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DX의 효과에 대해서
4DX 극장에서 보는 체험이
마지막 극장판에 대한 여러 아쉬움을 희석시키진 못하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재밌게 즐겼습니다.
일단 4DX 적용이 잘 되어있어서 액션신은 정말 정신없이 흘러가고
더욱 박진감 넘칩니다.
특히 중간 네르프 격퇴전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봤을땐 큰 인상이 안 남았는데
4DX로 보니 실제로 해상전을 하는 것 같은 충격이 있어서 꽤 재밌게 즐겼고요.
덕분에 짧은 액션신 분량이 더 아쉽게 느껴졌네요.
개인적으론 시간 때문에 파는 4DX로 감상할 여유가 없는데, 보고 싶기도 하네요 ㅠ
제가 4DX를 자주 즐기는 편이 아니라 이건 4DX 영화 중에서 가장 좋다!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용포디 G열에서 감상했습니다. 물을 엄청 뿌려대서 안경잽이인 저로선
안경닦이가 없었다면 곤란할 뻔 했습니다.
2. 내용에 대해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두 번 감상하고
세번째로 보는 것인데요,
이야기가 관객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느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완벽한 이별을 위해 기적을 일으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기적이라 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어난 신묘한 일들입니다.
<드래곤볼>의 경우에는 마인부우를 해치울 때 때마침 업그레이드 되어있는 나메크성의 드래곤볼이라던가,
<너의 이름은>에서 갑자기 타키가 미츠하의 타액이 있는 술을 마시고 시간여행을 하는 둥의
관객이 바라는 엔딩을 위해 허용되는 서술적 빈틈들이죠.
관객의 바람이 그 빈틈을 뛰어넘으면 이야기는 완성되고, 그러지 않으면 허술한 빈틈으로 남아버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반게리온 : 파>는 그 서술적 빈틈을 훌륭하게 메꿨습니다.
아야나미 레이를 구하기 위해 갑자기 신지가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시몬마냥 각성하더라도
관객들은 원했던 아야나미 레이를 구하는 결말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에
그 빈틈을 자신들의 감정으로 메꿔나갑니다.
<에반게리온 : 파>가 큰 울림을 만든건 서술적 허용과 관객의 바람이 공명을 했기 때문이고,
아마 그 쾌감을 많은 관객들이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ㅣ>에서도 바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지가 내린 결말은 "에반게리온과의 이별, 이 세계의 종언"이었습니다.
물론 세계가 끝난것은 아닙니다. 신지와 캐릭터들은 에반게리온이 없는 상보성이 있는 세계에서
살아갈 것이고, 그게 안노 히데아키가 생각한 이 이야기를 끝내는 방법이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그 완벽한 이별을 위해, 애디셔널 임팩트라던가, 빌레의 창 이라던가
기존에 없었던 기적을 마구 만들어냅니다.
근데 그 기적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결과물은
모두의 퇴장입니다.
물론 캐릭터들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고,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을 것처럼 보상받았습니다.
아스카는 비로소 사랑했던 사람에게 고백받았고,
레이는 신지가 에바로부터 해방되어 웃을 수 있었으며,
겐도는 아들과 진솔한 대화, 아내와는 결별을
카오루는 윤회하는 세계에서 하차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안노 히데아키가 EOE에서 캐릭터들에게 저질러버린 상처들을 고쳐주듯
하나하나 보완한 다음 퇴장시켜줍니다.
그렇지만 이는 대다수의 관객이 바랐던 기적의 결말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미 모두가 파편화된 세계.
그 세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살아가는 걸 보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ㅣ>은 그걸 분더 선원들이 무사착륙해서 모래 사장에 남긴 발자국 같은걸로
대신합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배우들이 커튼콜도 없이 막을 내리면 이러한 기분일까요.
그런 부분이 어떤 관객들로 하여금 "안노는 에반게리온이 지긋지긋해졌다!"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겠죠.
덕분에 관객의 바람으로 메꿔져야할 "기적" 서술적 빈틈이 더욱더 큰 빈틈처럼 보이는 것이고요.
얘기가 좀 길었습니다만,
짧게 말하자면 "이별을 하기 위해 고안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관객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나아간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와 완전히 작별하기 위해 마지막 행적을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은건 알겠지만,
그래도 관객에게도 커튼콜처럼 인사할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위에 장면처럼 말이죠.
3. 엔딩
엔딩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카오루가 말했듯 신지의 행복은 "누군가 부여해준 기적"같은 게 아니라,
스스로 나아가고 도망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신지는 TVA에서 좀 더 나아가, 도망치지 않고 에반게리온의 꿋꿋하게 올라탑니다.
그러면 뭔가 나아질거란 희망을 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상황은 악화되고 맙니다. 왜냐하면 에반게리온에 타는 것 역시도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회피기제였기 때문이죠.
