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S 2000은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산꼭대기에 닿을 듯이 낮게 깔린 시커먼 구름이 바깥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다. 그녀의 옷처럼 새하얀 커튼이 축축한 바람에 나부꼈다. 방금 끓인 코코아가 담긴 찻잔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단말기로 그리폰 불만 게시판을 훑어보았다. 습기까지 가세한 찜통 같은 더위를 불평하는 내용의 글들이 주로 올라오고 있었다. IWS가 얼마 전에 성공적으로 끝마쳤던 작전에 대한 평가와 불펍 소총의 우수함을 논하던 글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IWS가 그토록 바라던 평온한 일상이 잔잔한 물결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심 노크 소리가 들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물론 아무나 문을 열고 들어와달라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일거리를 들고 온다면 무조건 사양이었다. 지휘관이 시답지 않은 일로 불평하러 오는 건 기꺼이 받아줄 수 있었다. 거기에 달콤한 간식거리와 재미난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문객은 따로 있었다. 그녀는 느긋한 티타임을 즐기면서 의자 뒤쪽으로 주의를 기울였다.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녀의 어깨가 움찔거렸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IWS는 찻잔을 다 비우고 나서 창문 앞에 섰다. 천둥소리가 지휘부 주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뜨거운 햇빛에 타들어 가던 야산을 향해 번개가 내리꽂혔다. 천둥이 연달아 울리면서 거친 바람이 IWS의 머릿결을 빗질하듯이 어루만졌다. 차가운 빗물이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 좁쌀만 한 크기의 빗방울들이 떨어지며 무더위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IWS는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기를 바라며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는 지휘부의 입구에서 검은 실루엣이 아른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작게 주먹 쥔 손을 가슴 한가운데에 갖다 대고 고민했다. 그녀는 자기 마음을 타이르면서도 쇳가루가 자석에 이끌리듯 문을 열고 나갔다.
그녀의 불안감은 복도와 계단을 거쳐 가면서 설렘으로 바뀌었다. IWS가 바라던 방문객은 한 손에 검은색 우산을 들고 여전히 입구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녀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소리가 그녀의 발소리를 감춰주었다. 하지만 AUG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IWS는 물건을 훔치다가 들키기라도 한 듯 흠칫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비 보러 오신 겁니까?"
AUG가 물었다. IWS는 그녀의 곁에 서서 관심도 없는 빗방울을 지켜보았다.
"이제 진짜 장마가 시작되려나 봐요. 작전 명령이 떨어지면 곤란할 것 같은데요."
"저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입니다."
AUG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IWS는 그녀의 얼굴을 흘깃거리며 분위기를 파악하려 했다. AUG의 눈빛은 항상 무미건조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곤 했었다. IWS가 실수를 남발하거나 작전이 안 풀릴 때는 불쾌한 듯이 보였고 그녀답지 않게 서정적일 때는 우수에 차 있기도 했다. 지금처럼 그녀가 좋아하는 비가 내리는 날엔 확실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대놓고 눈을 찡그리거나 미소 짓는 일은 없었다. 이번 주에는 부관 일로 바빠서 그런지 다소 피곤해 보이는 눈치였다.
"지휘관님은 좀 어떠신가요?"
"당신이 예상하는 대로입니다. 눅눅한 건 질색이라면서 늘어지셨어요.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혼자서 피곤하시겠네요."
"이렇게 짬짬이 여유를 낼 수 있으니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업무도 늘 하던 것뿐이고요."
AUG가 우산을 펼치며 말했다. IWS의 눈에는 그런 사소한 동작들마저 우아하고 기품 있게 보였다.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걸으시려고요?"
"이런 날씨에 정원이 더 이쁘게 보이거든요. 같이 가시겠습니까?"
"네…?"
IWS는 AUG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했다. AUG는 그동안 혼자만의 고독한 산책을 즐겨왔었다. 소대장인 IWS조차도 그녀가 창밖에서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는 걸 지켜만 봤을 뿐 나란히 서서 걸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요, 같이 걸어요. 정원의 꽃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저도 보고 싶네요.' 그녀의 마음속에서 곧바로 대답이 떠올랐지만, 그녀는 이상형과 마주친 소녀처럼 입을 달싹거릴 뿐이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AUG가 재차 물었다.
