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각 장 링크
프롤로그 ~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하권 각 장 링크
11장
※에필로그는 이 아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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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는적거리느랴 의욕 잃으랴 천천히 했습니다.
번역 자체야 책을 다시 읽는 감각으로 하니 다시 보이는 부분도 있고 해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초기에 팔목 좀 아팠던 것만 빼면 말이죠.
근데... 의외로 보는 분들이 적네요.
저는 블레이블루란 시리즈 자체를 격투게임으로서보다는 비주얼노벨로서 즐깁니다. 분명 저 같은 분들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블루라지에서 발매소식을 보고 발매 즉시 구입해서 읽은 이 블러드엣지 익스피리언스란 소설은 본편 내용도 아니고 해서 그런지 인지도도 적고 본 분들도 없다시피 하더군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즐겨보자는 생각에 번역을 했고, 해놓고 어디 올릴지 고민하다 그나마 있는 커뮤니티인 이곳에 연재했습니다만...
우와. 아무도 안 보네. 설덕들 다 죽었냐.
하는 인상을 받았더랬죠ㅋ
꾸준히 봐주신 분들이 있기는 한 모양인데 댓글이 적어서 슬펐으여... 그래도 열심히 떠들어보기나 하자고 줄줄이 혼잣말이나 했습니다.
그러다 상권 끝내고 현탐와서 그만뒀다가 망할 놈의 CF에 나오토가 참전하다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죠.
급히 하권도 번역했는데 결과는 같으뮤ㅠ
그래도 뭐 계속 보고 싶어한 분들도 계실 테니 중간에 자를 수는 없어 끝까지 달렸습니다.
이제껏 봐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찾아서 보기 쉽도록 이번 글에 링크로 정리해뒀습니다. 에필로그는 요 아래지만요.
남은 건 CF 콘솔판 스토리모드나 기대하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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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고동
꽃향기가 났다.
유감스럽게도 나오토는 꽃에 대해 잘 모른다.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이름을 외우려 할 정도로 흥미는 없다.
그러니 이 향기가 어떤 꽃의 향기인지 알 수 없었지만… 좋은 향기라고 생각했다. 꽃 같은 게 어디에 있는 거지 하고 돌아보듯 눈을 떴다.
“…응? 어라?”
눈에 비친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나오토는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던 자기 방의 모습을 찾아 고개를 돌린다.
처음으로 보인 건 천정이었다. 하얀, 학교 같은 데서나 쓰는 세로로 긴 형광등이 여기저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마치 병원 같다.
침대에 누운 감촉도 평소와 달라 나오토는 멍한 머리로 위화감에 고개를 기울이며 자명종 시계를 찾는다.
그 어깨를, 콱 하고 누군가에게 억눌렸다.
“나오!!”
잠이 덜 깬 머리로 날아든 목소리에 나오토는 핫 하고 정신을 차린 것처럼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눈을 떴다.
시야를 뒤덮듯 하루카의 얼굴이 끼어든다. 울고 있던 것인지, 눈가는 빨갛게 부었고 언제나 분홍빛으로 건강함을 내비치던 뺨은 약간 새파래져있었다.
맞다, 하고. 나오토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한다.
병원 같고 자시고, 여긴 병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였다.
그때, 건설 중인 빌딩 옥상에서 정신을 잃은 것을 나오토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기절에 이르렀는지도, 세세한 곳까지 선명하진 않지만 떠올릴 수 있다. 그대로 방치되었다면 아무리 그래도 죽었으리라.
아마 키이로나 라켈이, 또는 미츠루기 기관이, 어쩌면 클라비스가 병원으로 옮겨주었을 것이다.
그 후 하루카나 유키에게 연락이 간 건가 하니 송구스러움과 함께 밀려든 불편함이나 찝찝함이 장난 아니었다.
“자…, 잘 잤어?”
뭐라 말을 꺼내야 할지 적절한 대사를 찾지 못해 나오토는 달라붙듯 들여다보는 하루카에게 일단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하루카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모인다. 그 한 방울 째가 아차 하고 긴장하는 나오토의 얼굴에 떨어지기 전에 하루카는 나오토의 가슴에 뺨을 밀어 붙이며 고개를 숙였다.
“잘 잤어가 아니잖아 바보야~~~~~!”
눈물로 젖은 목소리로 그리 말하고, 다음은 명확한 말로 하지 못한 채 하루카는 와앙 하고 소리를 높여 어린애처럼 울었다.
하루카 뒤편, 병실 문 옆엔 라켈이 서있었다.
갑자기 감정을 폭발시켜 흐느끼기 시작한 하루카에 놀라, 달랜답시고 한 걸음 나서긴 했으면서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도움을 요청하듯 나오토를 본다.
