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계속해서 이야기가 평이하게 흘러갑니다. 원래부터 그랬지만 지루할거라 느껴집니다.
서술을 많이 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글 연습을 여기서 해도 되나싶지만 차피 작문자체가 연습이기도 하니...
문제는 무협의 꽃인 싸움인데, 부족함이 많습니다.
정진하겠습니다.
월영전은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되고 있는 2차창작, 팬픽입니다. 본작의 스토리에서 따와 개인이 만든 것이니 본작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있지 않습니다. 별개의 작품입니다. 월영전은 활협전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모용부부는 학의 여협이 자리를 뜨자 가려고했던 대장장이의 가게로 바로 들어왔다. 그곳에는 각종 세공품과 무기, 호신용 경갑을 전시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그 중 모용비의 눈에 띄던 것이 있었으니."오오! 은으로 만든 나비라니. 섬세함이 이리도 날카로울 줄이야. 감탄이 절로 나오는 군. 정녕 이곳 대장장이가 만든 것이란 말인가."대장장이의 조수로 보이는 소녀가 모용부부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안녕하세요 손님.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실까요?"모용비가 답했다."이곳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군요! 나비며, 난초며, 게다가 종이학 모양의 세공품이라니, 어딜가도 이만한 물건은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데 그것들을 이리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부부가 참으로 운이 좋은 것 같소. 안 그렇소이까 부인?"감탄이란 감탄을 내뱉고는 뒤를 돌아보니 무언가 난감한 상황이 눈에 펼쳐지고 있었다. 아까부터 망치질하던 키작은 여성 대장장이가 팽소월의 등에 거치된 봉용검(峰蓉劍)을 빛나는 눈빛으로 여기저기 살펴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소월은 난감한 눈빛으로 모용비를 쳐다보고 있었다."비. 이, 이분께서...""오오! 이 검날, 크기, 코등이의 섬세한 조각, 손잡이의 질감!! 굉장하군요! 꽤 외부에서 온 느낌인데 이 검의 양식은 마치 하북 쪽 솜씨인 것 같군요! 맞나요??"모용비는 난처한 모습의 소월을 보며 좀처럼 보기힘든 모습을 본지라 미소를 지으며 눈빛을 그윽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모용비의 의도를 읽은 소월이 자신을 도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두 눈을 감고 대장장이의 물음에 답했다."후우... 그렇습니다. 저희 부부는 하북 방향에서 왔기에 그쪽에서 만들어진 무구를 사용하지요."조수 소녀도 그녀들에게 다가와서는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감상을 말하기 시작했다."그러고보니 제 먼 조상분이 상산(常山)분 이라고 하셨는데 이 복식이 하북의 옷이군요? 파촉지방보다는 좀더 화려할 줄 알았는데 옷매무새가 굉장히 정갈하고 곧게 뻗어난 모습이 매우 기운찬 모습입니다."모용비가 소녀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자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물었다."상산에 조상분의 고향이 있군요? 상산을 지나 파촉에 자리를 잡았다라... 과거 촉나라 익군장군(翊軍將軍) 조운(趙雲)장군이 떠오르는군요."소녀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반가워, 기뻐하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조운 공 께서 바로 제 조상이십니다! 마침 제 이름도 조운(趙韻)이라고 합니다. 이름 한자가 다르지만요.""후후. 기이하군요. 헌데 지금 이럴게 아닌 것 같군요. 대장장이께서 부인의 검을 욕심내시는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조운이 순간 아차 싶었는지 서둘러 대장장이의 등을 붙잡고 떨어뜨리려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죽(竹)언니!! 좀 참아봐요!! 손님이잖아요!!"대장장이는 양보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 안의 장인정신 스스로가 만든 말뚝같은 의지였기에 발휘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결국 드러나 버렸고, 그것은 외통수라는 이름으로 소월을 당황하게 하고 있었다."이익...! 내가 더 강하게 손 봐드리게습니다! 자신있습니다!! 그것도 무, 무료로!!""으으윽...!? 모, 모용랑...! 안 도울 건가요 당...신?"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잠자코 보고있던 모용비는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 뭐지? 이 위화감은? 가만...... 완력으로 소월과 대적을 한다고? 뭔가 이상한데. 힘싸움에서 소월과 비등한 여자는 본적이 없는데? 뭐지? 설마...... 이 여자도 소월과 '비슷한 쪽'인건가? '휙! 탁!"아얏! 란(蘭) 어, 언니?"그때 그녀들의 실랑이를 목격하고 있던 은발의 여성이 다가와 대장장이의 손을 붙잡고 떼어내려하니 그제서야 검을 잡은 손을 거두게 되었다."죽. 손님 상대로 뭐하는 것이냐? 여전히 남의 무구에 집착하는 버릇이 남은 게냐?"대장장이는 여성의 중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박했다."하, 하지만 워낙에 좋은 검인데... 