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기어 솔리드(이하 MGS) 시리즈는 이제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한 게임 시리즈입니다. 1987년, MGS 시리즈의 전신에 해당하는 잠입 게임 “메탈 기어”가 MSX로 등장한 이후, “잠입 액션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항상 최전선에서 개척하며 주로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 쪽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여 발매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2008년, 드디어 MGS 시리즈의 최종작, MGS4가 PS3로 발매됩니다. 주인공 “솔리드 스네이크”가 할아버지, 즉 “올드 스네이크”가 되어 버린 것이 무척이나 충격적으로, 초기에 정보가 공개될 당시부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만든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왔습니다.
아예 스네이크가 늙어 버린 상황이라 이후 스네이크가 주인공인 다른 게임을 만들 수도 없으니, 이게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 맞다는 것이죠. 혹시 스네이크가 늙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어서 변장 같은 걸 한 게 아닐까… 하고 기대한 분들도 있지만, 아쉽게도 정말로 스네이크는 늙은 것이고, 이 게임을 마지막으로 은퇴합니다. 이로써 전대미문의 “할아버지 주인공”이 “할아버지 악당”과 싸우는 이야기가 PS3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전대미문의 할아버지 주인공, 올드 스네이크. |
그와 싸우는 할아버지 악당, 리퀴드 오셀롯. |
MGS4의 그래픽과 사운드에 대해서는 사실 별말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픽, 사운드는 공히 PS3의 능력을 확실히 살린 엄청난 수준으로 완성되어 있으며, 현재 PS3로 등장한 게임들 중에서도 거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캐릭터 모델링 등이 초기에 공개된 것에서 변경되었다거나 하는 부분은 있지만, MGS 시리즈가 지금까지 그래픽, 사운드 측면에서 쌓아올린 명성을 그대로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본 리뷰에서는 그러한 “당연한” 측면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며, 주로 게임성과 스토리 부분에서 지금까지의 MGS 시리즈를 돌아보고, MGS4는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당히 등장하는 DOLBY DIGITAL 로고. |
타이틀 화면부터 플레이어의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멋집니다. |
계승 - MGS 시리즈가 발전시켜 온 것
이번 MGS4의 게임성은 MGS1/2보다도 MGS3에 더 닮아 있습니다. 1/2에서는 “솔리톤 레이더”라는 개념을 통해서 잠입 시에 그 지역의 지도와 적 병사의 위치, 적 병사의 시야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레이더 개념은 사실 MGS1/2 이전의 MSX용 “메탈 기어” 시리즈에서도 존재했던 것으로, 사실 처음에는 잠입이라는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시야”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표현상의 한계 때문에 도입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잠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와 적이 서로 숨바꼭질을 하는 긴장감이기 때문에 “시야”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3D 기술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던 과거의 게임에서는 잠입을 한다 하더라도 플레이어 캐릭터의 시야에서 보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구현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긴장감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대체한 것이 바로 레이더입니다. 이후 PS용으로 MGS1이 등장했을 때, 드디어 3D라는 새로운 표현 수단이 생긴 MGS1은 이 부분에서 극적인 변화를 한 가지 맞이합니다. 레이더뿐만이 아니라 주관 시점이 새로이 생기고, 특히 벽에 붙었을 때 자동으로 벽 뒤가 보이는 카메라로 전환되거나, 포복을 해서 좁은 장소로 기어들어갔을 때 주관 시점으로 자동으로 변환되는 등의 시야 변화는, 잠입이라는 게임성을 더욱 그럴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레이더에 많이 의존해야 하는 체계는 여전했습니다.
메탈 기어 1에서의 잠입. 지금 보면 허술해 보이지만, |
메탈 기어 2 -솔리드 스네이크-. |
특히 MGS1 이후로 잠입이란 요소는 많은 게임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
하드웨어를 PS2로 바꾸어서 발매된 MGS2는, 사실상 MGS1의 리메이크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똑같은 게임을 다시 만든 것이 아니라, PS2의 성능을 사용해서 PS1에서 구현할 수 없었던 요소를 추가한 일종의 확장팩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화상으로는 좀 옛날 영화라면 “이블 데드 1/2”, 또는 이번에 개봉한 “인크레더블 헐크”와 예전 “이안의 헐크” 사이의 관계에 가깝다고 할까요. 스토리 역시 MGS1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주가 되는 “플랜트 편”이 MGS1의 동어반복이라는 것도 주목해 볼 점입니다. 게임성 상으로 MGS1의 확장 리메이크에 가까웠던 MGS2에서는, 실제로 “새로 추가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적습니다.
개중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요소는 두 가지로 압축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주관 시점의 중요성이 상당히 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주관 시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한정되어 있었던 MGS1과 달리, 모든 무기를 주관 시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서 “홀드 업”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생겨서 적 병사를 살아 있는 상태에서 협박(?) 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는 마취총의 도입입니다. 적 병사를 잠재울 수 있는 무기가 도입되면서, 적 병사를 죽이지 않고 진행하는 플레이가 쉬워지게 됩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이후 진짜 MGS1의 리메이크 작품인 닌텐도 게임큐브용 “트윈 스네이크”에서 MGS1에 다시 도입되게 됩니다. 덕분에 트윈 스네이크는 MGS1의 리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성이 크게 변화하게 되죠.
라이덴이라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
실리콘 나이츠가 제작하고 유명 영화감독 키타무라 류헤이가 |
다시 PS2로 등장한 MGS3는 몇 가지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는데요, 일단 레이더라는 요소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게임 스토리상으로 배경이 가장 옛날, 즉 1960년대로 돌아가 버렸다는 이유를 들고 있긴 하지만 실제 게임성에서는 “드디어 진짜 잠입”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부분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레이더가 사라지고, 주관 시점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포복 자세로 풀밭을 기어갈 때에도 주관 시점으로 변경됩니다. 또한 레이더가 사라진 것에 맞추어 “카무플라주”라는 개념이 들어갑니다. 카무플라주는 현재 스네이크의 복장이 주위 환경에 얼마나 잘 녹아들어가 있느냐를 나타내는 것으로, 카무플라주 상태를 보여주는 카무플라주율이 높으면 그만큼 적이 가까이 있어도 발견되지 않게 되지만 카무플라주율이 낮으면 적의 눈에 잘 띄어서 금방 들키게 됩니다.
