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럽게 악명높은 1편 병자의 마을을 2시간 쯤 악전고투한 끝에 돌파했는데....
생고생하면서 클리어하고 보니 어째 3편에서 팔란의 성채를 할 적과 오버랩되더군요.
프롬에는 분명 독늪에 페티쉬가 있는 변태가 있는게 분명합니다. 거기다가 이런 독늪맵마저 전작과 후속작이 자체오마쥬를 하는 집요함까지.....
초회차 시절 여러모로 극혐이었던 팔란의 성채. 대거로 퀵스텝 밟는건 생각도 못할 적이라, 한없이 제한되는 기동력이 진행을 늘어지게 만드는 구간이었죠. 독뎀 자체는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에스트 소모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거기다 탁 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가 거기같은 맵 디자인 때문에 지금도 종종 길을 잃는 맵입니다. 웬만한 지역들은 맵 동선을 몸이 기억하는데 여긴 아직도 헷갈리는 중이죠.
거기다 초반부의 끝자락답게 잡몹들도 까다롭습니다. 그루들은 그렇다 치고 미용실 아줌마나 거대 그루들이라던지, 로자리아파에 합류하지 않으면 쳐들어오는 암령까지 극혐 그 자체였죠. 조금이라도 정면승부 상황을 줄이기 위해 거대 그루조차도 활로 때려잡던 구간이었습니다.
그 극혐과 극혐들을 간신히 돌파해 만나는 보스는 게임 내에서 손꼽히는 폭풍간지를 자랑하는 심연의 감시자입니다. 컷씬에서의 간지나는 모습과 독특한 양상의 보스전으로 첫 장작의 왕이라는 인상을 강렬하게 심어줍니다. 독늪에서의 구질구질하던 기억이 보스와의 만남 하나로 다 잊혀지는 수준이었죠.
난이도 자체는 개인차가 있지만 일단 당시 저는 괴수형보다 인간형에 더 강했고, 그 쓸모없다는 시리스를 불러서 들어간지라 난이도가 떡락했던 감이 있습니다. 분위기에 압도당하긴 했어도 보스 자체가 악랄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죠. 2페이즈 불검 엇박 때문에 살짝 고전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론 간지나고 적당히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여튼 보스를 격파하고 나면 스토리상 첫 장작의 왕을 격파했다는 성취감이 밀려오고, 초반부 수문장을 돌파했다는 달성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더러운 독늪구간을 악전고투하며 돌파한 이유가 이 폭풍간지 보스전을 보기 위해서였다는 느낌까지 받았죠.
반면 1편은.... 병자의 마을에 돌입하기 전만 해도 원조 태양과 함께하는 해피소울이었습니다. 초회차라 난이도는 전혀 해피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1편 당시의 인기 캐릭터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것이죠.
특히 마녀 누나 데려가서 호구나비 패잡을 때만 해도 이 게임 보스들은 호구뿐인가 하던 때였습니다. 그 악명높다는 산양머리 데몬도 어거지로 4강 찍은 흑기사 대검의 깡뎀으로 첫트 격파를 해버렸기 때문이었죠. 사실상 공략을 거의 보지 않았던 약점을 전투 프리패스해보겠다고 참고해 만든 흑기사 대검으로 커버하는 양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많은 유저들이 꺾여나갔다던 병자의 마을로 돌입했는데.... 흑기사 대검빨도 있었지만 잡몹들 자체는 고만고만합니다. 독침 쏴대는 놈들이 좀 성가시긴 했는데 거미 방패 들고 가드 올리고 다녀서 맹독먹을 일은 많지 않았죠. 오기 전에 열심히 노가다해서 꽃 이끼만 6개를 챙겨왔는데 2개 정도가 남을 정도였죠.
하이라이트여야할 독늪은 사실 팔란의 성채에 비하면 프리패스 구간이었습니다. 일단 대강 달리기만 해도 쿠라그의 소굴이 코앞에 보였던데다, 늪에 돌아다니는 잡몹들이 전반적으로 약해서 상대하기도 쉬웠죠. 결정적으로 화톳불이 워낙 가까이에 있어서 맵 탐험 중에 실수로 죽더라도 피해가 크진 않았습니다. 팔란처럼 암령도 등장하지만 뒤잡호구라 그냥 소울 공급원에 불과했죠.
이제보니 병자의 마을의 악명은 독늪보다도 상층의 판자촌 때문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다 보이는데 쓸데없이 헷갈리는 구성에, 굉장히 어두컴컴하고 카메라를 자주 돌리다보니 없던 3D 멀미가 생기던 구간이었습니다. 길 헤맬까봐 이전과는 달리 지도까지 참조했는데 제 독도력이 쓰레기 수준이라 참조하나 마나였습니다. 어이없게 발 헛디뎌서 죽기도 하고 여러모로 고생은 많이 했습니다. 판자촌에서 시간 다 까먹고 오히려 독늪은 편안하게 탐험했죠.
