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가이덴 3'는 전작과는 사뭇 다른 방향을 추구함으로써 보다 많은 게이머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어딘가 초점을 잘못 짚은 듯한 기색이 역력한 변화와 혁신은 여러모로 불안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는 예상 그대로였다. 충직한 팬들은 분노와 실망에 사로잡혔고, 새로운 인구를 끌어들이지도 못했다. 닌텐도의 새로운 기기인 'Wii U'로 발매될 '닌자 가이덴 3 : Razor's Edge'는, 여태껏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유추해보았을 때 일종의 확장판임에도 원본인 3보다는 전작인 2와 더 닮아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코에이 테크모의 개발 부서인 '팀 닌자'의 수장으로서 그 동안 시리즈 제작을 지휘해 온 '이타가키 토모노부'는 윗선과의 마찰 끝에 자리에서 물러난 지 오래, 실패의 책임은 그 뒤를 이은 '하야시 요스케'에게 있었다. 문제는 닌자 가이덴 외에도 다른 작품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3D 대전 격투 게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데드 오어 얼라이브(이하 DOA)'의 신작이 발매될 것이라는 소식이 널리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만큼이나 큰 우려를 내비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7년 만의 귀환을 마냥 기뻐하기에는 상처가 너무 컸다. 아직 다 아물지도 못한 채였다.
기왕의 실패란 제작자와 소비자 양측 모두에게 있어 커다란 불행이 아닐 수 없었다. |
한 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동영상조차 아닌, 기껏해야 스크린샷 정도가 공개된 시점에서 근심 섞인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 가장 큰 원인은 캐릭터의 외양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데 있었다. 얼굴은 물론 등신의 비율 또한 좀 더 현실에 가까운 형태로 바뀌었다. 좋게 말해 비현실적인 미모였고 나쁘게 말하자면 인간보다는 움직이는 인형이란 느낌에 가까웠던 이전의 DOA에 비한다면 환골탈태라 해도 좋은 수준의 변화다. 생김새만으로도 그렇거니와 실감나는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어려워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에게라면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다만 고유한 특징 가운데 하나였던 것을 과감히 뒤엎었다는 사실은 우울한 전례가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낳기에 충분한 근거이기도 하다.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버리고 더하지 말아야 할 것을 더하는 잘못된 선택은 닌자 가이덴이란 작품을 가시밭길로 밀어 넣은 첫 번째 이유였다. 달라진 외모가 더없이 만족스러운 누군가라 할지라도 미처 짐작하지 못한 방식으로 고배를 들이켜야 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남아 있었다.
캐릭터를 선택할 때부터 눈에 띄게 드러나는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
등신비의 변화로 다리가 살짝 짧아진 것은 호불호가 갈릴 법한 변화다. |
전에 비하면 훨씬 사람에 가까워진 것이 확실하다.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DOA 5는 제법 잘 만든 대전 격투 게임이다. 그것이 자신의 그릇된 판단을 깊이 반성하며 한 단계 더 성숙해진 자세로 보다 나은 게임을 만들고자 열정을 쏟아 부은 제작자의 노력으로부터 비롯된 결실인지, 혹은 거듭된 실패를 용납할 수 없었던 코에이 테크모가 등 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거센 입김을 불어넣은 덕분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알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이번 작품을 끝으로 DOA라는 게임의 명맥이 끊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칭찬을 듣는다면 모를까, 차가운 눈빛으로 외면당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행여 모험을 피하고 과거의 성공에 안주한다는 평을 듣는다 하더라도 가끔은 강도 높은 변혁을 추구하지 않는 쪽이 정답에 가까울 때가 있다. 실력을 갖추고 재미를 붙이기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험난한 까닭에 오래 된 고객에 대한 배려를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특히 대전 격투와 같은 장르에서라면 전통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지켜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많은 부분에서 예전 그대로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새 옷을 제외하면 복장도 예전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