또한 비살상 무기 역시 전작의 마취 권총 한 가지에서 마취 저격총이 나오는 등 그 수가 증가합니다. 특히, MGS2에서는 단순히 “매달리기(엘루드)”를 위해서만 존재했던 “스태미너 게이지”가, MGS3에서는 하나의 독립된 개념으로 발전하여, “기절”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 스태미너(기력) 게이지를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LIFE와 스태미너 모두를 통틀어 음식이 될 만한 야생 동물을 잡아서 먹는 “푸드 캡처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CQC라는 근접 전투 기술이 추가되어서 여태까지는 적의 목을 붙잡고 죽이거나, 넘어뜨리거나, 끌고 가는 정도만 가능했던 수준에서 붙잡은 후 여러 가지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근접전을 펼칠 수 있습니다.
또다시 혁신적인 변화를 보여준 MGS3. |
카무플라주나 스태미너 게이지 등, 시스템적인 요소는 |
그러면, 이번 MGS4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발전했을까요? MGS4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MGS1/2보다 MGS3와 더 가까운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레이더가 없으며, 잠입에 있어서 카무플라주율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러면서도 MGS3에서 카무플라주율을 조정하기 위해 START 버튼을 눌러 옷을 자주 갈아입어 줬어야 하는 불편함과는 달리, “옥토카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여 엎드려 있거나 벽에 붙어 있으면 그 지역의 무늬로 자동으로 변경되어 불편함이 크게 줄었습니다. 주관 시점의 경우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숄더 샷 시점이나 주관 시점을 사용해야 하도록 바뀌어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TPS나 FPS 같은 느낌이 듭니다.
비살상 무기의 종류는 더욱 늘어나서 마취 권총, 저격총, 스턴 그레네이드 이외에도 스모크 그레네이드, 샷건의 공포탄, 그레네이드 런처에 사용할 수 있는 스턴 그레네이드 등, 선택의 여지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푸드 캡처 시스템이나 치료 시스템 등은 사라졌지만 그만큼 메뉴를 자주 불러와야 할 일은 줄었습니다. CQC 역시 MGS3의 CQC를 더욱 발전시켜서 더 다양한 액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버튼 배치가 바뀌어 MGS3에서 CQC로 잘못 붙잡았을 때 적 병사의 목을 그어버려서 원치 않는 살상을 할 우려가 있었던(○ 버튼으로 구속하는데 ○ 버튼을 세게 누르면 그대로 적 병사를 살상합니다) 부분을 개선한 것이 눈에 띕니다.
즉 MGS4는 지금까지 MGS 시리즈가 계속 추구해 왔던 방향을 온전히 계승하여, 더욱 발전시킨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MGS4가 가장 시간적으로 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레이더를 사용할 수 없다거나, MGS2까지 CQC의 C자도 몰랐던 스네이크가 갑자기 CQC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이유 등은 애교로 넘어가 주어야겠죠.
주위 환경에 맞춰 자동으로 변화하는 옥토카무. |
공격은 이제 모두 숄더 샷 시점에서 진행하게 됩니다. |
늘어난 비살상 무기군으로 인해 |
이번에는 스네이크도 사용할 수 있는 CQC는 |
변화 - MGS4에서 새로이 바뀐 것
그렇다면 이번에는 전작에서 계승, 발전한 부분 외에 전작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조작계 전체와 무기 사용 체계가 매우 크게 바뀌었습니다. 전작까지 플레이 해 본 사람이라도 MGS4를 처음 플레이할 때 아마 조작 부분에서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게 될 텐데요, 잠입을 위해서 이동하는 부분은 예전과 비슷하다고 해도 전투 부분이 크게 바뀌어 마치 FPS 같은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무기 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L1 버튼을 눌러서 숄더 샷이나 주관 시점으로 가야만 하는데, 여기서 무기를 사용하는 버튼이 R1 버튼으로 바뀐 것이죠. 이러한 조작 체계는 실제로 근래 많은 FPS/TPS 게임에서 사용되고 있는 체계이기 때문에 FPS 스타일의 게임을 많이 플레이 해 본 유저라면 별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버튼을 눌러서 숄더 샷/주관 시점을 전환할 수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약간 문제를 일으키는 점이 있습니다. 레이저 사이트가 있는 무기는 주관 시점으로 하면 레이저 사이트가 보이지 않고, 스코프가 달린 스나이퍼 라이플이나 미사일 런처 등은 숄더 샷으로 보면 원거리 목표를 거의 겨냥하기 힘든 등의 문제가 있는 점입니다. 즉 무기를 사용하다 보면 쓰게 될 시점은 상당히 한정되어 있는 편인데 △ 버튼을 이용해서 매번 조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MGS3까지 있던, 무기 장비를 한 번 해제했다 다시 장착해 주면 재장전이 되어 있는 기능을 삭제해서 모든 무기의 재장전 시간을 생각해야 하는 등의 변경점이 있습니다. 사실 무기별로 남은 탄환 수를 저장해 둘 정도라면, △ 버튼의 숄더 샷/주관 시점 상태도 무기별로 저장되었다면 더욱 편리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스나이퍼 라이플을 숄더 샷으로 보는 형태. |
같은 스나이퍼 라이플을 스코프로 보는 장면. |
이런 무기 파트에서의 변경점 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잠입 이동에서의 변경점도 눈에 띕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벽에 붙는 동작”이 아예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것과, “수그려 이동”의 추가입니다. 전작까지는 벽에 다가가면 자동으로 벽에 등을 대는 모션이 되며, 카메라도 스네이크의 앞모습을 비추어 주는 “비하인드 카메라” 시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벽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 버튼을 눌러서 벽에 붙어야 합니다. 또한 벽에 등을 기대고 서는 모션 자체가 사라졌으며 이에 따라 비하인드 카메라도 사라졌습니다. 사실 비하인드 카메라는 모퉁이 저편을 쉽게 볼 수 있어서 지금까지는 “리얼한 잠입”이라고는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러한 점에서 사라진 것인지도 모릅니다만, MGS 시리즈가 가지는 독특한 느낌이 하나 사라진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아,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모퉁이 저편을 못 보는 것은 아니고, 카메라를 잘 조작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세가 좀 더 세분화되어, 이전 시리즈에서는 앉은 상태에서 이동 방향을 입력하면 그냥 포복 자세로 들어갔었지만 MGS4에서는 앉기 자세와 포복 자세가 아예 갈라져서 앉은 자세에서 이동하면 포복 자세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수그려 걷는 자세로 이동하게 됩니다. 수그려 걷는 자세의 속도는 서서 걷는 것에 그다지 뒤지지 않으면서도 적의 눈에 덜 띄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이동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 역시 근래의 FPS에 좀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서기-앉기-포복 3단계의 자세와 그에 따른 이동 변화는 근래의 FPS 게임에서는 상당히 일반적인 구성이니까요.
