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기
자전거 타고 멀리 가보고 싶은 생각에 중고마켓에서
거금 24만 원을 주고 2대를 덜컥 사 오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10만원짜리로 흔한 경품용 신품자전거였고 다른 하나는
12만 원 줬는데 낡았지만 가벼운(11.4kg) 하이브리드였어요.
2. 계획
쪼랩인걸 고려해 자전거도로를 고려한 후 목적지를 탐색했고
왕복 100km 안넘는 전주-군산 코스로 낙점했죠.
편도 50km니까 천천히가서 술이나 먹고 오자 <- 뭐 이런 생각 ㅎ
(저보다 체력이 약한 와이프가 힘들어하면 중간에 호원대로
가는 플랜 b도 준비해놨습니다)
3. 온라인답사
외각 자전거도로가 그렇듯 한적한 곳이라 지도를 보며 공중화장실이나
카페 편의점 등등을 미리 체크해 두니 한결 든든해졌습니다.
(마음은 이미 도착한 기분!)
4. 날씨
출발예정일 오전 미세먼지가 극성이었는데 오후에 나아진다 하여
고민하다 kf94 마스크 필터가 유효하도록 2~3시간마다 교체하는
방안을 세우고 도전하기로 했어요. 아.. 그리고
바람이 좀 불던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5. 준비물
물, 초코파이와 초코바 몇 개, 속옷, 천 원권 현찰(자판기용), 펑크킷,
보조배터리, 공기주입기, 장갑, 충전기, 물티슈와 영양제 등등을 챙겼고
좌우 포켓을 확장해야 뭔가 있어 보일 거 같지만 본체만으로 충분하더군요.
6. 극초보자용 전주-군산 간 자체 그란폰도
그란폰도란 자전거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비경쟁 자전거 이벤트로
저희는 평지 위주 자전거도로 주행이지만 초심자로서는 장거리이기에
나름 이렇게 맘먹고 있었어요.
김밥에 라면을 호로록 먹고 공기압 최종점검을 한 후 드디어 출발~
네비상 거리는 무려 47.4km입니다!
출발 후 천주천 자전거도로(이하 자도)를 7.7km 달려 삼례교에
도착하면 만경강 자도가 시작되는데 보시는 거처럼 중앙선이
분리돼서 주변 신경 안 쓰고 달릴 수 있어요.
첫 번째 휴게소로 지정한 카페 춘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까지 총 15.1km이고요. (전체 여정에 약 32%)
춘포면은 만경강 자유곡류로 인해 농경지 배열이 고르지 못했는데
1910년대부터 제방을 축조하여 경지정리를 했대요.
그 제방 따라 제가 달리는 자도도 쭉 이어져있답니다.
고구마가 어찌나 달던지 당보충 제대로 하고
고양이 구경하다 다시 출발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예보보다 강한 초속 5~6m/s 바람이 역풍으로 불기 시작하고..
옷차림도 쫄쫄이가 아닌 패딩인터라 마치 작은 낙하산
하나 매달고 주행하는 기분인 거 있죠 =_=;;
다음 휴게소는 만경강문화강(7.6km)인데 속도가 너무 느려
다다음 휴게소로 낙점한 옴서감서쉼터까지 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아참.. 익산시 목천동 조금 못 가 이렇게 자도가 끊어져 있는데
예전엔 이게 맞았는지 몰라도 그냥 직진하셔야 해요.
안내대로 우회했더니 길이 없더군요 =_=
(카카오 네비에 수정 요청 완료!)
드디어 옴서감서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앞선 카페에서 이곳까지 16.5km의 거리를 역풍을 뚫고 오느라
기운이 다 빠져 군대 초코파이 맛이 재현되더군요 ㅋ
그래도 제법 온 거 같아 자신감 뿜뿜 했는데 남은 거리(16.4km)를
보는 순간 다시 겸손했진 1인 -_-
해도 저물어가니 다시 출발해 봅시다!
자도는 끝났지만 한가한 시골길이라 주행에 큰 문제는 없었어요.
문제는 저에게 있었죠. 기운빠지고 손도 좀 시려움 ㅠ
출발전 내가 왜 이짓을 하고 있나 후회가 들면 제대로
하고있는 증거라 생각했는데 해떨어지고 인적 드문길을
달리니 증거가 충분히 수집되더군요 '_`;;
월명 종합경기장을 지나가니 군산 초입에 왔다는 안도감이 휴..
오후 1시에 출발한 터라 라이트 키고 주행할 줄 몰랐어요 ㅋㅋㅋ
숙소 앞에서 기념 촬영 찰칵~
(동공 풀리기 직전인 건 비밀!)
세수만 하고 저녁 먹으러 나갔습니다. 원래 걸어 다니려고 했거든요.