만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분해, 재조립도 궁금하고... 저렇게 거대한 검은 본적도 없기도 하고... 그리고......"은발의 여성은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듯 자신의 머리를 쥐어잡고는 크게 한숨 쉬었다."후우... 그래도 상대는 손님이다. 조심해야지 않겠느냐? 이제 좀 그 성격을 잠재울 생각은 없는 것이냐?"대장장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쉬운 듯, 크게 한숨을 쉬고는 팽소월에게 고개숙여 사죄했다."죄송합니다. 손님. 제 버릇 어디 못 버린다고 또 결례를 범했습니다. 저 욱죽(郁竹). 이름 두자를 내세우는 대장장이로서 호기심에 그만 버릇이 나와버린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대신에 사죄의 의미로 부인의 마음에 드는 세공품 한점을 선물로 드리겠으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고 용서를 청하겠습니다."소월은 욱죽의 공손어린 사죄를 빌던 그녀의 두 손을 잡고 받아들였다."본녀는 괜찮습......응?""......어? 이, 이 느낌은......?"아무렇지 않게 맞잡은 두 여성의 손에 둘은 이상함을 동시에 느꼈다. 뭐랄까, 욱죽의 경우는 별호가 하나 있었으니, 열골마(裂骨魔)라는 뼈를 찢는 마귀라는 이름이 있을 정도로 그녀의 악력은 타의추종을 부르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녀의 힘을 받아들여도 멀쩡한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팽소월의 경우도 비슷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있었건만, 살아오면서 자신을 완력으로 이기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눈앞에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 그것도 대장장이라는 키 작고 아담한 여인이 말이다. 물론 욱죽이라는 여성은, 그 인생 동안 소월도 몰랐던 또 다른 피해자였다. 그녀는 반쯤 철권문에 걸쳤던 무림인의 몸이었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남다른 괴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말 그대로 뼈를 찢어버리는 마귀였기 때문이다.둘은 손을 잡은 채로 묘하게 동질감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해버렸다.' 이 정도의 완력이라니. 나와 비슷한 단약이라도 복용한 것인가? '...은발의 여협이 둘을 보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서로 손을 맞잡고도 움직이지 않기에 필히 팽소월을 보통이 아니라 여기기 쉬웠다. 특히나 등에 찬 커다란 검이 그것을 뒷바침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추하기도 쉬웠다.' 욱죽의 완력을 상대로 팽팽하다니, 진귀한 광경이군. 마치, 강해졌으나 무공을 기피하는 욱죽과는 다르게 저 여협은 완전 정반대의 모습이 아닌가? 풍기는 분위기로도 보통 고수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이 부부는 뭐지? '여협은 불쑥 찾아와 상황을 정리하고는 모용부부에게 자신의 소개를 하며 예를 갖추었다."당문 소속인 하후란(夏候蘭)이라고 합니다. 제 동생의 결례에 대한 사과를 본녀도 드리겠으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주시기 바랍니다."모용비가 대뜸 이름을 듣고는 놀라서 물었다."괜찮습니다. 그나저나, 하후란? 세간에 알려진 탈백유란과 이름이 같군요? 게다가 여협께서는 당씨 성도 아닌데 하후씨를 사용하는 것을 봐서는 당문에 온 것은 얼마 안 된 것 같고... 사연이 있나 봅니다?"하후란은 날카로운 지적에 잠시 멈칫했으나 금방 털어내고 답하기 시작했다."사연이 있기는 있습니다만 본녀는 탈백유란'은' 아닙니다. 본녀하고는 결이 다르지요.""아하하! 그렇군요."...모용비는 그녀의 말을 쉽사리 믿지 않았다. 남을 바라보는 그만의 통찰력이 발휘되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이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는 것을 하후란 역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여간 꺼림칙한 것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악의가 없다는 것 하나에 그저 경계만 미약하게 할 뿐이었다.' 본인이라고 믿어도 문제되지 않을 판에 정체를 대놓고 숨기다니. 분명 용모는 전해 들은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무슨 사연인지 죄다 새어버린 은발만 봐서는 감히 예상 못 하겠군. 대체 당문은 뭐지? 우리 부부가 지나온 길만 하더라도 고수들이 즐비한데 그 이유를 모르겠군. 당문 은공 어르신의 이름이 이 정도로 넓고 영향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서생의 이야기대로 무림맹의 포로인 당문 외성 제자가 원인인 것일까? '...' 보통이 아니구나, 이 남자. 적으로 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자다. 큰 검의 여협도 그렇고, 이 사내. 대체 뭔데 나를 경계하게 만드는 것이지? '하후란은 모용비의 가벼워 보이는 언행과 큰 검을 든 여성의 지아비이며, 하북 방향 출신의 부부라는 것 말고는 아직 정확히 아는 것이 없으니 그저 철벽 같은 추측만이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모용비는 하후란과 욱죽의 사과를 정중히받고 입을 열었다."그래도 상황이 끝나서 다행입니다. 호기심은 좋은 밑거름이 되겠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손님에게 위협이 될 수 있으니 그 부분만 지켜주신다면 이해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나저나, 이곳의 세공품은 정말 눈여겨볼 만하군요. 