 실수의 여지가 있기 마련이다. 수많은 클리셰를 그저 담습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울’ 시리즈가 일본식 고전 판타지를 조금씩 뒤튼 듯한 어두운 세상을 보여준다면, ‘모탈 셸’은 그러한 ‘소울’ 시리즈 식의 다크 판타지에 H.R. 기거나 즈지스와프 벡신스키의 초현실적인 미스터리함을 녹여낸 듯 하다. 그런 느낌은 무한의 나르텍스 지역에서 가장 크게 강조된다. 거대한 흑요석을 깎아낸 듯한 몽환적인 배경과 거기서 플레이어를 기다리는, 사람을 닮았지만 괴기스러운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적들은 영화 ‘프로메테우스’ 를 떠올리게 한다. 여러 차례 다른 문화 콘텐츠에서 모티브가 되어 낯설지는 않지만 완전히 적응하기도 어려운 그런 괴기스러운 감각. 이 ‘모탈 셸’ 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선사하는 감상은 기존의 다크 판타지들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기거와 벡신스키의 느낌이 물씬한 아름다우머 공포스러운 세계
굉장히 뛰어난 그래픽과 안정적인 성능 유지는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칭찬받을 요소이며, 또한 아트 디렉션이라는 감각의 영역에서도 굉장히 뛰어나다. 이 게임 또한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들처럼 어떤 설명도 구체적으로 주어지지 않고, 시적인 문구 또는 분위기 그 자체로 게임의 내용을 전달한다. 그래서 이런 일관된 테마는 굉장히 중요하다.
때문에 이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잠깐 멈춰서서 배경을 구경하게 되는 순간은 꽤 자주 생긴다. 이곳은 대체 어떤 장소일까, 왜 이런 것들이 놓여있을까, 이 비문은 무엇이고 저 적들은 원래 무엇이었을까. 이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테마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원천이 되기도 하며, 오히려 불친절하고 표현이 극적으로 절제됨에도 세계관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탈 셸’ 의 제작진은 이 포인트를 아주 잘 짚어냈다. 미스터리한 다크 판타지라는 요소가 왜 인기를 끄는지, 어떤 부분에서는 절제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표출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주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 그동안 수많은 ‘다크 판타지’ 를 표방한 게임들이 정작 그런 부분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걸 고려하면, 이들은 아주 능숙하다.
그래서 이 게임은 공포스럽고, 신비로우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려움와 불안을 감내하면서 한 발 앞으로 내딛는 그 감각, 그게 ‘소울라이크’ 의 기본이다.
몇가지 새로움과 조율이 만든, 다른 맛의 극한의 싸움
‘모탈 셸’ 의 전투는 기본 틀은 ‘소울 시리즈’ 와 유사하다. 약공격, 강공격, 돌진공격, 회피, 패리 등 익숙한 도구들이다. 그러나 한가지 더 추가 된 요소가 게임의 전투를 특별하고 매우 재미있게 만든다. 바로 석화 능력이다. LT 에 배분되어 있는 이 능력은 플레이어 캐릭터가 취하는 어떤 동작에서도 발동할 수 있으며, 발동하게 되면 지속시간 동안 플레이어 캐릭터는 돌로 변해 일순간 멈추게 된다. 이 상태에서는 공격을 튕겨내고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몇몇 공격을 제외하고). 이 아주 간단한 기능 하나가 게임의 전투를 ‘소울 시리즈’ 와는 또 다른, 맛깔난 것으로 바꾸었다.
석화, 그리고 패링. 새로운 도구와 익숙한 도구가 모두 등장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소울 시리즈’ 에서 그 명백한 단점으로 버려지곤 했던 무기들, 공격 속도가 느리고 딜레이가 길게 붙어있던 중장병기들이 여기서는 석화를 이용해서 그 단점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공격을 준비하는 중에, 혹은 공격을 가한 직후에 석화를 사용해서 적의 공격을 한차례 튕겨내고 내 패턴을 우겨넣을 수도 있고, 또 예상치 못한 적의 공격을 순간적으로 피할 수도 있다.