"네…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우산을 가져올게요."
"시간 아깝습니다. 그냥 같이 쓰고 가지요."
AUG가 IWS에게 우산의 빈자리를 내주며 말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AUG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IWS는 머뭇거리면서 우산 밑으로 들어갔다. 보기보다 큰 우산이었지만 서로 바짝 붙어있지 않으면 어깨가 삐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냥 우산을 가져오는 게 낫겠어요.' IWS는 이번에도 생각뿐인 말을 떠올렸다. IWS는 AUG의 머리에서 나는 은은한 샴푸 향을 맡고 군말 없이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IWS의 가슴이 운동할 때처럼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방에서 AUG의 잔소리를 듣는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전개였건만 IWS는 자신의 올바르지 못한 감정을 추스르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AUG와 발을 맞춰 걸어 나갔다. 맑은 날이었다면 인형들로 붐볐을 산책로에는 빗물에 젖은 낙엽들이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었다. 바람이 쌩쌩 불어오면서 굵직한 빗방울들이 우산 안으로 고스란히 튀었다. AUG는 어깨와 스타킹이 젖는 와중에도 공작부인처럼 시종일관 도도한 자세로 산책로를 내려갔다. 그녀는 은연중에 IWS 쪽으로 우산을 살짝 기울이고 있었다.
"AUG, 어깨가 젖고 있잖아요."
IWS가 덤벙거리기는 해도 눈치가 없는 인형은 아니었다.
"이번엔 당신 말이 맞았군요. 제 실수에 대한 처벌을 받고 있을 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AUG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지휘부에서 IWS만이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IWS가 그녀와 첫인사를 나눴을 때도 그런 미소를 지었을까? IWS는 확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때는 정원에 체리꽃이 만발하던 화창한 봄 날씨였다. IWS는 며칠 만에 AUG를 겨울에 어울리는 인형이라고 판단했었다. 그녀의 냉철한 태도와 뼈 있는 독설들은 동화 속에서나 보던 겨울 마녀에 딱 알맞은 이미지였다. 그녀와 단둘이 있으면 금세 분위기가 얼어붙었고 그녀가 걷기만 해도 주변에 그늘이 지는 것처럼 보였었다. IWS가 AUG의 심장이 꽁꽁 얼어붙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땐 소대원들과 서로 가까워진 여름이 온 뒤부터였다. 비가 올 때는 지금처럼 그녀 나름대로 정을 붙이려고 노력하는 뜻밖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IWS가 방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IWS의 옛 생각은 내리막길에서도 이어졌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걸었다. 툭 튀어나온 돌부리에 발이 걸렸을 때도 표정이 바로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몸이 대각선으로 기울고 나서야 머릿속에서 울리는 경고 신호를 들었다. 뒤늦게 발끝을 세우며 버둥거렸지만, 자세만 더 망가지고 말았다. AUG는 IWS가 눈을 감기 직전에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나무토막 다루듯이 있는 힘껏 뒤로 밀쳐 올렸다. 우산이 더욱 기울어지면서 그녀의 블라우스에 빗물이 스며들었다. IWS는 비몽사몽 한 채로 AUG와 마주 보고 이번에도 뒤늦게 얼굴을 붉혔다.
"제가 보고 있을 때만 한눈을 파시나요?"
AUG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그런 거 아니에요.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AUG. 이제 놔주셔도 돼요."
"또 넘어지시면 안 잡아드릴 겁니다."
"그럴 일 없어요."
"정말로요?"
AUG가 얼굴을 가까이 대며 물었다. 남의 실수를 엄하게 질책할 때나 하는 행동이었다.
"네…정말로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닐게요."
"제가 며칠 전에도 같은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말이죠. 일단은 믿어드리겠습니다."
