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늦었나? 싶지만 이 연재속도가 보통입니다.
개연성을 생각하다보니 느려지네요. 써놓고도 이게 맞나 싶지만 이래 쓰고보니 편수가 확실히 많아 질 것같습니다.
사실 월영전은 시험작에 가까워서 할 수 있는건 웬만한것은 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맛없냐 맛있냐인데 일단은 해볼 생각이 가득합니다. 장편 해보고 싶긴 했거든요. 템포가 느린점, 양해바랍니다.
월영전은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되고 있는 2차창작, 팬픽입니다. 본작의 스토리에서 따와 개인이 만든 것이니 본작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옥이 있다면.이곳이 지옥일 것이다.그리 생각하게 되었다........"......"의식이 돌아오기 전, 마지막 기억이 흐릿하다. 무언가 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단지 충격이 얼마나 컸기에 자신이 누군지도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이고, 눈을 떠도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온통 새까만 암흑. 내 시야는...차단된 것 같다. 눈을 가린 것이 아니다. 눈은 뜬 것 같은데, 눈꺼풀이 움직이는 것은 느껴지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전혀 없다. 어떤 것에 가려져 어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야가...죽었다."......"고개를 돌렸다.끼이이익.오랜시간 동안 고개가 움직이지 않은 탓에 소리나는 척추 관절마디의 뻣뻣한 소리였다. 뼛 소리가 나기도 하는 듯 했고, 전혀 윤활되지 않은 장치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과 같았다. 얼마나 이곳에 갇힌지 모를 정도이다.통증이 미세하다. 아픔을 느끼고는 있는 것일까?정신은 그다지 멀쩡하지 않다.피를 많이 흘렸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비어있는 피를 갈망하는 갈증만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온몸이 구속된 것 같이 굳어있고,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고개뿐이었다. 허공에 대고 소리 지를 힘마저 없었다. 목청도 죽은 것일까...?"......"주변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시야가 죽어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살아는... 있는 것 같다. 미세하게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그 사람의 입김의 온도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아하니 몸에 이상은 없어보였다.문제는 내 몸이었다.모든 감각이 차단된 느낌.내 의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머리 속으로 생각나는 어떠한 호흡법을 사용하려 했으나, 피에 대한 갈증이 더 앞선다. 생각 이상으로 많은 양을 흘린 모양이었다. 오한마저 느껴진다. 마치 죽지 못해 정신만 살아있는 시체가 아닌가?내 마지막 기억은 무엇이었지?나는 누구지?여긴 어디지?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것 같이 허전하다.말은 할 수 있는 것인가?"......"입안의 혀를 굴려보려 하지만, 움직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혀를 위, 아래로 움직여 이빨을 느껴보려는 것을 뇌를 통해 생각해보았지만, 감각이 미세하다는 것 말고는 말 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란 것을 알게되었다. 절망이 전신을 감쌌다. 사람으로서의 구실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절망감을 증폭시키고 있었다.도대체 나는 누구지?왜 의식만 가까스로 살아있는 것일까?다 죽어가는 몸뚱이는 무슨 소용인 것이지?생각만 가능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왜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다.이것은 그저 본능인가?그때였다.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꿈.꿈 속에서 들은 적이 있는 다정한 여성의 목소리.' 스스로를 잊지 마세요. '언젠가 꿈 속에서 들어본 적 있는 여자의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누구지? 당신은 누구십니까?말을 걸어보려 입을 열었지만, 마음속으로 백 날 며칠 입을 열어봤자 전달될 리 없었다. 또다시메말라가는 감정이 칠흑 같은 절망에 빠졌다. 