석화 덕분에 우리는 더 공세지향적으로 소울라이크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경직 판정이 관대하기 때문에 석화와 회피를 마스터하게 되면 게임은 말 그대로 쉴새없이 적을 몰아붙이는 게임이 된다. 물론, 여기서 이를 조절하는게 셸의 스태미나와 체력 분배다. 아무리 방어수단이 많다고 해도 화살 한대만 맞아도 죽는 노 셸 상태로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모성 아이템은 어디까지나 보조에 역할이 국한된다.
패링이 만능이 되는걸 방지하기 위해 패링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는 또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바로 패링 불가 공격이 다가옴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등에 달린 이 인장이 붉게 빛나면 다가오는 공격은 패링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며, 회피하거나 석화로 막아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마땅한 반복성 회복 아이템이 없는 대신, 셸이 체력이 다하게 되면 본체가 셸에서 분리되고 한 번 다시 셸에 들어갈 기회를 얻는다. 다분히 하드 모드를 의식한 디자인으로서, 본체는 매우 허약하지만 막강한 스태미나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있다면 이 상태에서 전투를 해도 되고, 셸로 돌아가서 목숨을 하나 더 얻어도 된다.
회피, 패링, 석화라는 3가지 방어적 도구와 약공격과 강공격을 무기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섞어넣을 수도 있고, 그리고 시전 중에는 무적이 되는 각각의 무기 어빌리티들이 합쳐서 전투는 생각보다 매우 복합적이다. 회복 물품이 제한되는 대신에 석화나 패링에 각종 특수 효과를 부여하는 소모 아이템이 굉장히 많아서 전투는 보다 트리키하고 기술적이다.
때문에 ‘모탈 셸’ 의 전투는 에스트 병만 믿고 체력으로 밀어붙이는게 불가능하다. 전투 자체가 방어와 공격을 모두 어느정도 잘 할 수 있어야만 성립이 되고, 훨씬 더 공세적으로 나가야만 오히려 피해를 입지 않고 적을 처치하며 체력을 회복하거나 결의를 쌓는 어드벤티지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전투 상에서 더욱 공격적이면서도 더더욱 완벽을 추구하게 된다. 흔히들 이 게임이 기존의 ‘소울 시리즈’ 나 ‘블러드본’ 보다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필자는 이게 단순히 ‘난이도가 올라갔다’ 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탈 셸’ 은 결코 ‘소울 시리즈’ 보다 어려운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무기나 경우에 따라서, 보스전은 더 쉬운 경우가 많다. 단지 이 게임은 독자적인 전투의 룰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거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회복 아이템이 없다고 막막함을 느끼다가도 어느 지점부터 거점을 들리지도 않고 몹을 썰어재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게임에 익숙해지고 점점 난이도가 쉬워지는, 즉 ‘내가 강해지는’ 원리가 에스트 병 같은 회복 수단의 강화가 아니라, 정말로 게임 테크닉의 발전 그 자체로 인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 게임이 오히려 더 ‘소울’ 시리즈의 가치에 부합한다는 느낌이 든다.
제한되었지만 부족하지 않은, 변화하는 게임
이 게임에서 성장 요소는 단 두가지 존재한다. 바로 캐릭터의 몸이 되는 셸과 도구가 되는 무기다. 셸과 무기는 각각 4종류가 준비되어 있으며, 각각의 셸과 무기는 자원을 들여 새로운 기술을 해금하고, 패시브 스킬을 얻고, 공격력을 높일 수 있다. 부차적으로 소모성 아이템들을 여러번 사용하면 새로운 효과가 생기는 것까지 합쳐도 그리 많지는 않다.
셸과 무기, 그게 성장 요소의 전부다
각각의 셸이나 무기를 얻는 방법은 상당히 재미있다. 장비를 아직 얻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이를 획득하는가 하는 힌트는 단편적인 장면으로 흘러간다. 셸이 묻어져 있는 곳, 무기를 든 하데른이 향한 곳을 짧게 영상으로 알려주고, 이를 플레이어가 찾아가면 거기에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 도전을 클리어하면 보상으로서 각각의 셸이나 무기를 얻게 된다.
