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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건담 무쌍의 정보가 흘러나오던 시점에서 대부분 게이머들의 건담 무쌍에 대한 반응은 극히 냉소적이었습니다. 물론 원작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무시 못할 수준이며 코에이의 무쌍 브랜드 파워 또한 게이머들의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내기엔 충분했기에 두 작품의 크로스오버는 화제가 되었지만 게임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떠나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만남이라고 여겨지던,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인 성격의 타이틀이었습니다. 캡콤이 연방 대 지온 시리즈를 위시한 아케이드용 건담 게임을 제작하던 것과는 달리 건담과 무쌍과의 만남은 누구도 생각을 못했으며, 기존 건담 게임과는 기본 노선에서부터 철저하게 다른 타이틀이었기에 단순히 허를 찔렀다는 정도를 넘어선 신선하면서도 어딘가 불안스러운 충격을 전달해주었습니다.
원작의 성격을 잘 살린 타이틀 화면. |
멋지라고 넣은 장면일텐데 왠지 웃기면서도 무서웠던 장면. |
기왕 무쌍이라는 타이틀을 가져왔으니 단순히 맛을 내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무쌍이라는 시스템에 건담을 집어넣은 느낌 그대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단지 전장에 건담이 서 있는 게 다를 뿐, 하는 행동은 무쌍 시리즈의 무장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무쌍 시리즈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일기당천의 콘셉트는 물론 화면의 레이아웃이나 진행 방식은 무쌍 시리즈를 즐겨 플레이했던 유저들에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며, 그간 이러한 방식의 건담 게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선하면서도 그간 무수히 무쌍 시리즈를 즐겨왔던 게이머들에게는 지겹기까지 한 이중적인 모습을 화면에 뿌려줍니다.
너무나 익숙한 화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다른 것은 건담이라는 것. |
건담 무쌍에는 퍼스트 건담을 비롯해서 마크-Ⅱ, Z 건담, ZZ 건담, 갓 건담, 윙 건담 제로, 턴에이 건담 등 원작에 구분없이 다양한 시대의 건담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하나의 작품 안에 등장합니다. 그간 건담 관련 게임이 수없이 발매되었지만 막상 이렇게 다양한 세대의 건담이 섞여 등장하는 것은 슈퍼 로봇 대전 시리즈를 제외하면 보기 드문 광경이라 다양한 라인업의 건담들이 등장하는 액션 게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꽤 기대를 모을 수 있었을 겁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다양한 캐릭터와 기체를 고를 수 있으며, 특이하게도 게임 소재로는 별로 사용되지 않았던 무사 건담까지 등장해서 라인업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다만 후속작을 생각해서인지 수많은 건담 중 일부만 덜어서 등장시켰기 때문에 총 등장 기체수 자체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조금은 볼륨이 작다는 느낌입니다.
수많은 캐릭터와 MS가 직·간접적으로 등장한다. |
통상 공격, 차지 공격, 무쌍 난무가 공격 수단이었던 기존 무쌍 시리즈의 공격 시스템과 흡사하게 통상 공격, 차지 공격, SP 공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공격 방식은 비슷비슷한 느낌입니다. 차지 공격은 통상 공격과의 연계로 4단계까지 나누어지며, SP 공격도 게이지를 모은 정도에 따라 3레벨까지 구분됩니다. 또한 내구력 게이지가 붉은색일 경우 더욱 강력한 하이퍼 SP 공격이 발동되며, 2P, 혹은 특정 파일럿과 가까이 있는 상태에서 SP 공격을 내면 컴비네이션 SP 공격(격 무쌍난무…)이 발동됩니다. 기본적으로 통상 공격-차지 공격-부스트 대시-대시 공격의 연계로 공격과 대시를 혼용해서 다양한 콤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콤보는 생각보다 그리 다양하지 않은 편. |
한 번에 많은 적을 날려버릴 수 있는 SP 공격. |
기존 무쌍 시리즈와는 달리 부스터를 채용해서 전후좌우 대시를 사용할 수 있어서 게임이 스피디해졌습니다. 특히 부스터 시스템으로 인해 공격 중간에 부스트 대시를 사용해서 좀 더 다채로운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되었으며, 변형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이동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도 바로 변형해서 맵 이동을 할 수 있어서 지루하게 맵을 이동하는 단점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게임 성격상 전장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쾌적하게 맵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부스트 시스템이 별거 아닌 시스템일 것 같지만 의외로 게임 내에서는 크게 작용해서 공격과 이동 양쪽의 플레이 방식을 상당히 많이 바꾸었으며, 좀 더 스피디하면서도 화려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스트 대시의 도입으로 게임이 많이 현란해졌다. |