배경에 사용된 그래픽의 수준은 오히려 떨어진 듯한 느낌이지만, 대신 옷이 물에 젖는 표현이 사실성을 높여 주고 있다. |
DOA5 역시 이러한 불문율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아마도 그럴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기실 외적인 변화를 제외하면, 게임을 관통하는 시스템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바꾸고 싶다 해도 함부로 바꾸기 힘든 영역이다. 예컨대 홀드(Hold)가 그렇다. 사우스 타운의 지배자 기스 하워드가 처음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은 뒤 집어던지는 독특한 기술을 선보인 이래, 반격기라는 개념은 대전 격투를 비롯한 다양한 액션 게임의 기둥을 세우고 빈 공간을 충실히 채워 넣는 작업에 있어 빼먹으면 섭섭한 감초의 위치로까지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그 중 대전 격투 게임에 한해서, 반격기는 등장인물 전부가 아닌 몇몇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감초라 비유한 것처럼, 기실 좋은 격투 게임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성분이라기보다는 강약의 균형을 맞추고 특정한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등의 일에 쓰이는 조미료 쯤으로 여기는 성향이 컸던 까닭이다. DOA는 이를 모든 캐릭터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도입한 최초의 게임이다. 그것이 홀드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 전에도 비슷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다못해 대전 격투의 고전 '아랑전설 2'에도 어떤 캐릭터냐에 관계없이 동일한 상황에서 동일한 조작으로 적의 공격을 받아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했다. 그러나 DOA가 마련해 둔 체계 안에서 홀드란 기술이 지니는 위상과 무게감에 비한다면, 다른 게임에서 반격기가 펼쳐 보이는 활약이란 결국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수준에 불과한 것들이다.
홀드에 대한 언급 없이는 DOA란 게임을 논할 수 없다. |
다양한 형태의 기술로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친다. |
DOA5의 시스템은 단순하다. 플레이어가 구사할 수 있는 동작은 크게 세 가지 ― 공격과 홀드, 그리고 잡기로 이루어져 있다. 공격은 펀치와 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홀드와 잡기에도 각각 다른 버튼이 할당되어 있다. 네 개의 버튼을 이용하여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DOA 5의 기본이다. 상대방을 공격할 때에는 상단/중단/하단의 세 가지 판정을 지닌 공격들을 뒤섞어 방어를 뒤흔들며 허점을 찾아내거나 만들어내야 한다. 방어가 느슨해져 타격을 허용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 번에 최대한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공격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방어에 치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펀치 또는 킥이 어떤 판정을 지닌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파악하여 확실하게 막아낸 뒤, 공격이 막힌 직후에 발생하는 빈틈을 노려 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보통이다. 잡기의 속도가 매우 빠른 게임이기에, 많은 양의 체력을 빼앗을 수 있는 대신 도중에 막히거나 입력이 실패할 확률을 감안해야 하는 타격과 피해의 총량은 다소 적더라도 비교적 확실하고 안전한 잡기 중 어느 쪽을 되돌려주느냐가 선택의 관건이 된다. 물론 잡기는 단단한 방어를 무시하고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방어를 굳힌 뒤 허를 찌르거나 공격을 막은 뒤의 반격으로 사용하는 것이 기본. |
몇몇 캐릭터는 커맨드를 연속으로 입력하여 보다 강력한 잡기를 구사할 수도 있다. |
누워 있는 상대에게 잡기를 구사하기가 좀 더 쉬워졌다. |
다시 말해 타격과 잡기, 두 가지의 공격 수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엎치락뒤치락하기를 반복하는 것이 DOA 5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일반적인 대립의 양상이다. 이것만으로는 여느 대전 격투 게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홀드가 끼어들고 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홀드는 타격기 전반에 대응하는 기술로, 직접 공격을 가하는 대신 오직 반격의 용도로만 효과를 발휘한다. 상대방이 내민 손이나 발, 그 외 엉덩이나 머리 등등의 신체 부위가 몸에 와 닿기 직전에 동작을 구사하여 공격의 맥을 끊고 체력을 뭉텅 깎아내는 것이 홀드의 기능이자 역할이다.