비하인드 카메라와 코너 카메라가 사라졌다는 것이 큰 변경점. |
수그려 걷기가 생겨서 스네이크는 앉은 자세와 포복 자세를 |
START 버튼을 눌러서 여는 메뉴 화면도 바뀌었습니다. 사실 MGS2까지는 메뉴 화면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어서 그다지 열 일이 없었습니다. 뭐 없어도 그다지 큰 상관이 없었을 정도였죠. 그러던 것이 MGS3에 와서 크게 바뀝니다. MGS3에서는 “서바이벌 뷰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메뉴 화면을 열어서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부상도 치료해야 하고, 음식도 먹어야 하고, 장비도 교체해줘야 하는 등의 많은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진행하며 자주 메뉴 화면을 여느라 게임의 맥이 끊기게 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한 것인지 MGS4에서는 많이 단순해져서 그다지 옷을 자주 갈아입을 필요도 없어지고, 부상 치료나 음식 섭취도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START 메뉴는 필요 없어졌… 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세이브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MGS3까지는 통신을 보내서 세이브하는, 메탈 기어 시리즈의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MGS4에서는 메뉴에서 세이브 명령을 사용해서 세이브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세이브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저장되던 이전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여느 FPS 게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크포인트제를 도입하여 세이브를 언제 어디서 하든 체크포인트를 넘었을 때의 상황까지만 기록됩니다. 사실 이러한 방식이라면 체크포인트 시스템과 연동해서 오토 세이브 기능도 있었으면 했는데, 정작 오토 세이브 기능은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라 하겠습니다.
메뉴 화면을 자주 열어야 했던 MGS3. |
예전엔 특정 주파수에 연결해서 세이브를 하던 방식이었습니다. |
또한 지도를 보기 위해서 반드시 메뉴를 열어야 한다는 것도 메뉴 화면을 자주 열게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화면 한 구석에 레이더와 함께 지도가 나오던 MGS1/2와 달리, MGS4에서는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상당히 알기 어렵습니다. 물론 게임에 익숙해지면 맵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맵과 이동 경로를 외워버리면 그만이지만 처음 플레이할 때는 목적지를 알기 위해서, 혹은 현재 위치를 알기 위해서 메뉴를 열어 지도를 봐야 할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MGS3에서 처음 도입되어 여전히 남아 있는 장비 교체입니다. MGS2까지는 입수하는 장비를 모두 들고 다니는 방식이었는데, MGS3에서는 일부 장비를 메뉴 화면에서 교체한 후 L2, R2 버튼으로 장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건 MGS4도 마찬가지인데, 아이템은 괜찮지만 무기는 한 번에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수가 5개뿐이라 의외로 교체하기 귀찮은 느낌입니다. 더군다나 특정 이벤트를 본 후엔 그 이벤트에서 장착했던 무기로 강제로 바뀌어버리기 때문에 더욱 자주 메뉴를 열어 무기를 교체해줘야 합니다. 어차피 MGS1/2에서도 말도 안 되는 수의 장비를 들고 다녔던만큼, 이번에도 그랬으면… 했지만 그러기에는 69개라는 무기의 개수가 너무 많기도 하군요.
초반 플레이 시에는 이 지도를 보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
장비할 수 있는 무기는 5개. 4차원 주머니에 수많은 무기를 모두 |
또 한 가지 START 버튼을 눌러서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번에 새로 추가된 “드레빈 샵”입니다. 지금까지 시리즈에서는 한 번 얻은 무기를 다시 획득하면 탄환으로만 바뀌었던 것과 달리 MGS4에서는 무기를 다시 획득했을 때 DP(드레빈 포인트)라는 일종의 돈으로 환산되고, 이 DP를 이용해서 드레빈 샵에서 무기, 무기의 커스텀 파츠, 탄환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일부 무기는 여기를 통해서만 살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게임성에 가져온 가장 중요한 변경점은 무기 구매/판매가 아니라 탄환 구매에 있습니다.
현지 조달이 기본이었던 지금까지 시리즈에서는 오직 맵에서 탄환을 구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탄환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메뉴 화면에서 드레빈 샵에 들어가 탄환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보스전을 치를 때 특정 지역에서 항상 탄환이 리스폰되던 것도 사라졌습니다. 필요하면 드레빈 샵에서 탄환을 구매하면 그만이라는 것이죠. 재미있는 변화이긴 하지만, 난이도를 좀 낮추는 느낌이 들고, 지금까지의 “후방 지원을 받지 못하는 단독 잠입”이라는 느낌하고는 조금 동떨어져 있지 않나 하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실제로 난이도 문제를 의식한 것인지, 익스트림 난이도에서는 드레빈 샵에서 마취탄을 팔지 않습니다.