가까스로 잡은 인연이었는데, 찰나의 인연이란 것은 너무하지 않나. 다시 외로워졌으니 우울감도 찾아왔다. 그때,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 부디 이분이 정신 차리지 않기를... 고통이 너무나도 깊습니다. 그가 어디까지 견딜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애쓰지 않으셔도 돼요. 부디 당신의 이유를 찾지 마세요. 이제는 그만 쉬시길 청합니다. '누군가가 기도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 마치, 내가 모든 고통을 벗어던지고 편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정신이 버젓이 살아있는데 마치 모든 것을 던지고 죽으라고 하는 소리같아서 기분이 언짢아져 버렸다. 그래서 힘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소리가 들린 모양이다.....꿈 속에서 들은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조, 조 군?? 의, 의식이 있어요??"누군가가 나를 본 모양인데, 나는 그 사람을 보지 못한다. 시야는 죽었고, 어둠만이 시야를 집어삼켰다. 그나마 청력은 살아있었다.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눈의 초점은 허공으로 빗나가 있었고,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 말고는 들리지 않았다."조, 조 군!! 세상에... 의식을 되찾다니... 다, 다행이에요. 제, 제 목소리 들려요??"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릴 뿐이었지만, 고개를 돌렸나 싶을 뿐이었다. 여성의 목소리는 그저 울 것만 같았다. 필사적이었지만, 이쪽으로 오지 못 하는 것을 보니 그녀도 사정이 있어보였다.답답하다.입은 벌리는 것이 고작이고, 시야는 보이지 않으며, 전신은 움직이지 못한다. 그나마 꿈 속에서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나를 안심시키게 만들었다. 나를... 조군이라 했다.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나를 조군이라 부를정도로 가까운 사이인가 되짚어봤지만, 그럴리 없었다.' 사형!! '그리운 목소리가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래. 이정도는 되어야 내가 사랑하는 목소리이지 않겠는가?맞다. 그녀의 목소리 덕분에 겨우 내가 누구인지 기억이 돌아왔다.내 이름은 조활. 당문에서 마지막까지 싸운 순간이 기억나기 시작한다. 소사매... 내 하나 뿐인 원앙. 그녀는 잘 도망쳤을까? 살아있겠지? 강한 여자니까 그럴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모양이라 그녀를 다시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있을까? 이 손으로 그녀를 다시 어루만질 수 있을까? 두려움이 갑자기 몰아친다. 식은땀이 나고, 떨려 온다. 순식간에 오한이 밀려 들어온다. 춥다. 추워진다."조 군! 조, 조금만 참아주세요. 곧 구해드릴테니까...!!""잠깐! 지금 다리가 묶인 상태로 어딜가겠다는 거에요?? 기다려요! 다리에서 피가 나잖아요!!""가, 가야만 해...! 가야만... 윽...!!"그녀의 단말마를 끝으로, 목 뒷덜미가 따끔함을 느꼈고, 정신이 순식간에 끊겼다.나는 또다시 암흑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조 군!! 정신차리세요!! 조 군!!"쉿.별거아닌 것 같은 간수가 그의 뒷덜미에 무언가 찌르더니 조그마한 움직임을 멎게 했다. 그것을 본 여성이 그만 이성을 잃고 소리치자 간수가 귀찮은 듯 이야기했다."조용하시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모양인데, 그대는 내공도, 무공도, 무엇도 없는 일반인이오. 단지 선력(仙力)이 있다는 이유로 데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게 좋을 텐데? 그리고 애초에 이자가 당신에게 무슨 인연이라도 있나? 그러고보니 조 군? 꽤나 각별한 사이인 것 같은데 재밌겠군. 곧 다시 실험체로서 끌려갈 텐데 어느 정도로 각별한지 같이 데려가서 직접 그 두 눈으로 확인시켜 줘야 협력적이 되려나?"그녀의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성이 가로되 말했다. 그녀는 안위를 지켜주기 위해 신경을 이쪽으로 돌리는 것을 선택했고, 시선을 돌리는데 가까스로 성공했다."별것 아닙니다. 가끔 행화선(杏花仙)께서 헛소리를 하곤 합니다. 부디 별일 아니니 그냥 넘어가시지요.""서용(書蓉)!!"서용이라 불리는 여성은 행화선의 얼굴을 마주하며 고개를 저었다."그쯤 하시지요. 행화선. 아직 꿈속이십니다. 이제 그만 깨어나시지요.""......"서용의 이야기를 듣고는 서서히 이성이 돌아와 입을 다물었고, 더는 입을 열지 않고 조용해졌다. 그러자 그 자리에 더는 이야기가 필요 없어졌으니 간수로 보이는 남자는 콧방귀를 뀌고 밖으로 나갔다. 