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 Madhatter Present
04. Beauty and the Beast
앨리스는 숲 속을 날아다녔다. 그녀의 시야에서 나무들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앨리스의 비행 때문일까. 아니면 숲이 흐르기 때문인걸까.
앨리스는 생각했다. 그 타우는 두통을 호소하며 마구 날뛰었다. 하지만 그 전에 본 모습은 이성을 잃었다고 하기엔 이상했다... 앨리스는 무리를 짓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잃었다는 세리아의 말에서 몇 가지를 유추해보았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무리를 짓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잃었다' 이 말은 분명 이전에는 타우들이 무리를 지으며 살았다는 뜻.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최소한 대화재 이전에는.
앨리스는 숲을 움직이는 마력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란 플로리스의 주인은 숲을 사랑하고 마계인을 닮았다는 요정들. 그리고 요정들은 대화재 이후 사라져버렸다... 앨리스는 요정들이 사라져 타우들이 이성을 잃었다고 유추해보았다. 그들의 소멸로 숲의 마력에 이상이 생겨 타우들이 이성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그 샤우타라는 검은 타우는 어떠한가? 그 괴물이 타우들을 모았다. 고블린들을 수하로 부렸다. 그리고 두통을 호소하던 그 모습... 그건 분명히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 혹은 이성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18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그런 타우가 나타나고 사람을 납치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분명히 무언가 비밀이 있다. 숲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세리아 언니... 무사해야할텐데... ...? 잠깐."
앨리스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세리아? 어째서 샤우타는 세리아를 데려가고 싶어한것인가? 고블린들이나 샤우타의 행동은 분명 세리아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샤우타는 타우 무리를 이끌고 마을을 습격했다. 세리아를 납치하기 위해서. 세리아는 샤우타에게 무엇이란 말인가? 세리아를 데리고 무엇을 하려는걸까? 앨리스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샤우타가 세리아에게 마법을 거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마계에는 힘없는 사람들을 핍박하고 괴롭히는 카쉬파라는 단체가 있다. 그들은 마계인들을 납치하여 끔찍한 생체 실험을 행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앨리스는 불안해졌다.
"킁킁."
앨리스는 이상한 냄새를 맡고 빗자루를 멈추었다. 진한 피냄새가 났다.
"피냄새? 아...!"
앨리스는 샤우타의 갈기가 붉은색이었다는게 기억났다. 그건 천연 새치가 아니라 피로 물든 갈기였다. 앨리스는 피냄새를 쫓아 추적을 개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짐승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피냄새가 강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앨리스는 고공 비행을 하며 속도를 늦추었다. 잠시 후, 샤우타와 세리아의 머리가 보이자 앨리스는 나무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큭, 크윽... 크아아악!!!"
샤우타가 침을 질질 흘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주변엔 잠들어버린 세리아가 다섯 개의 돌무더기를 기준으로 생성된 마법진 위에 누워있었다. 의식이었다. 무언가를 위한 의식.
"헉... 헉..."
샤우타가 조금 진정된 것 같았다. 그의 곁에는 앨리스보다 훨씬 큰 도끼와 망치가 있었다. 샤우타는 망치를 들고 세리아에게로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그대의 희생이 숲을 구원하리라..."
앨리스는 샤우타의 중얼거림을 톡톡히 들었다. 그는 세리아를 죽이려는 것이다. 앨리스는 가방에서 눈사람 우산을 꺼내 펼쳤다.
"!!!"
우산이 흡수한 키눌의 번개가 발사되어 마법진을 유지하는 돌무더기 두어개를 박살내버렸다. 샤우타는 크게 당황하다 소리쳤다.
"누구냐!!!"
샤우타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곤두섰다.그는 분노에 차 두 팔로 거대한 망치를 집었다. 그의 팔과 어깨의 근육이 크게 부풀어오르고, 샤우타는 그 힘을 망치에 담아 바닥을 찍어버렸다. 지진이 일어난듯이 큰 울림이 숲을 뒤흔들었다. 앨리스는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으나 마법의 힘으로 낙하하며 받는 피해는 줄였다. 샤우타는 망치를 휘두르며 앨리스에게로 돌진했다.
"슈, 슈르르!!"
앨리스는 가방에서 작은 공들을 잔뜩 꺼내 주문을 속삭이며 바닥에 흩뿌렸다. 공들은 광대, 잭 오 랜턴, 눈사람 얼굴의 인형으로 변모해 통통거리며 샤우타 주변을 뛰어다녔다. 하지만 인형들의 위협을 눈치챈 샤우타는 괴성을 지르며 다시 한 번 망치로 바닥을 찍어버렸다.
"꺄악!"
앨리스가 비명을 지르며 또다시 넘어졌다. 인형들은 땅의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폭발해버렸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앨리스는 그 자리에서 손바닥을 더듬거리며 가까스로 호박 모양의 불꽃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정도로 샤우타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앨리스도 잘 알고 있었다.