드레빈 샵에서 무기와 탄환을 살 수 있어서 현지 조달하던 |
무기에 여러 파츠를 달아서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어서 |
이러한 여러 가지 변경점은 게임의 분위기나 난이도에 많은 변화를 주고 플레이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지금까지 MGS 시리즈를 플레이 해왔던 사람이더라도 상당한 이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더군다나 MGS3 스타일보다 MGS1/2의 스타일을 선호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여러 번 플레이 해보면 이러한 여러 변경 요소들이 MGS4라는 게임에 잘 맞춰서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MGS4는 예전 시리즈를 그냥 답습하기만 한 게임이 아닌, 분명히 다른 게임이며, MGS4는 그 자체의 게임성을 충분히 획득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다음부터 살펴보기로 하죠.
이질 - 지금까지와 가장 다른 MGS
사실 MGS4에서는 예전 MGS 시리즈의 전통적인 부분이라 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제거되어 있습니다. 일단 세 시리즈에 동일하게 있었던 몇 가지 공통점 중, MGS4에서 사라진 것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이브를 위한 통신입니다. MGS 시리즈는 3까지 통신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통신으로 세이브를 한다”라는 개념입니다. 또한 통신 세이브 시의 통신 주파수는 140.96이라는 것도 정해져 있던 요소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런 요소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통신의 양 자체도 예전 시리즈에 비해 확 줄은 데다가 세이브 방식 역시 체크포인트 시스템으로 변경되었으며, 주파수 140.96으로 통신을 보내 봐도 아무도 받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시리즈 공통 요소의 삭제는 고문 장면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올드 스네이크가 늙은 몸으로 고문에 가깝게 고생하긴 하지만, 세 편에 걸쳐 나왔던 구조 - 적에게 붙잡힌 후 가지는 즐거운(?) 고문 시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몇몇 삭제는 단순히 전통적인 요소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 정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더 전통적이며 본질적인 요소가 크게 바뀐 것이 있는데, 그것은 “레벨 디자인 상에서 특정 기믹을 활용하는 중요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써 놓으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실 테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아무도 받지 않는 대답 없는 주파수, 140.96. |
스네이크가 거의 고문에 가깝게 고생하기는 합니다만, |
원래 MGS 이전부터 메탈 기어는 기믹 활용을 중시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실제 가장 첫 번째 작품이었던 “메탈 기어”에서는 처음부터 가지고 나오는,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담배”에까지 그 역할이 정해져 있죠. 또한 MSX로 나온 두 번째 작품 “메탈 기어 2 -솔리드 스네이크-”에서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등장하는 아이템마다 그 역할을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으며, 이러한 레벨 디자인은 MGS 시리즈에 와서도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MGS1에서도 “케첩” 같은 의외의 아이템과, 특징적인 각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무기를 활용해야 하는 등의 기믹 활용이 있습니다. 이는 MGS2/3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에 비해서 이번 MGS4에서는 이런 요소가 상당히 적습니다.
등장하는 무기의 수에 있어선 역대 최고이며, 아이템 역시 드럼통이나 메탈 기어 Mk.Ⅱ 같은 재미있는 아이템들이 등장하고, 스네이크의 동작 역시 다양해져서 포복 상태에서 눕는 상태로 바꾼다거나, 죽은 척한다거나, 공격 자세에서 구른다거나 하는 등의 재미있는 여러 동작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런데, MGS4에서 이런 모든 것은 말 그대로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요소입니다. 드럼통이나 Mk.Ⅱ의 기믹을 활용해서 퍼즐을 풀어 진행해야 하는 부분은 한 군데도 없고, 누운 자세 같은 건 한 번도 사용 안 해도 클리어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누운 자세에서 수류탄 같은 투척 무기를 장비한 후에 오른쪽 아날로그 버튼을 클릭하면 투척 무기를 머리 위로 던지거나, 발밑으로 던지거나 하는 걸 전환할 수 있는데요, 이 게임을 클리어 해 본 사람 중에서도 이 기능을 써 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드럼통 뒤집어쓰기. 재미있는 아이템이고, 이를 사용한 공략법도 |
아마 많은 분들이 그 존재를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
이러한 것은 무기 사용 방법이나 보스전 공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 MGS 시리즈는 “어떤 무기를 어디서 사용해야 할 타이밍”이 정해져 있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에 비해 MGS4에서는 다양한 무기가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의 무기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특별히 이 무기를 여기에 써야 한다든지 하는 강제적인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일반적인 적에서부터 시작해서 심지어는 보스 공략에서도 Mk.2 마취 권총 하나만으로 대부분 통과할 수 있습니다. 클레이모어나 C4 같은 설치 무기는 이번에는 아예 써야 할 장소가 따로 없습니다. 보스전에서도 특정 보스에게 특정한 공략법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상당히 적으며, 대부분 보스들의 패턴을 익힌 후 가지고 있는 무기로 공격하는 것만으로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거의 최강의 무기로 군림하는 마취 권총. |
그에 비해 이젠 정말 쓸 구석이 없는 C4. 사격이 중요해지면서 |
사실 이러한 변화에는 분명한 장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이라 한다면 역시 이러한 “자유도”는 여태까지의 “일본식 게임” 방식에 익숙한 MGS 시리즈 게이머들에게 잘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일본 쪽에서 명작으로 꼽히는 게임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레벨 디자인에서의 퍼즐적 기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삽입했느냐 하는 것과, 그것을 통해서 “더 강해져서 갈 수 없던 장소에 가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젤다의 전설”,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말할 필요도 없고, “바이오해저드” 시리즈 같은 경우에도 이러한 방식을 상당히 중시하고 있었죠.
하지만 MGS는 4까지 오면서 이러한 방식보다 게임 내에서 제시되는 문제 해결에 더욱 자유도를 주어 플레이어가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늘려 주는 방향성을 채택합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GTA” 같은 게임과도 유사성을 보여줍니다. “바이오해저드 4”도 이전 시리즈에 비해서 보다 자유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할 책무를 띠고 있는 일본의 대작 타이틀이 변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변화로 보이기도 합니다.