상황을 간신히 넘긴 서용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행화선은 입을 열 수 없었다. 잘못했다간 일이 더욱 커질 뻔했으니, 자신의 실수를 되짚어보는 것인지 바닥만 쳐다볼 뿐이었다.서용이 입을 열었다."서행(瑞杏). 냉정해져야 합니다. 여기서 냉정하지 못하면 좋은 꼴은 못 볼 것입니다. 눈앞의 사내때문에 냉정을 잃다니요. 평정심을 되찾으십시오.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들이 노리는 것에 쉽게 넘어가서는 좋지 않습니다."서행은 고개를 떨궜고, 자신의 행동을 다시금 상기했다."......미안합니다. 하필 눈앞의, 수일 만에 깨어난 그를 마주하고 있는데,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니. 참담함에 그만 이성을 잃었습니다. 행화선이라는 이름이 울겠군요. 경솔했습니다."서용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일단 우린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다리를 묶여서 그들이 주는 식사를 꼬박꼬박 받아먹는 것이 고작입니다. 분해도 참아야 합니다.""......"서행이 슬슬 조용해지고, 안정을 되찾을 즈음 서용이 물었다."서행. 얼마 전 서생에게 요청한 일은 어찌되었습니까? 선력(仙力)은 요? 이전부터 당황하는 것이 눈에 띄게 많아졌는데 설마, 힘의 대부분을 빼앗겨버린 겁니까?"서행은 눈을 감고 남아있는 자신의 힘을 느껴보았지만, 남은 양이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일할. 남아있는 신선의 힘은 그것이 전부입니다.""고, 고작 일할? 구할을 전부 빼앗겼다니... 괜찮은 겁니까?""......괜찮을리가. 꿈을 꾸고 싶어도 더는 꿀 수가 없습니다. 신선의 예지력도 바닥났고,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으니 미래가 흐릿합니다. 어째서 마존(魔尊), 그자를 인식하지 못 한거지? 실수도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서행은 자신의 선력(仙力)을 다시금 꼼꼼히 살펴보았다. 미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의 양은 마치, 그릇 안의 물이 상당량 증발한 모양이었으며, 바닥을 보일 정도였다. 지금의 선력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 그녀가 잃은 선력은 회복하는 데에만 적어도 수십 년이 걸릴 양이었다. 그저 입술을 깨물 뿐, 자신은 그저 평범한 여성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서행은 이들에게 붙잡혀 끌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사용한 선력의 결과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일단 서생이 그들과 접촉했습니다. 당문 장문인께는 미안하지만 그들을 이쪽으로 불러들이는 것에는 성공한 듯 싶습니다. 그들 가문은 쉽사리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그분에게 은혜를 입은 이유로 움직일 것을 알았지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리고 당문과 광영무림대(光影武林隊)는 예정대로 거사를 준비 중이니 곧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단지 그 시기를 헤아릴 수 없는게 크군요.""그럼 서행. 선력은 어찌 해야합니까? 되찾을 수 있는 것인가요?""힘을 그로부터 직접 되찾지 못하는 이상, 본녀는 당분간 일반인에 불과합니다. 이제 한치 앞을 가늠 할 수가 없어졌어요. 근처에 전음을 흘리는 것이 최선일 듯 싶습니다."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신선이라 불리는 자의 힘이 대부분이 사라진 이상, 달리 방법이 없어져버렸다. 남은 것은 이제 그들을 기다리는 것 뿐."그들은... 이곳에 당도할 수 있을까요?"서행은 가만히 반대편에 묶여있는 그를 보았고, 이를 악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가혹하기만 했다. 설마 자신이 뒷덜미를 물릴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만리붕정(萬里鵬程)도, 검성(劍聖)도 없다. 이제는 하나뿐인 그들을 믿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시간이 오래 걸릴지언정, 희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제가 마지막으로 뿌린 씨앗이니 반드시 당도할 것입니다.""서행......"그때 오싹한 기운이 점점 가까워져 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이 붙잡혀 올 당시의 그 꺼림칙한 느낌. 위화감이 점점 커지고, 불안함이 증폭되어, 좋지 않은 예감이 최고조로 커졌을 때 불현듯, 그의 안광이 떠올랐다."으윽... 또 '그'가 오는 것 같... 