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군요, BHK 미디어의 기자분들이시라...”
시라유리 학생회장이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굳이 절 찾아오시려고 한 걸 보니, 잠입 취재는 잘 안 되셨나 보네요?”
“아뇨, 그건 아니고. 그냥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었어서요.”
“모리아티라고 하셨나요? 혹시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그 만큼 저희도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자신만만하신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아무튼 잘 찾아오셨어요. 저도 당신들이 찾는 정보에 대해서 관심이 아주 많거든요.”
“최근 이사장실에 이따금 이상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어서요.”
“그래서 저도 조금 신경쓰여서 개인적으로 조사를 좀 해본 결과...”
“현 이사장님이 전 이사장님인 키리시마 내각총리대신과 뭔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죠.”
“역시...”
시라유리 누나도 토모처럼 제1차 연합전쟁 이전에 태어난 바이오로이드라는 이야기는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제1차 연합전쟁 이전에 태어나 인권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아갔던 여타 다른 평범한 바이오로이드 인간과는 달리, 그녀들은 처음부터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한 뒷공작을 펼치기 위해 태어난 첩보요원이었다.
그녀들의 존재 의의는, 정부 주도 하의 바이오로이드 인구 증강 사업에 못마땅함을 느낀 기업이 주요 정부 인사나 정치인들의 약점을 캐내 기업에게 유리한 법안이나 세재 감면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첩보 요원으로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사회로 나올 때에는 위장 신분을 가지고 나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었다.
그렇게 기업을 위해 정부의 뒷공작을 펼치고 난 후에 시라유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기업에 의해서 필요 없어진 시라유리들이 제거당했다는 반면, 반대로 임무를 끝마치고 난 후 아예 위장 신분인 채로 사회속에 스며들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입양하고 되려 잘 살았다는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었다.
하여튼 덕분에 080기관의 모토인 “그러한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 가장 알 맞는 인물이기도 하였다.
아마도 눈 앞에 시라유리 학생회장도 그런 시라유리겠지.
“그냥은 역시 안 알려주시겠죠?”
“후훗, 기브 앤 테이크라고 아시죠?”
“응! 주다, 그리고 받다!”
“아니, 직역하지 말라고...”
“제가 무언가를 드리려면...”
“그 쪽에서도 뭔가를 주셔야 하겠죠?”
“어, 음...”
“야, 모리아티. 너 지금 주머니에 얼마 있냐?”
“나? 나 지금 카드 밖에 없는데?”
“아, 나도 카드 밖에 없는데...”
“저기 죄송한데, 계좌이체는 안 될까요?”
여기 게임이라서 편리한 사실 하나.
유빈과 피에트로의 주머니에는 지금 이 가상현실에서 쓸 수 있는 체크카드가 들어있었다. 이것으로 가상현실 안에서 밥을 사 먹기도 하고, 교통카드로도 사용을 하고 있었는데, 이 돈이 어디서 나는 것이냐면 다름 아닌 바깥에서 오이겐이 080기관의 예산을 끌어다가 이 두 아이들에게 현질(...)을 시켜준 것이었다.
세상 참으로 편리한 기능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돈으로 매수를 하려는 이 두 사람을 보고, 시라유리는 불쾌한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하였다.
“지금 저를 돈으로 매수를 하실 생각이신 건가요? 네?”
“아, 아니 그게...”
“저희가 지금 드릴 수 있는 게 이것 밖엔 없어서...”
“저희도 그냥 정보를 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깐...”
“후우우우... 아까부터 단순한건지, 아니면 진짜 대범하신건지, 진짜 분간이 안되시는 분들이시로군요...”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 같아보이니, 제가 그냥 말씀을 드릴게요.”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걸맞는 정보를 제게 달라는 거예요. 거래란 이렇게 하는 거라구요.”
“아아~”
“진짜 모르셨었나보네...”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거래를 할 만한 가치를 가진 정보가 없는데요.”
“제가 원하는 건 이 학교의 학생들에 대한 정보랍니다. 지금 저희가 이렇게 대화를 하는 순간에도, 교내에는 수 많은 정보들이 흘러다니고 있죠.”
“이 학교가 전국 각지의 인재들이 모인 곳이란 것 정도는 알고 계시죠? 다시 말해, 지금의 일본을 이끌어 나가는 엘리트들의 자녀와, 미래의 일본을 이끌어갈 엘리트들이 전부 모여있다는 뜻이예요.”
“바로 그들의 비밀. 불온한 관계, 짝 사랑, 말 못할 취향, 취미. 뭐든지 좋아요. 다른 사람에게 숨기고 싶어할 학생들의 비밀을 저에게 알려주신다면, 저도 원하는 것을 넘겨드리죠.”
“어때요? 이 정도면 꽤 값싸게 치러준 거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시라유리 학생회장이 말하였다.
눈치채기 힘들지만, 그녀는 유빈과 토모, 피에트로 일행에게 한 껏 양보를 해줬다는 듯 의기양양한 미소를 희미하게 짓고 있었다.
“학생회장이시면...”
“저희보다 더 학생들에 대해서 잘 알지 않으시나요?”
“그렇진 않아요. 오히려 학생회장이라서 더욱 학생들이랑 가까워질 수 없는 부분이 있지요.”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여긴 평범한 학교가 아니예요. 이 학교의 학생회장은 비단 학생회의 대표일 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임원 자격으로 운영위원회에도 참석하기도 한답니다. 그 만큼 바쁜 자리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학생들이랑 가까워질 래야 그럴 시간이 없는 자리랍니다.”
“그렇구만...”
“그런거예요.”
“하지만 정말 그런 걸로 괜찮나요?”
“가쉽을 무시해선 안 돼요. 아무리 인생의 성공대로를 달리던 사람이라도, 작은 오점 하나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죠.”
“그리고 뭐...”
“제 취향이기도 하구요.”
“...”
유빈이와 피에트로는 학생회장 시라유리를 보며, 오르카 인류 저항군의 시라유리 누나가 굉장히 착하고 상냥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 기한은 언제까지 해드리면 될까요?”
“저는 상관없으니, 얼마든지 느긋하게 진행해주세요.”
“아, 그래도 충고 하나 드리자면 가급적 AGS들에게는 다가가지 않도록 해주시겠어요? 제가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명령 권한을 해제해드리고 다닐 순 없으니까요.”
“네, 명심할게요.”
무사히 정보 거래를 성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생회장 시라유리는 나가기 전 인사치레를 하며 말을 건넸다.
“후후~ 저 답지 않게 말이 너무 많았네요. 그 쪽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으려나요?”
“아, 사실은요. 제 친한 누나 한 분도 시라유리시거든요.”
“어머! 그러셨구나~”
“아, 그래서 아까 저를 보셨을 때 누나라고 하신 것도?”
“네, 맞아요.”
“시라유리이신 분은 만나기가 쉽지 않으실텐데, 그 시라유리 분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공무원이요.”
“풋!!!!”
“아 맞잖아, 그 누나, 공무원.”
“야, 그 누나가 공무원이... 아, 맞구나, 크흐흐흐흐흑!!!!”
“으음?”
태연하게 공무원이라고 대답하는 유빈이의 말에, 피에트로는 방심하고 있다가 빵-! 하고 터져버렸다.
뭐... 엄밀히 말하자면 “특정직 공무원” 이라고 하는 쪽이 그나마 좀 더 맞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학생회장 시라유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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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이야 점점 커진다, 커져! 스케일이 커져!!!!
그리고 또 연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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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으로는 절 누나라고 부르세요! | 24.02.06 19: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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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2.06 19: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