셸들은 체력과 스태미나 같은 스탯에서부터 해금할 수 있는 기술들, 그리고 단순한 회피기의 구성까지 모든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심지어 같은 무기를 쓰더라도 어떤 셸을 쓰냐에 따라 스태미나 소모량이 다르다.
밸런스형인 하로스는 평범해보이지만 사실 무기마다 스태미나 소모량이 가장 적다는 장점이 있다. 티엘의 경우 가장 많은 양의 스태미나와 매우 작은 체력을 갖고 있는데, 방어력도 낮아 다른 캐릭터보다 더 많이 피가 닳는데다 스태미나 소모량도 크다. 그러나 회피기가 일순간 안개가 되어 사라지는 방식이다. 솔로몬은 균형잡힌 타입이고, 무기 기술을 가장 자주 쓸 수 있으며 회피기도 석화라 좋은 편이며 셸에서 퇴출당할 시에 시간을 정지시키는 기술이 있어 생각보다 만능이다. 에레드림은 막강한 체력과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지만, 스태미나가 가장 낮고 결의가 낮아기술도 자주 쓸 수 없다.
무기 또한 셸들이 각각 RPG 클래스의 전형을 보여주듯 전형적인 특성을 띈다. 신성한 검은 강한 일격을 가진 밸런스형 근접 무기이며, 순교자의 검은 얼음 속성을 부여하거나 광역 빙결을 걸 수 있고, 매우 긴 리치와 느린 속도를 자랑하는 무기다. 그을린 곤봉은 속도가 가장 느리지만 타격이 강해 적을 날려버리거나 다운시키고, 불속성으로 태워버려 높은 추가 데미지를 준다. 망치와 칼은 전형적인 속공형 무기로, 연타와 광역, 1대1 데미지를 커버하는 전방위 무기다. 유일한 원거리 무기이자 보조 장비인 발리스타주카는 주무기로 쓸만한 물건은 아니지만, 충분히 전투에서 조커가 되어주는 성능과 특징을 지녔다.
이처럼 캐릭터나 장비의 종류가 매우 많지는 않지만, 충분히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춘 조합을 갖출 수 있을만큼의 차별화와 조합 시너지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주로 사용한 순교자의 검은 같은 무기를 쓰더라도 이를 솔로몬으로 쓰느냐, 에레드림으로 쓰느냐에 따라 운영이 사뭇 달라진다.
그러나 플레이어 캐릭터의 성장은 사실 여러곳에 숨겨져 있다.
플레이어가 발전할수록, 세계는 급변한다.
이 게임은 상당 부분 비밀 요소로 채워져 있으며 기본적으로 있어야할 것 같은 기능이나 시스템들은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하나씩 해제된다. 예를 들어 수녀 게네사 사이를 순간이동 할 수 있는 기능은 한 셸을 모두 개방하고 나서야 열리게 되며, 각종 소모성 아이템들도 처음에는 전혀 쓸모 없어보이지만 반복 사용하여 숙련을 올리면 그제서야 새로운 유용한 기능이 개방되는 식이다. 그래서 이 게임의 첫 인상은 좁고, 부족하고, 답답한 게임 같지만 점점 더 진행해나가면서 모든게 열리고 나면 비로소 완성된 형태로 보이게 된다.
때문에, 겉보기에 이 게임은 매우 불친절해보이고 실제로 그런 부분들이 있지만, 불편한 게임은 아니다. 하나씩 알아가고 파악하게 되면 이 게임이 어떤 룰 아래에서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고, 그때부터는 이 룰을 오히려 적극 이용해서 게임을 파헤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불친절함 또한 하나의 핵심 요소인 장르 특성상, 이렇게 시스템을 구성하는건 당연한 선택이 아니었나 한다.