윽...!"...[ 주변의 공기가 사정없이 찢어지는 듯한 기운이 가득하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들려오는 소리에 서행, 서용은 그저 땅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거대하고 섬뜩한 기운에 감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 후후. 재밌군. 이 선력이라는 것. 꽤나 오랜 시간 정제된 힘이구려. 행화선. 내가 꿈꾸는 것도 발현하다니. 미약하지만 사용법이 필요한데, 가르쳐 줄 생각은 없소?}}[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그녀들의 귀를 끊임없이 꿰뚫는다. 그 소름돋는 목소리의 기운은 여간 불순한 의도가 아니었으니, 행화선에게는 그 목소리에 대해 반항할 이유가 명확했다. ]"으윽... 본녀가 그리 쉽게 가르쳐줄것 같...소? 지나가던 쥐새끼가 비웃겠소. 선력이라는 것은 수십 년간 쌓여 온 세월의 이치이자, 가장 순수한 정수의 힘이오. 가르쳐 준다 한들, 그대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란 말이오... 윽!!""행, 행화선!!"[ 꺼림칙한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행화선의 목을 붙잡았다. 그녀의 내력을 탐해보려 흡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내력은 무공을 수련해서 가진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별볼일 없었다. 그것을 확인하자 쓸모없다는 듯, 그녀를 내리쳤고 혀를 찼다. ]"컥! 으..."{{ 쯧. 영락없는 일반인이군. 선인이라는 자들은 신통력을 가진것만 빼면 단슈햐 일반인이라는 평이 있었는데 그게 딱 들어맞으니 더 볼 것은 없구나. }}[ 서행은 목을 부여잡고 가쁜 숨을 골랐다. 모두의 보살핌의 부재가 이리도 무서울줄 몰랐다. 마존(魔尊)이라는 자의 무서움을 느낀 것인지 뭔지모를 두려움에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동시에 분함도 있었으나, 아직은 그 울분을 토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러가지 감정이 오가는 와중에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잠들어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 마존은 그녀의 눈빛을 읽었고, 곧장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서행은 순간 자신이 무슨 실수를 범했는지 깨달았다. ]"자, 잠깐!! 지금, 뭘 하려고..."[ 다급해진다. ]{{ 설마하니 남의 부군에 연정이라도 있었다는 것인가? 이 사내. 볼품없누 몸뚱이 이긴하오만, 재미있군. 얼굴이 이모양이라 잘난 행화선의 취향이 이상한가 싶었는데, 사실은 이 몸뚱이에 비밀이 있는 것인가? }}[ 마존이 그의 머리를 움켜쥐고 들어올리니 조금더 다급해진다. ]"그, 그만!! 그에게 손을 대는 것은 그만하시오!! 이미 정신을 잃었잖소!!"[ 그녀의 말이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심통이 난 듯,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탄천보감(呑天寶鑑)의 초식 하나를 읊었다. ][ 잠들어있는 그의 용태가 흡성공(吸星功)에 의하여 천천히 메말라갔다. 서행은 그의 메말라가는 모습에 더욱 더 다급해진다. ]"그만...! 그만!!"{{ 아직 확답을 못 받은 것 같은데? }}[ 그의 술수가 아무리 비정상적이고 부당할지라도 살구꽃의 꽃잎은 버티고 버티려 했으나, 빠르게도 떨어져 나갔다. 목이 타들어가고 줄기마저 메말라가는 심정이었지만 자신들이 쌓아 온 업을 함부로 버리자니 어깨에 짊어진 은혜가 너무나도 두터웠다. ]"자, 잠깐!!"[ 뒤에서 서용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난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신선의 힘을 손에 넣는다니, 너무 무모하기도 하구요. 그 힘을 함부로 취하고 방망이질 하듯 난폭히 휘두른다면 하늘에서부터 큰 화를 입게됩니다. 어찌 천륜을 거스른다는 전제를 밑에서부터 깔고 들어가려한다는 말입니까?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힘은 예로부터 신선으로부터의 힘을 억제받습니다. 설마, 이것을 모르고 선력을 흡수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마존은, 흡성공을 사용한 손을 이용하여 메말라가던 그에게 다시 내력을 슬쩍 주고는 손을 떼었다. ]{{ 다급한 것은 알고있는데 제법 재밌는 이야기를 하시는군. 제 주인은 두려움에 입을 닫고있는데 개만큼은 충복이오. 목숨이 아깝지 않은 충견. }}"그만!! 그만하시오! 그녀를 건들지 마...!!"[ 마존은 그녀에게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서용도 결국 그 손가락 끝의 악의를 확인한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두 눈을 감아버렸다. 