그 어찌할 바를 모르는 작은 동물 같은 눈에 나오토는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뭇, 하고 라켈의 눈썹이 불만스레 좁혀든다. 하지만 곧바로 어깨를 떨어뜨리고 라켈은 하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걸 보고 나오토도 똑같이 안도해 깊게 한숨을 쉰다.
일단, 자신도 라켈도 무사히 그 보름달 밤의 끝을 맞이한 모양이다.
침대 옆 작은 선반 장에는 자그마한 꽃병이 놓여 분명 하루카 취향일 꽃이 꽂혀있었다. 그 건너 네모난 창문으로는 산뜻하게 갠 가을의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게, 대략 한 시간 정도 전 이야기다.
나오토와, 나오토에게 불려 참전당한 라켈이 필사적으로 달래 하루카는 잠시 후 어떻게 울음을 멈췄다.
간단히 들은 이야기론 나오토는 큰 지반침하 사고에 말려들어 의식불명의 중태로 실려 왔다고 한다.
하루카에게 불려온 의사의 말로는 앞으로 며칠은 경과를 보기 위해 입원해야한다는 모양이다. 그럼 갈아입을 옷이나 일상용품이 필요할 거라며 하루카는 일단 짐을 가지러 맨션에 돌아갔다. 그러는 김에 걱정하면서도 출근한 유키에게 연락도 넣어주기로 했다.
돌아올 때 슈크림이라도 사올게, 하며 하루카는 겨우 웃는 얼굴을 하고 병실에서 나갔다.
그 후, 여성 간호사가 찾아와 화장실 장소나 매점 영업시간, 간호사 호출 방법, 그리고 식사 시간 등 기본적인 병원 생활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그렇게 대강의 의식이 끝나자 나오토는 기분을 전환하듯 한숨을 한 번 쉬었다.
병실 밖은 조용하고 사람이 돌아다니는 발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병동 구석에 있는 병실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일단 아까 그 간호사와 교대해 의사나 다른 간호사가 오지 않는지 충분히 기다려보고 나서 나오토는 침대 옆의 파이프 의자에 앉은 라켈을 돌아보았다.
“…이것저것 좀 물어봐도 되냐?”
자신이 기절할 때까지의 일은 기억하지만 그 다음 일은 아직 모른다. 예상은 할 수 있어도 그건 어디까지나 예상에 지나지 않는다.
라켈이 우아한 움직임으로 알고 있다는 듯 끄덕였다. 나오토는 「좋아」하고 대답한다.
“뭐부터 물어봐야 되나…. 일단, 사야는 어디 갔어?”
스피너의 벌레에게서 구해낸 게 고작, 사야를 신경 쓸 여유 따위 하나도 없었다. 의식이 없었던 여동생을 내버려둔 채 기절한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다.
라켈은 평소처럼 포니테일로 모아 올린 금색 머리카락을 리본처럼 흔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몰라. 나오토를 실어 나르려 했을 땐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어. 나오토가 날 스피너 안에서 구해낸 직후엔 아직 쓰러져있었으니까…, 아마 아버님이나 키이로가 왔을 때쯤 의식을 되찾아 떠났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냐. 뭐, 시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네.”
딱히 신경 안 쓴다는 듯이 나오토는 대답한다.
속으론 스피너에게서 빼낸 직후에 사야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둔 라켈의 넓고 냉정한 시야에 감사하고 있었다. 자신은 돌아보지도 않았는데.
최악의 사태는 소울 이터를 쫓던 클라비스에게 아무도 모르게 살해당한 경우다. 그걸 회피할 수 있었단 것만으로 좋다고 쳐야 하리라.
“그럼, 스피너는?”
“소멸했어. 그거야말로 시체가 남은 것도 아니니 증거는 없지만, 영혼 째로 존재가 경계에 끌려가 삼켜진 거야. 스스로 연 『경계로의 문』에 빨려들어…, 말야.”
“그 경계란 건…”
물으려다 나오토는 도중에 그만뒀다. 어째선지 직감으로 귀찮은 화제라고 느꼈다.
갑자기 클라비스의 말을 떠올렸다. 『자네가 외부의 룰 같은 걸 이해할 필요는 없다』. 말 그대로 그런 종류다.
이해할 필요가 생기기 전엔, 스피너가 집착하던 엄청난 거, 라는 인식으로 정리해두기로 했다. 몰라도 나오토의 현 상황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그것보다도 더욱 묻고 싶은 게, 아직 더 있었다.
“그럼, 이건?”
물으며, 나오토는 휙 팔을 들어 올렸다.
왼팔을.
“왜… 팔이랑 다리가 붙어있는 거야?”