변형 대시를 이용하면 맵 이동도 부담스럽지 않다. |
게임 모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원작의 주요 장면을 현대적인 연출로 재현한 오피셜 모드, 수수께끼의 행성을 무대로 각종 시리즈의 건담들이 출연해서 맛 가는 스토리를 펼쳐주시는 오리지널 모드(2인 협력 플레이 가능), 플레이어끼리 대전을 하거나 서로 더 많은 기체를 격파해서 승패를 겨룰 수 있는 버서스 모드가 존재합니다. 얼핏 자유롭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 나가는 오리지널 모드에서도 파일럿이나 기체를 게이머 취향에 맞게 꾸며서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나름 꽤 충실하게 설정 데이터를 수록해놓은 갤러리 모드에서는 캐릭터들의 프로필을 보거나 명대사를 들을 수 있고 일반적인 MS는 물론 화이트 베이스와 같은 전함급의 기체까지도 모델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모드는 그리 많지 않다. |
대전 모드나 협력 모드는 이런 식으로 화면을 나눈다. |
그래픽 부분은 PS3라는 기기의 성능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 눈에 많이 밟히는 편입니다. PS3 발매 초기인데다 캐릭터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하더라도 도저히 차세대의 무쌍 시리즈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수준입니다. 어떻게 보면 PS2로 제작하던 녀석을 급하게 PS3로 포팅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마냥 빈 소리로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PS2로 플레이하던 무쌍 시리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픽적인 부분이 좋아졌지만 어디까지나 기대한 것에 비하면 조촐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로딩이 매우 짧고 프레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쾌적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생각한 것보다는 메카닉의 디테일이 꽤 봐줄 만하지만 전체적으로 휑한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애초에 무쌍 시리즈가 그래픽적인 부분에서 크게 어필하던 시리즈도 아니며 X360으로 발매되었던 진 삼국무쌍 4 스페셜의 전례를 생각해보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평범한 그래픽 수준은 SCE에서 그토록 광고하던 \'PS3 퀄리티\'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 모습입니다.
오프닝은 꽤 멋지게 연출했지만…. |
말 많았던 X360 버전 진 삼국무쌍 4 스페셜. |
메카닉의 디테일은 꽤 살아 있는 편이지만 배경 때문에 꽉 찬 느낌이 덜하다고 해야 하나…. |
우주 세기의 건담이 등장하는 만큼 지상전 외에 우주전도 들어갔지만 지상전과 우주전을 명확하게 구분해주는 차별점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우주전을 넣었다고 광고할 정도면 뭔가 우주전만의 특화된 시스템이나 연출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했었지만 배경 정도만 달라지고 게임 자체는 그냥 별 차이 없이 진행됩니다. SP 공격도 나름 원작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애를 쓴 것 같지만 조금 더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듯합니다. 레벨이 달라도 공격을 조금 더 하고 덜 하고의 차이일 뿐이며 몇몇 기체의 기술은 멋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체는 이게 스페셜 공격인지도 애매할 정도로 무덤덤하게 연출됩니다. 워낙 정신없는 게임인데 SP 공격까지 강한 연출이 아니라서 더 밋밋하게 느껴지고, 게임 자체는 박력 있는 편인데 확실하게 점을 찍어줄 만한 연출에서 힘이 부족한 인상입니다.
SP 공격이 좀 더 화려했다면 어땠을까. |
기대했던 우주전 연출도 별다를 게 없는 수준. |
게임의 인상은 얼핏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하게 되면 은근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어차피 일반 기체는 이리저리 썰고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풀라고 존재하는 기체이기 때문에 방해는 되지 않지만 보스 격으로 등장하는 네임드 기체는 꽤 긴장감을 가지고 플레이해야 합니다. 보스급 기체가 강한 편이기 때문에 일반 기체까지 똑똑하면 보스급 기체를 잡을 때 무지막지한 스트레스를 안겨줄 것 같아 어떤 의미로는 마음에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해서 보스급 기체의 난이도를 조금 낮추고 일반 기체의 인공지능을 조금 똑똑하게 만들어줬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시리즈 자체가 아무 생각 없는 무뇌 기체 쓸어버리면서 스트레스 풀라는 게임이지만 그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는데다 은근히 보스전에서 패턴이 원패턴으로 고정화되는 감도 있어서 조금 신경이 쓰입니다.
