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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지만 분명한 가능성, 트윈 스틱 슈터 '데이먼 앤 베이비' 체험
조회수 714 | 루리웹 |
입력 2026.04.06 (22: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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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기어'와 '블레이블루'로 유명한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디렉터가 익숙한 격투의 링을 떠나, 낯선 황야로 발을 내디뎠다. 신작 '데이먼 앤 베이비'는 그가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장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탑뷰 트윈스틱 건 액션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작품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젊은 개발자들과 함께 맨 땅에서 부딪히며 완성도를 깎아 나가는 '실험적 프로세스'를 통해 탄생했다. 단순히 장르의 외연을 넓히는 것을 넘어, 아크시스템웍스의 다음 20년을 책임질 차세대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겠다는 베테랑의 책임감이 엿보인다.
차기 대마왕을 꿈꾸는 악마 '데이먼'은 어느 날, 모종의 사건으로 심하게 다친 친구에게 소환되어 '신비로운 아이'를 부탁 받는다. 그 대가로 친구의 영혼을 받기로 계약했건만, 잠깐 한 눈을 판 사이에 친구는 그대로 천국으로 떠나 버린다. 계약 불이행으로 마력을 잃게 된 데이먼은 설상가상으로 아이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저주에 걸리고 만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천계로 향하게 된 데이먼이지만, 가는 곳마다 악마들이 집요하게 아이를 빼앗으려 덤벼온다.
플레이어는 데이먼이 되어 아이와 함께 천계로 향하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악마에게만 영향을 주는 코인 건을 사용해 적을 물리치고 성장해 나가며 잃어버린 힘을 되찾아 나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오지랖 넓은 천사, 거위가 된 사무라이, 기억을 잃은 이세계인 등 다양한 인물과 만나 인연을 맺게 되는 등 마치 동화를 읽는 듯한 왕도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게임은 이동, 점프, 사격을 중심으로 하는 건 액션이 특징이다. 조작법은 간단하지만, 꽤 깊이 있다. 키보드 기준 WASD로 이동하며, 스페이스로 점프, 쉬프트로 대시, 마우스로 조준, 좌클릭 사격, 우클릭 근접 공격 등 액션 게임으로서는 평범하다고 볼 수 있는 조작법이지만, 설계는 치밀하다.
점프를 짧게 누르면 소점프, 길게 누르면 대점프, 근접 공격으로 공격한 적은 록온 상태가 되서 캐릭터가 그 방향으로 자동 조준하는 기믹이 들어가 있다. 총을 꺼내 조준을 하기 시작되면 이동과 방향 전환 속도가 줄어 들어서 탄막을 피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전투 흐름을 자연스럽게 정리해준다.
가장 큰 특징은 '베이비 점프'다. 작중 데이먼은 아기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저주에 걸렸는데, 이를 활용해 원하는 위치로 아이를 먼저 보내면 그 위치로 데이먼이 순간이동 하는 액션이 등장한다. 베이비 점프를 통해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일반 점프로는 도달할 수 없는 위치로 이동하는 등 폭넓은 활용처를 가지고 있다. 차징하는 방식으로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데 시전 동안은 무적이라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핸드건, 머신건, 샷건, RPG, 너클 등이 있다. 무기마다 등급이 있어서 높은 등급의 무기일수록 공격력이나 연사 속도가 높아지며, 특정 무기는 적을 얼리거나 조준 중 방어력이 오르는 무기 등 특수한 능력을 지니기도 한다.
등장하는 적은 약 80종으로, 각자 개성을 반영한 디자인과 기믹을 가지고 있다. 공격해 오는 패턴이 고전적인 아케이드 슈팅 게임 감성을 담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특정 구간에서 체력이 낮은 일반 몬스터가 마치 '갤러그'에 등장하는 파리처럼 다수 등장해 특정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움직임에 맞춰 총을 쏘면 쉽게 물리칠 수 있다. 이 밖에도 대형 몬스터가 난사하는 탄막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공략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맵 탐험은 목적지가 대략 어느 방향에 존재한다는 최소한의 힌트만 주어지며, 맵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키 아이템을 찾고, 퍼즐을 풀어내 막혀 있는 길을 뚫어내며 나아가는 형태로 꾸며져 있다. 올바른 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특별한 컷씬이 나오거나, 등장인물 간 대화하는 연출이 나온다는 정도로 확인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에 비해서는 길 안내가 확실히 불친절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도가 존재하나 특정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하기 전까지 안개로 뒤덮여 있기도 하고, 목적지를 표시하는 퀘스트 마커나 길 안내 시스템이 없어서 직접 모든 맵을 구석구석 살피며 목적지를 향할 필요가 있다. 갈림길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길을 헤매게 되는데, 보통 막다른 곳에 매력적인 보상을 숨겨 놔서 길을 잃는 게 마냥 손해는 아니게 만들어져 있다. 나중에는 숨겨진 보상을 찾기 위해 더욱 능동적으로 맵 구석구석을 훑게 된다.
RPG 특유의 지나가다 보이는 집을 약탈(?)하고 오브젝트를 부수는 재미도 있다. 집안 서랍장을 뒤지고 각종 오브젝트를 부수다 보면 다양한 식재료를 얻을 수 있는데, 이걸로 요리를 할 수 있다. 요리를 먹으면 체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높이는 등 전투에 도움이 되는 버프를 얻을 수도 있다.
뚜렷한 안내 없이 모험을 하도록 만드는 불친절한 시스템이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막연한 힌트에 의지하며 퍼즐을 풀이하고, 올바른 답을 찾아냈을 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는 답답함을 넘어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로 레벨 디자인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A, B, C라는 길이 차례로 나오는데, 올바른 진행은 C로 들어가서 B를 넘어갈 수 있는 새로운 스킬을 배운 후, B로 돌아와서 A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 수 있는 장치를 찾고, A를 열어야 하는 식이다. 그런데 탐색 경로에서 A와 B를 먼저 보여주고, 뭔가 조건을 만족하면 넘어갈 수 있다는 제스처를 계속 보여주니 혹시 그간 지나온 길에서 놓친 것이 있어서 지나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C로 가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실수가 생기게 된다. 이런 부분에서는 마치 설계가 허술한 방탈출을 하는 기분을 느꼈다.
유적에서 처음 맞이하는 끊어진 길... 2단 점프를 배우고 폭탄까지 찾아야 통과가 가능하다
더 안쪽으로 가보면 벽타기 스킬이 필요한 구간이 나온다. 이 역시 진행이 불가능하다
더 안쪽으로 가보면 '헬즈 차지'라는 스킬을 배워야만 넘어갈 수 있는 구간이 나온다. 이 역시 진행 불가다
탐험 과정에서의 느끼게 되는 불친절함은 데이먼 앤 베이비가 극복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긍정적인 부분은 이미 개발팀에서 인지하고 있는 부분으로,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할 계획이다. 플레이어 피드백을 반영하여, 세부적인 개선부터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키는 대형 콘텐츠 추가까지, 단계적인 업데이트가 추후 진행될 예정이다.
이시와타리 디렉터는 지난 인터뷰에서 "피드백에 대해 여러 조정을 진행 중이며, 업데이트를 통해 더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라며 "게임에 다소 거친 부분이 있더라도 양해 부탁드리며, 계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데이먼 앤 베이비'라는 이름의 아크시스템웍스의 새로운 모험은, 다소 거칠지만 분명한 개성을 지닌 실험작의 면모를 보여줬다. 익숙한 공식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개발에 도전한 선택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시도 만큼은 충분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