새하얀 커버로 싸인 이불 아래에는 오른다리도 태연히 누워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라켈과 처음 만난 다음날 아침이다. 그때도 벌레에게 빼앗긴 팔이 정신이 들자 시치미를 떼며 나오토의 오른 어깨에 달려있었다.
하지만 저번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라켈이 피로 만들어준 팔은 처음부터 나오토 마음대로 움직여 벌레에게 물어뜯긴 것은 꿈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있는 왼팔과 오른다리는, 들어 올리는 건 가능하지만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는 없다.
힘을 주려고 해도 손끝이 약간 반응하는 정도로, 자기 것이 아니라는 위화감이 떨어지질 않는다.
일단 라켈에게 네가 한 거냐고 시선으로 물었다. 그걸 읽어내고, 라켈은 고개를 젓는다.
“그 팔과 다리에 대해서는… 나보다도, 그녀에게 물어보는 편이 나아. 곧 올 거야.”
그리 말하고 라켈은 천천히 뒤편의 문을 쳐다봤다.
마침 그 타이밍에 병실 문이 가볍게 노크된다. 아무래도 라켈은 다가오던 발소리와 그 주인을 눈치 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
나오토가 말하자 문은 한 순간 망설이듯 뜸을 들이고 천천히 열렸다.
들어온 건 키이로였다.
요염한 핑크색 립스틱을 바르고 화려하지 않을 정도로 화장해 금갈색 머리카락을 높은 곳에서 하나로 모아 묶어두었다.
그러고 있으니 지극히 평범한, 제법 미인이지만 어쩐지 수상쩍은 분위기를 두른 커리어우먼이라는 느낌이다. 보름달 밤에 옥상에서 올려다본 바디 슈트를 입은 여자와 동일인물이라곤, 좀처럼 믿기 힘들다.
키이로는 그녀의 이미지이기도 한, 몸의 라인을 드러내는 섹시한 정장 차림이 아니라 발치까지 덮어 감추는 듯한 두꺼운 롱코트를 입고 있었다.
긴 코트 자락을 무겁게 흔들며 키이로는 라켈을 피하듯 침대 반대편까지 가 나오토를 들여다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깨어났구나, 다행이다.”
그 태도에 나오토는 위화감을 느껴 수상히 여기듯 눈썹을 들어 올린다.
키이로답지 않다. 언제나 이쪽 심정을 일절 생각하지 않는, 되는 대로 밀어붙이는 맹렬한 자기주장이 보이지 않는다.
뭘 꾸미고 있는 거냐고 의심해버릴 정도로 조신하게 이야기하는 키이로에게 나오토는 당황한 말투로 물었다.
“내 팔이랑 다리… 붙여준 거, 당신이야?”
“그러도록 수배한 건 나지만, 실제로 팔다리를 준비해 조치한 건 내가 아냐. 아무리 그래도 지금의 미츠루기 기관엔 이렇게까지 정교한 인간의 팔다리를 만드는 기술은 없거든.”
“그럼, 누가?”
라켈도 아니며 키이로도 아니다. 한 순간 클라비스인가 하고 짐작했지만 바로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팔다리를 만든 게 클라비스였다면, 말 그대로 요만큼의 문제도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을 터고, 라켈이 더욱 불만스레 반응했을 것이다.
한 박자 쉬고 키이로가 입에 담은 이름이 나오토의 간덩이를 떨어뜨렸다.
“분명, 나오토 군도 면식이 있었지. 네 팔과 다리를 만들어 조치해준 건, 레리우스 클로버야.”
“레리…?!”
말도 안 돼, 하는 생각에 나오토는 라켈을 보았다. 라켈은 긍정하듯 끄덕인다.
“지금은 위화감이 있겠지만, 며칠 안에 나오토 군과 일체화해서 문제없이 움직일 거라는 모양이야. 그때까진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참아.”
“아니, 멋대로 뭘 하는 거냐고 해야 하나, 괜찮은 거야 이거?”
“괜찮아. 이상한 짓 안 해뒀으니. 안심해.”
“안심, 을… 어떻게 해.”
흘긋흘긋 왼팔을 바라보며 나오토는 무심코 생각나는 대로 흘렸다.
뇌리에 그, 눈가를 까만 벨트로 덮은 이상한 모습의 남자가 떠오른다. 그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한 번은 위기에서 구해진 적도 있지만, 도저히 그와 『안심』이라는 말이 연결되지 않는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나오토는 라켈을 살펴봤다.
어느새 파이프 의자 위에서 경직되어있던 라켈은 나오토의 시선을 눈치 채고, 그래도 고집스레 키이로 쪽을 보지 않으려 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상한 느낌은 안 들어. 아무 짓 안 해뒀다는 건 사실이야.”