일반 조무래기 기체와 네임드 기체의 난이도 차이는 엄청나다. |
삼국무쌍 시리즈의 거점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는 필드가 존재하며, 게임 진행 역시 간단히 말해 각 필드에 있는 가더를 잡고 해당 필드를 제압한 후 출몰하는 보스를 잡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은 꽤 길지만 결국 정해진 맵 안에서 왔다갔다하며 끊임없이 썰고 다녀야 하는 시스템은 중단 세이브를 지원함에도 조금 지루한 감을 들게 합니다. 차라리 하나의 스테이지를 절반 정도의 길이로 클리어하게 하되 더 다양한 스테이지와 미션을 집어넣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무쌍 시리즈의 오랜 딜레마와도 같은 부분이기 때문에 그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결국은 어쩔 수 없이 거의 비슷한 상황이 되어 버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필드 제압하고 보스 잡으면 끝. |
중단 세이브의 존재는 꽤 유용. |
볼륨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인지 여러 번 반복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요소를 몇 집어넣었습니다. 파일럿과 기체의 성장과 스킬 습득으로 여러 번 플레이해서 성장시켜야 합니다. 플레이어의 성장은 전투 도중에 적을 공격하면서 파일럿 포인트와 MS 포인트가 올라가면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레벨업하며, 미션 클리어 이후에 격파수, 클리어 타임, 아군 필드수, 난이도에 따라서 얻는 미션 스코어에 따라 보너스를 획득하게 되며, 이 역시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레벨업을 합니다. 파일럿이 습득할 수 있는 특수능력인 스킬을 장비하면 전투시에 효과를 내며, 캐릭터 전용의 고유 스킬과 범용 스킬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은근히 보스급 기체가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에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레벨이나 파츠 조합에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꾸준하게 플레이해서 레벨을 올려야 한다. |
결국 반복 플레이는 필수란 소리. |
스킬과 파츠 조합을 운운하기 전에 획득하는 것 자체가 일이다. |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컷인 연출이 곁들여 나오기도 하며 원작의 유명했던 대사와 연출이 풀보이스로 펼쳐집니다. 오피셜 모드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모드에서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캐릭터와의 조합으로 이벤트 장면이 흘러나오는데, 어쩐지 멋있다기보다는 웃긴 연출이 많은 편입니다. 이벤트 연출 자체는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멋지게 화면이 흘러나오지만 이런 연출이 생각보다 분량이 적은데다 반복 플레이를 필수적으로 하게 되는 게임 성격상 별 변화없이 같은 장면만 나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사실 이런 연출은 한 번 보고 끝내는 게임일 경우 효과적으로 작용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하는 시리즈의 특성을 고려해서 다양한 이벤트를 넣어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게다가 클리어한다 해도 엔딩이라고 하기에 너무 무덤덤한 화면만 나오고).
풍림관 고교의 푸른 번개 브라이트씨의 멋진 일갈. |
원작에서 자주 사용하던 연출을 좀 더 세련되게 바꾸었다. |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아난 전설의 수박바 어택. |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건담 무쌍은 후속작이 뻔히 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등장할만한 기체와 파일럿은 무궁무진하며 게임을 더욱 재미나게 해줄 시스템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 원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발매된 건담 무쌍은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건담과 무쌍이라는 꽤 걸출한 녀석들의 커플링에 좀 더 신선하고 다양한 시스템이나 맛 간 이벤트 연출을 기대한 것은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어디까지나 딱 예상한 만큼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건담과 무쌍이라면 좀 더 예상을 뛰어넘은 그 무언가를 창출해낼 수도 있었을텐데 후속 시리즈를 위해 일부러 맛만 보여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담담한 게임입니다. 대충 팬들이 알 만한 원자의 유명한 이벤트와 대사를 집어넣고 이 정도로 만족해라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재밌게 플레이하긴 했지만 어쩐지 허전한 기분이 강하게 드는 그런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게 게임의 묘미라면 묘미. |
나름 유명한 대사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
무쌍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모델링 감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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