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특성상 자정을 넘어서까지 밖에 있는 일은 드물지 않다. 악마는 신의 권능인 빛을 두려워하기에 밤에 주로 활동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지 않은가. 그래서 그 악마를 죽이기 위해서 항상 밤에 깨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 뿐이다.
이 길도 매일 지나치는 길이다. 언제나 이곳을 지날 때는 이 길로 다닌다. 사람이 적고 어둡지만 편안했으니까. 이건 확신한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부터 계속 그래 왔다. 같이 걸은 추억 같은 것도 없었고, 그가 죽고 나서도 계속해서 이 길로 다녔다. 그와는 완전히 무관한 습관이다.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게 된 것에 절대로 다른 의도는 없었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악마의 장난일지, 아니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하고 만 것일지. 아마 나는 절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연인이 죽고 나서 몇 달 간 계속해서 일에 몰두했다. 낫으로 악마를 계속해서 베고 또 베는 일에 집중하면서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자리잡은 욕심을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내 키보다도 조금 큰 낫은 연인의 유품이다. 불편하고 무겁지만, 그를 잊지 못해 계속해서 들고 다니고 있다. 연인의 몸에 맞춰 만들어진 무기를 원래 내 것이었던 것처럼 편안히 다룰 수 있게 되는 날이 오면 내 마음 속의 그 빈 자리도 익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날은 기다리고 기다려도 도통 오지 않았다. 낫은 언제나처럼 무거웠고, 마음도 언제나처럼 아팠다.
그 목요일에, 마침 일이 빠르게 끝나 자정 전에 돌아갈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일찍 끝내고 싶어 나도 모르게 급하게 끝마쳤던 건 아닐까.
그리고 언제나처럼. 돌아가는 길이었다.
-나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그 길을 걷고 있었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몰랐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일부러 걸음을 빨리 했던 건 아니었나.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유난히 그가 그리워 가슴이 아려 오던 그 날. 금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나는 눈물을 닦으며 아무도 없는 교차로 한가운데 서 있었다.
고개를 들자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 사람이, 내가 기억하던 바로 그 모습으로 눈 앞에 서 있었다.
이 상황에 익숙해지려 정말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전부 악몽이고 잠에서 깨면 옆에서 그 사람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바로 그 생각이 내 머릿속을 완전히 뒤덮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 이제 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그는 살아 있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쏟아졌고, 제대로 서 있을 수 조차 없어 그에게 기댔다. 그는 언제나처럼 조금 주저하는 손길로 나를 가볍게 감싸 주었다.
"보고 싶었습니까?"
그의 낮은 목소리를 들어 보는 게 정말 얼마만이었을까. 그리웠다. 정말 그리웠다.
한 마디만 더 해 줘. 한번만 더 안아줘. 난 그걸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야.
대답조차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울고 또 울었고, 그는 엷게 미소를 띄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는 정말 키가 컸다. 내 어깨를 짓누르는 이 무거운 낫을 간단히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이렇게 안긴 상태로 눈을 맞추려면 목이 아프게 올려다봐야 했을 정도로. 그 불편함마저도 너무 그리웠다.
--------
사실 제목은 낚시였습니다 어벤저는 이미 죽어서 안나왔습니다
진단메이커 돌려서 나온게 맘에 들어서 써봤습니다.
어벤미스의 피폐연성 소재는 「 비밀, 교차로」문장은 "하마터면 속아넘어갈뻔 했군." 짓눌린듯이 연성.
(IP보기클릭)125.176.***.***
(IP보기클릭)61.252.***.***
(IP보기클릭)119.197.***.***
(IP보기클릭)22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