“그럼 뭐, 됐지만…”
라켈이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터무니없는 폭탄이라도 장착되어있다던가 하진 않은 모양이다. 라켈이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조그만 폭탄이었다고 해도 팔이나 다리가 없는 불편에 비하면 분명 사소한 일이리라.
레리우스가 만들었다는 팔은 라켈이 준 것에 비하면 친숙하진 못하지만, 훌륭한 것이었다. 피부의 질감도, 만지는 감각도, 원래 자신의 팔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봉합한 흉터도 보이지 않아 어디까지가 자기 팔인지 눈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 남자는 대체 뭐하는 작자인가. 찬찬히 팔을 바라보다 그런 의문이 들었다.
여기 있는 건 살과 뼈로 이루어진 평범한 팔이다. 의수가 아니다. 이런 걸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건가.
“오늘은 있지, 또 한 가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온 거야.”
나오토의 의문을 슥 옆으로 치우듯 키이로가 새삼스런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렴풋이 긴장한 것처럼도 들렸다. 키이로가 긴장이라니 이상하게 생각하며 나오토는 고개를 들었다.
키이로는 코트 위로도 느껴질 정도로 풍만하게 부푼 자신의 가슴팍에 슬쩍 손을 대고, 심호흡을 한 번 했다. 뒤이어, 가슴팍에 두었던 그 손으로 코트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뭘 하려는 건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나오토는 흠칫해 크게 고개를 돌렸다.
키이로는 알몸이었다. 코트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무, 무슨 짓 하는 거야 당신, 빨랑 옷 입…”
“봐, 나오토 군.”
조용히 키이로가 요구한다. 거기에, 그녀라면 당연히 있을 음란함이나 유혹의 색채는 없었다.
“…똑바로 봐.”
부탁하는 듯한 목소리가 이상하게 진지하다. 나오토는 마지못해, 그럼에도 망설이며, 어색하게 돌아본다.
키이로는 코트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내비치고 있었다.
상처 하나 없는 매끄러운 지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다. 그녀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그것도 무심코 눈을 의심할 정도로 크게 꿰맨 자국이 잔뜩 남아있다.
팔꿈치 위에, 어깨에, 발목에, 허벅지에. 몸통에 대각선으로 그어진 상처자국은, 마치 몸을 절단하고 다시 붙인 자국처럼 빙글 가슴 아래를 한 바퀴 돌고 있었다.
그리고 상처자국과 함께, 나오토의 눈을 끄는 것이 있었다. 키이로의 가슴팍, 딱 쇄골 아래쯤이다. 거기에 기묘한 각인이 있었다. 마치 상품에 찍는 낙인 같은 그것은, 무슨 번호다.
『Es No07』―그렇게 적혀 잇다.
“나는 차원경계접촉용소체 EsNo07…. 인간의 손에 의해 태어난, 만들어진 인형.”
“무…, 무슨 소리야, 당신. 차원… 어, 뭐?”
“차원 경계 접촉용 소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당황 말 그대로의 목소리로 묻는 나오토에게, 키이로는 가볍게 웃으며 정정하듯 이번엔 천천히 발음했다.
평소엔 도발적인 빛을 띠는 적자색 눈동자에 어딘가 쓸쓸한 색을 두르며 키이로는 눈을 약간 가늘게 떴다.
“사실은 있지, 나 말고도 똑같은 인형이 잔뜩 있었어. 하지만 전부 부서졌지. 그중 몇 체는 스피너의 벌레에게 먹혀 산산조각이 나버렸어.”
몇 체.
무기물을 세는 그 말에 나오토는 어리둥절함을 삼켰다.
믿기 힘든 이야기다. 키이로는 아무리 봐도 인간이고, 만들어진 거라고 해도 나오토가 바로 상상한 백화점의 마네킹 같은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녀의 피부를 직접 만진 적도 있다. 부드러운 피부는 약간 따듯하고, 풍만한 가슴 아래에는 고동도 있었다.
그걸.
키이로는 유방을 들어 올리듯 하여 가슴 아래에 비스듬히 그어진 봉합선을 손끝으로 덧그렸다.
“나는 그런, 부서져서 산산조각이 난 자매들의 몸을 이어 붙여서 만들어졌어. 스피너가 나를 『모자이크』라고 부른 거 기억해? 그건… 이런 뜻이야.”
“그…”
“불쌍하다고 생각하진 마. 나오토 군이 그러면 슬프니까.”
경솔히도 입으로 새려던 나오토의 위로를 키이로는 재빠르게, 하지만 부드럽게 눌러 담았다.
“여기부터가, 내 부탁.”
그런 서두를 펼치고, 키이로는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어 똑바로 나오토를 향해 고했다.
