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Ex던전 때문에 징징글을 올렸었는데, 그 후로 매일 틈틈히 100~200층씩 오르다 어제 운이 좋게 엘베 5번을 보고 후다닥 완주했습니다.
전작인 루프란은 제가 그때는 Drpg를 처음 접해보기도 했고, 본편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기에 Ex던전까지는 완주하지 않았는데요.
도중에 마음이 한 번 꺽일 뻔하긴 했지만 갈레리아는 다행히 Ex던전까지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갈레미궁을 처음 시작하면서 이거 깨고나면 루프란도 정주행 한 번하고 ex까지 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막상 깨고나니까 좀 진이 많이 빠져서
한동안은 마녀의 여단 시리즈는 삼가하려구요ㅋㅋ 게임에 대해 이것저것 하고 싶은 얘기가 여럿 있는데 일단 우선은 총플탐 160시간 정말 재밌게 했고,
루프란을 재밌게 했다면, 꼭 해 볼만한, 잘 나온 후속작이라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전체적인 게임의 감상평 자체는, 게시판에 다른 분이 올리신 후기에서 처럼,
1보 전진, 그리고 2보 후퇴라는 말이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게임 시스템
게임 난이도가 전작에 비해 많이 내려갔는데요. 사실상 미궁탐색이 까다롭지 Ex보스까지 전투가 어려운 부분은 거의 없는. 강적이라고 할만한 보스가 없는
게임이 됐습니다. drpg가 워낙 진입이 어려운 코어한 장르기도 하고, 전작인 루프란도 이런 코어한 장르의 게임을 좀 더 심플하고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 흥행한 만큼
이게 나쁜 건 아닌데 이게 게임의 볼륨은 전작보다 1.5배~2배정도 늘어난데다 각종 신 시스템 추가와 니폰이치식 수치 인플레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마냥
전투 난이도를 내려놔서 중반부에 다소 게임을 루즈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유리카편 후반부, 나틸편 중반부가 많이 루즈합니다.
drpg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전직 시스템인 이혼술도 경험치 테이블의 대폭 완화로 굉장히 부담없이 실행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덕분에 drpg 특유의 스토리 진행 중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레벨 노가다 구간을 최대한 억제한 건 호감입니다만
정작 이러고서 이혼술이 해금된 후의 진행부(아파르트망 후반부, 카르티에비타)가 사실상 쌩 경험치 노가다보다 루즈한 원패턴 똥개훈련식 구성이란 점에서 아쉽습니다.
미궁탐색은 불가침구역의 sin 수치, 수중의 산소 제한, 구멍함정, 강제이동 발판, 어둠의 장혈 등 자칫 바로 전멸로 이어지는, 탐색을 다소 까다롭게하는 요소가 추가됐습니다.
전멸 패널티가 노멀 난이도 기준, 아이템 유실이 발생하지 않게 되면서 다소 스트레스가 덜어지긴 했지만. 엄청난 마나 수치 인플레로 인해
본편 중에는 끝없는 마나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에 여전히 스릴있는 탐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미궁이 전작에 비해 다소 개성이 부족한게 흠이긴 합니다.
뭐 이건 스토리상에 문제니 어쩔 수 없긴 하지요. 하나의 거대한 미궁을 기반으로 여러 파생형 방(미궁)이 있는 구조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템 시스템은 솔직히 밸런싱이 박살나 있습니다. 연금내구도 시스템 때문에 기껏 새로 추가된 버진엣지, 히로익스킬, 일부 연금불가가 붙는 특이한 기믹의 장비들은
파밍 노가다or행운의 산물이 아닌 이상 그냥 내구도 짱 많은 템에다 장비와 촉매를 때려부으면 경쟁이 안됩니다.
근데 이게 또 엑스트라로 가면 Ex던전 장비들의 정신나간 수치 인플레가 이걸 한번 더 후려쳐서 이쯤되면 연금강화 없이 3천층 이후에 줍는 장비들로 대충 기여입으면
ex보스까지 일사천리 클리어가 가능해집니다.
더 상세히 보자면 버진엣지는 상승률은 굉장히 높은데, 연금강화시 해제되는 점 때문에 결국 이도저도 아닌 감이 있습니다.
히로익스킬은 대부분이 하나 하나가 밸런스가 아작이난 수준의 성능의 스킬들이 있습니다만, 정작 진명장비 뺴고는 이게 붙었는지 않았는지 확인하려면
장비 성능창을 일일이 넘겨보지 않으면 불가능한 점. 초반 장비에 떠봤자 연금내구도가 낮으면 결국 스펙에서 밀려 버려지게 되는 점 등 이것도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연금불가 장비는 뭐 다 좋은데 연금 강화 소재로 써먹질 못해 남는 건 그냥 마나셔틀입니다. 덕분에 엑스트라에서는 마나가 흘러넘치다 못해 칸스토합니다.