게임계의 흐름을 바꾸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GTA 시리즈. |
시리즈 최고의 자유도를 자랑하는 바이오해저드 4. |
즉, MGS4까지 오면서 게임의 재미를 주는 방향성 자체가, 기발한 퍼즐의 해법과 예전에 못 가던 장소를 차례대로 갈 수 있게 되는 즐거움 대신(MGS1/2에서는 레벨 단위의 카드키라는 존재가 극명하게 이러한 방식을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서 해결할 것인가, 그것을 묻는 방향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경향은 MGS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점점 더 중시되었던 부분이지만, MGS4에 와서는 아예 예전 시리즈와는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거죠. 때문에 이제 MGS4를 즐기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공략을 보면서 여기서는 이렇게, 저기서는 저렇게… 하는 부분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이 진행하는 상황에 있어서, 얼마나 플레이어가 재미를 직접 찾아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 가지 상징적인 사실이, MGS1/2에서는 무척 중요한 무기였지만 또한 차고 넘쳐서 뿌리고 다녔던 “채프 그레네이드”가 이번에도 활용도가 높긴 하지만 한 번 플레이에 불과 8개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채프 그레네이드를 뿌리고 달리는 플레이가 어려워짐에 따라 적 사이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하는 방법에 대해서 플레이어가 좀 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게임성의 변화 때문에 예전부터 MGS 시리즈를 해 온 사람이 MGS4를 접하면 대부분 이질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MGS4에서는 MGS1/2에서 전가의 보도였던 |
그 효과는 여전해서, 몇몇 적에게는 절대적인 위력을 자랑합니다. |
그런데 이러한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MGS4는 지금까지 MGS 시리즈를 플레이 해 온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익숙해지는 것이 힘들지가 않습니다. 물론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불평이야 좀 들을 수 있겠지만 말이죠. 지금까지 그렇게나 많이 변화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스토리에 있습니다. …이제야 MGS4의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되었군요. 즉 MGS4에서 “완결되는 이야기”는 이러한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여서 게임에 정착시킬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MGS4는 “여러 번 즐길 수 있는 게임”일 뿐만 아니라 “여러 번 즐겨야 하는 게임”이 되어, 사실상 첫 번째 플레이는 스토리를 감상하며 게임에 익숙해지는 튜토리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 번 클리어 후에 다시 시작해서 MGS4의 자유도를 진득하게 즐겨보고, 마지막으로 메탈 기어 온라인(MGO)으로까지 그 자유도를 확장시켜보라는 의도가 숨어 있다 하겠습니다. 이전 시리즈와 달리 클리어 시에 나오는 칭호가 “모으는” 것이 되었으며, 게임의 잔재미를 늘리는 특정한 행동(CQC, 헤드샷, 벽 붙기, 박스 뒤집어쓰기 등등등…)을 통해서 이 칭호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봐서도 이러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발매 전 플레이 시간이 40시간에 달한다고 한 것도 이러한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첫 번째 클리어 시에는 이벤트 시간까지 합쳐 15~20 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2주차부터는 6~8시간이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2주차부터는 플레이 시간이 상당히 짧아집니다. |
모으는 것이 된 칭호. 모든 칭호를 모으면 따로 아이템을 |
종결 - MGS의 스토리적 완결
MGS4의 스토리 진행 방식 자체는 지금까지 MGS 시리즈에서 늘상 사용해 오던, 게임 진행 중간 중간에 끼어들어 있는 이벤트 영상을 이용하여 진행됩니다. MGS 시리즈 이전의 MSX용 메탈 기어1/2의 경우에는 이벤트 영상을 집어넣을 만한 시스템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통신 화면”에서 서로 대화하는 것을 주된 이벤트 진행 방법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MGS 시리즈가 시작되고 3D를 이용한 연출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영화적”인 수법을 다수 도입하게 됩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통신 화면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해서, MGS1만 해도 많은 이야기가 통신 화면을 통해서 진행됩니다.
하지만 통신 화면을 이용한 스토리 진행은 MGS 시리즈가 계속되며 점점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더니, 급기야 MGS4에서는 통신 화면을 통한 스토리 진행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벤트 영상을 통해 진행됩니다. MGS1 때는 리퀴드 스네이크의 정체가 밝혀지는 쇼킹한 이벤트도 통신 화면을 이용했지만 그에 비해 MGS4는 이러한 연출이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하드웨어가 발전하고 3D 기술이 강화되면서 그만큼 통신 화면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벤트를 묘사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이 늘어났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하겠습니다.
MGS4에서는 통신을 걸 수 있는 상대가 오타콘과 로즈마리뿐. |
그에 비해 이벤트 장면은 엄청난 분량과 멋진 화면을 자랑합니다. |
그래서 MGS4에서는 예전 어떤 시리즈보다도 눈이 즐거운 이벤트 화면이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영화를 옮긴 듯한 이벤트 화면이 나오는데, 대표적인 것이 ACT 2에서의 뱀프와 라이덴의 대결이라든가 ACT 3의 리퀴드와 미군의 대치 장면 등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트윈 스네이크’에서 문제였던 게임 장면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스네이크가 미사일을 밟고 점프하는 등의 비현실적인 액션 연출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그러한 초현실적인 액션을 펼치는 캐릭터가 라이덴 한 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라이덴은 플레이어가 움직일 수 없는 캐릭터라는 식으로 액션을 보여주는 방법을 제한한 영리한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게다가 스네이크는 근접 액션 대결에서 매번 패하는, 어찌 보면 올드 스네이크라는 설정에 어울리는 꽤나 리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저런 말도 많았지만 멋진 장면도 많았던 트윈 스네이크. |
인간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 녀석들의 대결. |
이야기상으로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고, 인터랙티브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있어 왔던 이벤트 씬에서의 카메라 조작이나 주관 시점 화면(일부 이벤트에서 L1 버튼을 눌러 주관 시점으로 볼 수 있는 것) 외에도 새로이 “플래시백”이라는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플래시백은 이벤트 씬 도중에 화면 오른쪽 위에 나오는 표시에 맞춰 ○ 버튼을 누르면 발동하는 것으로, 과거 시리즈나 지나간 장면 등을 지나치듯 보여 주며 스네이크나 등장하는 인물이 떠올리는 장면을 플레이어도 함께 볼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플래시백을 통해서 이벤트 화면이 좀 더 인터랙티브한 진행으로 바뀌었으며, 또한 플래시백 횟수에 따라서 보너스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각 ACT의 시작에 나오는 미션 브리핑의 경우에는 진행되고 있는 이벤트 도중에도 따로 메탈 기어 Mk.Ⅱ를 조종하여 이곳저곳을 탐색할 수 있고, 아이템도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를 제공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벤트 씬 자체의 즐거움도 더욱 커졌다 하겠습니다.