시련으로 시작해 시련으로 끝나는, 레벨 디자인의 미학
‘소울 시리즈’ 가 부여하는 시련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일목요연함이다. 분명 이 게임의 엔딩을 보게 하는 거시적인 목표가 있지만, 당장 무엇을 해야하는가 하는 미시적인 목표는 단 하나여야 하며,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과 도구는 간단해야 한다. 그러나 간단하다는 말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레벨 디자인은 이 장르의 정수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레벨 디자인이다. 이 부류의 게임들은 목표를 어떤 대사나 시스템적인 명시로 알려주지 않는다. 맵 자체가 목표를 가리키는 표지판이자 그 목표를 이뤄내는 도구인 셈이며, 그래서 각 세부적인 챕터들은 시작과 끝이 명료해야 한다. 더불어 ‘소울 시리즈’의 맵은 이렇게 한 구역의 시련을 이겨내면, 그 구역은 자연스럽게 각종 숏컷과 기믹으로 기존의 맵에 녹아들어 거대한 순환 고리에 편입된다.
이런 레벨 디자인은 메트로바니아 장르를 원조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메트로바니아에서 레벨 디자인은 단순히 플레이어 캐릭터가 딛고 서있는 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플레이의 목적이면서 수단인 ‘발판’ 을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또다시 고대 그리스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빗대보자면,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이 이 분야의 모범이라고 볼 수 있다. 각각 주어진 순서에 따라 명확한 목표 제시를 통해 당장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해결해야 하는가 하는 명확한 미시적 목표와 함께, 이 과업을 모두 달성할 때 주어지는 거시적인 보상이 합쳐져서 점점 더 상승하는 큰 도전의 굴레에 들어가게 된다.
‘모탈 셸’ 의 레벨 디자인은, 아직까지도 이 장르에서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레벨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다크 소울 1’ 에 미치지는 못한다. 그 방향성도 상당히 달라서, 거대한 순환 구조였던 ‘다크 소울 1’ 이나 ‘다크 소울 3’, ‘블러드본’ 이 아닌 거점을 중심으로 한 방사형 구조였던 ‘다크 소울 2’ 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세갈래의 지역이 나뉘어져 있으며, 각 지역은 지역의 보스를 처치하게 되면 영구히 일부 구조가 바뀌어버린다.
그러나 ‘다크 소울 2’ 보다는 분명 더 나은 레벨 디자인을 보여준다. ‘다크 소울 2’ 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많은 갈래로 뻗어나 있는 목적지 때문에 지금 당장 목전에 둔 목표가 무엇인지 정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보스에게 도전했다가 어려워서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또다시 난관에 부딪혀서 다른 길을 택하고,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비슷비슷하게 어렵고 곤란한 문제들이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모양이 되어 플레이어의 선택은 ‘포기’ 로 향하곤 했다.
‘모탈 셸’ 역시 방사형이기는 하지만, 3개의 보스가 기다리는 3개의 목적지에 각각 셸과 무기를 배치함으로서 새로운 셸을 얻고, 새로운 무기를 얻는 중간 중간의 소소한 성취 요소를 집어 넣음으로서 일단 한쪽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도록 만든다. 또 상대적으로 작은 맵의 크기 덕분에 산만함이 줄어들어 보인다는 영향도 있다.
맵에 배치된 각종 오브젝트는 분위기를 계속 유지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3개의 보스가 동등한 순서가 아닌, 나름대로 의도된 순서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예는 혼자서 클리어하지 않으면 이전 지역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디자인 된 ‘첫번째 순교자’ 다. ‘첫번째 순교자’ 가 등장하는 지역은 혼자서만 또다른 보스가 입구를 지키고 서있도록 만들어진데다, 이 중간 보스인 ‘노예가 된 그리샤’ 를 처치하고 나면 이제 ‘첫번째 순교자’ 를 처치하지 않고서는 이전 지역으로 돌아갈 수 없다.