어딜 가도 이 정도의 세밀함과 정교함을 보기 힘드니 상단만 제대로 꾸린다면 장사하기 좋아 보입니다. 손재주가 정말로 뛰어나시군요."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모용비는 소월의 검을 보며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 유난히 모용비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민무늬의 작고 납작한 원에 은은한 금빛을 품은 장식품이었다."욱죽 소저. 혹시 이 민무늬의 물건은 무엇입니까? 단순히 둥글고 납작하기만해서 무엇인지 감이 안 옵니다만. 유난히 단순한 조형이군요? 사연이 있을까요?"욱죽이 다가와서는 작게 뜬 눈으로 이리저리 만지며 확인하고는 그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이것은 달입니다. 본녀가 시력이 좋지 못하여 다른 세공품들만큼은 어떻게든 제작 할 수 있었으나, 밤하늘에 떠 있는 달만큼은 묘사하기 어려웠지요. 그래서 밝게 빛나는 달을 제 눈으로 본 그대로만 묘사한 것이라 그 모습이 매우 단순합니다. 저에게 있어 달은 그런 모습인 것이지요."욱죽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 장식품은 정말 특별해보였다. 단순하게 자신의 흐릿한 시야만으로 달의 모습을 만든 것이었지만 다른 장식품과는 다르게 표면이 유난히 매끄러웠다. 달의 특징인 노란 달빛을 표현하고자 쇠에 금을 섞어 색을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표면 연마에만 다른 공예품들에 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것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으니, 역작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본인은 흐릿한 시야 때문에 그것이 역작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겠지만...모용비는 씨익 웃으며 팽소월을 바라보았다."어떻소? 나는 이것이 마음에 드오만?""소첩도 마음에 듭니다. 욱죽 소저와 맞잡은 손을 통해 느낀 바도 그렇고, 마침 제 이름이 소월(小月)이니 딱 알맞은 것 같습니다. 비록 단순히 민무늬로 보이지만, 투박한 것이 사연있는 공예품이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군요. 이런 것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행운으로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소저.""아닙니다. 제 행동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으니 은혜를 입었습니다. 선물은 제 성의이니 받아주시는 것 만으로 감사드릴 뿐입니다.""후후... 그러면 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소월과 욱죽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대장간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돌기 시작하며 요깃거리를 먹고 마시며 둘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 걷다가 어느 덧 당문 계단 앞에 있는 시장의 주요상단으로 보이는 곳에 당도했다."오... 이곳이 당문 상단인가 보오. 당문에는 상단을 꾸리는 제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물자가 제법되어 보이는군.""분명 어수선한 무림 정세일 텐데, 이 정도로 활성화된 상단이라면 필히 당문의 세력만큼은 안정화된 것으로 보여지는군요. 그런데..."순간 팽소월의 눈에 먼 발치서부터 장부를 확인하며 주변을 돌아보던 여성을 발견했다. 소월은 그 분주한 뒷모습에 익숙함을 느꼈다."눈에 익는데... 누구지?"소월은 조심스럽게 일에 열중인 그녀의 뒤로 다가갔고, 말없이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차마 방해할 수는 없어 가만히 서 있었다. 모용비는 그런 소월의 모습에 의아해했지만, 필시 그녀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은 방해가 될세라 그녀를 놔두고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그때 장부를 보며 작업하던 그녀가 뒤에 누군가가 있는지 감지했고 단순히 말만 하여 자신의 상태를 알렸다."지금은 좀 바쁘니 나중에 오시겠습니까? 오늘은 정리해야할 물품이 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소월은 그녀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아주 잘 아는 목소리였다."서... 설마."소월은 그녀에게 더욱 다가갔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에 열중이던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쳐 스스로 몸을 돌리게 만들었다."누구시길래 안가시고 건드시는 것이지요?""......너구나."소월은 그녀를 알고 있었다."지금 다짜고짜 무슨 말을 하시는..."그녀가 소월의 얼굴을 보더니 긴가민가한 나머지, 용모를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이상했다.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닐텐데 자신의 눈 앞에 보이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분명히 자신이 아는 얼굴이었다. 어디지? 어디서 본 얼굴이지? 머릿속의 기억을 뒤집어가며 떠올리려 한 그때, 소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랜만이야. 