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i의 독특한 조작 체계 덕분인지 시리즈 게임의 최신작이 Wii로 발매되면 단순히 조작 체계만 Wii에 걸맞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장르 자체를 바꾸고 위모컨을 적극 활용하도록 바뀌는 게임이 더러 있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에서 체감형 액션 게임으로 변신한 소울 칼리버 레전즈가 그런 케이스이며 이번 리뷰 타이틀인 바이오해저드 -엄브렐러 크로니클즈- 역시 액션 어드벤쳐 게임에서 건슈팅 게임으로 장르가 바뀌었습니다. 물론 바이오해저드 시리즈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와는 별도로 건 서바이버라는 이름으로 4편까지 시리즈를 발매한 적이 있기에 엄브렐러 크로니클즈는 건 서바이버 시리즈의 최신작이라는 설명이 더 어울리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르는 바뀌었지만 이전 시리즈의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또 하나의 후속작. |
제목이 의미하듯 엄브렐러 크로니클즈는 바이오해저드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게임입니다. 바이오해저드 제로의 이야기를 다룬 황도 특급 사건, 초대 바이오해저드의 이야기를 다룬 양관 사건, 바이오해저드 3의 이야기를 다룬 라쿤 시티 괴멸 사건과 오리지널 시나리오인 엄브렐러 종언까지 네 개의 시나리오가 있으며, 각 시나리오와 챕터마다 원작의 주인공을 맡았던 준·주연 캐릭터들로 플레이 캐릭터가 바뀌는 방식입니다(오리지널 시나리오인 엄브렐러 종언의 메인 캐릭터는 크리스와 질).
바이오해저드 4 초반부에 레온이 엄브렐러사의 괴멸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언급하지만 사실 이전 시리즈를 꾸준히 플레이해왔던 사람들에겐 정말 그 말 한마디로 엄브렐러사라는 거대한 존재가 그대로 끝나는 것인지 의아해 할 정도로 바이오해저드 시리즈에서의 엄브렐러사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바로 그 지나치게 조용히 지나갔던 엄브렐러사의 붕괴 과정을 엄브렐러 크로니클즈가 보충해주면서 바이오해저드 시리즈의 핵심 스토리를 정리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 시나리오는 총 네 개. |
엄브렐러 종언의 메인 캐릭터는 크리스와 질. |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엄브렐러 크로니클즈의 중심 스토리는 바이오해저드 제로와 오리지널 바이오해저드, 바이오해저드 3편을 배경으로 해서 진행되며, 엄브렐러 크로니클즈에서는 이들 스토리를 다른 관점에서 비추며 엄브렐러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리즈물이 그러하듯 바이오해저드 시리즈 역시 애초에 모든 것을 상정하고 시리즈를 이끌어나간다기보다는 생각지도 못했던 원작의 대히트 후에 부족했던 살을 덧붙이고 엉성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다듬어가기 때문에 이전 시리즈와 엄브렐러 크로니클즈에 등장하는 사건과 캐릭터 구성에 차이점이 발생하는 등 모든 이야기가 매끈하게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엄브렐러 크로니클즈가 유저들에게 던지는 떡밥성 시나리오는 시리즈 팬들에게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이며,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퍼즐 조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해저드 제로 파트의 레베카. |
바이오해저드 3 파트의 질. |
한국 닌텐도의 정책으로 인해 한국에 정식 발매되는 모든 NDS/Wii용 타이틀은 모두 한글화를 거쳐야 하며, 덕분에 엄브렐러 크로니클즈 역시 자막 한글화를 거쳐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바이오해저드 시리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타자기의 느낌이 묻어나는 폰트를 사용해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데다 한글화 자체도 튀는 부분 없이 무난하고 자연스러운 한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덕분에 스토리가 중요한 본 게임을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다행스러운 부분이라면, 정식 발매 버전이 일본판 기준이 아니라 북미판 기준이기 때문에 피가 나오는 연출이나 머리가 날아가는 등의 잔혹한 연출이 여과 없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스토리 이해가 중요한 게임이니만큼 한글화는 더욱 반가운 요소. |
바이오해저드 4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서 시리즈의 명장면을 다시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란 루머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건슈팅 장르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FPS 장르에 가까운 게임이 되어서 플레이어가 아날로그 스틱을 조작해서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스타일로 제작되기를 원했지만 일반적인 건슈팅 장르에 맞게 강제 진행형 게임이 되었습니다. 다만 약간은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어서 아날로그 스틱을 조작해서 화면을 제한적이나마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화면 구석구석을 잘 살펴보면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전투와 더불어 배경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느긋하게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한 화면에서 다음 화면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좀 더 긴박감 있는 게임 진행이 이루어집니다.