보스들을 하나씩 찔러보다가 팔그림으로 돌아와 방황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이 ‘노예가 된 그리샤’ 는 다음 지역으로 가는 미끼가 되어준다. 그동안 잡아왔던 다른 미니 보스인 그리샤들과 큰 맥으로는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불가항력적으로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안치된 성소’ 지역에 들어서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결국 ‘첫번째 순교자’ 를 처치한 뒤 샘을 획득하자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세계를 마주하고 나면 이제 이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도록 디자인 되었는지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3개의 보스 중 이 ‘첫번째 순교자’ 의 지역만 이렇게 레벨 디자인이 되어있는 부분은 의아하기도 하며, 차라리 3개의 보스가 모두 그렇게 디자인 되어 있다면 차라리 플레이어들이 ‘하필 이쪽을 골라서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한다’ 고 억울하게 느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향은 세 보스 모두 깨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되, 이 게임의 보스 지역들은 이런 방식으로 되어 있음을 미리 직간접적으로 알려주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정리하자면, ‘모탈 셸’ 의 레벨 디자인은 ‘소울 시리즈’처럼 완벽한 메트로바니아식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다크 소울 2’ 에서 단점이 되었던 방사형 구조를 띄고 있지만 이를 잘 풀어냈고 그 특징을 활용한 ‘모탈 셸’ 만의 플레이 구조를 구축했다.
이런 레벨 디자인의 활용에는 무한히 반복 사용이 가능한 회복 아이템(에스트)이 없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사실 ‘소울 시리즈’ 에서 에스트 병은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효과이지만, 게임 내에서는 플레이어가 거점에서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는가 하는 한계 거리를 설정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에스트 병을 업그레이드할수록 더 많은 적을 처치하면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고, 그렇게 다음 화톳불-거점까지 가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탈 셸’ 에는 그런 재활용 가능한 회복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한 번에 거점을 떠나서 다닐 수 있는 여정의 길이는 플레이어가 숙련되기 전까지는 제한되어 있으며, 이 한계는 추후 회복 아이템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점점 해결하여 늘려나가게 된다. 셸을 업그레이드 하여 적을 처치하고 추가 목숨을 얻을 수 있게 하거나, 패링으로 소모한 체력을 회복하는 등.
그래서 ‘소울 시리즈’ 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모험이 계속 되게 된다. 일단 ‘소울 시리즈’ 는 화톳불이 있으면 무조건 사용하고, 다시 생기는 몬스터도 에스트 병으로 버티며 해치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반복의 과정인데, ‘모탈 셸’ 에서는 일부러 거점을 활용하지 않고(거점을 사용하면 몬스터가 재생성되기 때문에) 거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체력을 관리해가면서 최대한 멀리 나아가고 탐험하는게 기본적인 모습이 된다.
이처럼, ‘모탈 셸’ 의 레벨 디자인은 비록 그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고 구조적으로 완벽한 복잡함을 갖추지도 못했으며 같은 필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는 한계성을 띄고는 있지만, 그 안에서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 특성들을 활용해 오히려 개성 있는, 특색있는 모험의 방식과 무대를 만들어냈다. ‘다크 소울’ 같은 AAA게임으로서 굉장히 많은 수의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지 못한 소자본 소규모 개발팀이 만들어낸 하프 프라이스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는 필수적이면서도 굉장히 영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각 지역의 보스를 처치하고나서 샘을 획득한 후, 잔뜩 어두워지고 안개에 둘러싸여 한층 더 세기말 분위기를 내는 필드를 다시 가로질러 팔그림으로 향할 때다. 귀중한 물건을 들고 지역을 탈출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그런 절박함이 짙게 묻어나오며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한 이런 감각은 기존 ‘소울 시리즈’ 와 다른 깊은 맛을 낸다. 만약 샘을 얻자마자 그냥 순간이동을 통해서 팔그림으로 올 수 있었다면 이런 간절함이나 극적인 느낌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모탈 셸’ 의 개발자들이 정말로 ‘소울 시리즈’ 를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회복 아이템이 없는 이유는 그것이 전투의 지속력 뿐만 아니라 필드 탐험의 지속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 그리고 하나가 빈 자리를 석화와 셸 시스템으로 멋지게 채워넣었다. 그래서 ‘모탈 셸’ 에서 맵을 탐방해나가는 모험은 ‘소울 시리즈’ 의 그것과 닮아있으면서도 독창적으로 다르다.
