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게임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축구 게임 시리즈를 고르라면 단연 EA의 [FIFA] 시리즈와 코나미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일 겁니다. 두 시리즈 다 오랜 시간 시리즈를 이어오며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으며, 콘솔과 PC 등 기종을 가리지 않은 활발한 시리즈 전개로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를 추구해나가는 시리즈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X360 런칭 초기부터 타이틀을 내놓은 [FIFA] 시리즈와는 달리 [위닝 일레븐] 시리즈는 차세대기로의 등장을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치가 높았지만 그 발걸음이 무척이나 신중하고 더딘 편이었습니다. 결국 X360이 발매되고 1년이 지난 2006년 12월 14일에야 한국 게이머들은 X360용 [위닝 일레븐 X]를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X360으로 영역을 넓힌 [위닝 일레븐]. |
스타 리그 광고를 보는 듯한(…) 오프닝. |
콘솔로 나온 시리즈 중 아무래도 가장 성능이 좋은 X360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래픽 부분에서 [위닝 일레븐 X]는 역대 발매된 모든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그래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16:9 와이드 화면 지원에 선수들이 몰려도 느려지지 않고 부드럽게 돌아가는 화면 처리, 자연스러워진 그림자 표현과 깔끔하게 묘사된 선수들의 모습은 확실히 차세대 [위닝 일레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처음 볼 때는 PS2 시절보다 조금 더 좋아진 건가 라는 느낌도 들었지만 [위닝 일레븐 X]를 틀고 나서 다시 PS2용 [위닝 일레븐 10]을 플레이해보면 두 타이틀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점이 있는지 대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유니폼의 묘사도 꽤 정교해졌다. |
주심은 물론 선심까지 표현. |
하지만 X360이라는 차세대 머신으로 발매되는 게임이라기엔 어딘가 빠진 듯한 그래픽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1년여 동안 X360을 오래 플레이하면서 그만큼 높아진 그래픽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더라도 [위닝 일레븐 X]의 그래픽은 기대했던 것보다 충격이 덜한 모습입니다. 물론 게임 도중 수시로 프레임이 저하되지 않고 싱글 플레이 시나 라이브 플레이 시나 부드럽게 게임이 돌아가는 것은 만족스럽지만 어중간한 날씨 표현과 조금 밋밋한 잔디, 나쁘지는 않지만 어딘가 어색한 선수들의 모습은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확실히 \'PS2 버전에서 해상도만 올린\' 수준은 확연히 뛰어넘었지만 X360으로 처음 등장한 차세대 [위닝 일레븐]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이름에는 조금 못 미치는 모습입니다. 한 마디로 평하자면 무난한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뭔가 좀 허전하긴 하다. |
로딩은 꽤 짧은 편. |
솔직히 안 닮은 건 아닌데 좀…. |
높아진 해상도와 와이드 화면 지원이라는 그래픽 부분의 강화와 더불어 사운드 부분 또한 5.1ch 지원을 해주며 음성 해설 외에 관중들의 응원 소리와 다양한 효과음을 멋지게 구현했습니다. 이제는 해설자 두 명이 서로 대화를 한다거나 특정 팀 고유의 응원 소리가 그리 신기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이러한 사운드 요소가 자연스럽게 게임 속에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기본적인 요소로 자리 잡은 헤드셋을 이용한 보이스 채팅 기능으로 온라인 모드에서 편하게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은근히 한국 유저와 시합을 자주 할 수 있기 때문에 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해가며 시합을 할 수 있다는 것도 X360 버전의 장점이라면 장점(물론 간혹 가다가 세상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사운드 설정은 꽤 세세하게 할 수 있다. |
시리즈 최초로 헤드셋을 이용한 음성 채팅도 지원. |
[위닝 일레븐 X]를 해본 유저들은 조작감이 별로라는 말을 흔히 하곤 합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조작감이 나쁘다기보다는 그간 PS2용 컨트롤러에 너무 익숙해져서 X360용 컨트롤러의 입력감이 어색한 것이 옳은 표현일 듯합니다. 이미 라이브 모드에서 볼 수 있는 몇몇 플레이어의 게임 플레이를 보면 조작이 생각만큼 안 되어서 예전 실력이 안 나온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작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버튼 감도의 차이입니다. 골대 앞에서 흔히 범하게 되는 대기권 돌파슛이 심심찮게 나오는데, PS2용 컨트롤러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은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한 이동 조작은 어떻게 한다 해도 버튼 감도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게다가 [위닝 일레븐 10] 이후로 전반적으로 슛 감도가 이전 시리즈에 비해 많이 바뀐 탓도 있으니 예전 시리즈를 한다는 기분으로 슛을 하다간 낭패를 볼 듯합니다.