결혼서 커스터마이징은 도입은 굉장히 좋지만 좀 더 다듬기가 필요해보입니다. 일단 위 장비템 인플레처럼 결혼서도 인플레가 지나쳐서
결국 결혼서가 1.도남 추출용 또는 2.보정 빠방하게 붙은 실사용용으로 이분되서 걍 1번에서 도남만 뺴서 2번에다 때려박는 수준에 커스터마이징이라
솔직히 그리 자유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또 도남기서를 사용해 빈슬롯을 한번 등록하면 덮어씌우기가 안되는점이 너무 골때립니다.
그래도 강력한 도남을 결혼서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은 확실히 재밌고 좋은 요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템 파밍 요소 심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거점 ui는 발전이 한참 뒤쳐저 있어서 많이 불편합니다.
일괄 연금 분해가 불가능한데다, 장비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있으면서 분해방지 락 기능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도남기서 상태로는 일부 ui가 안나와서 정확한 스킬 효과를 확인하려면 다시 결혼서에서 확인해야 하는 점도 아쉽습니다.
전투 시스템은 다양한 신규 요소 추가와, 패싯 리밸런싱 등이 이루어져, 전투 자체는 상당히 재미가 있습니다. 핵앤슬래시 특유의 상쾌함은 정말 잘 잡아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스턴 시스템이 게임을 지나치게 가속화+원패턴화 시키고, 망가진 장비 수치 인플레와 이도류 스킬 + 스턴치 업 스킬의 조합이 너무 오버파워라
헤이스트 포스+선제 스턴 전략이 지나치게 강력합니다. 행동속도 업 계열 스킬들도 이런 망가진 밸런싱에 일조하기는 합니다만,
이게 도남에는 적용이 안되는 탓에 공격계 도남들이 설 자리를 잃었나? 싶었는데 스턴 시스템 덕에 오히려 3~4명의 스턴요원이 스턴 후 도남으로 조지기가 가능해서
여전히 광역공격, 잡몹 정리에는 유용한 터라 구리다고 하긴 묘한, 나름 절묘한 밸런싱이긴 합니다;;
도발 도남의 추가와 고어 프로텍션 추가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갠적으로 drpg는 든든한 탱커가 있어야 느낌이 살아서
피어포트리스를 좋아하는데 루프란에 비해 정말 좋아졌습니다. 물론 불세출의 출세는 시노부시긴 합니다만ㅋㅋ
그리고 아마 갈레미궁 최고의 호불호라 여겨질 랜덤 던전은 개인적으로는 과유불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처음에는 나름 재밌었고 스릴있는 미궁답파가 강점인 마녀의 여단 시리즈에 나름 잘 어울리는 요소라 생각은 듭니다.
다만 3번은 너무 심했어요. 마지막 3651층짜리 ex던전은 진짜 선넘었습니다.
유저를 어떻게든 엿먹이고 말겠다는 제작진의 악의가 담겨진 정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구성이 너무 악질입니다.
365층마다 이벤트 층이 있고, 이외에는 도중에 랜덤으로 나오는 워드로브로 탈출하지 않으면 답파한 층수가 저장이 안되는 구조인데
문열고 들어갔더니 1마스짜리 방에 심연수 심볼, 의태형 몹들로 다우징 교란, 모르면 당해야지ㅋ 식의 랜덤 이벤트, 문열었더니 바로 구멍 함정.
턴오버로 계단이 날아가면 밑층에 바닥이 있길 기대하면서 원찬스 다이빙을 강요받는 낙하 구간, 끝으로 지옥끝까지 쫓아오는 벳톤까지.
아무리 운이 좋은 사람이라도, 아무리 신중한 사람이라도 3651층이면 피로감 때문이라도 실수해서 최소 몇십층 정도는 날려먹을겁니다.
진짜 벽을 부쉈는데 바로 앞에 벳톤 심볼이 까궁. 다음 계단을 못찾고 헤메는 중인데 갑자기 옆방에서 우렁차게 들리는 벽부수는 소리.
그리고 막 한층 내려와서 입구방에 있는데 분명 베일 쓰고 있는 상태인데 벽 너머에서 들리는 몹한테 인식당한 소리.
벳톤 이 ㅅㅂ 것 때문에 게임 장르가 갑자기 호러로 바뀝니다. 아니 스릴도 좀 정도껏이지 이건 그냥 호러게임이잖아요
또 던전 구성 알고리즘에 문제가 좀 있는지 턴오버가 일어난 적도 없는데 거대한 낙하 존 때문에 계단을 찾을 수 없는 층이 딱 한번 생긴 적이 있습니다.
진짜 이 때 200층 정도 올라온 상태였는데 바닥 없음 어떻게 하지?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가장 문제가 있는 건 이런 랜덤 던전을 본편에서 내용 불리는데 이미 두 번이나 사용해놓고, 본편 엔딩을 엑스트라까지 안보면 마치
똥싸고 뒤를 안닦은 거 마냥 만들어서 엑스트라를 울겨겨자먹기로 돌게하면서 정작 엑스트라까지 구성의 8할을 이걸로 퉁쳐먹었다는 점입니다.
제발 후속작에는 나와도 한번만. 그리고 최대한 스토리와는 되도록 무관하게 야리코미 요소로만 사용해줬으면 합니다.