“나는…, 아니, 우리는 원래 『아오』를 찾아 손에 넣기 위해 만들어졌어.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아오』의 탐사는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스피너가 연 문…, 그걸 새로운 단서로 삼아 미츠루기 기관은 다시 『아오』의 입수를 시도하려 해.”
나오토는 키이로를 마주보며 자신의 시야 밖에서 라켈이 숨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키이로의 이야기가 굉장히 중대하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나오토에게 알려준다.
동시에 나오토는, 몇 번이나 입에 담으면서도 자신이 미츠루기 기관이라는 존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단 것을 깨달았다. 애초에 어떠한 형태의 조직인가. 우두머리는 누구인가. 누가 어디서 지시를 내려서 활동하는 것인가… 아무것도 모른다.
키이로는, 미츠루기 기관이 『인간 세상의 질서를 지키고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내용이 클라비스 같은 『위협』을 배제하는 것뿐이라곤, 아무도 말한 적 없다.
“그뿐만이 아냐. 미츠루기 기관은 전력으로서 드라이브 능력자를 모으고 있어. 언젠가는 능력자를 독점하고 기관에 복종하지 않는 능력자는 배제의 대상으로 삼을 거야. 나오토 군도…”
“블러드엣지, 랬나?”
말하기 힘들다는 듯 흐려진 키이로의 말꼬리 대신 나오토가 듣고 기억한 이름을 입에 담았다.
키이로가 작게 끄덕인다.
나오토 자신은 어떻게 다루는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어떤 힘인지도 잘 모르지만, 그것이 자신이 가진 드라이브 능력의 이름 같다는 것만은 대충 이해했다.
그 힘이 있었기에, 나오토는 이사나 스피너가 준비한 거대한 벌레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스피너 안에서 라켈을 구해낼 수 있었다.
자신의 안에 잠들어있는 정체불명의 힘. 하지만 나오토에게 있어 귀중한 무기인 힘… 블러드엣지.
키이로는 번호 각인이 새겨진 가슴팍에 꽉 누르듯 자신의 손을 댔다.
“나오토 군. 나랑 같이 가자. 『아오』가 필요하다면 미츠루기 기관 아래에서 나랑 같이 찾자. 이대로는, 나는 나오토 군의 적이 돼버려. 나오토 군을… 배제해야하게 돼.”
기관을 따르지 않는 위험분자로서, 동시에 『아오』라는 유일무이의 존재를 노리는 방해꾼으로서, 목숨을 위협받게 된다.
키이로는 협박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뒤에 책략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나오토를 걱정하고 있다. 자신과 함께 미츠루기 기관에 소속되는 것이 나오토를 구할 방법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것을 느끼면서도, 나오토는 망설임도 없이 똑똑히 고개를 저었다.
“신경 써준 것도, 이렇게 병원이나 팔을 준비해준 것도 고마워. …하지만 그 부탁은 거절이다. 나는 미츠루기 기관 편이 될 생각은 없어.”
그것은 이미 나오토 안에서 흔들림 없는 마음이 되어 있었다.
스스로도 좀 신기하다. 좀 더 냉정한 머리로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어쩌면 미츠루기 기관에 붙는 편이 안전하고 편하고 확실할지도 모른다.
클라비스가 권한 것처럼 그에게 맡기는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어떤 말로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다고 해도 나오토는 그것들에게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약속했으니까…, 인가?’
아오를 손에 넣기로 약속했다. 라켈과 나눈 최초의 약속이다.
그것은 마치, 주어진 오른팔을 통해 영혼에 새겨진 계약 같았다.
거기에 답답함이나 억울함은 없다. 라켈과 찾아내고 싶다. 그저 그뿐인 이유. 하지만 그것은 나오토에게 있어선 무엇보다도 큰 이유이기도 했다.
키이로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나오토를 빤히 바라보고, 그러고 나서 아쉽다는 듯 힘없이 한숨을 쉬며 어깨를 떨어뜨렸다.
“그래…, 알았어. 나오토 군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오늘은 얌전히 물러날게.”
입에 담은 말을 증명하듯 키이로는 두꺼운 코트 앞을 꼭 여며 무수한 봉합선과 하얀 피부, 그리고 가슴팍의 각인을 감췄다.
가느다란 안경 가장자리를 콕 손끝으로 밀어 올리고 색기 있게 아양 떠는 듯한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포기하는 게 아냐. 나와 나오토 군은 운명으로 이어져 있다고, 믿으니까.”
그리 남기고, 키이로는 작게 키스를 던지곤 병실을 뒤로했다.
작게 바닥을 울리는 하이힐 소리는 눈 깜짝할 새에 멀어졌다.
이윽고 병실이 침묵과 고요함으로 가라앉자, 나오토와 라켈은 거의 동시에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나오토는 일관적으로 성가심을 유지하는 주변 환경에 질렸단 마음을 담아. 라켈은 키이로가 퇴장한 덕에 숨 막히는 긴장에서 해방되어.