샤우타가 달려왔다. 앨리스는 불꽃을 던지며 발악했지만 소용없었다. 앨리스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크악!!"
바로 그때였다. 나무 덩쿨들이 뻗어나와 샤우타의 망치를 낚아채버렸다. 그러곤 나무 덩쿨들은 숲 깊숙한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크륵...!"
샤우타는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듯, 온몸에서 힘줄을 솟구치게하며 매서운 눈빛으로 무엇인가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은 앨리스를 향한 게 아니었다. 앨리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리본이 잔뜩 치장된 세련된 옷감의 붉은 드레스를 입은 금발 머리의 미녀가 방금 마법의 동작을 시전했다는걸 증명하듯, 한 손으로 샤우타를 겨냥한채 서있었다.
"어머나? 왜 나를 빤히 보고 있을까나? 내 얼굴이 너무 예뻐서 그런가? 당연한 얘기이긴 하지만~"
여자가 한 손을 자기 턱으로 가져다놓은채 도도하게 말했다. 샤우타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어머, 얼굴이 일그러지네. 먹은게 잘못되기라도 했나봐? 후훗."
이렇게 말하면서 여자는 앨리스의 팔을 잡았다. 샤우타가 콧김을 뿜으며 두 사람에게로 달려들자 여자는 알 수 없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앨리스는 몸이 마구 움츠러들고 주위의 배경이 쉭쉭 바뀌는게 느껴졌다. 앨리스가 극도의 어지러움을 느꼈을때 그녀는 자신과 금발 여자가 아까보다 더 먼 곳으로 이동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좀 어지러울테니 참으렴, 뎅카스 어서 나와!"
앨리스는 헉하고 소리를 질렀다. 녹색의 거대한 용이 나무들을 가로지르며 샤우타에게로 다가갔다.
"요, 용족?"
앨리스는 경악하며 여자에게 기댔지만, 예상과 달리 용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용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여자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뎅카스는 용의 이름이다. 그 뜻은 용은 자신들의 편이라는거다.
"페트리쟌 너도 내려오시지?"
여자가 또 다른 이름을 불렀다. 용의 등에 한 남자가 타고 있었다. 여자의 부름에 페트리쟌은 밑으로 내려왔다.
"흠."
검을 들고 헐거운 옷을 입은 근육질의 남성이었다. 커다란 덩치에 매섭고 험악한 얼굴 때문에 성격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지만 사나운 인상보다 앨리스의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매우 흉측한 남자의 검은 왼팔이었다.
"난 네 부하가 아니라고."
"그럼 앞으로 걸어다니던가! 잔말말고 싸워!"
여자가 윽박지르자 페트리쟌은 한숨을 쉬며 등에 맸던 검을 꺼내 들고 샤우타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는 어느샌가 도끼를 들고 있었다. 뎅카스가 앞발로 샤우타를 공격했다. 샤우타는 육중한 덩치에 걸맞지 않은 빠른 속도로 용의 공격을 피하며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페트리쟌을 향해 도끼를 찍었다. 페트리쟌은 옆으로 구르며 들고있는 거대한 검으로 샤우타를 찔렀다. 허리를 베인 샤우타는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두통이 또다시 시작된듯,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곤 그 자리에서 마구 날뛰며 손으로 페트리쟌을 떨쳐냈다. 그는 검으로 방어하는 자세를 취해 충격을 줄였으나 중심을 잃고 넘어져버렸다.
"야 조심해!"
로리안이 소리치며 앨리스를 부축해주었다. 뎅카스가 꼬리로 샤우타를 내리찍었다. 앨리스는 용이 덩치에 맞지 않게 약하고 느리다고 판단했다. 그녀의 생각에 해답을 주듯, 샤우타는 뎅카스의 꼬리를 잡고 단숨에 뒤엎어버렸다.
"로리안!"
페트리쟌이 소리쳤다. 여자의 이름인 듯 싶었다. 로리안이 박수를 치자 샤우타의 눈 앞에서 커다란 빛이 폭발하며 샤우타는 눈을 찔끔 감아버렸다. 페트리쟌은 그 사이 검게 물든 흉측한 왼팔로 샤우타를 겨냥하고 있었다.
기괴한 현상이었다.
페트리쟌의 손에서 불길하고 어두운 형체의 무언가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샤우타를 휘감기 시작했다.
"크륵...!"
샤우타가 괴로워했다. 하지만 어두운 형상들은 샤우타의 피부에 닿이진 못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것들을 막아주고 있는 것 같았다. 어찌됐든 페트리쟌은 검을 움켜쥐었다. 로리안도 손에서 호박 모양의 불꽃을 솟아오르게 했다.
"쓰레기같은 인간 놈들...!"