상관세가 형아(螢兒). 잘 지내고 있었구나?"그리고 스스로도 모를 정도로 반사적으로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튀어나왔다."소...월? 소월?! 월아(月兒)야?? 정말 월아야??"상관형은 소월의 얼굴을 매만지며 꿈이라도 꾼 듯, 이리저리 쳐다보았다. 분명히 어릴 때 보고 더이상 보지 못했던 그녀의 친구였다. 더는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눈 앞에 있었으니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후후... 정말 오랜만이야."둘은 어릴 적 호기심 때문에 서로의 사이를 갈라놓아 더는 볼 수 없었다고 생각했었다. 어릴 적 상관형은 팽소월에게 어떤 단약을 먹였었고, 그것을 계기로 얻은 것이 말도 안되는 괴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월아. 이걸 먹으면 엄청 강해진다고 하는데 믿겨져? ''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약 하나 먹는다고 강해지는게 말이 되니? '' 우리 아버지 상단이 공동파로 가서 극비로 얻은 단약이 있는데 절대 먹어선 안 된다고 했거든? 그런데 나는 못 믿겠어서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 '' 아버지 말을 못 믿는다고? 딸자식 맞아? '' 히히. 그래서 궁금해서 빼오긴 했는데, 나는 무림인이 될 건 아니라서 먹지는 않을 거거덩. 너는 강해지고 싶다며?"' 그, 그야... 나는 집안을 이을 기둥이 되고 싶으니까... '' 그럼 결정한거다? 자. 아! '' 어? 어? 야, 잠, 잠깐...! '....."하하하하!""하하... 그날이 그립네.""그러게말이야."상관형은 그 일을 계기로 더는 팽가에 머물 수 없게 되자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희미한 기억만이 남게 되었다. 상관세가의 상단은 어찌 된 영문인지 철권문의 단약을 얻어, 그것을 옮기는 도중에 상관형의 어린 날의 호기심에 그만 둘 사이를 갈라 버리게 된 것이었다.그 단약을 먹인 후 상관형은, 온몸에 열이 펄펄 끓어 몸을 가누지 못했던 소월에 대한 죄책감과 동시에 팽가에서 상관 상단에게 접근금지 처분을 냈었고, 어릴 적 친구였던 둘은 그야말로 생이별을 하게 된 것이었다.그로부터 십년도 더 넘는 세월이 지났으니, 서로가 못 알아볼 것이라 여겼지만 친우는 친우였나보다. 단숨에 분위기만 보아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으니 결코 얕은 인연은 아닌 것 같더라. 새하얀 종이 위에 그려넣은 글씨 몇 자가 드디어 상대에게 닿은 것 처럼 각별하고 특별했다.열이 펄펄 끓어 누웠던 어린 소월은 보름이 지나서야 겨우 일어섰고, 결과적으로는 신체에 엄청난 괴력을 담아내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그 무거운 쇳덩이로 만들어진 검을 자유자재로 휘둘러댔고, 결국에는 그것조차 가볍게 되어버리자 선택한 것은 성인 어른의 키보다도 큰 검을 휘두르는 것에 이르렀다. 한 합을 휘두르니 풍압이 몽둥이로 후려치는 듯한 파괴력을 담아냈으며, 다시 한번 휘둘러 올리면 용이 승천하는 듯, 바람이 회오리치며 올랐다. 비록 팽가의 이름을 알릴 기회는 없었지만, 그렇게 성장하고 나니 어느덧 집안의 기둥이 되어 일대를 지키게 되었다.욱죽이 괴력을 얻고도 무공에 관심이 없어 대장장이를 선택한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마찬가지로 욱죽이 무공을 선택했더라면 충분히 공동파를 쥐어잡고도 말았으리라.
"어쩌자고 그 먼 하북 땅에서 이곳 파촉까지 오게 된 거야? 너희 팽가는 무림에 발을 딛지 않기로 한 것 아니었어?""지아비의 할아버님께서 부탁하셨어. 당문에 은혜를 입었으니 이 혼탁한 무림을 안정시키기위해 당문을 도우라고..."상관형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지, 지아비?? 잠깐, 월아. 너 혼인했어??"강인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홍조를 띄며 수줍어하는 소월."응. 그렇게 되었어. 지금은 신혼이지만, 나도 무림인인걸. 하루라도 빨리 무림계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가 결정한 거야."그때 멀리서 모용비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건지 손을 크게 들고 휘젓기 시작했다. 상관형이 그 모습을 보고는 물었다."저기 저분이야?""응. 모용세가(慕容世家)라고 기억하는지 모르겠네. 팽가 본가에서 동쪽에 있던 집안인데."그걸 듣고는 더더욱 놀라는 상관형."뭐?? 설마, 그때 그 코흘리개?? 그... 그... 비(枇)를 말하는 거야??""어? 비아를 알아?""상관 상단이 팽가만 오갔는 줄 알아? 팽가에 들렀다가 모용세가만 갔다하면 어찌나 따라붙고 다니던지, 귀찮아 죽을 뻔 했는데... 그런데 설마 그 지아비의 할아버님이 모용연수(慕容緣水) 어르신 아니야? 아직도 살아계셔??""응. 할아버님은 아직도 정정하셔. 할아버님 아니었으면 난 여기에 올 생각도 없었을거야. 팽가와 모용세가는 그냥 조용히 시대를 흘러갔겠지. 물론 집안을 지키는 것은 똑같겠지만 이처럼 무림계를 되돌리겠다고 하지는 않았을 거야."상관형은 저 멀리 모용비를 쳐다보다 소월을 쳐다보기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그녀의 두 손을 잡아주었다."여하튼 잘 왔어. 나도 사정이 좀 있어서 집안에 있지 않고 이곳에 있는 거야. 그러면 그렇구나. 지금 령아(鈴兒)한테 데려다 줄게. 당문 방문이 목적이라면 만나보는 것이 나을테니까.""잠깐, 잠깐! 잠깐 멈추시오 형아 소저!"....' 혀, 형아 소저? '상관형의 행동을 멈추려 달려온 모용비의 한 마디에 어이없어하는 소월이었다."어... 어... 안녕. 비? 우리 사이가 아(兒)를 붙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가?""무슨 그런 섭섭한 소릴 합니까. 