엄브렐러 크로니클즈는 어드벤쳐 장르였던 원 시리즈를 건슈팅 게임으로 단순하게 바꾼 것이 아니라 건슈팅이라는 큰 뼈대를 유지하면서 원작의 흥미로웠던 요소를 간략화해서 적절히 분배한 게임입니다. 여러 장소를 이동하면서 무기와 아이템을 입수하고 이야기의 진행을 알려주는 리포트를 발견하는가 하면 다양한 액션을 소화하면서 좀비와의 전투가 이루어지는 원작의 큰 요소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원작의 요소는 그대로 살렸되 건슈팅 파트에 비중을 크게 늘린 게임으로, 맵이동이나 퍼즐 등의 부분은 빼고 적당히 아이템을 입수하고 건슈팅에 집중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건슈팅 게임의 기본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
화면에 숨겨진 아이템을 입수. |
조작 체계는 기본적으로 위모컨의 포인터를 화면에 대고 트리거 형식의 B 버튼을 누르면 총을 쏘는 방식입니다. 십자키의 아래위 버튼을 눌러 사용하는 무기를 바꿀 수 있으며 버튼 조합으로 나이프 공격과 수류탄 던지기 역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탄창을 다 쓰면 위모컨을 짧게 끊어 흔들어서 장전하는 방식이며 눈차크의 아날로그 스틱으로 화면의 구석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해저드 4에서 사용되었던, 특정 상황에서 타이밍에 맞게 해당 버튼을 눌러 적을 공격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회피하는 등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건슈팅이라는 제한된 장르에서도 바이오해저드의 특유의 분위기를 제법 느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조작은 대부분 수록. |
한 번의 실수로 즉사할 수도. |
조작은 지극히 직관적이지만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상당히 어려운 편입니다. 헤드샷으로 날려버리면 끝낼 수 있는, 시리즈 대대로 내려오는 좀비의 약점이 있지만 그리 쉽게 맞출 수 없습니다. 귀엽게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며 좀비가 다가오기 때문에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고선 헤드샷을 노리기 상당히 어려운데, 숨겨진 요소를 꺼내기 위해서는 헤드샷이 필수라는 것이 유저들을 힘겹게 합니다. 이런 조작적인 부분 외에도 엄브렐러 크로니클즈는 게임 자체가 어려운 편입니다. 제작사가 작정하고 유저들의 실력을 검증하고자 한 것인지 본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도 힘들고 숨겨진 요소를 모두 꺼내는 것도 고난에 가까운 조건을 내세웁니다.
헤드샷 노리기 참 힘듭니다. |
말이 EASY 난이도지 실제로는…. |
플레이하면서 얻은 무기는 사라지지 않고 다음 챕터에까지 이어지며, 하나의 챕터를 클리어하면 플레이 내용에 따라 스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획득한 스타 포인트를 사용해 소지하고 있는 무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이 다른 건슈팅 게임과의 차이점입니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소지 탄수와 최대 장전 탄수 등의 파워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본편의 어려운 난이도를 어느 정도 낮춰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하드 난이도로 모든 스테이지를 S 랭크로 클리어하면 무한 탄환으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 번 플레이하고 마는 게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동기부여를 해줍니다. 플레이 시간 자체도 일반 건슈팅 게임에 비해 긴 편인데다 미니 게임 식으로 숨겨진 시나리오도 존재하기 때문에 볼륨 문제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한 탄환으로 밝고 아름다운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 |
쵸큼 무서웠던 스페셜 시나리오. |
그래픽은 NGC로 발매된 바이오해저드 제로/리버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NGC용 바이오해저드 시리즈는 배경 그래픽을 고정 시점으로 만들었지만 엄브렐러 크로니클즈는 고정 시점이 아니라 수시로 화면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만들었으면서도 동등한 퀄리티를 냈으며 때로는 꽤 멋진 화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720p 해상도가 기본인 요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겐 놀랄만한 그래픽은 아닙니다. 오히려 6~7년 전에 발매된 이전 시리즈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그래픽은 게임의 분위기와 맞물려 얼핏 칙칙하고 지저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그 반대로 오히려 분위기를 살려줄 때도 있지만).