서행은 너무 놀라 소리쳤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만무했다. ]"그만!!"퍼억!!......{{ 재밌군. }}[ 서용에게로 치켜들었던 손가락을 내리고 나니, 그 앞에 펼쳐진 것은 서용을 감싸고 쓰러져 있는 서행의 모습. 그녀들의 외관에는 아무런 이상이없이 말끔했다. 단지 그녀들의 옆에 있던 나무 판자만이 뭔지 모를 이유로 박살 나 있었다. ]"해, 행화선!!"[ 서행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서용은 그녀의 상태를 다급히 확인했지만 별일은 없었고, 기절한 것뿐인 것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재밌는 구경이었소. 행화선이 깨어난다면 안부 전해주시게. }}[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이미 쓰러져있는 조활을 볼품없이 데리고 사라졌다. ]서용은 자신을 끌어안은채 기절해있는 서행을 보고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상황은 좀 더 비관적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집안 꼴이 불타서 바스라지는 것을 눈 뜨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원망스럽기만 했다."하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행화선은 이 모양이고, 저 사내는 계속해서 실험체로 쥐어짜이고만 있으니, 과연 당문, 광영무림대가 저들을 어찌 막아낼 것인가... 생아가 부디 제때에 맞춰야 할 텐데..."땅이 꺼지고, 하늘이 운다.우는 비는 그녀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소나기와 같은 뾰족한 줄기처럼 사흘 내내 땅을 적신다. 바깥으로 뚫린 창문은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를 여지없이 보여주는데, 자신들의 눈 앞에는 뭐 하나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다. 사내는 시간을 지내면 돌아오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끌려나감을 반복하니 몸이 성한 모습이 점차 흐릿해져 간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행화선의 눈과 마음은 점점 초췌해져 간다. 목이 가뭄때의 갈라진 땅처럼 메말라가는 순간이 하루하루 지나간다.지옥이 있다면, 이곳이 분명했다......촛불은 어느덧 바람결에 꺼지고 고요함이 방안을 가득 메운다......"소월.""네.""비가 너무 오래오는 것 같지않소?""시간이 늦어지는 것 같습니까?"어느 객잔의 숙박용 객실 침상에서 둘은 서로의 몸을 겹친 채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바라보니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단지 따뜻한 체온만이 서로를 감싸고 있어 의지하는 것에 열중이었지만, 그놈의 질긴 시간이 문제였다.난데없이 내리는 비는 계속해서 주륵주륵 내릴 뿐,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뭐, 서생이 이야기한 것이 사실이면 서둘러야 하는 상황일 텐데, 비가 땅을 너무 축이는군. 부인의 생각은 어떤 것 같소? 이대로 당 은공 어르신에게 가는 것보다는 지금 가는 길이 더 중하다고 보오?"팽소월은 모용비의 고민에 그저 손을 잡아줄 뿐이었다."소부(小婦)는 지아비의 길을 따라가는 몸입니다. 당신이 길을 정한다면, 그 길을 진중히 걸어갈 수 있게 다리를 내어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지요. 단지 부군께서는 간혹 토끼처럼 이리저리 날뛰시니, 소부는 당신의 검으로서 엄히 채찍질할 뿐입니다.""하하하... 무섭구만. 혹여나 예삿일로 일을 계획하는 것만큼은 보류해야겠군."팽소월은 그저 자신의 얼굴을 모용비의 품으로 파고들어가 이야기했다."허나, 막상 옳지못한 선택을 하게 된다면, 소부의 봉용검(峰蓉劍)이 용서할지는 미지수입니다만... 그래도 지아비의 길을 그저 믿고 따를 뿐입니다. 탈선이 되는 것은 막겠습니다만, 위험한 선택은 좋지 않으니까요."어두운 방 안에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기 시작했고 소월의 봉용검(峰蓉劍)의 커다란 칼날에 밝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달빛에 비친 새하얀 빛이 모용비의 머리카락을 슬쩍 스쳐 지나갔는데, 어찌나 싸늘함이 온몸을 뒤흔드는지, 오한이 든 줄 착각할 정도였다. 이는 봉용검이 그를 시기한 것일지도 모를 지경이었다."거, 무섭게시리... 그래서 더욱 그대에게 이끌리나 보오. 말만 늘어놓은 것을 보면 내가 마치 당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내 길을 떠받들어준다는 희생적인 면모는 언제나 감동적이군. 