그다지 오래 같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척 보기에도 키이로가 나타나기 전과 지금의 피로도가 다른 라켈의 모습에 나오토는 눈썹을 내리며 쓴웃음 지었다.
“너, 그거 낫질 않는구만…”
나오토와 살게 된 이후로 여성과 접할 기회도 꽤나 있었을 텐데 라켈은 아직도 하루카 상대로만 똑바로 대화할 수 있다. 유키가 상대여도 좀 어려울 정도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기운찬 얼굴로 라켈은 포니테일에서 흘러내린 짧은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귀에 건다.
“나으니 뭐니 호들갑스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약간, 그. 거북할 뿐이야.”
우기기는.
“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걸, 너.”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라켈이 자신의 태도를 고치려 들 리도 없고, 기를 쓰고 교정해줄 생각도 없다.
나오토는 쓴웃음을 거두고, 누워 있는데도 피로해져 다리를 당겨 무릎을 세웠다. 오른쪽은 굽힐 수 없으니, 왼다리만.
생각해 보니, 두 개씩 있는 팔다리 중 태어났을 때 그대로인 건 왼다리만 남아버렸다.
“야, 라켈. 왜…”
묘한 감회에 잠겨 이불 너머로 오른 다리를 바라보며 나오토는 별 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
한 순간 물어봐도 되는 건가 했지만, 물어봐서 잘못될 것도 없다고 마음먹고 계속했다.
“왜 나를 고른 거야?”
라켈은 딱히 놀란 기색도 없이, 그렇다고 곤란해 하거나 불만스러워하지도 않고, 깨끗한 눈으로 나오토를 바라보았다. 나오토의 눈동자를 통해 그 안쪽, 더욱 안쪽을 쳐다보듯.
그대로 바라보며 라켈은 의자에서 허리를 띄워 슥 나오토 배 위에 손을 댔다. 미끄러지듯 몸을 내민다.
대어진 하얀 손은 바에서 이불 위를 거슬러 올라 나오토의 가슴팍까지 올라온다.
다른 한 쪽 손으로 나오토의 어깨를 만지며… 라켈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조용한 표정을 유지한 채 슬쩍 나오토의 가슴에 뺨을 가져다 댔다.
“야, 야아.”
누운 나오토의 몸에 자신의 몸을 겹쳐, 라켈은 꿈을 꾸듯 눈을 감았다.
“…나오토에게서 아오의 고동이 들려와.”
꼭 누른 귀 아래에 있는 고동에 속삭이듯, 라켈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무슨 뜻인지 몰라 나오토는 눈썹을 좁히며 묻는다.
아까 한 질문에도 아직 대답을 못 들었다.
하지만 라켈은 어리광부리는 아기 고양이 같은 몸짓으로 나오토를, 그의 가슴팍에서 올려다보고. 커다란 금색 눈동자 한가운데에 나오토의 모습을 가두며 작은 입술로 말했다.
“나오토. 아오를 손에 넣는 거야. 그리고 나를…”
라켈이 명령도 부탁도 아닌 말투로 말하는 건, 그때 그 약속이었다.
달이 밝히는 무인단지. 무너진 건물. 팔을 물어뜯은 벌레와, 돌더미에 파묻힌 나오토를 내려다보는 소녀의 금색 눈동자.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피부에 검은 망토 한 벌 걸쳤을 뿐인 그녀와 나눈, 시작의 약속.
그 다음을 라켈이 자아낸다.
“나를 찾아줘.”
어디서, 냐고 나오토는 묻지 않았다.
어떻게, 냐고 물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쩐지 불안한 듯 말하는 라켈의 머리에, 나오토는 톡 하고 손을 올렸다.
“알고 있어. 걱정 마.”
그건 라켈 나름대로 얼버무린 걸지도 모른다. 나오토의 질문은 그녀에게 있어 말로 설명하기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이게 라켈의 대답일지도 모른다. 요령이라곤 없는 라켈이니 이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뭐 됐나 하는 생각이었다.
걱정 말라고 말한 나오토의 손 밑에서, 라켈이 간지럽다는 듯 웃었으니까.
어쨌든 지금은 그 미소만으로 충분했다.
장외 ― 단편
아오가 한 이야기를 자아낸다면, 아오는 동시에 한 이야기를 풀어버린다.
이것은 몇 번이나 고쳐낸 이야기의 작은 조각. 몇 줄기나 갈라져 나온 이야기의 사소한 어긋남. 몇 겹이나 겹쳐진 이야기의 희미한 튐.
몇이나 시작하고 몇이나 끝나고, 그럼에도 더욱 복잡하게 얽혀드는 이야기의, 예정 외의 비틀림.