샤우타가 눈을 번뜩이며 분노에 차 소리쳤다.
"뭐래 뒈져."
허나 페트리쟌은 샤우타의 저주를 비웃으며 검을 높이 쳐들었다. 그러나 샤우타는 발악적으로 비명에 가까운 짐승의 울음소리를 냈다. 샤우타의 안광이 녹색으로 번뜩였다.
"으윽...!"
그러자 앨리스는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을 느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머리가 아팠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것이 느껴졌다. 그건 로리안과 페트리쟌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였으며 샤우타를 휘감았던 불길한 형체들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뎅카스는 보이지 않았다.
샤우타는 도끼를 집어들고 로리안과 앨리스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으윽, 마력이...!"
로리안이 앨리스를 지키기 위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녀는 손에서 최대한 거대한 불덩이를 만들어냈다.
"... 그 정도로는!"
앨리스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샤우타가 무서운 속도로 뛰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리안 이 멍청아! 피해!"
페트리쟌이 소리쳤다. 앨리스는 가방에 손을 넣어 아무거나 집히는대로 꺼내 샤우타에게로 던졌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에 닿인 약병이 폭발하며 얼음지대를 생성했다. 앨리스도, 로리안도, 페트리쟌도 어안이 벙벙했다. 샤우타가 얼음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지고 도끼를 놓쳐버렸다. 위로 날아간 도끼는 빙글빙글 돌다가 내려와 샤우타의 가슴에 박혀버렸다.
"커헉...!"
샤우타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어... 어, 어쨌든 살았다! 만세~"
로리안이 아이처럼 좋아했다. 앨리스는 세리아가 깨어나는게 보였다. 그녀는 페트리쟌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로리안은 앨리스의 어깨를 짚었다.
"너 정말 대단한데? 그 상황에서 이런 재치를 발휘하다니!"
"훗. 내가 좀 뛰어난 편이지."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페트리쟌은 눈을 반쯤 감으며 그들을 보았다.
"크아악...!"
샤우타가 거칠게 숨을 쉬었다.
"? 아직 살아있었네?"
페트리쟌이 검을 들었다. 그러자 세리아가 그를 만류했다.
"잠깐, 잠깐만요!"
"뭐야? 왜?"
"...,"
세리아는 샤우타에게로 다가갔다. 위험하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필요 없었다. 샤우타는 곧 죽을 것이다. 앨리스는 세리아가 뭘 하려는건지 궁금했다.
"세리아, 뭘 하려고?"
로리안이 물었다. 앨리스는 두 사람이 아는 사이구나 싶었다. 세리아는 대답 대신 짧은 미소를 보이며 샤우타의 얼굴 맡에 무릎을 굽혔다.
"... 저를 왜 납치한거죠?"
앨리스는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호기심이 다시 차올랐다. 그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그대의 희생이 숲을 구원하리라...
이게 무슨 의미인가? 샤우타는 숨을 헐떡이며 눈물 서린 눈으로 세리아를 올려다보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들을 죽이려드는 자였음에도 앨리스는 그가 웬지 측은하게 여겨졌다. 마침내 샤우타가 입을 열었다.
"너... 이제서야... 이제서야 모든 게 떠오르는구나... 쿨럭, 쿨럭."
샤우타가 쿨럭이며 피를 토했다. 죽어가고 있었다.
"기억이라니, 무슨 말이세요?"
"너까지 없애면... 다시 마법진이... 쿨럭, 쿨럭, 미안하구나... 그때 우리가 널..."
샤우타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심하게 쿨럭거렸다. 그는 불굴의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숨죽이고 샤우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허억, 허억...! 이걸..."
샤우타는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세리아에게 건넸다. 회색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크리스탈 조각이었다. 세리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받았다. 로리안은 말릴까 고민하는듯한 표정이었지만 포기했다. 샤우타는 눈을 찔끔 감았다.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나, 날... 용... 서... 해... 다오, 쿨럭. 제발 날 용서해다오... 아... 오랜 시간동안 잊고 있었구나... 정말... 쿨럭, 미안하구나... 나를... 기, 억... "
샤우타는 끝내 숨을 거두었다. 세리아는 어두운 낫빛으로 크리스탈을 쥐었다.
"... 앨리스, 타우가 사악해보이나요?"
세리아가 앨리스에게 물었다.
"어? 어, 그게..."
"타우는, 대화재 전엔 온순한 종족이었어요. 요정의 친구였고, 숲을 사랑하는 존재였죠... 알고있어주세요."
세리아는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입가엔 세 사람을 안심시키려고 억지로 지은 미소가 변져있었다.
"우리... 엘븐 가드로 돌아가요. 손님들도 왔으니."
나무 그늘 때문일까. 그녀의 미소는 씁쓸해보였다.