당연하지만, 그대의 목숨도 본인의 목숨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소중하니 부디 갑작스레 검을 놀리지는 마시구려. 걱정되오.""소부도 지아비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니 부디 염려 마세요. 하지만 그날의 맹세를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느 날 그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본녀를 부디 막지는 마시기를 청합니다. 소부도 그만큼 당신이 소중하답니다."둘은 그저 서로가 소중했다. 모용가와 팽가는 서로 거리가 가까웠고, 둘은 집안의 대들보였으며,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 사이면서, 숱한 문제와 갈등을 겪고, 결국 혼인에 성공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였다. 그만큼 서로가 각별하고 특별했으니, 서로의 몸을 뒤섞는 행위는 그들을 더욱 가깝고 소중하게 만든다.또 한 번의 뜨겁고 애절한 의식을 끝내고는 서로를 마주 보고 기분 좋게 쉬는 도중, 모용비는 문득 그녀에게 얼마 전 상비용으로 가르쳐 준 무공이 떠오른다."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일러둔 탄지공은 마음에 드시오?"하도 커다란 검을 사용하는 그녀였기에 자칫 잘못하다간 빈틈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모용비가 직접 그녀의 내력을 이용하여 만들어 준 탄지공이었다. 어디까지나 비상시의 것이지, 빈틈이 자주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큰 검을 사용하는 그녀는 불가사의하게도 무너지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으나, 연계기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얼마 전의 사건으로 확실히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증명했다.모용비가 보기에 그녀는 지금, 단신으로는 가히 최강의 여협이라 일컬어질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절정의 고수였다.팽소월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스스로 느낀점을 이야기 시작했다."풍탄옥살(風彈玉殺). 바람으로 벼려낸 옥의 탄환으로 죽인다... 소부가 사용하는 초식에 간간히 끼워놓고 사용하니 그 사용처가 탁월합니다. 봉용검이 워낙에 크고 긴 검인지라 휘두를 시간 벌기에 매우 좋았습니다. 단지 무공명이 좀... 거추장스럽달까... 마치 어릴 적, 피가 끓어오르는 시절에 지은 듯한 느낌의 이름이라..."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슬쩍 빗겨내려주고는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언제는 내 말 뜻을 따른다고 하시더니 이제와서 이러시기요?""아닙니다. 소부는 단지 간단한 무공은 그 이름이 짧은 것이 좋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절초는 그 뜻을 확실하게 전해야하기에 긴 편을 선호하지요.소부의 본가인 팽가(彭家) 월하검신공(月下劍神功)도 그렇고, 심화 단계인 도월용신심결(刀鉞蓉身沁結)도 그러했으니, 집안 가전무공은 다행히도 소부에게 정말 잘 맞는다고 여겨집니다. 단지 부군께서 가르쳐 주신 탄지공은 소부에게 있어서 사용하기가 익숙지 않은지라...그런데도 본가 집안 내력의 사용법을 교묘하게 이용한 부군의 재치는 참으로 놀라웠지만, 작명만큼은 익숙지 않군요."그 말을 들은 모용비는 잠시 생각에 빠져들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풍옥탄(風玉彈)은 어떻소? 간단하면서도 비슷한 뜻을 지닌 이름인데."짧아졌지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차라리 풍탄옥살쪽이 마음에 드는군요."소월은 잠시 생각하더니 역시 처음의 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모용비는 폭소하며 그녀의 선택을 칭찬했다."하하하! 안목이 뛰어나시오 부인. 하하하!""후후후후..."...그때였다.착착착착.안 그래도 둘만 있는 어두운 공간이 잠시나마 화기애애해지는가 싶더니, 순간 밖에서 수많은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또 시작이군.""모용랑. 슬슬 준비하시지요. 이번 발자국 소리는 좀 많아보이는 군요.""아쉽게스리... 쯧."연일 이어진 익숙한 소리에 남녀 둘은 몸을 섞는 것을 중단하고 서로를 마주 본 뒤, 바깥의 그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착의하기 시작했다.모용비는 착의하며 마지막으로 손목의 아대를 꽉 조였고, 팽소월은 봉용검의 손잡이를 잡고는 등 쪽으로 넘겨 쥐었다. 반쯤 열린 창문을 통해 바깥을 확인했을 때에는 객잔을 둘러싼 수많은 인원이 숨죽이고 에워싸고 있었다.