2. 스토리(이 밑으로는 스토리의 매우 핵심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갈레리아의 스토리는 명백히 마녀의 여단 시리즈를 확립하기 위한 밑밥깔기가 전제된 구성인데요. 스토리가 상당히 방대하고
복잡해진 만큼 흥미진진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이 때문에 나틸편 부분이 굉장히 구성이 루즈합니다. 유리카편이나 나틸편이나 떡밥만 계속 뿌려대고
사실상 대부분의 떡밥 해소는 마지막 엔딩부와 엑스트라에 다 몰려있어서 스토리를 따라가기 점점 힘들어집니다.
게다가 스토리의 주요 화자들이 하나같이 전부 기억이 맛탱이가 가있어서 내용이 점점 난해해집니다.
유리카편은 꿈과 현실이 뒤섞이고, 나틸은 고놈의 기억조작, 체칠리아 조차 자기한테 기억조작. 마르타는 전사체라 기억손실.
물론 이 기억이란게 갈레리아 스토리에 주된 주제 중 하나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런 기억상실을 게임 볼륨을 늘리는데 어거지로 사용한 측면이 좀 있습니다.
가령 나틸이 체칠리아의 전사체와 접촉 후 아르스텔라에 돌아와서 다시 시작되는 랜덤던전 똥개훈련처럼요.
나름 절망감을 더 배가시키기 위한 장치인 걸 알겠는데 솔직히 이정도로 등장인물들 기억이 온전치 않으면 독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만해요.
또 명확히 후속작을 의식하고 세계관 확장을 위해 뿌려놓은 일종의 맥거핀들도 지나치게 많아서 갈레리아 스토리는
하나로 독립된 서사를 가졌다기 보다는 보다 더 큰 서사를 위한 프롤로그 편에 해당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니폰이치가 마녀의 여단 시리즈를 확립하고 후속작을 이어나가려는 의욕을 보여준 것은 좋은 일이라 할 수는 있겠지만
갈레리아 스토리 통째로가 프롤로그에 가깝다는 느낌이 너무 납니다.
결국 ex엔딩의 내용도 결국 유리카가 나틸과 함께 세계를 재구성한 뒤 사라진 나틸을 찾기 위한 각오를 다지는 내용이니까요.
전작이 본편만으로도 완성된 감동적인 엔딩롤을 보여준 것에 비해 본작은 루프란 특유의 매콤한 동화같은 감성과 눈물 좀 빼게 만드는 서사는 여전하지만
그 구성이 미흡합니다. 본편 엔딩은 사실상 체칠리아를 위한 내용이다 보니 나름 훈훈하긴 하지만 이보다는 체칠리아탓에 거의 참피같은 삶을 살아야했던
마르타=나틸이 마지막에 도망치지 않고 돌아온 유리카편의 나틸에게 사명을 인계할 때가 가장 좋은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전작 루프란보다 배는 많은 분량을 통째로 세계관을 다지기 위해 사용한 것과 다름없으니 차기작이 나온다면 유리카, 나틸, 이 두 캐릭터의 행보와
체칠리아, 페리코, 베크린, 클라리스, 미라지 등의 행보도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갈레리아의 시간대가 루프란보다 앞서는지 아님 후의 이야기인지는 감이 잘 안잡히는데요. 모라에 대한 언급이나 현자에 대한 언급을 생각하면
아마 루프란보다는 앞서거나 비슷한 시간대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차기작이 나온다면 마즈루카(루프란 스포)가 등장은 몰라도 언급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쓰다보니 상당히 장문이 되었는데 짧게 요약하면 결국 게임성으로 보나 스토리를 보나 갈레리아의 지하미궁은
마녀의 여단 시리즈화를 위한 거대한 1보 전진, 동시에 2보 후퇴라 감상평을 내리고 싶습니다.
세계관을 확장시켰지만 때문에 본편이 미흡해졌고, 게임 시스템도 개성이 뚜렷해졌지만 아직 많이 거친 느낌이 나고.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게임은 분명히 재밌고, 세계관은 흥미로우며 차기작을 통해 개선하고 확장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물론 다분히 후속작을 염두한 구성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후속작이 나온다라는 확증은 사실 없는거나 마찬가지니
니폰이치의 디스가이아6가 흥행에 성공하길 기원하면서 소소하게 기대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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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틸 엄마=스포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은 했는데 대현자가 아직 각성하지 않았다는 간판때문에 살짝 헷갈렸는데 역시 나틸 엄마=스포인물이 맞나보군요. 세계관은 정말 매력적이고 특유의 스토리 감성이 좋아서 게임성을 더 보완한 차기작이 나와주길 기대해야겠네요. | 21.01.21 15: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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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전작은 미궁 디자인이 정말 좋았지요. 새 던전으로 넘어갈 때마다 마치 동화속 세상을 탐험하는 몽환적인 기분이었는데 갈레리아는 확실히 그점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노가다 측면에서는 갈레리아가 포탈이나 랜덤던전 덕에 편하긴 하죠. 건강 챙기시면서 즐겁게 완주하실 수 있기를 파이팅입니다ㅎㅎ | 21.01.21 18:3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