그 "무언가"는 다름아닌 아버지와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보완에 이르러 신지는 겐도와 이야기하기로 마음을 먹고,
두 부자는 회포를 나누듯 서로의 이야기를 합니다.
(다만 이 장면이 좀.. 부드럽게 연출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약간 술주정같다랄까 ㅋㅋ 겐도 술취하면 신세타령하는 스타일이겠구나 했네요)
그래서 신지는 마지막 플랫폼 장면에서
저 너머에 있는 캐릭터들을 조금이나마 그리워는 하지만,
마주하게 될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나아갑니다.
누구의 손을 빌리는 것도 아닌 자신의 힘으로 말이죠.
마지막에 마리의 손을 잡는걸 연인처럼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작중에서 손을 잡는다는건
"사이좋게 지내자 라는 주문" 으로 은유되고 있기 때문에 신지가 마리에게 보내는 악수의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역시 개인의 감상에 따른 것이며 반박시 님 말이 맞습니다.
4. 총평
4DX 효과는 훌륭했고 액션신이 다시 느껴질 정도로 재밌음.
이야기는 이별을 위한 이야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
두고두고 기억할만한 멋진 장면이 거의 없었던 건 크나큰 단점.
P.S 그래도 개인적으론 유년기때부터
제 직업선택에 영향을 줄 만큼 특별했던 애니를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작별할 수 있었던건 정말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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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게리온
(IP보기클릭)218.39.***.***
저도 좋게 봤습니다. 물론 단점이 없다는 건 아니죠. 오히려 장점과 단점을 같이 대라면 치열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일단 즐겼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자체에 태클을 걸거나 욕을 하신다면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안노가 나쁜 늠이에요.
(IP보기클릭)122.35.***.***
전 사실 신극 파를 만들었을 때야말로 안노 감독이 가장 다운된 우울증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의 인상 깊었던 명대사와 명장면들은 거의 다 파편화되고 진부화된데다가 매상을 위해서 2009년 당시의 ‘요즘 트렌드’를 40대 후반 아재가 억지로 따라 하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진 상태였다고 봐요. 액션에 이은 액션에 이은 액션으로 별 생각 없이 즐겁게 보기 좋은 영화였다는 건 인정합니다. 다만 그런 걸 만들기 위해서 감독의 멘탈에 가한 타격이 심각했다는 건 감안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에 비해선 파에 대한 반성과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나름의 고찰과 자신만의 독특한 비주얼 이미지가 있었던 Q는 충분히 더 잘 팔릴 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하고요. 완결편은 연출이나 이미지로는 Q를 능가하는 부분은 없었고 스토리도 예상 범위를 벗어나진 못 했지만 최대한 긍정적인 테마를 가장 친절한 방법론으로 전달하려 한 노력에 관해선 평가할 여지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IP보기클릭)39.113.***.***
잘 읽었습니다. 글 내용에 깊이 공감했어요. 저에겐 이별의 씁쓸함이 영화의 단점들을 파도처럼 밀고 지나가 버리는 신기한 마지막편이었습니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아쉬운 건 아쉬운 거라 블루레이에 뭐라도 좀 있었으면 하네요! 졸업 안 해!ㅎㅎ
(IP보기클릭)112.72.***.***
나올때 오메게또 퍼레이드 했으면 좋았을텐데....
(IP보기클릭)218.39.***.***
저도 좋게 봤습니다. 물론 단점이 없다는 건 아니죠. 오히려 장점과 단점을 같이 대라면 치열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일단 즐겼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자체에 태클을 걸거나 욕을 하신다면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안노가 나쁜 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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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실 신극 파를 만들었을 때야말로 안노 감독이 가장 다운된 우울증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의 인상 깊었던 명대사와 명장면들은 거의 다 파편화되고 진부화된데다가 매상을 위해서 2009년 당시의 ‘요즘 트렌드’를 40대 후반 아재가 억지로 따라 하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진 상태였다고 봐요. 액션에 이은 액션에 이은 액션으로 별 생각 없이 즐겁게 보기 좋은 영화였다는 건 인정합니다. 다만 그런 걸 만들기 위해서 감독의 멘탈에 가한 타격이 심각했다는 건 감안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에 비해선 파에 대한 반성과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나름의 고찰과 자신만의 독특한 비주얼 이미지가 있었던 Q는 충분히 더 잘 팔릴 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하고요. 완결편은 연출이나 이미지로는 Q를 능가하는 부분은 없었고 스토리도 예상 범위를 벗어나진 못 했지만 최대한 긍정적인 테마를 가장 친절한 방법론으로 전달하려 한 노력에 관해선 평가할 여지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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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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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글 내용에 깊이 공감했어요. 저에겐 이별의 씁쓸함이 영화의 단점들을 파도처럼 밀고 지나가 버리는 신기한 마지막편이었습니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아쉬운 건 아쉬운 거라 블루레이에 뭐라도 좀 있었으면 하네요! 졸업 안 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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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때 오메게또 퍼레이드 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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