시계 바늘은 약간 되감긴다.
깊은 어둠을 펼친 듯한 밤하늘에, 뻥 뚫린 구멍 같은 보름달이 걸려 있었다.
시간은 저녁식사 때를 맞이한 참이다. 바삐 오가는 사람의 흐름을 뒷전으로, 신카와하마 역과 가까운 낡은 맨션 옥상에 두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하나는 거친 풍모에 강인한 몸매, 그 흉흉한 용모에 썩 어울리지 않는 답답해 보이는 정장을 입은, 눈매가 날카로운 남자. 발켄하인 헬싱.
다른 하나는 유한 몸매에 금색 머리카락, 하얀 피부. 하지만 그 눈가를 검은 벨트로 덮은 이상한 분위기의 남자. 레리우스 클로버.
그들은 도로를 두 개 낀 저편에 있는 건설중인 빌딩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있는 것은 공사용 발판이 짜인 상태의 옥상이다.
방금 전까지 거기에선 남몰래 세계의 경계면과 한 소년의 운명을 좌우하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 여흥도 막을 내리고 배우들은 퇴장했다.
지금은 마침 뒤처리를 위한 인원들이 미츠루기 기관의 이름 아래 모여들고 있는 참이다.
잠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레리우스는 이윽고 흥미를 잃었다는 듯 검은 안대로 덮인 눈을 휙 돌렸다.
미끄러지듯 쳐다본 건 자신의 발치다. 거기엔 한 소녀의 모습이 있다. 연분홍빛과 연보라빛의 기모노를 입은, 긴 머리카락의 소녀다. 의식을 잃고 축 늘어져있으며 그 옆엔 그녀의 무기이기도 한 한 자루의 일본도가 굴러다니고 있다.
“…키이로가 무라쿠모 유닛의 장착에 성공했나…”
힘없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레리우스는 소녀와는 다른 여성에 대해 혼잣말한다.
누구 들으라고 한 말도 아닌 중얼거림이었지만, 목에서 샌 작은 한마디라도 옆에 선 수인의 귀에는 싫어도 들린다.
발켄하인은 들어본 적 없는 단어에 눈썹을 좁히며 노려보듯 레리우스를 돌아보았다.
“무라쿠모 유닛? 뭐냐 그건?”
파트너의 발치에 굴러다니는 소녀를 급히 회수한 이유에 대해서도 묻고 싶었지만, 기분 좋은 대답이 돌아올 리 만무하니 캐내지 않기로 했다.
레리우스는 시원스레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대 관측자용 병장…. 말하자면, 신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다.”
“신을 죽여? 무슨 바보 같은…”
또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고 발켄하인이 코를 울리며 건설 중인 빌딩에 등을 보였다.
“이제 됐잖나. 빨리 철수하자고.”
짜증 섞인 목소리에 재촉되어 레리우스도 그 자리를 떠나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 때였다.
발켄하인과 레리우스, 두 사람의 시선 끝에서 옥상 문이 기세 좋게 열렸다.
안에서 한 명의 소년이 튀어나온다. 늘씬하고 키가 큰 소년이다.
딱 그 쿠로가네 나오토와 비슷한 또래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몸을 감싼 건 쿠로가네 나오토 같은 학생복이 아니라 레리우스 일행과 같은 검은 정장이었다. 머리 위엔 정장에 맞춰 준비한 듯한 검은 모자가 올라앉아있다.
“아아, 여기 계셨군요. 이야아~, 찾고 있었다구요, 레리우스 클로버 씨.”
레리우스를 발견하자마자 정장 차림의 소년은 허풍스레 가슴을 쓸어내린다.
레리우스도 발켄하인도, 본 적 없는 소년이었다.
그럼에도 이름을 알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 불쑥 발켄하인이 앞으로 나선다.
“누구냐, 네놈?
의심하듯 눈썹을 좁히며 소년을 노려본다.
인상만 빼면 얌전해 보이는 생김새였다.
하지만 발켄하인을 바라보며 입가를 틀어 올리듯 웃는 그 모습은, 어째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감을 주었다.
“아~, 음…. 그러네요. 뭐라 대답해야 할까요. 저, 미츠루기 기관에서 레리우스 씨 지시를 따르라고 시켜서 온 건데요…. 얘기, 안 갔나요?”
곤란한 듯 고개를 기울이며 양손을 들어 올린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또 발켄하인의 심기를 긁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레리우스는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벨트 너머의 시각으로 열심히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흠…. 재미있는 형태를 하고 있군.”
이윽고 중얼 하고 감탄한 듯한 목소리를 흘린다.
“뭐가 말이죠?”