플레이어는 각각 상단 공격과 중단 펀치, 중단 킥, 하단 공격을 받아치는 네 가지 종류의 홀드를 구사할 수 있다. 캐릭터에 따라서는 자신만의 특수한 홀드 기술을 몇 가지 더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것이 전부다. 상대방의 공격을 정확히 예측하여 커맨드를 제대로 입력하기만 한다면, 홀드는 평범한 방어로는 아예 막을 수 없는 공격조차도 얼마든지 반격해 내는 타격기의 천적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위기로부터 탈출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도 유효한 기술. |
각각의 무술이나 격투기의 특성이 그럭저럭 잘 반영되어 있다. |
덧붙여 상대방의 콤보에 얻어맞느라 보통의 방어가 불가능할 때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게임의 평범한 반격기와는 사뭇 다른 홀드만의 커다란 특징이다. 언뜻 넋을 잃은 상태로밖에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신나게 두들겨주다가도 얼마든지 반격을 당해 바닥을 나뒹굴 수 있다는 뜻이다. 공격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서로의 다음 수를 예측하고 허를 찌르려 애쓰는 치열한 신경전도 끝난 것이 아니다.
홀드를 사용하는 쪽에서도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효과가 뛰어나다 해서 남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잘못 내민 홀드의 빈틈을 파고들어온 공격은 카운터 판정을 발생시켜 평소보다 큰 피해를 선사하며, 행여 잡기라도 당한다면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비극인 하이 카운터로 이어지기에 본의 아니게 뼈아픈 경험을 하기 십상이다. 타격과 부딪혔을 때에는 도리어 하이 카운터를 야기하고 마는 잡기이지만, 모든 종류의 홀드를 무시하고 잡아버림과 동시에 상당한 양의 체력을 앗아간다는 것은 쓰는 쪽이나 당하는 쪽에서나 잊어선 안 될 강점이다.
홀드를 성공시킬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방어에 전념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
홀드 도중 역으로 잡기에 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
다시 말해 타격은 잡기보다 우월하고, 잡기는 홀드를 짓누르며, 홀드는 제한적으로나마 타격을 제압한다. 이처럼 세 가지 기술이 가위바위보처럼 맞물려 이루어진 삼각관계야말로 DOA라는 게임이 10여년에 걸쳐 다섯 번째 작품을 내놓기에 이르기까지 한결 같은 태도로 추구해 온 확고한 개성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수반하기 마련이고, DOA 또한 이러한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본래 홀드는 대전격투 게임의 초보자가 고수를 쓰러뜨리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일종의 도박에 가까운 요소를 넣어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시스템이었다. 첫 번째 DOA에서의 홀드란, 요즘의 관점에서 보자면 뭐 이런 게임이 다 있냐는 반응이 돌아오더라도 딱히 받아칠 말이 없을 듯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홀드 가능한 판정이 세 가지 뿐이었던 데다, 동작이 지속되는 시간도 긴 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중단 홀드만을 남발하더라도 절반 이상의 콤보를 처음부터 차단하거나 중간에 끊어버리는 것이 가능했다. 때리는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이타가키 토모노부가 의도한 그대로의 귀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승패를 결정함에 있어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으며, 지나치게 뛰어난 성능은 공격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홀드에 치중된 방어 위주의 싸움을 종용함으로써 박자가 느려지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결국 홀드는 일찌감치 중단 펀치와 킥이 따로 구분되어 내밀기에 앞서 고민해야 할 경우의 수가 늘어나고 동작이 지속되는 시간이 짧아지는 등 이런저런 수정을 거쳐 점차 약해져가는 수순으로 접어들어야만 했다.