약간의 아쉬움 – 에픽(EPIC)하지 않은 몇몇 보스들
다만 이런 소울라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보스전투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제는 보스마다 상당히 크게 차이나는 난이도다. ‘노예가 된 그리샤’ 는 처음 마주하게 되는 보스로서 적당하고, ‘첫번쨰 순교자’ 나 ‘두 번 태어난 크루식스’ 는 각 지역의 최종보스라는 자리에 걸맞게 다양한 성가신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충분히 위압적인 전투력을 뽐낸다. 컨셉 또한 좋은 편이다.
그러나 ‘완고환 임로드’ 나 최종 보스인 ‘해방된 자’ 는 지나치게 패턴이 단순하고 난이도가 쉬운 편이다. 특히나 무기 중 하나인 ‘순교자의 검’ 을 충분히 업그레이드 하는 순간 대부분의 보스전의 난이도는 급전직하하는데, 무기 어빌리티로 적을 얼리기 시작하면 안정적으로 굉장한 데미지를 누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종보스의 경우 풀 업그레이드 셸과 순교자의 검으로 단 1트 만에 클리어 할 수 있었다. 이 무기는 비단 보스전 뿐만 아니라 게임의 전체 난이도를 상당히 다운시켰다.
특히 솔로몬 같은 캐릭터는 회피의 성능이 굉장히 좋아서 한 번 회피 판정이 나면 그 공격은 무조건 맞지 않고, 무적 시간도 길다. 때문에 연타 패턴 위주인 ‘두 번 태어난 크루식스’ 같은 보스는 매우 위협적이지만 ‘해방된 자’ 처럼 동작이 크고 단발 위주의 보스는 회피만으로도 아주 손쉽게 요리할 수 있다. 여기에 석화라는 기능의 만능성까지 더해져서 후반부 이 게임에 적응할만큼 적응한 플레이어들에게 이 보스들은 더 이상 막막한 벽이 아니다.
몇몇 보스는 너무 쉽고, 몇몇 무기는 너무나 강력하다
더불어 보스전에서 공통되게 부족한 부분은 바로 사운드다. ‘소울 시리즈’ 들은 언제나 보스전에서 위압적이고 분위기가 한창 고조되는 명 음악들을 깔아주었고 이것이 감정이 들끓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확실히 이 게임은 전반적으로 사운드의 활용이 아쉽다. 물론 아예 없거나 심각하게 부족한 편은 아니고, 샘을 들고 안개를 뚫고 갈 때나 평상시의 분위기를 만드는데는 탁월한 편이지만, 보스전을 부각시키는데 아주 좋은 수단인 보스전 전용 음악이 미비하다는게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이 게임에서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된 난이도를 유지하는데는 실패했다. 특정 무기의 밸런싱이나 후반부 보스 난이도 같은 부분에서 약점을 보인다. 다행히도 그것이 모든 게임을 무너뜨릴 정도에는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다회차 요소와, 1차적인 보호 요소인 셸이 없이 플레이하도록 하는 노 셸 모드의 존재로 인해 이 게임은 여전히 극한 난이도의 도전을 제시하고 있기에 결정적인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단지 노 셸 모드 같은 극한의 도전과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이 겪게되는 도전의 난이도 갭이 너무 큰 편이고, 특정 무기나 특정 보스 같은 일부 요소에서 밸런싱에 실패한 부분이 눈에 띌 뿐이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 - ‘소울라이크’ 가 우리에게 주는 것
서두에 꺼냈던 과정과 그 의문에 대해서 스스로 답해보고 싶다. 우리는 왜 이런 자기 파괴적인 게임을 플레이하는가? 이런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 모두가 한 번 쯤은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을 질문이다. 나는 왜 이걸 하고 있지? 이렇게 힘든데 왜 이걸 계속 붙잡고 있는거지? 그런 의문을 품고 언제나 위험으로 가득찬 필드를 넘어 강력한 적을 대면한다. 그러나 그 시련을 극복하고 올라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의문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필자가 ‘다크 소울’ 같은 자기 파괴적인 게임을 말할 때마다 꺼내는 주제가 있다. 프로이센의 유명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영원회귀론'은 이런 반복된 자기 파괴와 도전을 해석하는 좋은 단서다.