그렇게 악전고투한 끝에 만난 보스인 혼돈의 마녀 쿠라그. 심연의 감시자가 주체할 수 없는 폭풍간지로 필드에서의 고생을 잊게 해 줬다면, 쿠라그는 다크 소울에서 사실상 이분 말고는 전무할 고혹적이고 인상깊은 컷씬으로 그간의 고생을 다 날려버리는 위엄을 떨쳤습니다. 심연의 감시자처럼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라는 성취감을 줬죠. 보스는 아직 깨지도 않았는데 시작부터 성취감에 취하게 만든 성녀였읍니다.....
감시자처럼 백령 소환도 가능하지만 그냥 혼자 들어갔습니다. 만능열쇠가 없어서 용문장 방패는 못 먹은지라 그나마 화염컷 70인 거미의 방패를 들었죠. 보스 자체는 감시자에 비하면 그냥 데미지 살벌하고 섹시한 호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 아름다운 상반신을 감상하느라 몇 대 뚜드려 맞긴 했지만 왠지 안 아픈 기묘함이 포인트..... 혹자는 망원경 들고 감상하다 쳐맞았는데 하나도 안 아프더랍니다. 세상에.....
몇몇 패턴에 말려서 뚜들겨 맞은거 말곤 그냥 예쁜 호구였습니다. 사망모션 와중에도 감상하게 만드는 마성의 누나였죠. 사실 죽이려니 여러모로 안타깝긴 했습니다. 사연이 사연이기도 하고.....
이어지는 진정한 클리어 보상인 혼돈의 딸. 쿠라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 분도 눈요기에 막대한 기여를 해주셨죠.
망원경을 여기서 처음 써먹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프롬이 1편 때부터 주요 여자 NPC 모델링엔 힘이 들어가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그러니까 프롬이 여캐 못 만들어서 구리게 만든게 아니라는 증거 중 하납니다. 이분 역시 아나스타샤처럼 아직 대화가 안 되지만 고유 모델링부터 클라스가 다릅니다.
주술 풀강도 안 찍었는데 나타나신 이자리스의 쿠라나. 쿠라나 옷을 입어서 그런건진 몰라도.... 사근사근하고 상냥하던 카를라와 달리 좀 까칠하시지만 나름 덕담은 해주십니다.
눈요기와 별개로 최고의 보상은 역시 이 뱀가리입니다. 그간 쌓인 잡템들을 처분해 소울로 환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분이죠.
여하튼 팔란이나 병자의 마을이나 여러모로 오버랩되는게.....
극혐 필드 -> 돌파 후에 만나는 보스가 간지남/예쁨 -> 클리어 후의 보상들이 달달함
사실 보상들의 달달함으로 따지면 1편 쿠라그 이후가 더 압도적이지만서도.....
심지어 클리어 후에 마을에서 찌질대던 파란니트/호크우드가 갑자기 의욕을 불태우며 사라진다는 공통점까지 있습니다.
프롬은 필드를 어떻게 설계해야 극혐인지 알고, 돌파한 끝에 뭘 던져줘야 유저가 성취감에 취해 오오 닼소 갓겜ㅠ 이러는지 귀신같이 알더군요.....
근데 팔란의 성채와는 달리 병자의 마을은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만능열쇠를 받았어야 했는데......
여담이지만 1편에서 이렇게 악전고투를 한 직후 다시 3편을 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정말 미친듯이 상쾌하고 즐겁습니다. 1편에서 전투만 강화해서 나왔다느니 바뀐게 없다느니 레벨 디자인이 퇴보했다느니 전부 배부른 소립니다. 3편은 그저 갓겜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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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늑대소울 가진 놈들은 설정이 씁쓸한게 종특인 듯.... | 20.02.03 03: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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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의 마을 가기 전에 다른 곳 돌면서 준비를 많이 한 덕도 큰 것 같습니다... 독늪 길 자체도 팔란보다 심플하기도 했죠 ㅋㅋ | 20.02.03 0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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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고 대비를 하면 악평에 비해 훨씬 덜 힘들게 갈 수 있는데 모르고 간다고. 그리고 이 게임을 아예 모르는 유저가 한다고 가정을 하면 정말 고생 엄청 하게 되죠. 맹독도 이게 어디서 툭툭 쌓여서 터지는 지 포인트를 모르면 속절없이 당하기 쉽고 제대로 대응을 하고 나서야 비로서 혜쳐나갈 수 있는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 20.02.03 04: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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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즈는 당시 트렌드를 생각하면 뒤늦게라도 뜬게 신기하더군요... 해보진 않았지만 영상보니까 필드가 좀 빡세고 더러운 느낌이; | 20.02.03 16: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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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이라... 차기작도 안심할순 없네요 ㅋㅋㅋ | 20.02.03 16: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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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위네비아라던가 쿠라그라던가 프리실라라던가... ㅋㅋㅋ | 20.02.03 16: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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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이해했던 (데헷!) | 20.02.03 16: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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