긴장감이 감돌았다.하지만 모용부부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인식한 듯,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신호교환을 했고, 조심히, 조용히 객잔 지붕위로 올라가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주변을 살폈다.' 놈들이 많습니다. '어림잡아 서른은 되보이는 숫자였다. 고수들은 아니었지만 숫자 싸움에서 둘러싸이기 시작하연 불리한 것은 모용부부 쪽이었으니 전면전은 피곤할 것이 분명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소. 어차피 우리에게는 별 의미 없는 자들이니. 마침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도 별 볼 일 없어 보이는군. 하지만 이 짓거리만 벌써 사흘째. 지겹지도 않은 건가? 서생이 당 은공 어르신 방향으로 떠나기 전, 이런 일들을 염두에 둔 것도 나름 일리가 있었군. '' 저들이 이토록 우리를 노린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를 중요 전력이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습격 자체는 느슨합니다. 습격자들도 주요 인원은 보이지 않고 오합지졸로만 편성한 것도 그렇고... 그들의 세력은 모용, 팽가를 단순히 실력 확인만을 하려는 것인지, 와해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 서생이 이야기한 신선의 예지력을 이용해 우리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따라붙은 물량전이라 보아야 하는가 싶소만. 게다가 새벽 밤만을 노리다니. 우리의 사랑을 이리 방해해도 유분수지. 괴씸한... '팽소월은 모용비의 악에 받쳐 쥔 주먹이 떨리는 모습에 그저 주먹에 손을 포개어 잡아주었다.' 밤일은 다음에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래도 깊게 채웠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해소되지 않았습니까? '' 그래도 의도적인 방해는 기분 나쁘잖소. 한두 번도 아니고. 우린 아직 신혼이기도 하고 말이오. '팽소월 역시 방해물은 기분이 영 좋지 않았지만 인내하는 수련을 한다는 생각에 줄곧 평이하게 다녔으나 신혼이라는 이야기에 결국, 모용비와 뜻이 겹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상황은 상황이었다. 아쉬워도 묵과하고 의도가 새카만 이자리를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순식간에 냉정함을 찾은 팽소월의 눈빛은 달빛은 머금은 봉용검의 칼날과도 같았다.그런 소월은 모용비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잠시 냉정함에 느슨함을 부여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목숨을 건 신혼여행이라... 달갑지는 않지만, 소부는 지아비와 함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습니다. 혹시 제가 부족합니까? '모용비는 소월의 뜬금없는 물음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평소의 그녀답지않은 모습에 감탄했을까. 그 기세당당하던 한 낮의 팽소월을 생각하면 이런 모습은 그가 즐기기에 천하일미(天下一味)었다.' 후후후. 같이 붙어 있던 시간이 짧아 아쉬워서 그런다오. 소월은 어딜 봐도 나의 부인이오. 부족함이 없고 넘쳐 흐르지. 부족할 리가 없잖소. 자, 그럼 오늘도 시끄럽게 가겠소? 아니면 오늘은 암살술을 가르쳐야 하나? '' 소부는 단검도 없습니다. 부군께서 가르침을 주신 탄지공이면 되겠습니까? '' 여부가 있겠소? 일단은 흩어집시다. '그렇게 둘은 다시 냉정함을 되찾고는 서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한 뒤, 조용한 살육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모용비는 은밀히 전음으로 그녀가 해야 할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잊지마시오. 바닥은 진흙탕이니 조금만 밟혀도 물의 파동에 발각되기 쉽소. 진기를 최대한 발끝에 집중하고 풀끝을 살짝 즈려밟고 다니는 것이 현명하오. 마침 비바람이 부는 중이니 풀소리는 들리기 어려울 것이오. 탄지공은 알려드린대로 모용가의 잠영탄(潛影彈)을 사용하시오. 무얼해도 들리지 않을 것이니 자신이 죽는 것도 생각 못 할 것이오.한번의 일이 끝나면 몸은 그림자 속으로. 손가락은 옷소매 속으로. 내쉬는 숨은 입마개로. '소월은 말없이 그의 은밀한 전음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얼른 끝내고 다음 객잔으로 넘어갑시다. 더는 지체하기 싫군. '
월영전(月鍈傳) (24).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