거친 공세로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것이 요즘의 대세. |
화면 너머로 전해져 오는 생동감 만큼은 전작에 뒤지지 않는다. |
DOA 5 역시 방패보다는 창을 좀 더 우대해주기를 바라는 경향을 비껴가지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홀드를 쓰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늘어났음을 그 증거라 여겨도 좋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두 발 중 어느 한쪽이라도 땅에서 떨어져 있을 때에는 홀드를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방어를 무너뜨리는 기술을 막은 직후, 또는 공중으로 띄워 올리거나 바닥에 튕겨 오르게 만드는 형태의 기술을 맞았을 때가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추가된 것이 새로운 공격 수단인 크리티컬 버스트(Critical Burst)다. 모든 캐릭터는 크리티컬 스턴(Critical Stun)이란 특수한 상태를 유발하는 기술을 몇 가지씩 가지고 있다. 주어진 기술 중 하나로 상대방을 가격한 뒤, 스턴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다른 기술을 연이어 적중시키고 공중 콤보 등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 공격다운 공격을 완성시키는 기본적인 공식이다. 크리티컬 스턴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홀드를 써서 공격을 받아내는 것뿐이다. 따라서 반격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판정의 공격을 섞어가며 상대방을 교란시킬 필요가 있다.
이 때 용케 홀드를 피해가며 크리티컬 스턴을 유지시키다 보면 체력 게이지 위로 표시되는 하얀색 크리티컬 게이지의 양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침내 게이지가 다 닳아 없어지고 크리티컬 스턴이란 문구가 붉은 색 글자로 화면에 표시되는 순간 캐릭터마다 하나씩 지니고 있는 특정한 기술을 때려 넣음으로써 크리티컬 버스트의 발동이 성사된다. 방어는커녕 홀드마저 불가능한 몸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크리티컬 버스트의 효과다. 일단 당하고 나면, 바닥에 쓰러질 때까지는 제발 실수하기를 기원하며 때리는 대로 맞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알기 쉬운 효과를 통해 크리티컬 버스트에 성공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그 다음은 때리는 일만이 남아 있을 뿐. |
한편 공격자에게는 파워 블로(Power Blow)를 선물할 절호의 기회다. 체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만 완전한 성능을 발휘하는 파워 블로는, 이를테면 2D 격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필살기와 흡사한 기술이다. 잠시나마 버튼을 누른 채 모으는 시간이 필요한 관계로 웬만해서는 상대방의 몸에 닿는 것마저 쉽지 않지만, 크리티컬 버스트를 막 성공시켜 상대의 몸이 경직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와 같은 공격의 공식은 2대 2로 싸움을 벌이는 태그 매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두 캐릭터의 체력이 모두 절반 이하일 때 사용할 수 있는 태그 파워 블로는 상대를 저 멀리 날려버릴 때의 시원스러운 쾌감을 두 배로 증폭시켜주는 시스템이다. 그밖에 두 캐릭터가 번갈아 가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태그 콤보, 그리고 상당한 피해를 줌과 동시에 안전한 교대를 가능케 하는 태그 잡기 역시 건재하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강렬한 연출을 보여주는 파워 블로. |
구경만 해도 오금이 저려오는 강력한 태그 잡기. |
캐릭터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
반격의 기회를 강탈한 뒤 상대방을 유린하는 크리티컬 버스트의 존재는 얼핏 적극적인 공격을 좋아하는 호전적인 플레이어에 대한 과도한 편애가 아니냐는 혐의를 뒤집어쓰기에 충분한 근거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홀드에 반격 당할 위험을 무릅쓰며 기회를 잡는 것부터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고, 모든 캐릭터가 동등한 조건에서 같은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인만큼 형평성에 대해서도 딱히 논쟁을 과열시킬 여지가 없다.