영원회귀론은 모든 삶의 요소를 하나의 사이클 안에서 무한히 되풀이되는 굴레로 보며, 그래서 현재는 과거와 미래와 동일시 되기 때문에 단 한 순간이라도, 그것을 모든 순환의 시점을 담고 있는 영원으로 볼 수 있으며 순환하는 미래의 결과에 따라 그 과정은 모두 동일한 질을 지닌다는 것이다.
국내 학자 고병권은 영원회귀론에 대해 “낡은 삶이 부여하는 의무와 규율을 거부하며 사자처럼 으르렁댈 수도 있고, 약물을 복용해서 그 고통에서 도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체로 결코 긍정이 될 수 없다… (중략) 여기서 우리는 긍정의 아주 중요한 성질을 발견한다. 어떤 행위가 긍정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다음의 긍정에 의해 긍정될 때이다. 파괴가 긍정의 질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 번 생성이 있어야 한다. 즉 다음 번 생성의 긍정을 통해 파괴는 부정이 아닌 긍정이 되는 것이다.” 라고 저서에서 말한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 말을 게임에 대입한다면, 우리가 이 게임을 하면서 실패한 그 수많은 순간들은 결국 우리가 마침내 성공하는, 해내고 마는 그 지점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을 하는 모든 순간이 긍정적일 수 있다. 도전이라는 파괴의 과정은 클리어라는 결과로 긍정적인 것이 된다. 그래서 이미 시작한 이상 성공할 때까지 멈출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에 있는 것이 바로 ‘소울라이크’ 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다.
15명의 재능이 만들어낸 완벽한 인용
그동안 수많은 게임이 ‘소울라이크’ 로 불리면서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울라이크’ 는 독창성을 위해 ‘소울’ 에서 버려서는 안되는 것들을 버리고, 너무나 취하기 쉬운 변화들로 게임을 채워왔다. 과연 이것이 ‘소울’에 어울리는가 하는 심도있는 고려나 ‘소울’ 에 맞춰서 다시 깎아내는 과정 없이 다른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소들을 ‘소울’ 에 억지로 이식했고, 결국 아류일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이 망해도 고양이는 여전하다.
그러나 ‘모탈 셸’ 은 그와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했다. 대중성을 위해 난이도를 낮추지 않으면서, 전투의 다양화를 위해 복잡한 액티브 스킬을 덕지덕지 붙이지 않으면서, 협동 시스템이나 그저 양적으로 늘어났을 뿐인 장비를 투여하지도 않으면서, 적절한 뺌과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그 뺀 부분을 채워넣는 선택을 함으로서 ‘소울 시리즈’ 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테이스트를 가졌다.
‘소울라이크’ 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소울’ 을 더 많은 사람이 할 수 있거나, 또는 보다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거나, 실수해도 상관이 없는 게 아니다. 그동안의 다른 아류작들은 ‘소울’ 을 이미 있는 다른 게임으로 변화시키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모탈 셸’은 그 원류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자신들이 고안한 독창성(석화, 아트 디자인, 셸 시스템)을 더하여 새로운 원류를 만들어냈다. 이 게임은 그저 아류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뛰어나다.