멀진 않지만 기운이 너무 없어서 걍 택시 타는거로
그런데 곱창집 줄이 너무 길어서 일단
후식으로 먹기로 한 라멘집 먼저 갔어요.
(폰카도 저 따라 맛이 갔는지 사진이 이상하게 나오네요)
이모님~ 여기 돈코츠 라멘 주세용.
시골 마당에 솥걸고 팔팔 끓여먹던 그 국물맛이 느껴졌습니다 캬~
차슈까지 추가해서 야무지게 먹고
다시 곱창집에 와서 1시간 넘게 줄 서다 입장!
이모님~ 여기 막창이랑 목살 1인분씩 주세용~
술 시키면 김치찌개를 주는 특이한 시스템이더군요.
연탄 직화구이답게 불맛이 일품이었어요.
원래 소맥 마시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맥주만 조금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뻗었습니다 ㅋㅋ
다음날 아점 먹기 위해 찾아온 음식점이에요.
여기 명물이 바로바로~
이 매운 잡채입니다 여러분~
비주얼만 보면 쫄면 같지만 새콤한 맛은 없고 매콤한 양념과
참기름의 고소한 조합이 일품이었네요.
소고기 버섯국밥도 한 입 해야겠죠?
버섯이 조금 적은 감이 있지만 밥 말아 먹어도 마지막까지
싱겁지 않은 맛이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갈길이 멀지만 식후땡 하러 찾아온 근처 카페
오늘도 칼로리를 활활 불태울 거라 유감없이 먹어줍시다!
이 집 오면 꼭 먹는 말차라테예요.
말차 농축액과 우유가 냉온탕을 반복하는 짜릿함을 줍니다.
봇짐 정비까지 했으니 다시 힘내서 가봅시다~
군산과 만경강자도 사이 구간은 차량 통행이 한가하여
일반도로라도 주행에 스트레스가 없었으며 이렇게 한쪽을
자도로 분류한 구간도 있었어요.
자전거여행은 뭐랄까 페달을 굴리며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여정이며
씹xx 도 만날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누가 몰래 버리고 튄듯 -ㅇ-
다시 찾아온 옴서감서쉼터
어제는 눈 녹은 웅덩이에 신발이 젖을 뻔했는데 다행히
밤사이 물이 빠졌는지 혹은 누가 치워준 건지 괜찮더군요.
저렇게 찐득한 초코바는 잘 못 먹는데 무슨 일인지 술술 넘어갑니다.
보통 운동칼로리는 미리 마련해 둔다는데 평소보다 빨리 앵꼬 나고
더 요구하니 그런 거겠죠?
이날은 다행히 바람이 덜 불어 쾌적했어요.
(어제 두 뺨을 후려치는 역풍 생각하면 욕이 저절로...)
어제 못 들려본 만경강문화강까지 열심히 달려봅시다.
저는 이런 시설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아마 자전거 안 탔으면 평생 몰랐을지도
최근에 지어진 시설답게 이런저런 체험기구도 있는 모습
슬슬 안장통도 생겼는데 이렇게 한숨 돌립니다.
안타!!!!! ㅋㅋㅋㅋㅋ
이제 11km쯤 더 가면 전주천 자도에 진입하게 돼요.
중간에 벤치가 있길래 마지막 남은 초코파이를 까먹고
열심히 달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ㅎㅎ
이제 포스팅 끝이냐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여독을 풀어야죠.
체력회복엔 고기가 최곱니다 여러분
(누가 들으면 한 100km 타고 온 줄..)
이모님 여기 b세트 주세용~
어제 못 마셨던 쏘맥도 준비완료 =b
맛난 고기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죠.
도중에 자도가 끊겨 난감했던 일 쉼터에서 낚시꾼들 사이 싸움 나서
구경한 일 역풍과 맞짱 뜬 일 춥고 배고픈데 1 시간 넘게 줄스일 등등
가는날엔 몰랐는데 돌아올땐 팔목 어깨도 좀 뻐근했고요.
미세한 단차에도 엉덩이가 쑤셨지만 바람.. 그놈에
바람이 안불어서 더 편했네요 ㅋㅋ
목살 촉촉하게 구워서 명이나물에 싸 먹으면 캬~
쏘맥이 술술술 들어갑니다.
이날은 1,859칼로리 태웠네요. 잘 타시는 분들은 2시간 안에 가시겠죠?
다음 목표는 고산 자연휴양림(30km) 가는 거로 정했어요.
거리는 더 가깝지만 캠핑 용품 들고 애들이랑 가볼 생각입니다.
유튜브보면 며칠씩 달리며 하루에 100km씩 라이딩 하시던데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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