어차피 DOA 5는 공격 한 가지만 잘 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그저 타격에 관련된 시스템이 하나 추가되었을 뿐이다.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수준으로 다듬어진 홀드는 여전히 타격을 제압하고 있으며, 더욱 강력해진 잡기는 여전히 홀드를 짓누른다. 기술의 조작법이나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특성 등 전반적인 구성은 전작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수준이어서, 이미 DOA 4를 질리도록 즐겨 본 사람이라면 공격에 맞춰 홀드를 입력해야 할 시점이 바뀐 것에 익숙해지는 즉시 별도의 연습 없이도 바로 싸울 수 있을 정도다. 말했다시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제작의 방향만을 놓고 본다면 상당히 보수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
커맨드가 전작과 거의 동일하고 딱히 추가된 기술이 없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 |
DOA 5는 긴 공백의 시간 동안 이제나저제나 하는 심정으로 신작을 기다려 온 지지자들에게 있어 단비와도 같은 선물임이 확실하다. 많은 사람들을 전전긍긍하게 만든 것은 시리즈의 근간을 잘못 해석한 얼토당토 않은 물건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염려였으나, 현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예측을 비껴갔다. DOA 5는 좋든 싫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적통이다. 이 경우 참신함이나 과감한 시도가 부족하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변한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크리티컬 버스트와 같은 시스템이 새로이 추가됨으로써 초심자가 넘어서야 할 문턱이 조금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버튼을 대충 연타하기만 해도 동작이 빠르게 이어지는데다 커맨드만 보고서도 어떤 동작일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조작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다른 격투 게임에 비해 입문이 쉬워 보인다는 인상을 주는 DOA이지만, 실상은 홀드 한 번 제대로 성공시켜보지 못 하고 맞기만 하다 끝나기 일쑤인 개미지옥에 다름 아니다. 가끔 운 좋게 얻어 걸리곤 하는 중단 펀치 홀드로는 기껏해야 일방적인 패배를 막는 것이 고작이다.
행운과 우연에게서 얻을 수 있는 도움이 크게 줄어들었다. |
승리는 풍부한 경험과 노력으로부터 비롯된다. |
대전 중에도 화면 한 구석에 기술 목록을 띄워 놓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얼마나 많은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지의 여부보다는 어떤 기술을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그런 이유에서, 으레 가정용 콘솔로 발매된 대전 격투 게임은 계단을 오르듯 낯선 시스템에 서서히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계적인 훈련의 기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DOA 5에도 비슷한 것이 들어 있다. 그것은 동시에 게임의 스토리 모드이기도 하다. DOA 5의 스토리 모드는 하나의 큰 줄기 위에 놓인 여러 캐릭터의 이야기를 조금씩 보여주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 가르쳐주기 위한 과제들이 등장한다. 아마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해 주려는 취지였겠지만, 중론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시도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형편이다.
일단 주어진 과제들이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 수준이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재미가 없다. 언제나 중핵의 위치를 차지해 온 닌자들의 이야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인물들까지 여기저기 중구난방으로 끼워 넣다보니 마치 여러 장의 천 조각을 한데 모아 기운 누더기 같은 꼴이 되어버렸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각자의 엔딩을 감상할 수 있었던 전통적인 방식을 채택하는 쪽이 더 나을 뻔 했다.
쓸데없이 많은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
가정용 게임으로서의 구성은 약간 실망스러운 편이다. |
어쩌면 이 게임 최고의 기능일지도 모르는 SPECTATOR. |
대전 격투에 스토리 따위 아무래도 좋다는 게이머라 할지라도 불만을 느낄 여지는 남아 있다. 온라인 매치의 환경이 좋은 예다. DOA 5에서는 요즘의 대세라 할 랭킹 매치에 뛰어들어 각지의 게이머들과 실력을 겨뤄 볼 수 있으며, 순위와는 무관한 플레이어 매치 및 로비 매치를 이용하여 부담 없이 대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이 정도면 2010년대의 대전 격투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으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전작이 하필 DOA 4였다는 것이 다음 작품에게는 불행으로 적용하고 말았다. 우선 DOA 4만의 매력 가운데 하나였던 독특한 로비 시스템이 언제 그런 게 있었냐는 듯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대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수적인 요소였다고는 하나, 그저 싸우는 것만으로는 얻지 못 할 자잘한 재미를 주는 놀잇감이기도 했던 만큼 전작을 즐겼던 사람으로서는 어딘가 허전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을 떨쳐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커맨드의 입력과 캐릭터의 움직임 사이에 시간의 지연이 발생한다는 점은 수시로 프레임 단위의 순간을 감지하여 반응해야 하는 대전 격투 게임으로서 발바닥에 박힌 가시나 다름없는 것이다. 발매된 시기를 감안하자면 같은 이유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철권 6'와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랬던 철권 시리즈가 '철권 태그 토너먼트 2'에 이르러 한층 나아진 환경을 조성하는 데 성공을 거둔 것에 비해, 발전한 그래픽의 수준을 고려하더라도 외려 7년 전의 작품보다 몇 발짝 뒤로 물러선 모습을 보여주는 DOA 5의 행보란 심히 유감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지극히 평범한 방식으로 변모했다. |