플래시백 연출. 화면 표시에 따라 ○ 버튼을 누르면, |
미션 브리핑에서는 Mk.Ⅱ를 이용해서 주위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이렇게 강화된 이벤트 씬에도 문제는 존재합니다. 가장 중대한 문제는 바로 길이가 너무 길어졌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저쨌든 간에, 제작진이 여러 번 공언한 대로 MGS4에서 MGS 시리즈의 스토리는 일단락을 맺습니다.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벌려 놓은 여러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대사를 쏟아놓듯 이벤트 씬을 통해서 풀어놓는다는 것입니다. 원래부터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던 MGS 시리즈에 있어서 이야기할 거리가 늘어났다는 것은 꽤나 치명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장면들은 한 사람이 설명해 주고 스네이크가 가끔 맞장구치는 것만으로 20분, 30분이 넘어가기도 하니 말 다 했죠.
또한 이야기 정리를 위해 지금까지 시리즈보다 더욱 많은 “상황 설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상황 설명은 엔딩 즈음에 가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식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게임 도중에도 몇 번이나 현재 상황에 대해 일방적으로 자세한 설명을 해 줍니다. 실제로도 이런 설명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BB 부대를 쓰러뜨릴 때마다 드레빈이 통신을 걸어 와서 BB 부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는 부분은 말 그대로 완전히 사족에 가깝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그냥 드레빈에게 통신을 걸었을 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대체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서도 이벤트가 굉장히 길어져서 외국어를 |
휘몰아치는 설명의 폭풍. |
이러한 부분은 같은 “영화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또 다른 게임인 “바이오 쇼크”와 상당한 대조를 보이는 부분입니다. 바이오 쇼크는 게임의 스토리에 있어서 이러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만일 그냥 게임을 클리어하기만 한다면 전체 스토리가 대체 무슨 내용인지도 알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이러한 스토리상의 공백을 게임 중간 중간에 입수할 수 있는 여러 “오디오 다이어리(음성 일기)”를 통해서 보충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러 장소에서 입수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사람이 남겨 놓은 오디오 다이어리를 듣다 보면, 퍼즐이 짜이듯 내용이 맞춰지며 스토리의 전모가 드러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말 그대로 능동적으로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구성해 나가는, 게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MGS 시리즈는 설명 역할을 맡고 있는 캐릭터가 나와서 설명해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쪽이 더 좋은 방식이냐 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오 쇼크 스타일은 게임이라는 미디어의 특성을 잘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하기도 어려운 방식이 될뿐더러, 주인공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나기 힘듭니다. MGS와 같은 방식은 게임이라기보다는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다른 미디어에서 사용할 법한 방식이고, 그만큼 게임 플레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지루한 덤일 수도 있지만 스토리의 이해는 쉬워지며, 스네이크라는 확고한 개성을 가지는 주인공을 낳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것이라면, MGS4에서도 ‘통신’을 더 잘 활용했다면 저렇게 “퍼즐을 맞춰 나가는 방식의” 스토리 진행도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완결이라는 압박 때문에 그러한 부분이 너무 축약되어 버린 감이 있다는 점입니다. 여하튼, 사실상 MGS4의 스토리 연출 부분에 있어서는 완결이라는 부담 때문에 여러 가지로 무리수를 쓰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야기 전반에서 예전에 벌여 놓은 이야기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실제로 오타콘과 통신을 하다 보면 “뱀프가 어떻게 물 위를 뛰어다닐 수 있었는가?”라든가, “왜 스네이크는 CQC를 쓸 수 있는가?”와 같은 스토리상의 세세한 수수께끼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당연히 구태여 집어넣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지만, 완결에 맞추어 모든 이야기의 정합성을 맞추어 정리하기 위해서 들어가 있는 사항들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작진이 스토리의 완결이라는 부분에 맞추어 노력한 만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그에 맞추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스토리가 되었습니다. “아, 그때 그건 그래서였구나”, “아, 저런 인과 관계가 있었구나”…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이러한 스토리 덕분에 MGS 시리즈의 팬들은 기대를 가지고 게임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 게임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게 됩니다. 그만큼 “스토리의 완결”이라는 데 제작진들이 쏟은 열정도, 게임 시스템의 변화 못지않게 큰 것입니다.
바이오 쇼크는 퍼즐과도 같은 스토리 진행 방식이어서 |
그에 비해 MGS4는 일방적인 설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
하지만 당연히 이러한 방식에도 하나의 큰 문제가 존재합니다. 바로 지난 시리즈를 해 보지 못했던 사람은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MGS4의 스토리는 MGS1/2/3를 모두 상당히 깊게 이해하며 즐겨 본 사람이라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입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인물, 그리고 사건에 대한 키워드가 모두 MGS1/2/3에서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요 등장인물 중 새로운 등장인물은 유일하게 두 명, “서니”와 “드레빈” 뿐이며, 나머지 주요 캐릭터는 예전 시리즈에서 한 번은 등장했던 인물입니다.