우리가 비록 어릴 때 보긴 했어도 엄연히 친분이 있었으니 인연이 있는 법이고, 인연이 있으니 그 질긴 실타래를 따라 이리 다시 만난 것 아니겠습니... 커헉."소월의 주먹이 모용비의 배를 강타했다. 괴력을 충분히 조절하여 치명상은 피했지만 치명상이었을 것이었다."크윽... 허나 이, 이정도는 사랑의 힘으로 극복... 윽. 괴력을 조절했다하지만 아프오...""매를 버시는 군요. 모용랑."모용비는 아픈 배를 움켜잡다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단숨에 달려온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일단, 그 당 장문인 따님이야기 말이오만. 상관 소저. 이따가 우리 부부가 직접 만나려하는데 괜찮겠소?"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이유는?""비밀하나를 덧붙여 말하자면, 아직 우리는 신혼이라 이제 이곳에 당도하여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으니 좀 즐기게 해주시면 안되겠소?""비밀을 덧붙인다는 소리는 이상하군요. 그 부분만큼은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인가요?"모용비와 팽소월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알 수 없는 무언으로 끄덕였다. 상관형은 소월의 행동을 보고는 흠칫했다."뭐야. 월아. 너도 같은 생각이였어?"소월은 상관형의 물음에 그저 얼굴을 붉히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상관형은 소월의 영락없는 여자의 표정에, 과거의 냉랭한 소녀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것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세상에... 세월이 흐르면 강산이 뒤바뀐다는 옛말을 이제야 깨달을 줄이야. 나무아미타불..."모용비가 살살 웃으며 소월의 뒤로 돌아가 어깨에 두 손을 얹고는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비밀이야 별게 있겠습니까만, 이자리에서 알리기는 어렵습니다. 당부 당한 것도 있고하니, 지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장문인의 따님에게도 함구하라고 당부 받았으니, 저희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당문을 도우라는 것. 그뿐입니다. 단지 그분과 만나는 시간을 좀 더 미루고 싶을 뿐이지요. 거듭 강조드리지만 저희 부부는 이제 막 신혼이라서요."상관형은 모용비의 어투에 꺼림칙함을 느꼈지만 팽소윌의 표정을 보고는 한숨 쉬며 어쩔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시간은 아직 해가 중천이니 주변을 둘러보시지요. 그리고 내일이면 당묵령(唐默鈴) 대리장문인이 주최하는 대련대회가 열릴 것이니까 참고하시지요."문득 대련대회라는 것에 귓속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팽소월이 눈을 반짝이며 상관형에게 물었다."대련대회? 비무대회도 아니고 무술대회도 아닌 대련대회? 처음듣는 대회인데? 그게 뭐야 형아?"갑자기 눈에 불을켜고 달려드는 소월에 한없이 낯설음만 느껴버리는 상관형이 모용비쪽을 바라보았다. 모용비는 그녀의 황당한 표정을 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우리 부부가 무림 초출이긴 하지만 소월은 여지껏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곳에 오기까지 습격이 여러번 있긴 했지만 그들은 그저 추풍낙엽이었고, 따라서 대등한 실력자들과 합을 맞추어본 적이 없었으니 더욱 그런 것일 겁니다. 게다가 워낙에 팽가와 모용가는 폐쇄적인 입장을 고수했기에 스스로의 실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가 없었지요. 당문에 당도한 후에도 곧바로 여러 고수를 만났으니, 아마 대회라는 것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소월은 그런 성격의 여협입니다.""그, 그렇군요.""그래서?? 대련대회가 뭐야?"상관형은 호기심가득한 소월의 모습에 그저 미소짓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비무대회와는 달리 말 그대로 대련에 초점을 둔 대회야. 누굴 이기고 올라가는 그런 대회가 아닌, 최선을 다해 대련하여 최종적으로는 실력을 상호보완하자는 것이지. 대련의 마지막에 승리와 패배를 외치는 것이 아닌, 복기하여 상대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고 절차탁마하고자 하는 취지의 대회야. 그래서 무구는 대장장이인 욱죽 소저가 만든 것을 이용하여 최대한 상처를 피하는 것에 가까워. 그래도 진심으로 하면 다치거나 하겠지만. 최소화하자는 것이지.참고로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하고, 그 순서대로 지명하는 방식이니 나름 흥미로울 거야. 아, 그러고보니 너희 부부들이 당문을 돕기위해 온 것이라면 내가 욱죽 소저에게 이야기 해둘게. 둘의 무구를 만들어줄거야. 참가자격은 당문의 인원이니까. 참가할거지?"소월은 긍정의 의미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모용비는 그다지 흥미로운 표정은 아니었다. 상관형은 그의 변함없는 모습을 보고는 그럼 그렇지 하는 반응으로 입을 열었다."여전하군요? 귀찮아하는 건."하지만 그래봤자 지금 상태의 소월에게 있어서 모용비의 가치는 같이 해야만하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눈을 감고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하하... 아마 저에겐 선택권이 없을 겁니다. 소월이 끌고갈 참이니."그의 말에 소월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럴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지아비께서도 각갑을 신청하시지요. 