온라인 매치의 환경이나 구성은 예전만 못 한 것이 사실. |
싸움의 배경이 되는 스테이지가 겪은 변화를 통해서도 비슷한 감상을 얻을 수 있다. 훨씬 보기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는 목적에 온 힘을 쏟아 부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DOA 5의 스테이지는 전에 비해 퍽 단순해진 편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일단 뒤로 제쳐두고 무대의 구성부터가 눈에 띄게 밋밋해졌다. 지형의 고저 차나 체력을 깎아먹는 위험한 사물 등을 이용하는 전술의 다양성, 더불어 운의 역할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캐릭터를 다루는 실력 외의 변수가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극히 기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퍽 서운해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배경이 그대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
캐릭터의 조형에 온 힘을 쏟아 부은 예산은 이어지는 작업에서 거짓말처럼 삭감을 당했다. |
분명 DOA 5는 제법 잘 만든 게임이다. 사람 또는 인공지능과의 격렬한 싸움은 대전 격투 게임이라면 모름지기 격투의 완성도로 승부를 봐야 함이 마땅하다는 신조를 역설하듯 빼어난 재미와 손맛으로 플레이어를 시간 속에 매몰시키며, 간단한 조작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호쾌한 연출은 이전의 작품에 대한 경험의 유무를 가리지 않고 감각을 자극하여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홀드라는 특유의 시스템에 힘입어 모든 캐릭터는 나름대로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누구 하나 너무 약하다는 이유로 낙오당하는 일 없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DOA 5를 빛내는 장점이란 그런 것이다.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훌륭한 성과다. 그리고 그 모든 장점은 선대의 유산을 토대로 세워진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오랜 시간 동안 대를 걸쳐 쌓아올린 유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3D 대전 격투 게임의 시발점이라 할 그 작품의 투사들도 일부 참전한다. |
어째 남의 동네에 와서 더 수려해진 것 같기도 하다. |
DOA 5는 대대적인 성형을 끝마친 뒤 오랜만에 곁으로 돌아온 옛 애인과도 같은 작품이다. 확실히 전에 비해 더 예뻐졌고 일견 외모 말고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응시하기만 해도 수술의 부작용으로서 감수해야 했던 퇴보의 흔적들이 금세 눈에 들어온다. 당장은 그럭저럭 만족할지언정 머리가 차갑게 식고 난 뒤에는 그토록 뚜렷한 장점을 지닌 선례를 모방하였음에도 고작 그 정도의 결실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느냐는 의문과 함께 미간을 찡그리게 될 공산이 크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찬사를 보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진심 어린 감탄의 표현을 애써 참을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에 더하여 혼자서는 그저 싸움을 반복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는 기획의 한계를, 대다수의 플레이어가 바라마지 않을 옷 한 벌을 얻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지름길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지나치게 험준하다는 가혹한 현실을, 그리고 끊임없이 작품의 평판에 멍에를 드리우는 과거와의 접점을 어떻게든 무시할 수 있다면 이만큼 제값을 톡톡히 치를 대전 격투 게임도 드물다. 물론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긴장 속에서 치열한 공방을 거듭한 끝에 승리를 거둠으로써 비로소 찾아드는 격한 즐거움만을 유일한 가치로 내세우는 게임이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 당장 이 게임을 구입해야 할 이유라면 그것 말고도 잔뜩 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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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은 가슴이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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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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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캐 사진이 적네요 ㅂ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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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에서 나오는 진지함이 사진에서 나오는 의아함으로 뭉개진다...-_-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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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다 읽었는데 뭔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고 사진만 기억남. 나만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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