AUG가 우산을 바로잡으며 말했다. IWS의 얼굴이 열사병에 걸린 것처럼 달아올랐다. IWS는 그게 칠칠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인지 AUG가 자기를 어루만졌을 때 느낀 기쁨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녀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정원을 둘러싼 하얀색 울타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울타리 안쪽에는 형형색색으로 활짝 핀 장미들이 빗물을 받아먹고 있었다. 그중에는 AUG가 직접 심은 것도 있었다.
"일거리가 줄어들어서 다행이네요."
IWS가 말했다. 작전 중이 아닐 때면 정원에 물을 주는 것도 부관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AUG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원을 훑어보았다. IWS는 꽃잎이 풍성한 노란색 장미를 눈여겨보았다. 그걸 AUG의 옷깃에 꽂아주면 화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날씨가 아무리 화창하더라도 자기가 그런 용기를 낼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AUG와 어깨를 맞대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IWS는 우물거리는 입속으로 말들을 되새김질할 뿐이었다. AUG의 시선은 살구색, 연분홍색, 빨간색을 거쳐 아담한 보라색 장미로 고정되었다. IWS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저…AUG.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대장이 부하한테 허락받는 거 아니라고 알려드렸을 텐데요?"
"좀…아니, 많이 뜬금없겠지만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IWS는 질문을 던져놓고 새빨개진 자기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AUG와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AUG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답변을 술술 뱉어냈다.
"전투력은 뛰어나지만, 소대장으로는 부적합한 덜렁이시죠. 아침에 짝짝이로 신고 나간 양말을 저녁때가 되어서야 알아차릴 분입니다. 머리띠부터 시작해서 몸에 두르고 다니는 건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잃어버리고 부관을 맡고 계실 땐 저와 지휘관님의 업무량을 늘리는데 탁월한 소질을 갖고 계시죠."
"우으으…."
"모든 일에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란 걸 받아들이지 못하시죠. 그런 주제에 소심한 면도 있어서 작전 중에 어영부영하기 일쑤고 그러다 실패하면 혼쭐난 강아지처럼 풀이 죽으십니다. 그것 때문에 그불게에서 받는 비판들을 보고 쉽게 낙담하시고요. 그리고 또 얼마나 덜렁이시냐면 건조대에서 실수로 남의 속옷을 가져갔다가 너무 꽉 끼셔서…."
"됐어요, 그만 하세요!"
IWS는 심통이 난 나머지 볼에 바람을 가득 채웠다. AUG의 평가 중에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는 게 그녀를 더욱 화나게 했다. IWS가 AUG에게 말로 얻어맞기만 하는 건 예전부터 그랬었다. IWS는 늘 신중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왔지만, 덜렁거리는 습성이 그녀를 좀처럼 놔주질 않았다. 그에 반해 AUG는 행동 하나하나가 결함 없이 완벽한 인형이었다. 그녀는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고 무엇을 달성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구별할 수 있었다. IWS가 지금처럼 활약할 수 있게 된 건 그녀의 조언 덕분이었다. 다만 그 조언들에 가시가 돋쳐 있는 게 문제였다. IWS는 그녀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받을 때마다 자기에게 대장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품곤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AUG가 이토록 한심하게 여기는 자신이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어도 되는지 자문하고 있었다.
IWS의 심장이 AUG의 앞에서 격렬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게 과연 언제부터였을까? IWS는 덜렁이답게 그 시작을 떠올릴 수 없었으며 당연히 해결책도 몰랐다. 만병통치약으로 여겼던 시간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AUG의 곁에 오래 있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뒀었다. 그 바람이 이루어진 지금은 AUG가 내린 평가들이 대못처럼 깊숙이 박혀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척하면서 한쪽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쳐냈다. 침대에 드러눕자마자 울음을 펑펑 쏟아낼 자기 모습이 그녀의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녀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싫었다.
"IWS."