본녀는 봉용검정도의 무게와 크기만 되면 문제없습니다."때마침 방금 전, 소월을 당황케한 욱죽 소저가 떠오른 모용비. 걱정이 앞서 소월에게 말을 걸었지만, 평소의 그녀였기에 그것도 금방 사그러들었다."그리 된다면 소월, 욱죽 소저께 무구제작 참고용으로 봉용검을 맡기게 될텐데 괜찮겠소?"아까의 반응과는 다르게 욱죽을 신뢰하는 듯 한 소월이었다."그녀는 대장장이로서의 실력은 확실하다 보지 않았습니까? 아까는 단지 갑자기 들이닥쳐 당황했기에 그런 것이었습니다. 소첩은 그것 이외에는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번에 검을 맡길 때 아까 받았던 달 조각도 맡겨서 검에 장식을 부탁드릴까 합니다.""오오. 좋은 생각이구려. 그럼 욱죽 소저께는 같이 가시겠습니까, 상관 소저?"상관형은 두 부부의 손발이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착착 맞는 것을 보고는 미소지으며 말했다."역시 부부라 그런가? 둘이서 죽이 잘 맞는군요?소월과 모용비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를 마주보고는 살살 미소지었다."뭐, 그야 집안이 정해준 정략결혼이 반쯤 섞이긴 했어도 서로가 의지한다는 것은 변함없으니까요. 그건 어릴 적부터도 같으니."상관형은 모용비가 자신감 가득찬 목소리로 이야기하니 과연 천생연분이란 이런 부부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다. 슬슬 부러워지는 상관형이었다."흠흠. 그럼 욱죽 소저에게 가 볼까요? 더 늦으면 두 분이 즐길 시간이 부족할 테니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해가 서서히 저물 무렵, 모용비는 잠시 소월과 상관형의 동행을 확인하고는 그 자리를 빠져나와 당문의 뒷산으로 왔다.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들판에서서 건너편 산자락을 타고 번지는 건너편의 노을 빛에 그만 사색에 빠져들었다."후우... 본가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군. 붉게 물든 노을 풍경이 이곳에서는 그다지 멀지는 않아 보이는구나. 어디, 괜찮은 자리 없나."주변을 돌아보다 문득 눈에 띄는 묘가 하나 보였다."음... 당문인일까? 이왕 온 것,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명복을 빌어보자. 망자가 머물고 있다면 나 역시 이곳에 머무를 허락을 빌어보는 것이 순서일 터. 아직은 이곳에 머물고 싶구나."모용비는 옷매무새를 정갈히 하고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묘를 향해 두 눈을 감고 참배하기 시작했다. 문득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 것인지 미소가 슬며시 나왔다."감사합니다. 저를 허락해주셨군요. 그럼. 조금만 더 이곳에 있겠습니다."그리 이야기하고 노을이 지던 건너편 산을 바라보았다. 어느 덧 밝은 달이 구름 한 점 없는 새카만 하늘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떠있었다.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지금 시간만큼은 자신의 시간이라 느낀 그는 묘를 이부자리 삼아 누워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미안합니다. 달 밝은 풍경이 워낙에나 좋다보니 잠시 다리가 풀렸군요. 이대로 하늘을 만끽해도 되겠습니까? 좀 처럼 보기 힘든 광경을 독차지하시면 불공평하다니까요? 후후."그러고는 마치 허락이라도 받은 듯, 두 눈을 감고 달빛을 온몸으로 마주했다. 따뜻하진 않았지만 왠지 모를 포근함이 그를 감싸 안도감이 더해졌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마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니 두 눈을 감고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릉도원으로 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주변마저 고요해졌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자 귀가 뻥 뚫린 듯 했다. 그 덕분에 자그마한 소리마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방울소리가 들리는 듯 한 착각에 빠졌다.....짤랑 짤랑.착각이 아니었다."방울소리?"모용비는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았다.달을 등지고 솟아 있던 나무 위로 사람 형상이 서 있었다. 밝고 따뜻한 보름달이 만든 차분한 그림자는 모용비와 묘를 감쌌고, 본능적으로 그 사람은 자신이 누워 있는 자리의 친구임을 알게 되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달 그림자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그럴 것이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니 결례라고 생각하여 자리를 뜨려 하자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습니다. 소협께서 삼사형께 참배하는 모습을 보고 알았습니다. 당신은 그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삼사형도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리 다급하게 일어나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모용비는 그녀의 말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더이상 묘를 이부자리 삼지않고 일어나 예의를 갖추어 자신을 배려해준 것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대로 더 누워있는 것은 결례이니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월영녀(月鍈女)시여. 