바이오해저드 제로와 리버스가 발매되던 당시에는 누구나 인정하는 멋진 그래픽이었지만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엔 그리 충격적이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은 수준입니다. 가끔 나오는 동영상도 고화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그래픽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엄브렐러 크로니클즈는 평범한 수준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Wii용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불만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좀 더 고해상도에 멋진 화면으로 이 연출을 보았으면 더 좋았겠다란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타격감 역시 생각보다는 약한 편으로, 총에 맞았을 때의 적의 리액션이 그리 크지 않고 역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위모컨 자체에 사운드 효과와 진동 효과가 있어서 어느 정도 보충은 해주지만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wII 전용 소프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만족스러운 그래픽도 아니다. |
Wii 재퍼를 포함한 패키지로 판매되고 있지만 실제로 Wii 재퍼와 위모컨, 눈차크를 연결해서 플레이하면 그리 편안한 조작감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일단 건슈팅 게임의 기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방아쇠를 당겼을 때의 확실한 조작감과 반응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위모컨의 B 버튼이 트리거 버튼 형식이기 때문에 Wii 재퍼의 방아쇠 부분 역시 B 버튼에 맞춰서 눌러지게 만들어졌지만 깊이 있게 눌러지지도 않고 눌렀을 때와 땠을 때의 반응이 약합니다. 위모컨 자체의 진동 기능을 이용해서 진동 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애초에 위모컨의 자체 진동이 그리 강하지 않은데다 덩치가 큰 Wii 재퍼에 끼우면 진동이 분산되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기 힘듭니다.
요거이 바로 Wii 재퍼 되시겠습니다. |
또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위모컨을 휘두르거나 좌우로 흔들어야 하는 액션이 많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위모컨과 눈차크를 양손에 들고 조작하면 잘 모르지만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는데다 앞뒤로 길쭉한 Wii 재퍼를 흔드는 것은 그리 쉬운 조작이 아닙니다. 특히 건슈팅 게임에서 주요한 액션인 장전을 위모컨을 흔들어서 하는 방식이란 것이 결정적인 점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오토 리로드 기능이 있지만 건슈팅 게임의 기본이 화면 전환 시에 미리미리 장전을 해놔서 결정적인 장면에 총알이 모자라지 않게 운용하는 것인데 언제 탄환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토 리로드만 믿기에는 게임의 난이도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Wii 재퍼에 위모컨과 눈차크를 연결하면 얼추 그럴싸한 모양이 나오긴 하지만 실제 플레이 시에는 Wii 재퍼가 거치적거린다는 애매한 상황이 됩니다. 기획 의도는 상당히 괜찮았지만 실제 플레이시에는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없으며, 오히려 Wii 재퍼를 사용하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유저 프렌들리(-_-)하지 못하다는 것이 Wii 재퍼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매뉴얼에 쓰여 있는 것처럼 Wii 재퍼에는 눈차크를 끼우지 않은 채 조작 설정을 재퍼로 맞추고 눈차크를 이용해서 공격을 하거나 장전 등의 조작을 할 것이었다면 짧은 권총 형식으로 제작해서 좀 더 가볍고 조작하기 쉽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위모컨을 정신없이 조작해야 한다. |
Wii 재퍼로는 장전이 꽤 힘들어진다. |
건슈팅이라는 장르가 요즘엔 그다지 파괴력 있는 장르가 아닌데다 화면에 대고 총을 쏜다는 색다른 조작감도 Wii라는 콘솔로는 색다를 게 없는, 지극히 당연한 조작 체계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엄브렐러 크로니클즈는 식상한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건 서바이버 시리즈에 실망한 플레이어들은 의식적으로, 혹은 지난날의 아픈 상처로 인해 무의식적으로라도 엄브렐러 크로니클즈를 피할 수도 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이 PS1으로 나왔던 건 서바이버 첫 작품은 여린 게이머의 마음을 통렬하게 배신했으며, 그 이후로 나왔던 건 서바이버 시리즈 역시 바이오해저드 시리즈의 이름값에는 모자란 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브렐러 크로니클즈는 엄연히 건 서바이버 시리즈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같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방식과 시스템에 많은 차이를 보여주며, 단순히 지난 게임의 데이터를 재활용한 단순 급조 게임이 아니라 시리즈 팬들이라면 반길 요소를 가득 담아낸 게임입니다. 또한 숨겨진 이야기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해서 바이오해저드 시리즈에서 부족했던 이야기를 채워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함과 동시에 건슈팅 게임의 재미도 놓치지 않은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건슈팅으로 다시 플레이하는 와중에 알버트 웨스커의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보너스라고 생각해도 좋을 부분이기도 합니다.
작정하고 멋지게 나와주시는 웨스커 & #54973;아. |
다른 의미로 유명했던 건 서바이버 1편(좌)과 한글화되어 발매된 건 서바이버 4(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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