AUG가 그녀를 불렀다. IWS는 그녀에게 글썽거리는 눈동자를 보이고 싶지 않아서 못 들은 척했다. AUG는 IWS의 뒷머리를 부여잡고 자기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AUG의 머리핀이 물방울로 반질거렸다. 그녀는 IWS가 반응할 틈도 없이 얼굴을 들이댔다. 아까보다 더욱 가까이. 부드러운 감촉이 IWS의 입술에 감돌았다. IWS는 황홀감에 젖을 듯한 달콤함을 느꼈다. IWS의 머리카락을 훑던 AUG의 손이 목덜미로 내려갔다. IWS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가 점점 작아지면서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AUG가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떠받치면서 하던 걸 이어나갔다. AUG는 거침없이 IWS의 입술을 탐하며 그녀가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게 유도했다. IWS는 달싹이던 입을 열고 AUG의 리드에 맞춰 조심스레 혀를 휘감았다. 그들은 서로의 입술과 혀를 훑고 향수 냄새를 교환했다. 투명하고 끈끈한 침이 뒤엉킨 실타래처럼 길게 늘어졌다. IWS는 AUG가 만들어낸 영겁 같은 시간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AUG가 마침내 입을 뗐을 때 IWS는 마리화나를 피운 듯이 해롱거렸다. IWS의 얼굴은 달아오른 주전자 밑바닥처럼 새빨갰다. 그녀는 온몸에서 수증기를 뿜어낼 듯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쌌다. 자기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 한줄기가 불같은 그녀의 손바닥을 적셔주었다. AUG는 표정에 변화 하나없이 자기 입술에 묻은 IWS의 침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그녀의 어깨와 목덜미가 비에 젖어 있었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대장일수록 유능한 부하가 나서서 도와드려야 하는 법이죠."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챙겨드리는 겁니다.
"어…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거에요?"
"그럼 당신은 언제부터 그러셨던 건가요?"
"모르겠어요…."
"그럼 저도 모르는 거로 하겠습니다. 아직 부족하신가요?"
"네…? 아…아뇨, 이제 충분해요."
"정말로요?"
AUG가 재차 물었다. IWS는 고개를 숙인 채 양 손가락을 가슴 앞에 모으고 꼼지락거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작아졌다.
"지금…은요…."
AUG는 IWS를 내려다보며 미소지었다. IWS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다행히 그녀가 그걸로 나중에 후회할 일은 없었는데 앞으로 AUG의 미소지은 얼굴을 보게 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본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이제 고개 좀 드세요."
IWS는 AUG와 마주 보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바보 같은 미소를 띄웠다. AUG는 IWS의 머리에 묻은 빗방울을 털어주었다.
"더 젖기 전에 돌아가는 게 좋겠군요. 걸을 수 있겠어요?"
"네."
IWS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AUG가 우산을 똑바로 치켜들었다. IWS는 조신한 예비신부처럼 양손을 배꼽에 가지런히 모으고 AUG가 걷기를 기다렸다. AUG는 못마땅한 눈치로 IWS를 바라보며 옆구리를 동그랗게 벌렸다. IWS는 뒤늦게 그녀의 의중을 파악하고 옆구리에 팔짱을 꼈다. 그제야 AUG의 표정이 풀렸다. 그들은 고요해진 빗소리 속에 우뚝 선 가로수들을 지나치며 서로 온기를 나눴다. IWS는 입맞춤을 할 때 받았던 느낌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앞으로는 혼자서 끙끙거리고 있지 마세요."
AUG가 타이르듯이 말했다.
"그치만…어떻게 이런 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겠어요."
"저에 대한 감정이 '이런 것'밖에 안 되셨던 건가요? 씁쓸하네요."
"그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저한테는 아무리 부끄러운 감정이더라도 숨기지 마세요. 당신이 떳떳한 대장이 될 때까지는 제가 부하로서 받아주겠습니다. 알겠어요?"
AUG의 얼굴은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IWS는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을 알아보았다. IWS는 구름 너머의 태양처럼 환하게 웃어 보였다.
"네!"
그녀가 말했다.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AUG가 눈여겨봤던 보라색 장미만이 여름의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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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18.07.15 15: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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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야 매우 달달한 유식x어그 백합이군요. 매우 희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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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 18.07.15 17: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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