키 배치는 다를 게 없지만…. |
트레이닝 모드에서 슛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 |
라이브 골드 회원이라면 [위닝 일레븐 X]를 구입하고 바로 온라인 매치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X360의 라이브 기능은 다른 기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계적이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세팅도 간편하며,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수도 꽤 많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X360을 구입한 [위닝 일레븐] 시리즈의 팬도 있을 정도입니다. 네트워크 상태가 안 좋은 게이머와 붙으면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지만 한국 게이머끼리 시합을 할 경우에는 싱글 플레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원활하게 시합을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수도 많기 때문에 방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거나 스스로 다른 플레이어를 찾아서 경기를 하거나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랭크 매치와 플레이어 매치 두 모드가 있지만 주로 플레이하게 되는 모드는 각 플레이어의 순위를 정해주는 랭크 매치입니다.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결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온라인 매너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솔직히 서로 어떤 행동이 비매너인지 규정하는 것은 게이머마다 다르고, 서로의 생각이 다른 만큼 딱히 집어 말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골을 먹고 나서 메뉴 켜고 잠수 타는 행위나 포메이션 변경을 할 때 무슨 국가대표 차출하는 것마냥 일부러 제한 시간 끝까지 질질 끄는 행위, 보이스 옵션을 켜고 자진모리 장단으로 욕을 읊조리는 행동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행동이니 되도록이면 서로 좋게좋게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이브 대전은 [위닝 일레븐 X]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모드이기 때문에 제작사 측에서도 비매너 행위를 불러올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시간제한 등의 패치를 통해서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라이브 메뉴. 대부분의 경기는 랭크 매치에 집중된다. |
오가는 쪽지 속에 싹트는 우정. |
동사의 [실활 파워풀 프로 야구]의 석세스 모드와 마찬가지로 [위닝 일레븐]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모드인 마스터 리그. 하나의 클럽팀을 선택해서 리그를 이끌어나가는 모드로, 선수를 영입하거나 육성해가면서 팀 전력을 보강할 수 있으며 설정에 따라서 선수가 나이를 먹음에 따라 능력치가 변화하기도 합니다. 주 단위로 진행되는 일정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거나 협상과 이적 등을 통해서 팀 전력을 보강해서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소지 포인트가 마이너스가 되어서 연봉을 지급할 수 없게 되거나 선수 은퇴 등으로 소속팀의 선수 수가 15명 아래로 내려가면 게임 오버가 되기도 합니다. 단순히 리그를 진행하는 것과는 달리 이것저것 여러 시즌을 거쳐가며 시합 외적인 부분을 직접 건드릴 수 있는 모드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오랜 시간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입니다.
사람에 따라선 전혀 안 건드리기도 하지만 이 모드만 죽도록 하는 유저도 많다. |
물론 다 좋은 법이란 없어서 [위닝 일레븐 X]에도 아쉬운 부분이 몇몇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제대로 된 선수 편집을 할 수 없는 부분은 어쩐지 반쪽자리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해상도가 올라가고 전체적인 그래픽 수준이 올라간 [위닝 일레븐 X]에서 보다 섬세하고 실제에 근접한 얼굴 에디트 기능을 바란 유저가 적지 않을 듯한데 아예 그런 메뉴 자체를 날려버린 것은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물론 무엇을 위한 포석인지 알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단순히 친구와 함께 시합 자체를 즐기는 유저도 많겠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유저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에디트를 할 수 없는 것은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경기장의 수가 너무 적은 것이나 팀 에디트의 부재, PSP에서도 구현했던 리플레이를 세이브 기능을 뺀 것도 꽤 심각한 문제입니다.
선수 편집은 달랑 여기까지. |
솔직히 일본 대표팀 가지고 놀 한국 유저가 얼마나 되겠는가. |
리플레이 저장은 좀. |
멀리 갈 것 없이 한국에서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의 인기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너무나 높기 때문에 \'위닝방\'이란 단어도 낯설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전에 비하면 그 인기가 내려간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위닝 일레븐] 시리즈를 플레이하기 위해 게임기를 사는 유저의 수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X360용 [위닝 일레븐 X]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하드웨어적인 제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구현하지 못한 게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일부로 구현하지 않은 부분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뻔히 PSP로도 충분히 구현한 부분을 X360 버전에서 삭제한 것은 하나의 타이틀을 구입하는 유저들을 너무 배려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제작사에서도 제작사 나름대로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한글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어차피 그동안 꾸준히 시리즈를 즐겨본 게이머에게 한글화의 유무가 그리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위닝 일레븐] 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다른 게임에 비해 특히 실명화 패치나 한글화 패치에 대한 기대도가 높은 시리즈이니만큼 일본어만 까마득하게 나오는 [위닝 일레븐 X]의 모습은 아쉽습니다. 매뉴얼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그동안 다른 기종으로 나왔던 시리즈일 경우 두툼하게 제작된 매뉴얼(케이스에 들어갈 수도 없었을 정도)이 동봉되었지만 [위닝 일레븐 X]는 간략하게 추려놓은 듯한 인상이어서 아쉬움을 느끼게 합니다.
유럽 명문 클럽팀을 고를 수 있지만 AIG 공인 인증 맨유는 잘 나오는데 첼시가 텔피;; |
어느 사이엔가 콘솔 게임 업계에는 확장팩 개념의 타이틀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되었고, 그것이 꽤 먹혀들기 시작하니까 규칙을 세운 것마냥 하나의 패턴을 만들어서 초기 버전에서 일부러 일정 부분을 덜어내고 확장판 개념의 타이틀에 그 기능을 집어넣고 적당히 살을 붙여서 판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그런 식으로라도 위험 부담을 줄이고 착실하게 제작비를 회수하겠다는 제작사의 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X360용 [위닝 일레븐 X]처럼 그러한 부분이 너무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버리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단순히 웃어넘기기엔 껄적지근한 기분이 됩니다.
[위닝 일레븐 X]는 본격적인 차세대 경쟁 체제에 돌입한 후 최초로 발매된 [위닝 일레븐]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으며 라이브 모드에서 어느 정도 유저들을 만족시켜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임팩트가 덜한 그래픽이나 다른 기종에 존재했었던 몇몇 기능의 삭제, 반쪽짜리 선수 에디트 등 마냥 좋아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른 기종에 비해 줄어든 요소를 다음 버전에서 확실하게 보완·수정해서 후속작을 내줘야 하겠지만 훗날 후속작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고 해서 유저들이 마냥 기뻐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