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SP라는 기계에 대한 감상이라면, 신형 PSP 발매 이후 일본에서도 상당히 활발한 기세를 자랑하고 있으며 기계의 성능을 쥐어짜내는 듯한 그래픽의 타이틀도 연이어 나오면서 분위기를 좋게 이어나간다는 느낌입니다. PSP가 발매된 지 4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제작사가 PSP 제작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인지 로딩 부분을 잘 잡아내면서도 그래픽은 유저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뽑아내는 타이틀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번 리뷰 타이틀인 갓 오브 워 -체인 오브 올림푸스- 또한 몬스터 헌터 포터블 2G, 무쌍 오로치, 크라이시스 코어와 마찬가지로 PSP의 성능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멋진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입니다.
드디어 PSP에 등장한 크레토스. |
기대한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래픽. |
갓 오브 워 시리즈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한국 유저들에게도 유명한 시리즈입니다. PS2로 처음 발매된 갓 오브 워 1편은 가정용 게임기로서는 보기 드문 과격한 연출과 폭력 수위, 밝고 명랑♡한 미니 게임의 도입으로 단숨에 액션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리를 확보했으며, 단순히 자극적인 요소에만 신경 쓴 게임이 아닌 참신한 시스템의 도입으로 다른 액션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며 갓 오브 워만의 카타르시스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또한 PS2의 황혼기에 등장한 갓 오브 워 2는 PS2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그래픽을 자랑한 게임이었으며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요소를 그대로 계승, 더욱 완성도 높은 시리즈로 확고한 위치를 다지게 해주었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타이밍 버튼 시스템은 여전히 박력 넘치는 액션으로 호쾌한 장면을 연출해내며, PS2 유저의 눈길을 강하게 잡아끌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발매된 PSP용 체인 오브 올림푸스는 이러한 시리즈의 장점을 모두 끌고 온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박력 넘치는 연출은 휴대용 액션 게임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합니다.
여전히 골 때리는 명랑 연출을 보여줍니다. |
PSP로 가능할까 생각되던 모든 연출이 그대로 재현. |
시리즈 특유의 느낌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 그래픽 수준과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프레임은 액션 게임으로서의 기본을 충실히 지킨 모습이며 중간에 삽입되는 데모 영상 또한 기대 이상으로 깔끔합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은 부분에서 멋진 광원 효과와 독창적인 디자인의 배경 구성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몸풀기 식으로 만들어진 타이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갓 오브 워 1편이 처음 발매되었을 때 새로운 액션 게임의 지표가 되었듯 체인 오브 올림푸스 또한 PSP로 발매될 액션 게임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PSP로도 이 정도의 액션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좀처럼 넘기 힘들지도 모를 높은 허들을 세웠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데빌 메이 크라이가 괜히 기대되기도(몇 년 전에 나온다고 들었는데 영 소식이 없네). |
독특한 앵글로 화면을 잡아내서 화면이 무척 널찍하게 표현됩니다. 다른 게임과 같은 정상적인 비율의 화면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화면 연출이지만 답답한 느낌 없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스테이지는 다른 게임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각을 전해줍니다. 이런 독특한 시점과 함께 특정 기술이 들어가면 극단적인 화면 확대가 사용되기도 하고 콤보 공격 도중 때때로 움직임이 느려지면서 고조감을 끌어낸 뒤 묵직하게 기술이 들어가는 연출은 게임을 더욱 호쾌하게 풀어내줍니다.
3D 액션 게임이지만 플레이어 스스로 시점을 바꿀 수는 없고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앵글로만 시점이 이동됩니다. 덕분에 어느 정도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을 제약하는 일방적인 외길 진행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시점을 돌리지 못해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으며, 움직임에 따라 최적의 시점을 자동으로 잡아주기 때문에 버튼 수가 모자라는 PSP로도 충분히 시점 불편 없이 액션 자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제한된 화면 구도를 이용해 잘 안 보이는 곳에 보물 상자를 배치한 것도 재미난 연출입니다.
로딩 또한 무척 짧은 편으로, 짧다는 표현이라기보다는 아예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고 나면 따로 로딩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다음 챕터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플레이 도중 다음 데이터를 불러들이기 때문에 한 챕터를 끝내고 로딩 후 다음 챕터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논스톱으로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캐릭터의 크기가 너무 작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다 등장하는 적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은 호쾌한 액션을 기대했던 게이머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캐릭터가 너무 작게 느껴진다거나 한 화면에 등장하는 적들의 수가 적은 것은 아쉬운 부분. |
조작법 역시 이전 시리즈와 동일합니다. 약-강공격에 1편부터 이어지는 타이밍 버튼 시스템은 체인 오브 올림푸스에서도 여전합니다. 이제는 다른 게임에서도 곧잘 사용되는, O 버튼으로 적을 잡아서 다양한 연출로 인수분해하는 연출 역시 PSP 버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버튼 수도 부족하고 아날로그 스틱도 하나 부족한 조작 체계지만 거의 모든 액션을 불편하지 않게 조작할 수 있도록 조작 체계도 PSP 하드웨어에 맞게 잘 정리되었습니다. 하지만 회피 동작이 꽤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에 적의 공격할 때마다 회피를 L+R+방향이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것은 곧 익숙해진다 하더라도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합니다.