저의 철없는 행동을 용서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그리 말하고 나니 마침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비록 직접적인 친분은 없지만, 당문과 당문 뒷산, 그리고 그녀가 이야기한 삼사형이라는 단어. 당문과 당문의 요소가 겹치고 겹치니 자연스럽게 한 명의 사람이 떠올랐다."혹시 당신이 촉중당가 중령 은공(恩功) 어르신의 따님이십니까?""아버지를 아시나요?"모용비는 그녀의 쓸쓸해보이는 뒷모습을 보고는 왠지 모를 그리움이 느껴졌다. 그녀의 쓸쓸해보이는 뒷모습은 불현듯, 과거에 겪은 한 가지 기억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마치 그의 아내, 어둠 속에서 홀로 울고 있던 소월과 겹쳐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소월이 아니었고, 통성명도 제대로 나눈 사이도 아니었기에 비슷한 느낌이라고만 생각할 뿐이었다.월영녀 역시 사연이 있어보이는 듯 했다.그녀는 우뚝 솟은 나무 위에 서서 그대로 뒤를 돌아 달빛을 등지고 물었다."본녀의 아버지를 은공이라는 표현을 쓰시는 군요? 무슨 이유가 있으신가요?"밝은 달빛이 그녀의 형상을 따라 일렁였다.바람이 살살 불어 그녀의 머릿 결을 흔들었다.장관이었다.모용비는 자칫 넋을 잃을 뻔했지만, 때마침 소월의 성내는 귀여운 표정이 떠올라 다른 마음을 가지기 직전, 겨우 고쳐 잡는 데 성공했다. 아슬아슬했다. 그만큼 모용비에게 있어서 월영녀는 매력적이라 볼 수 있는 한 명의 여성이었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그는 정신 차리자는 의미로 두 손으로 뺨을 때렸다...' 후... 그러면 그렇지. 이 사실을 알게된다면 소월에게 혼나겠어. 정신차리자.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는 살짝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은공이라 부르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중령 은공 어르신께서는 본인의 할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주신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저는 그저 말로만 들었지만요. 덕분에 제 가문이 역사의 그림자 속에 숨어살아가도 언제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할아버지께 전해 들었습니다. 당문에서 힘이 필요하거든 찾아가 힘이 되기를 간절히 말이지요. 그리고 지금 상황이 딱 들어맞았기에 할아버지의 명령으로 이렇게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다"월영녀는 아주 잠시 말이 없었고 짧은 반응만 보였다."그렇군요. 아버지께서..."월영녀는 짧게 이야기하고는 정숙히 나무 위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모용비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사용하는 경공의 정숙함은 방금 전 울려 퍼진 방울 소리가 무색해질 정도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녀는 목, 팔꿈치, 손목, 다리에 방울을 달고 있었는데 그것이 전혀 흔들림이 없어 소리가 날 것 같은데도 침묵을 지켰다. 처음 울렸던 방울 소리는 그녀의 의도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는 당문의 심오함과 그녀라는 존재 또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당문에는 이 정도로 정숙한 경지의 경공이 존재하는군. 과연... 조용히 어둠 속에서 일을 처리하는 당문의 존재답게 몸가짐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정말이지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요, 세상은 넓고 강자의 조건은 무궁무진하구나. 정말 집안을 나오기 잘한 것 같군. 좋은 경험이 잔뜩이지 않은가? '월영녀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자 모용비는 예를 갖추어 자기소개를 했다."동북 모용세가 장손(長孫) 비(枇)라고 합니다."월영녀도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촉중 당가 무남독녀(無男獨女) 묵령(默鈴)이라 합니다. 먼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오시는데 별고 없으셨습니까?"모용비는 손을 절레 흔들며 부정했다."말도 마십시오. 잘 시간도 얼마 없었는데 빈번히 습격해 오는 무림맹 자객들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정말 무림계가 혼란스럽긴 하더군요. 다행히 고수 수준의 적을 마주하지 않았을 뿐이라 어렵지 않게 이곳으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모용비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묵령은 지난 당문 멸문 이후가 떠오른다. 부군의 말을 받들어 무작정 도망치기 바빴던 그날. 온갖 산 속을 오다니며 낙엽을 이불삼아 잤던 기억이 묵령을 건드렸다."잠을... 못 자셨나요?""도중에 간간이 쉬긴 했습니다만, 잠이 부족한 것은 부정하지는 못하겠군요. 당문의 구역을 들어오고 나서는 딱히 별일이 없어 다행이던 참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당 소저께서 주변을 잘 돌보고 계시다는 뜻이겠지요."묵령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그렇군요. 