이야기 도중에 등장하는 많은 사건과 키워드 역시 MGS1/2/3에서 있었던 것들이 다시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MGS 시리즈를 해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저게 뭐지?” “누구지?” 하는 의문이 떠오르게 됩니다. 사실 이렇게 스토리를 이어 나가는 것은 MGS 정도의 대작 게임 시리즈물에는 별로 사용되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 시리즈를 즐겨 온 팬에게 있어서는 게임으로 끌어들이는 데 최고의 조건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게임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효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MGS4는 기존 팬을 끌어안는 방식을 고수한 점에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한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새로운 등장인물 그 1, 서니. 중견 성우 이노우에 키쿠코씨가 |
새로운 등장인물 그 2, 드레빈. 사실 왜 나왔는지 |
그럼 여기서 각 시리즈의 스토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들을 키워드로 살펴보기로 하죠. MGS1의 키워드는 “GENE”입니다. MGS1에서는 솔리드와 리퀴드, 두 사람이 빅보스에게서 이어받은 유전자가 어떤 것이고, 그 유전자(GENE)에 얽혀 있는 운명, 또한 그 운명도 넘어설 수 있는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MGS2의 키워드는 “MEME”입니다. 여기서 MGS1/2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는데요, MEME은 실재하는 개념이 아니고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 내에서 주창한 가상의 개념입니다. 유전자가 DNA라는 물질적 매개를 통해 세대 간에 이어지는 것과 달리, 인간이 만들어 낸 여러 매체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일종의 “정보 전달자”를 MEME이라 했던 것이죠. MGS2에서도 이 개념을 차용하여 라이덴이라는, 빅보스나 스네이크와 아무런 유전적 관련이 없는 새로운 주인공이 스네이크의 운명을 이어받는, 그러한 이야기로 완성됩니다.
MGS3의 키워드는 “SCENE”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도킨스의 개념에서 이탈하여 비슷한 단어를 끼워 맞춘 혐의가 짙어지는데요, 여하튼 1960년대, 냉전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장면들(SCENE)”을 절묘하게 배치하여 빅보스의 과거를 절묘하게 그려냅니다.
그럼 이번 MGS4의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의 키워드처럼 MGS4에서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SENSE”입니다. SENSE는 MGS4 내에서도 여러 가지 단어로 묘사됩니다. 주로 “의지”, “유지”와 같은 단어로 이야기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는 “더 보스에게서 이어진 하나의 의지”와 같은 식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MGS4는 이야기 전체를 걸쳐서, 이러한 “바른 의지의 전달”을 기반에 깔고 있는 것이죠. MGS 시리즈를 걸쳐 가장 유명한 대사가 되어 버린 것이 오셀롯의 “좋은 센스(SENSE)다”라는 것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키워드입니다.
GENE과 MEME을 넘어서, |
SCENE에서 SENSE로. 결국은 “좋은 센스다”. |
그렇게 해서 SENSE를 이어받아 온 MGS4의 이야기는, 스네이크의 퇴장을 끝으로 완전히 종결을 맞이하게 됩니다. 사실 MGS 시리즈에서 스네이크를 퇴장시키고, 주인공 자리를 물려주려는 시도는 MGS2 때도 있었지만 스네이크의 카리스마가 워낙에 강렬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MGS3의 빅보스도 세세한 부분에서는 스네이크와 몇 가지 차이를 보이지만, 근본적인 부분은 동일한 스네이크라 해도 별 상관이 없는 캐릭터였죠.
결국 MGS4에 와서, 스네이크에 관한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서 이야기를 완결시킴으로써 더 이상 스네이크에 연연할 필요가 없게 되고, 스네이크 이야기의 끝을 알리게 됩니다. 실제로 매 시리즈의 엔딩마다 나왔던, MGS 제목이 뜬 상태에서 등장하던 속편을 알리는 음모론적인 대화도 나오긴 나오지만, 시리즈의 완결을 상징하듯 이번에는 대화하는 인물도, 내용도 완전히 바뀌어 등장합니다. 이렇게 제작진은 스네이크를 주연 자리에서 떠나보내고, 새로운 메탈 기어 시리즈를 시작할 준비를 마친 것입니다. 앞으로도 메탈 기어 시리즈는 계속될 것이지만, 아쉽게도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 스네이크의 활약은 끝났습니다. 다음 메탈 기어에서는 스네이크와 맞먹는 또 다른 카리스마 주인공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보기로 하죠.
마지막 대화. 지금까지는 오셀롯이 누군가에게 보고하던, |
스네이크가 게임에 농락당하는 운명도 이제 끝난 것입니다. |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나온 것처럼, MGS4는 시리즈의 팬을 위한 스토리적 완결을 맺는 게임이면서, 게임성 측면에서도 그 완성도가 매우 높은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꽤나 많은데요, 그 중에는 하드 인스톨 기능도 있습니다. MGS4는 ACT 별로 하드 인스톨을 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인스톨 시간 자체는 처음 인스톨 할 때는 약 5분 정도, 이후 ACT 별로 인스톨 할 때는 1-2분 정도로 꽤나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ACT 별로 인스톨 할 때 지난 ACT의 데이터는 삭제하면서 인스톨을 하기 때문에 나중에 게임을 다시 로딩해서 플레이를 할 때 등에, 다른 ACT를 로딩할 때마다 인스톨을 다시 또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겪어 보면 의외로 꽤나 불편한 부분입니다. 이것도 옵션에서 ACT 별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아쉬운” 요소는, 사실 모두 개량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것은 MGS4의 기반이 얼마나 튼튼하게 잡혀 있는가 하는 것을 방증해 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분명히 앞으로 등장하게 될 MGS4의 확장판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MGS1에서는 “인테그럴”, MGS2에서는 “서브스탠스”, MGS3에서는 “섭시스턴스”로 등장했던 확장판이기 때문에, MGS4에서도 이 확장판이 등장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MGS4는 “놀 거리”에 있어서는 지금까지의 MGS 시리즈를 능가하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MGS4의 확장판에서 이 “놀 거리”를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놀이터”를 준비해 준다면, 그야말로 가장 즐거운 “놀이터”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앞으로 스네이크가 나오지 않는 메탈 기어 시리즈가 등장하는 것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스네이크의 싸움은 끝났지만, 메탈 기어 시리즈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앞으로도 믿고 기다려 보기로 하죠.