디스 이즈 스파르타냐 이 자식아. |
거대 보스와의 전투는 갓 오브 워 시리즈의 백미. |
주위에 널린 사물을 부수고 적을 죽이거나 스테이지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 상자를 열어 레드 오브를 입수하면 파워 업을 할 수 있습니다. 파워 업을 통해 사용 가능한 콤보의 수를 늘리고 마력의 공격력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적을 공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레드 오브를 빠짐 없이 입수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또한 피닉스의 깃털이나 고르곤의 눈을 각각 5개씩 얻으면 마력 게이지와 체력 게이지의 최대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기본적인 시스템은 이전 시리즈와 다른 부분 없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전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따로 시스템 이해할 필요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레드 오브를 모아서 파워 업. |
피닉스의 깃털과 고르곤의 눈은 빠짐없이 모으자. |
단순 이식작이 아닌, PSP용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란 것도 반가운 부분입니다. PS1이나 PS2로 나왔던 타이틀의 이식작이 유난히 많았던 PSP였기 때문에 체인 오브 올림푸스는 그만큼 돋보이는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스케일이 그리 큰 게임도 아니며 스토리의 진행 또한 이전 시리즈처럼 크게 펼쳐놓고 정교하게 진행하기보다는 한 토막의 이야기를 가지고 진행하는 인상이 강합니다. 2편과 3편의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외전격의 이야기, 혹은 단막극 한 편을 보는 듯한 스토리이며, 전체 스토리를 통틀어 대사나 중간 데모 영상의 길이는 무척이나 짧은 것도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해줍니다.
휴대용 기기로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줄어들고 게임이 간략해졌습니다. 또한 퍼즐 파트의 비중이 줄고 액션 진행에 무게중심을 옮겨서 게임의 진행이 무척 빠른 편입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액션 파트와 함께 퍼즐 파트가 꽤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이번 체인 오브 올림푸스는 순수하게 액션 게임으로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된 느낌입니다. 이전 시리즈처럼 스테이지를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거나 지독하게 머리를 굴릴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해당 버튼만 누르면 쉽게 풀 수 있는, 퍼즐이라고 하기엔 너무 간단한 퍼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퍼즐 부분에 시간을 길게 끌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동선이 짧아지고 간단해진 퍼즐 파트. |
쉬워진 퍼즐 때문에 플레이 타임도 5시간 정도로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워낙 강렬한 게임이다 보니 굵고 짧게 끝내는 느낌은 들지만 그런 부분을 고려한다 해도 이전 시리즈에 비하면 확실히 스케일이 많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딱히 입 댈 부분이 없는 게임이지만 유일하게 지적할 수 있는 부분도 바로 이 플레이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클리어 이후에 등장하는 최고 난이도의 신 모드와 몇 가지의 도전 미션이 따로 존재하고, 갤러리 모드나 크레토스의 복장을 모을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짧은 플레이 시간을 커버해주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추가 요소의 볼륨 또한 그리 크지 않은 편입니다.
매우 어려운 신 모드. |
다양한 조건 하에 펼쳐지는 추가 미션. |
갤러리 모드 등에서 일러스트나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
요즘 들어 보기 힘들어진 한글화 타이틀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체인 오브 올림푸스는 자막 한글화를 거쳐 발매되었습니다. 북미 발매일인 3월 4일보다 거의 두 달 정도 기다려 한국에 발매되었지만 한글화는 이러한 불만을 충분히 커버해줄만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액션 게임인데다 언어를 모른다 해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시리즈이지만 특유의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스토리 라인이 꽤 재미나기 때문에 깔끔한 번역의 자막 한글화는 그만큼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다만 폰트가 일그러지듯 출력되고, 크레토스의 대사 외에도 전체적으로 글자의 받침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폰트를 사용해서 가독성은 상당히 나쁜 편입니다.
오오 은혜로운 세이브 기회. |
이상하게 글자가 일그러진다. |
체인 오브 올림푸스는 이전 시리즈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오는 데 성공한 타이틀입니다. 하드웨어의 성능 차이를 극복하고 시리즈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데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그만큼 차별화된 요소는 없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체임 오브 올림푸스만의 색다른 요소를 시도한다거나 이전에 발매된 PS2용 2편과 앞으로 발매될 PS3용 3편과의 사이에 이어지는 과도기적인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것이 뭔가 특별한 요소를 원했던 게이머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한계를 생각했을 때 시리즈의 독창적인 요소와 시스템을 그대로 재현하고 무리 없이 PSP로 풀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임을 다했다는 감상입니다. 짧은 플레이 시간과 작아진 스케일이 지적되긴 하지만 휴대용 타이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잘 나온 타이틀이라 평할 수 있으며, 언젠가 PS3로도 발매될 정식 넘버링 후속작과는 별개로 PSP로도 체인 오브 올림푸스의 뒤를 이은 갓 오브 워 시리즈가 나오기를 기대하게 하는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