그럼 오늘은 피곤하실테니 모용 공자를 위해 방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모용비는 두 손을 공손히 모아 감사의 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 당 소저. 몸소 신경 써주셔서 본인,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아닙니다. 행방을 알 수 없는 아버지의 손님이십니다. 분명 아버지께서도 극진히 맞이하셨을 것이라 생각되니 이 정도는 당연지사입니다. 다만 상황이 여의치 못하여 지원의 질이 떨어지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행방을 모르는 그녀의 아버지. 모용비는 당문 장문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 부분은 함구를 부탁받았으니 조심해야 했다. 머릿속으로 되뇌며 입조심할 것을 다시금 상기했다."말만 들어도 든든하군요. 그리고 저에게 죄송할 것 없습니다. 저희는 당문의 은혜를 입은 몸. 오히려 극진한 대접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자신을 낮추지 마시지요. 그리고 이리 험난한 난세에 저희가 한 톨의 도움이 될 수 있어 영광입니다."미소를 지으며 모용비의 말에 고개숙여 인사하는 묵령. 그때 문득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그를 마주보고는 입을 열었다."혹시 외람된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내일 당문에서 주최하는 대련대회가 있습니다. 분위기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작은 축제 느낌으로 준비하고 있지요. 혹시 밑에서부터 오시면서 들으신 것이 있을까요?"모용비는 몇 시진 전에 겪은 일을 설명했다."이미 상관형 소저께 이야기를 듣고 부인과 함께 참가신청을 마쳤습니다."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모용비의 답변을 받았다."형 언니를 아시나요?""어릴 적에 상관상단이 하북과 동북을 오가는 장사길 덕에 알고 지냈지요. 하지만 일련의 사고 때문에 만남이 뜸해지고 몇 해가 지나도록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운명이 이리도 질기니 신기하군요. 떨어져 있어도 언젠가는 만나는, 그런 운명을 다시금 믿게 될 정도였습니다."묵령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떨구며 조그맣게 말했다."그렇군요... 떨어져 있어도 언젠가 다시 만나는 운명... 좋은 이야기..."' 뭐지? 이 위화감은?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한없이 길게 느껴졌고 마치 사연이라도 있는 듯, 넋두리처럼 들려왔다. 가벼이 내뱉은 이야기일 수도 있었지만, 단순한 일은 아님을 느꼈다. 가슴속 깊은 곳부터 대못이 박힌 듯한 그녀의 푸념. 만년설산에서 피어나 절대 녹지 않는 얼음꽃 같은 한숨. 그런 느낌이 들었다.모용비는 마치 이번 대회가 끝나고 나서 공격하게 될 무림맹에 그녀가 바라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겉으로는 미소 짓고 있지만 그 안에 잠재되어 있는 듯한 불안한 떨림과 근심 어린 미세한 표정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데 부족함이 없었다.그는 어릴 적부터 이상하리만큼 촉이 좋았다. 그녀를 오늘 처음 봤지만, 근심 가득한 한숨 속에 무엇인가 맞아떨어질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분명 그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음이 분명했다.본능적으로 조심스럽게 물어볼 필요성을 느꼈다."당 소저. 혹여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소저에게 있어 이번 무림맹과의 전쟁 속에서 되찾아야 하는 것이 있으신지...?"묵령은 분명 오늘 처음 만나는 낯선 남자로부터 정곡을 찌르는 듯한 질문을 받아 살짝 놀랐다. 무표정을 유지한다고 했지만 떨리는 눈썹 끝은 차마 감출 수가 없었고, 모용비는 그 촉이 맞았음을 직감했다.묵령은 두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다시 뜨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본녀의 지아비께서 포로로 잡혀 계십니다. 그것도 생체 실험체로 고문받고 있지요."..."......네?"순간 서생으로부터 전해 들은, 포로로 잡혀 있다는 당문 외성 제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째서 그들은 당문을 멸문 시켜놓고 포로를 남겼는지가 의아했지만, 그녀의 지아비 라는 것을 전해 들었을 때 무림맹의 의도를 다시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생체 실험용이라는 명목마저 드러났으니 부실했던 전제가 재정립되었다. 그제야 그녀의 위태로운 듯한 눈빛이, 어떻게든 냉정함을 유지하려 방황하고 있었음을 가슴 사무치게 느낄 수 있었다.그녀의 가슴 속은 상처들과 멍으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문이라는 단체를 이끌기 위해 이를 악물고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모용비는 목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받고 있는 고통이 과연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을 지를 반복하여 생각해 보았지만,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받아내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강한 여자였다.그리 생각되었다.
월영전(月鍈傳) (2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