인스톨 화면. 인스톨 자체는 짧지만, ACT를 바꿀 때마다 |
메탈 기어 온라인도 하나의 가능성이지만 MGS4의 확장판이 등장 |
지식 - 몰라도 별 상관없는 지식들
MGS 시리즈는 메이저 시리즈가 되면서 대대로 게임 내의 여러 아이템을 현실에 존재하는 회사와 PPL(Products in PLacement)을 통해서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역대 최고의 PPL을 자랑하여, MGS3 때에도 있었던 케로땅(메탈 기어 온라인에서만 등장), Triumph 오토바이를 비롯하여, 회복 아이템으로 Regain이나 소니 에릭슨의 핸드폰 등이 등장합니다. MGS2에서부터 등장해서 게임 안의 캐릭터들에게도, 게임 밖의 유저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잡지” 아이템이, 이번에는 진짜 “잡지”인 Playboy지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Apple의 iPod이 스네이크가 가지고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등장하고, 오타콘의 컴퓨터와 노트북 등, 게임 이곳저곳에서 Apple의 기계가 눈에 띕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원래 컵라면 같은 경우에도 PPL 아이템을 사용하려 했는데, 결국 여기에 관심을 보인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가상의 브랜드인 “히데짱” 라면이 되었다는 것이군요.
진짜 플레이보이지의 등장. 더군다나 스네이크도 잡지를 직접 |
iPod은 실제 iPod을 조작하듯 조작해 볼 수 있습니다. |
그뿐만 아니라, MGS4는 시리즈의 총합인 만큼 지금까지 코지마가 참여한 게임의 집대성이기도 합니다. 마치 영화의 카메오 출연을 연상케 하는 이러한 장면은 게임 내의 이곳저곳에 아주 많이 등장합니다. 미션 브리핑 때 2층의 서니를 찾아가보면 서니가 PSP로 코지마가 참여한 게임 중 하나인 “몽대륙 어드벤처”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iPod으로 예전 메탈 기어, MGS 시리즈의 음악이나 스내처, 폴리스노츠, ZOE, 우리들의 태양 등의 음악이 들을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게임 곳곳에 이런 게임들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의 태양”에 나오는 무기인 “태양총”은 아예 게임 내의 특전 무기로 등장하고, “스내처”와 “메탈 기어1/2”에 등장했던 “매드너” 박사도 언급됩니다. “폴리스노츠”의 주인공 콤비였던 “조나단”과 “에드”는 아예 메릴의 팀원으로 등장해서 다시 콤비 플레이를 펼칩니다. 생긴 것은 완전히 다르지만, 백인과 흑인 콤비라는 것은 동일하며 성우도 그때와 동일하다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드레빈이 데리고 다니는 원숭이 리틀 그레이가 먹는 콜라는 폴리스노츠의 마약이었던 NARC라는 상표이며, ACT2의 카체이스 장면에서 잠시 등장하는 병사들이 입고 있는 강화복은 폴리스노츠의 강화 우주복인 EMPS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 이외에도 구석구석 이런 테이스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으므로,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서니가 즐기고 있는 것은… 몽대륙? |
iPod으로 예전 시리즈의 삽입곡이나 |
게임 곳곳에서 카메오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드레빈과 리틀 그레이가 즐겨 마시는 콜라의 상표는 |
또한 이번 MGS4에서 엔딩곡으로 사용된 음악인 “Here\'s to you”는 원래 1971년에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영화 “Sacco e Vanzetti(사코와 반제티)”의 엔딩에 들어갔던 곡의 리메이크입니다. 이 영화는 1920년에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영화화한 것으로, 매사추세츠 주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재판에 관한 사건을 영화로 만든 것입니다.
1920년 4월, 매사추세츠 사우스브레인트리에서 제화 공장의 회계 담당 직원과 수위가 두 명의 남자에게 살해당하고 급료를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은 이탈리아계의 이민자인 사코(Ferdinando Nicola Sacco)와 반제티(Bartolomeo Vanzetti) 두 사람을 용의자로 체포하여, 이듬해 5월부터 재판이 시작됩니다. 두 사람은 모두 무죄를 주장했고, 장장 7년에 걸린 법정 투쟁이 전개됩니다. 하지만 이 둘은 그 당시 미국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던 이탈리아계 이민자이며, 무정부주의자로서 1차 세계 대전에서 징병을 기피했다는 이유 때문에 여러 의혹을 남긴 채로 1927년 4월에 사형을 선고받고, 전기의자에서 사형됩니다. 하지만 1959년에 진범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미국 재판 사상 가장 큰 오점으로 남게 되어, 결국 1977년에 이들에 대한 무죄가 확정됩니다.
이러한 사건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에서 1971년에 영화로 만든 “사코와 반제티”에서는 영화의 전체 음악을 살아 있는 전설인 엔리오 모리코네(Enrio Morricone)가 작곡하였고, 영화에 들어간 노래의 경우에는 역시 전설적인 포크 여가수 조안 바에즈(Joan Baez)가 가사를 써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일본에서는 “사형대의 멜로디”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여, 엔딩곡 Here\'s to you는 “승리에의 찬가”라는 노래로 알려지게 됩니다. 이번 MGS4의 엔딩은 이 곡을 해리 그렉슨-윌리엄스(Harry Gregson-Williams)가 좀 더 느리고 여운이 남는 곡으로 편곡하여 과거 여러 번 해리 그렉슨-윌리엄스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유명 가수 리스베스 스콧(Lisbeth Scott)이 노래를 불러 완성되었습니다. 이 간단한 구절을 계속 반복하는 곡에 등장하는 “니콜라와 바트”는 바로 사법살인으로 죽어간 사코와 반제티의 애칭인 것입니다. 이 곡이 이번 MGS4의 엔딩에 사용된 의미는, 느긋하게 게임의 엔딩을 보시며 직접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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