그럼에도 대중적인 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애초에 이 장르 자체가 마니악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와 하프 프라이스 게임이 받게 되는 편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게임은 15명이서 만들어 낸, 3만원 짜리 하프 프라이스 게임이다. 당연히 '다크 소울 3' 같은 GOTY 급 AAA 게임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부터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의 결과물이 그들의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자원의 한계를 넘어선 대단한 물건임은 분명하다. 인력 부족에서 오는 볼륨 부족, 음향 등에서의 한계를 파악하고 독창성으로 만회하고자 한 의도와 그 결과물은 굉장히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참으로 만족스러운 15시간이었다. 단 4명으로 시작한 게임 스튜디오가 15명의 인원으로 만들어낸 이 게임은 세상의 그 어떤 게임들보다 왜 우리가 ‘소울’ 시리즈에 열광하는지를 면밀히 연구해냈고, 그걸 자기들의 독창적 방식으로 만족시키고자 한 결과물이다. 많은 이들이 이 게임이 하프 프라이스이며 무명 개발사에서 제작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요소에서 그 어떤 AAA 게임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충분히 메인스트림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실 이 게임은 풀프라이스였다 하더라도 돈이 아깝지 않은 게임이다.
콜드 시메트리는 4명으로 시작해 단 15명이서 이 게임을 만들어냈다.
그저 경의를 표한다.
과거 일본의 유명 개발자 이나후네 케이지는 한 강연에서 “과거의 게임 개발은 소수의 천재들이 여러가지 작업을 동시에 해내는 영역이었지만, 현재의 게임 개발은 역할 분담을 통해 많은 전문가들의 분업에 의해 이루어진다.” 고 말하며, 그러나 현대의 인디 게임 개발은 오히려 과거의 게임 개발과 비슷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모탈 셸’ 은 필자에게는 게임 개발은 역시 창조자의 재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필요 이상의 자본과 인력이 있더라도, 재능있는 개인이 없다면 무의미하다.
이는 영화계와 일맥상통한다. ‘기생충’ 을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봉준호와 그의 제작 사단, 그리고 연기자들의 능력과 이를 알아 본 투자자들의 적절한 자본 투입이 있었기 때문이지, 무분별한 자본과 인력의 투입이 아니었듯이 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단 15명의 재능이 이런 훌륭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앞으로 소규모 개발에서도 더 많은 명작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원류를 본딴 결과물이 인용인가, 모방인가 하는 판단은 결국 수용자에게 결정권이 있다. ‘모탈 셸’ 은 ‘소울 시리즈’ 를 가장 담담하고 단단하게 배워, 고민을 거듭해 독자 연구를 더한 작품이다. 필자는 이 게임을 인용이자 또다른 오리지널으로서 인정하고자 한다.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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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만 좋고 되게 지루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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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재밌게 하신듯 ㅋㅋ 엄청난 극찬이네요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더 큰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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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고평가 받을 게임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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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 하는거 봤는데 몇몇 보스는 버그인가 싶을정도로 패턴이 단순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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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에 써있네요 맞군요 ㅎㅎ ㅎ | 20.08.25 10: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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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세키로 보단 다크소울과 많이 가까움 | 20.08.25 14: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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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데 전 별로재미없더라구요 엄청기대하고했어요 다크소울 블본 세키로 너무좋아했어서 역시 프롬 | 20.08.26 14:00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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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IlIIllIllI
보스전 지루함 그 자체였음 | 20.08.25 10: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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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IlIIllIllI
님이 재미 없게 했다고 다른 사람은 재미있게 하면 안 됩니까? | 20.08.25 21: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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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IlIIllIllI
정말로 긴장감이 없음... | 20.08.30 01: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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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고평가 받을 게임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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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08.25 12: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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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억세스나 베타인가요? 이번에 완성돼서 나온줄 | 20.09.01 16: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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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한그릇
패러디 - 엌ㅋㅋ 오마쥬 - 오... 표절 - 어? -라이크 - 이거 그거같네? | 20.08.26 10: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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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한그릇
게임성이랑 전혀 상관 없으면 오마쥬 혼자 배끼면 표절 너도나도 배끼면 라이크 | 20.08.27 00: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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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데 내 맘에 안듦 = 표절 비슷한데 내 맘에 듦 = 라이크 마음에 들었다는 것 자체가, 뭐 하나라도 차별성이 있어서 지루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 | 20.10.17 15: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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