소년은 이번엔 반대편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지만, 레리우스는 그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다. 관찰에 푹 빠진 것도 같아 발켄하인은 질려 으르렁거리듯 한숨을 쉬었다.
그 늑대의 귀에, 흐릿한 투덜거림이 들렸다. 목소리는 아무래도 소년의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상하게 낮고, 또한 기분 나쁠 정도로 불온한 울림을 품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야 『찾았네』요…, 라고.
모자를 쓴 소년의 중얼거림이 들린 것인지, 들리지 않은 것인지. 어느 쪽이던 전혀 신경 쓰는 기색 없이 레리우스가 입을 연다.
“이름은?”
“이름…, 말이죠. 으~음, 이름 같은 건 뭐든 상관없는데요.”
소년은 헤실헤실 힘없는 간살웃음으로 입가를 풀었다.
그 표정에 발켄하인이 발끈해 표정을 뒤틀었다.
“네놈…, 우릴 놀리는 거냐?”
“그으럴 리가요. 아, 그렇지. 전 부디…”
당장 멱살이라도 잡으려는 듯 노려보는 발켄하인에 겁먹은 듯 좁은 어깨를 움츠리며 소년은 급히 앙손을 몸 앞에서 흔든다.
그러고서 몸을 가다듬고 입 가장자리를 씨익 한가득 당겨 깊은 웃음을 입가에 새겼다.
“『하자마』라고 불러주세요.”
그리 말하고, 소년은 검은 모자를 손에 들고 광대 같은 연기가 묻은 경례로 깊게 고개를 숙였다.
이것은 이야기와 이야기의 틈새에 짜여 들어간, 기록될 리 없었던 씨실.
보이는 자밖에 볼 수 없고, 아는 자밖에 알 수 없는 끼워 넣어진 페이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또 다른 아오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불온한 서곡의, 뒤틀린 한 음―.
그리고 보름달의 밤은,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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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 흉터 안 남았다는데요?
라그나 : 흉터 안 남았다는데?
코코노에 : .....
역시 블블 시리즈. 끝까지 떡밥이 끊이질 않는다니까.
에필로그라고 시원하게 마무리를 내기는 커녕 뒷얘기가 있다는 확증만 내밀고 도망쳤습니다. 이래놓고 이 시리즈는 완결이라니 속이 터지죠.
일단 키이로... 성부터가 테르미 가와 같은 아마노호코사카에 관련된 가문이었는데, 거기에 무라쿠모이기까지 합니다.
Es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엑스블레이즈의 히로인 Es죠. 저쪽도 무라쿠모였습니다만, 블익과 본편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그리고 No07이라니... 저런 시리얼 엑블에선 없었죠.
일단 CF에 등장한 나오토가 "무라쿠모는 부순다"고 하는 거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은 확정인 듯합니다.
그리고 레리우스가 나오토의 왼팔 오른다리를 붙여줬다고 하는데...
으...음?
일단 2P 위치에서 감전된 거니 좌우반전의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론 신경쓰이네요. 이건 떡밥인지 우연인지 아니면 떡밥이긴 한데 상관없는 부분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야를 기어이 레리우스가 주워갔습니다. 라그나와 본편의 무라쿠모 삼자매 제작자가 레리우스고, 본편의 소울 이터는 라그나란 걸 생각하면 이것도 불안하네요.
또 뜬금없이 이번 엑엑이를 맡아주신 스피너 혓바닥에 라그나 쇄골 사이의 문양이 그려져있던 것도 신경 쓰입니다. 스피너 정말 저대로 끝일지.
마지막으로 라켈의 "나를 찾아줘" 말인데...
이게 대사로는 私を見つけて입니다. 그런데 CF 티저에 나온 나오토는 "나를 찾아달라(探して)니, 어디 찾으면 되는 건데."라고 말하죠.
이것도 단순한 오류일지 아니면...
오히려 마지막에 나온 하자마가 "드디어 찾았네요(見つけましたよ)"라고 합니다.
이 '찾았다'는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애초에 이 하자마는 어느 시점의 하자마인지.
대강 추측되는 시간대로 정리해볼 때, 만약 블익과 본편이 같은 세계에서 이어진다면 이 소설과 암흑전쟁 사이에
-라켈 소멸(?), 레이첼 탄생
-클라비스 노화
-발켄하인~레리우스 반목
-발켄하인 이름에 R이 추가되며 클라비스의 집사가 됨
-레리우스가 쿠사나기 연구에 착수
-유우키 테르미가 알카드 성에 유폐
등등의 거나한 사건들이 벌어질 텐데 말이죠. CF에서 시원하게 긁어주려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발켄하인 이름에 들어가는 R은 라켈(Raquel)의 R이 아닐까 싶기도.
하여간 이걸로 진짜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봐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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