"세리아를 데려가야겠다고?"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라이너스가 노발대발했다. 로리안은 라이너스의 소음에 귀를 틀어막았다. 조금 불쾌한 기색이었다.
"아저씨 진짜 여전하시네. 누가 들으면 세리아 납치해가는줄 알겠다."
로리안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페트리쟌은 팔짱을 낀채 말없이 벽에 기대고 있었다. 세리아는 다소 걱정스런 눈치로 두 사람을 지켜보았고 앨리스는 그냥 구경하고 있었다.
"그...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면..."
"아저씨, 슬프겠는건 알겠지만... 데 로스 제국이 세리아를 주시하기 시작했어. 조만간 저 애를 끌고갈려고 여기에 들이닥칠거야."
데 로스 제국, 앨리스는 그 단어로 인하여 일어나는 사람들의 얼굴 변화를 관찰했다. 분명히 좋지 않은 존재임이 분명했다.
"그렇... 다면... 무, 물론 여왕님의 명이면 마법사 길드로 보내야겠지만..."
라이너스의 낮빛이 굉장히 어두워졌다. 무엇을 해야 옳은지 알지만 쉽사리 결정하지는 못하는 얼굴. 어색한 침묵이 잠시 내리앉았다.
세리사가 라이너스의 어깨를 다독였다.
"아저씨, 전... 괜찮을거에요. 영원히 헤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 꼭 돌아올게요. 이곳은 저의 고향이고, 아저씨도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네?"
로리안은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눈썹을 찡그렸다. 라이너스의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되며 세리아를 안고 온갖 오글거리는 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내가 십년동안, 훌쩍, 너를 키웠는데! 네가 가버리면 흑흑흑, 세리아...!"
라이너스가 웅얼거리다시피 말하며 난리를 쳤다. 세리아는 익숙한듯이 라이너스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오늘 하룻밤은 엘븐 가드에서 보내고. 꼬마야, 언니 좀 따라올래?"
로리안이 앨리스에게 말했다. 라이너스와 세리아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들은 나무집 뒤의 으슥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뾰족한 귀... 너 마계인 맞지?"
로리안이 물었다.
"응! 근데 왜?"
"갈 데가 없으면 우리랑 같이 갈거냐고 물어볼까해서. 아라드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마법도 좀 더 갈고닦게 해줄게. 아까 보니까 마도학 분야에서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 같아서."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만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자신에게 왜 이정도로 큰 호의를 배푸는것일까? 마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앨리스는 갑자기 수상한 기색이 로리안에게서 보였다.
"흠 글쎄, 나는..."
"글쎄? 지금 이 마법학교 수석 졸업생이신 로리안 코르나로에게 토를 다는거야?"
갑자기 앨리스는 모든 의심이 걷혀졌다. 그녀는 로리안이 다소 허당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에게 흑심같은걸 의심할 순 없었다. 일부로 허당인척 연기를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란 플로리스에 관한 자료도 있어?"
"물론이지, 대화재 이후로 마법 학교가 줄곧 숲을 연구해왔어. 그 자료를 볼 수 있게 해줄게."
"좋아!"
앨리스는 흔쾌히 승락했다. 마법 학교, 마계만큼은 못하겠지만 로리안 정도의 실력자를 배출해내는걸 보면 나름 쓸만한 정보가 많을 것이다. 앨리스는 자기 연구에 적절히 써먹을 생각에 들뜨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잘 생각했어. 자, 그럼 나도 쉬어볼까. 그란 플로리스는 너무 더럽고 벌레가 많아서 질색이거든, 뎅카스~ 어디에 있니? 뎅카... 아!!!! 아까 그곳에 뎅카스를 놓고 왔어!!!"
로리안은 나무집으로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페트리쟌을 끌고 나와 그란 플로리스로 들어갔다. 앨리스는 멀어져가는 두 사람을 지켜보다 나무집으로 들어가 라이너스, 데릴라, 세리아를 맞이했다.
한편, 엘븐 가드 저만치의 그란 플로리스 안쪽, 한 언덕에 여인이 서서 나무집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인은 긴 생머리를 아름답게 늘어놓고 기이한 악기를 어루만지며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됐군."
여인이 중얼거렸다. 그러곤 머리를 찰랑이며 도도하게 뒤돌아섰다. 그녀의 뒤에는 기이한 피부의 소년이 있었다. 검은 머리에 앨리스처럼 뾰족한 귀를 가진 남자아이가.
"오즈, 웨스트 코스트로 돌아가도록 하죠."
여인이 소녀에게 말했다. 무표정하게 여인을 응시하던 소년은 꾸벅하고 고개 숙이며 말했다.
"네, 아이리스님."
루리웹에 올리는건 오랜만이네요ㅎㅎ 블로그에선 9화까지 나왔는데...
일러스트 출처는 에리카 나이스보트님 블로그랍니다♡